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달 청소
남소영 지음, 주민정 그림 / 하움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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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달 청소’는 귀여운 이야기로 소유와 책임에 관해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하늘에 떠있는 달은 아름답다. 기본적으로는 밝게 빛나서 그런 것이긴 하다만, 해보다 덜 밝은데도 불구하고 그 못지않게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오히려 그 덕분에 달을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달이 어두운 한밤을 밝혀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달은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서 더욱 매력적이다. 달은 점점 차올라 보름달이 되었다가, 그 후에는 차차 빠져 반달, 초승달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달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게 만약에 정말로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작은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달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고 계속해서 아름다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얘기하면서 사뭇 재미있게 펼쳐진다. 달을 갖는다는 문제를 단지 말로만 갖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소유하는 것으로 그림으로써, 그랬을 때에 야기되는 문제를 다루고 그를 통해 주제를 접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것에 책임이 수반된다는 것을 안다. 소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에게 왜 그런지를 이해시키거나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그림책은 그것을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로 꽤 잘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역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때에야 소유해야한다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버려도 상관없다고 쉽게 대꾸할 수도 있을법한 흔한 장난감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없는 달로 이야기를 한 게 새삼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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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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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풍괄과(大風刮過)’의 ‘도화채(桃花債)’는 선협물에 BL을 섞은 독특한 작품이다.

선협소설이란 수행을 쌓아서 신선이 된다던가 그런 사람들이 영생을 살며 꾸려가는 신선계가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인간을 초월한 신선들을 주축으로 한 무협소설의 일종이다.

선협 소설은 2010년 정도 전부터 중국에서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선협물에 BL을 도입해 선협BL이라는 갈래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소설은 이쪽 장르는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꽤 신선한 면모를 많이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선 하면 떠올리는 것에서 벗어난 신선상을 그린 것이 그 하나다. 소설 속 신선들은 인간을 초월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전혀 인간성을 탈피하지 못했다.

욕망으로부터 해탈을 하지도 못한 것이 그 하나다. 당장 소설의 이야기부터가 염문에서 시작한 것인데다, 등장인물들 역시 꽤 노골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편이다.

신선을 일종의 영적인 존재로 그리는 것도 좀 색다르다. 한국인에게 신선은, 그 바탕이 인간이었든 동물이었든, 불멸성을 갖고있을지언정 육체가 있어 그에 따른 제약도 있는 것이 익숙한데, 이 소설속 신선들은 육체에서 벗어나 있어 자유롭게 장소를 오가는가하면 다른 육신에 들어갔나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귀신처럼 말이다.

그 밖에도 신선 사이에 계급같은 게 있다던가, 신선도 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던가 하는 등 신선 세계의 설정들은 나름 신선하고 꽤 재미도 있다.

신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대중적인 로맨스를 그렸다. 주요 인물들이 모두 남자이기 때문에 그랬을 때에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나 대사 등도 나오기는 하나, 많은 부분들이 남녀간의 관계로 바꾸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일반적이다.

로맨스물인만큼 나름 야스런 씬이 나오기도 하나 너무 자극적인 씬을 부러 만들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묘사를 했기 때문에 BL물로서는 비교적 가벼워 일반인들도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이는 신선들이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성을 초월한 면모를 가진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더 그렇다.

꼬여있는 관계, 일종의 벌을 받는 것이라는 상황 등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하기도 한 것도 긍정적이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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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하2 - 진실을 감당할 용기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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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도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잘 본 판타지 무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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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하2 - 진실을 감당할 용기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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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니(猫腻)’의 ‘경여년 하2: 진실을 감당할 용기(庆余年 6)’는 2019년 방영했던 동명의 중국 드라마 원작 소설의 마지막 여섯째권이다.



새삼 그동안 참 잘 봤다는 생각이 든다. 한권 한권의 분량이 많은데도 임의로 더 분권을 하지 않고 6권으로 완간을 했기 때문에 한권 한권이 꽉 찬 느낌도 좋았다.

하(下)권에 들어오면서 남아있는 굵직한 것들을 정리하고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비밀들도 하나씩 풀어냈는데 이것들도 나름 볼만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한 것까지는 아니어서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느낌이 있다.

중요한 비밀 중에는 이제까지 보여줬던 세계관과 좀 동떨어진듯한 것도 있는데, 그래도 나름 소설상의 묘사를 통해 어느정도 가능성을 뿌려두기도 했고, 소설 소개 문구 등에서 일종의 스포일러를 하기도 했어서 딱히 놀랍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만족스럽지 않은 완성도가 그저 아쉬웠을 뿐이다. 제대로 풀어냈다기보다는 떡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얘기만 하고 마는데, 앞서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것 같다고 한 것도 어느 정도는 이런것 때문이다.

이야기도 좀 그렇다. 중간에 종종 건너뛰는 면이 있기는 했어도 계속 흥미로운 이야기를 잘 끌어왔고, 그것이 이번 권에서도 잘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역시 그런 식의 전개로는 마무리가 좀 약해 보인다. 이제까지의 일에 비하면 다소 허한 면도 있어서 이럴 거였나 싶은 마음도 한켠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개인 취향 때문에 그런 것이기는 하다. 이야기 구성과 세계관 등의 설정이 치밀한 것을 좋아하는데, 저자는 반대로 큼직큼직한 것을 중시할 뿐 세세한 것은 대충 그리고 빠르게 넘어가는 성향이 있다보니 둘이 격하게 시너지를 일으켜 마무리에 이르러서는 더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소설이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그런 점에서는 나름 만족할만한 이야기이지 않나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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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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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 라퐁(Lola Lafon)’의 ‘17일(Mercy, Mary, Patty)’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유명한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거의 변조없이 그대로 사용했지만, 읽을 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르포’가 아닌 ‘소설’이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 엄밀하게 말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굳이 다 알고있을 이야기를 꼽고 시작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70년대 미국과 프랑스의 이야기라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실과 가상의 구별이 잘 안되게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알려지지 않은 뒷 얘기를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이 대표적으로 꼽히는 스톡홀름 신드롬 사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소설은 그녀가 납치되었을 때부터 했던 발언 등을 순서대로 살펴보면서 과연 그녀의 행동이 이후 재판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세뇌에 의한 것이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아쉬운 것은 그게 끝까지 팽팽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하려는 얘기가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좀 아쉬웠다.

대신 소설은 새로운 관점을 많이 풀어놓는다. 바로, 패미니즘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명의 여자를 통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 이야기하는 패미니즘은 꽤 충실한 편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꽤 만족스러울 만하다.

문제는 너무 거기에 방점이 찍혀있다보니 이야기는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는 거다. 당장 퍼트리샤의 행동이 썩 일관성있게 풀이가 되지 않는다. 확고한 신념과 태세전환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서 더 그렇다.

잘 읽히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나온다) 알 수 없는데다, 마치 편지를 쓰듯이 2인칭 대명사인 ‘당신’을 많이써서 읽을 때마다 인물과 관계의 해독을 요한다. 다분히 정치적인 내용들이 쉽지 않아 더 그렇다. 엄연히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저자가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입맛대로 변조한 것 같아 좀 껄끄럽기도 하다.

꽤 의미있는 이야기이긴 하나, 호불호는 좀 크게 갈릴 듯하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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