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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1년 3월
평점 :
‘고잉홈(Going Home)’은 타임슬립과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가상역사 소설이다.
우리는 으레 독립운동은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과정과 결과가 제 아무리 괴롭고 험난한 것이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그처럼 실행한 사람들을 위인으로 우러르는 거다.
그런데 이건 사실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상당거리 떨어져 있으면서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나 가능한 것이다. 만약 그 때를 살았던 당사자였다면, 과연 독립운동을 마땅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굳이 자신의 안위를 위협하면서까치 친일과 매국을 멀리하고 지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에서 시작한 소설이기에 과연 주인공들의 행보는 어떻게 나아갈지, 그를 통해 무슨 질문을 던지고,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그런 점에서는 좀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기대하던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있었던데다가, 무엇보다도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쉬웠다는 정도로 얘기하기에는 앞뒤가 안맞거나 이상한 것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그 중에는 소설 전체를 가르는 것도 있었는데, 대체 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독립운동에 몰입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그렇다.
시작할 때 그러한 사상과는 거리가 먼 인간상을 보였기에 제 아무리 타임슬립으로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더라도 주인공들이 그렇게까지 의사로서의 활동을 하는데는 마땅한 계기나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생략된채 ‘어?’하는 새에 인간이 말 그대로 바뀌어 있어 당황하게 만든다. 이는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이 지극히 애국적인 의사로서의 것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소설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로맨스 부분도 그렇다. 이 두 사람이 꽤 깊은 인연이 있었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왜 또는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지는 다른 얘기인데 그걸 전혀 풀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어?’하고 그런 상태에 빠져있다.
독립운동가와 친일매국노, 그리고 밀정 사이의 복잡하고 난해한 정체성 문제도 나름 흥미롭게 만지려는가 싶더니 그냥 좀 건드리고 마는 정도라 거품처럼 느껴진다.
타임슬립 설정과 그를 이용한 전개도 좀 이상해서 중대한 의문을 남긴다. 소설에서는 이를 나름 퍼즐같은 요소로 사용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것들이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조금씩 계속 쌓이다보니, 결국 다 보고 나서는 완성도가 아쉽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물론, 좋은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꽤 현장감있게 보여준다는 게 그렇다.
소설 속 이야기는 대부분 순국선열 의사들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그걸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오필립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대리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그 덕분에 역사왜곡같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소설적 상상력으로 상세를 채워 그럴듯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는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만큼 소설 역시 그것에 준하는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기도 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