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 위한 백 걸음
주세페 페스타 지음, 김난주 옮김 / 할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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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페스타(Giuseppe Festa)’의 ‘날기 위한 백 걸음(Cento passi per volare)’은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할 때 때로는 어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자칫 마음을 상하게 한다거나 할까봐 평소처럼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때로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면은 장애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는 건, 또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건 혹시 자기에게 장애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어쩔수 없이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는 거다.

소설의 주인공인 ‘루치오’도 그렇다. 그래서 가능하면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고, 그럴 수 없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혼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좌석이 비었는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건드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립심이 강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만, 다르게 보면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기도 하다. 좋을리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안타깝게 볼 수 밖에 없는데, 어느 날 고모와 함께 찾아간 돌로미테 협곡에서 뜻밖의 만남과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모두가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라는 교훈은 어찌보면 진부한 주제다. 그래서 더 그걸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는지가 중요했는데, 소년과 소녀가 만나 서로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깨닫는지를 나름 잘 그려냈다. 시각 장애인의 이야기를 잘 담았고, 알프스 산맥과 독수리 이야기도 볼만하다.

악몽이나 비상을 그린 것은 좀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루치오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아쁜 것도 아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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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고 싶은 의학상식 - 전문의가 답하는 25가지 건강 질문
박창범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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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고 싶은 의학상식’은 전문가가 비교적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에 관한 의문에 답을 주는 책이다.

건강은 굉장히 뜨거운 이슈다. 한때의 유행이나 특정 부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그보다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의학이 발전한 것은 물론 이용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의 수도 늘고 의료서비스의 질 역시 좋아지면서 전에 비해 기대수명은 물론 실제 수명 역시 크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사는 동안에 겪는 병치레는 더욱 많아지게 되었고, 병으로 인한 타격 역시 커지게 되었다. 쉽게말해 아직 살날이 한참 더 많이 남았으므로 몸을 함부로 굴릴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신경 안쓰는 척 하려 해봐도 자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이 책은 그런 현대인들이 궁금해할만한 건강 질문 25개에 답을 준다. 질문 중에는 당장에 흥미를 끌지는 않는 것도 있기는 하다만, 무엇 하나 버릴게 없을만큼 유익한 편이다.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거나 궁금해 했던 것도 있어 흥미도 끈다.

관심이 있던 주제는 자연히 전에 들었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과도 비교해보게 되는데, 일반인을 위한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알던(또는 짐작하던)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제 아무리 못된 놈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려는 노력도 잘 먹히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그런 얘기를 하는데 있어서도 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인지 따진다는 거다. 관련해서 무슨 조사와 연구가 있었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만약 잘못된 정보가 있었다면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잘못된 결론(해석)인 것인지를 함께 얘기해서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25가지 질문 외에도 중간 중간에 관련 이야기를 많이 실어서 다양한 읽을 거리와 상식을 더할 수 있게 한 것도 좋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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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실격 1
와카마츠 타카히로 지음, 원성민 옮김, 노다 히로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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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히로시(野田 宏)’ 원작, ‘와카마츠 타카히로(若松 卓宏)’ 그림의 ‘이세계 실격 1(異世界失格 1)’은 이세계물을 재미있게 비튼 이세계물이다.



현대 판타지물에서 이세계물은 지나치게 흔하다. 오죽하면 또세계물이라느니 하는 식의 비하 표현까지 있을 정도다. 그만큼 피로도가 심하다는 거지.

원래라면 이세계물 자체는 딱히 그렇게 욕먹을 게 아니어야 한다. 충분히 판타지 장르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세계물이라고 하면 일단 3류 느낌이 드는 이유는 최근 작가와 출판시장의 정신나간 표절 행태 때문이다. 기존 성공작을 그대로 배끼거나 짬뽕한 팬픽수준의 이야기를 새로운 작품이랍시고 내놓고는 변명이랍시고 한다는 얘기가 고작 클리셰라느니 하는 것이니, 그들이 뱉어낸 것들의 수준이 어떤지는 새삼 따져볼 것도 없다.

이런 게 워낙 팽배하다보니 독자 뿐 아니라 저자들도 이런 전형적인 이세계물 클리셰들을 스스로 비꼬기도 하는데, 이 만화는 그것을 주요 컨셉 중 하나로 채택한 일종의 안티-클리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을 허무에 휩쌓인, 죽음을 희망하는 자살 실패자로 설정한 것부터가 그렇다. 모든 면에서 일반적인 이세계물의 주인공 상에서 벗어나 있는 그는 이세계에서의 제2인생 역시 전혀 다른 행보를 걷는데 이게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뜬금없는 것이 많아서 ‘거기서 그러냐’는 식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물론 염세적이고 죽음을 소망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행동과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코믹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행동들은 일종의 시위같은 것으로 보일 뿐 진지하게 파멸을 추구하는 것으로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캐릭터가 개성있고 서로 캐미를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선생을 단지 설정만 번드르르 할 뿐 실제로는 흔해빠진 주인공과 다를바 없게 만든 게 아니라, 나름 일관성있고 개성이 분명하게 만들어두고, 그런 그의 성격에 휘둘리거나 충돌하는 캐릭터를 추가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딴죽을 걸며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러한 기본 성향은 사건이 벌어졌을때도 크게 변모하지 않아서 이야기 진행 역시 나름 개연성있어 보이게 한다.

이세계물에 대한 안티-클리셰 작품인데도 그러한 점에만 집착하지 않고 왕도적인 이야기 흐름을 사용한 것도 좋다. 클리셰와 안티-클리셰를 적절히 섞고 부딛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해준다.

작화 수준도 좋고, 이야기와도 잘 어울린다. 만화인만큼 캐릭터는 단순화를 많이 했지만 배경 등은 세밀하게 그린 것도 많아서 꽤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제목도 ‘이세계 실격’이고 선생도 대놓고 ‘다자이 오사무’인데다 본문에서도 그의 작품을 언급하기는 하는 등 이 만화는 일종의 ‘인간 실격’ 패러디 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자이 오사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딱히 감흥이 없거나 무슨 말인가 싶은 대사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딱히 그러한 패러디가 주요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일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주석으로 왜 그런 대사가 나오는 것인지 정도는 좀 언급해줬으면 좋았으련만, 편집이 아쉽다.


인쇄 상태도 그리 좋지 않다. 이 만화는 여백없이 큰 그림을 사용한 컷도 있는데, 그런 것 중에 바깥이 잘려나간 것도 여럿 눈에 띈다. 전자책을 내거들랑, 그건 짤리는 것 없이 잘 내줄려나.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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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거래 - 절망을 희망으로 맞바꾼 난민 소년 이야기 책꿈 5
알리사 홀링워스 지음, 이보미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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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사 홀링워스(Alyssa Hollingsworth)’의 ‘열한 번째 거래(The Eleventh Trade)’는 한 난민 소년의 희망과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사미’와 그의 할아버지에겐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물이 있다. 전통 악기인 ‘레밥’이다. 고향에서 가져온 거의 유일하다 할만한 물건인데다 가족과의 추억과 역사가 깃들어있는데다가 다른 악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영혼의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길거리 연주를 하는 할아버지와 사미는 그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적어도 레밥을 도둑맡기 전까지는 말이다.

절망에 빠진 사미는 어떻게든 레밥을 되찾고 싶어한다. 그러다 우연히 물물교환을 통해 자기가 가진 소소한 물건도 남에겐 나름 가치가 있어 돈이 될만한 것들과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되고, 주변 사람들과의 거래를 이어가며 악기점에 팔려버린 레밥을 되사오기위한 700달러를 모으기로 한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예전에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물물교환을 뼈대로 하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작은 종이클립에서 시작해 14번의 교환만으로 1년동안 쓸 수 있는 2층집을 얻게 되는데, 무엇이 무엇으로 교환되었는가를 보면 선뜻 와닿지 않을만큼 기묘한 교환도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현실적이어 보이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면, 사미의 교환은 그보다 규모는 작은대신 훨씬 더 그럴듯하게 그려졌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왜 그런 교환을 원하는지도 각자의 사정과 함께 잘 다루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교환은 이미 거의 완성되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교환을 유발할 도미노의 첫 조각이 없었을 뿐. 사미가 그 첫 조각이 됨으로써 벌어지는 연쇄작용이 꽤 재미있다.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저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이야기를 꽤 진중하게 풀어낸다. 그들의 처지나 상황, 어떻게 국경을 넘게 되는지, 운좋게 성공하고 나서도 그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 새로 정착한 지역에서의 차별,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것 등을 꽤 잘 담았다. 난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서도 꽤 수준급이다. 어느정도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해서 그런지, 너무 과장되거나 하는 것 없이 사실적인 이야기는 절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미가 레밥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을 그리는 방식도 좋았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그들과 서로 친해지며 우정을 쌓는 것이나, 종국에는 닫힌 마음이나 트라우마에서도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그를 통해 사미가 한층 성장해내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뭣이 중허냐 싶은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만, 그것도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는 면을 만들어두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걸리는 것은 사건을 유발한 소매치기나 엄연한 장물을 욕심껏 거래해대는 악기점 주인에 대한 처분이 너무 없다는 거다. 나름 희망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도 유독 이 부분만은 ‘그래도 돼!’라는 사회의 어두움이 드러난 것 같아 찝찝한 쓴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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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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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The Ghost Stories of Edith Wharton)’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8개 단편을 수록한 소설집이다.

한국어판의 제목은 ‘환상 이야기’이지만, 수록된 이야기들은 ‘환상’이라고 하면 의례 떠올릴 그런 이야기들과는 좀 거리가 있다. 원제는 ‘유령 이야기’라는 좀 더 노골적인 이름을 하고 있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면 적절한 이름을 붙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유령 이야기는 현대에 익숙한 유령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악령’도 아니고, 동양의 귀신이나 원령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유령도 있고, 영향을 끼치더라도 굉장히 간접적으로만 일을 벌이는 등 ‘공포’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마치 안개처럼 일종의 자연현상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가 고딕풍의 배경과 결합하며, 굉장히 고전적인 유령을 느끼게 한다.

따지자면 소설 속 유령들의 모습은 저자가 처음부터 생각해냈다기 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공통되게 갖고있던 유령에 대한 인식을 그려낸 것이라고 보는게 더 옳을 것이다. 이게 현대의 유령과는 꽤나 색달라 의외의 신선함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소설을 마치 체험담인 것처럼 적었는데, 그것이 더 그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다만, 분위기를 중시해서인지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은 게 많다. 어떤 건 그래도 큰 줄기를 밝히기도 하나, 또 어떤건 모든 것을 미지의 것으로 남겨두기도 해서 좀 당혹스럽게 만든다. 중간에 전개가 어떻게 되든 최종적으로는 적당한 수습과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이런 면은 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래도, 분위기가 잘 살아있으므로 초자연적인 이야기와 고딕 소설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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