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류쯔제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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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류쯔제’의 ‘진실(眞的)’은 구성과 이야기가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소설은 사기꾼에게 당한 한 여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사기를 당했으며, 어떻게 사기를 당하게 되었는지를 얘기하는가 하면 그와는 별로 상관없어보이는 그녀의 이어지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과연 사기사건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고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또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 궁금하게 한다.

재밌는 것은 그러다가 일순간에 이야기를 홱 바꿔버린다는 거다. 진짜 이야기인 줄 알았던 것은 사실 이야기 속 이야기였고, 이 책이 담고있는 이야기는 사실 다른 것이었다는 게 금세 드러난다.

그러고나서도 기왕의 이야기가 나름 흥미롭게 이어지기에 뭔가 싶게 하는데, 또 그 와중에 이야기 자체는 나름 볼만하고, 그렇게 읽다보면 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뭐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여러가지 거짓들을 층층이 쌓아 만들어진 이 ‘진실’이라는 소설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꽤 말이 갈린다. 가볍게 보면 꽤 흥미롭게 볼만한 이야기를 양파처럼 던져주는 다층 구조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좋은 것은 이 껍질 하나하나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꽤 읽는 재미가 있다는 거다.

진실과 거짓을 주제로 살펴보면 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로도 볼 수 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인간들이 보이는 모습은 일종의 풍자로도 볼 수 있으며, 거짓과 진실에 대한 등장인물 속 대사들은 우리가 쉽게 말하는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도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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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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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난해하고 기묘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친절하고 감탄도 나오는 독특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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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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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타 슈웨블린(Samanta Schweblin)’의 ‘피버 드림(Distancia de rescate)’은 독특한 양식이 눈에띄는 기묘한 공포 소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 소설만의 독특한 형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년과 여자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뤄져 있으며, 이야기는 오로지 둘이 서로에게 또는 혼자말처럼 내뱉는 말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이런 특징은 이야기가 객관성을 잃게 만드는데, 두 사람이 어떤 문제를 앓고있으며 그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않고 다른 인물들과의 일화에서도 서로 어긋나는 경우를 보이기도 해서 더 그렇다.

이는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기묘하고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게 하는데, 심지어 신비한 무속인과 시술까지 등장해 그런 분위기에 숟가락을 얹는다.

심지어 저자는 그것을 전혀 풀어낼 생각없이 그저 조장해 놓기만 한다. 그래서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무슨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채로 이야기를 보게 된다. 보통 소설이 ‘이게 뭐야’로 시작하더라도 ‘그렇구만’으로 끝이 난다면, 이 소설은 ‘이게 뭐야’로 시작해서 그대로 ‘이게 뭐야’로 끝이난다.

소설이 쓰인 배경을 모른다면 그저 그렇기만 한 소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소설은 사실 대단히 시사적인 소설이다. 그래서 관련 배경을 알기만 한다면 저자가 부러 감추며 은근히 암시하기만 했던 장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쉽게 읽히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뚜렷하게 보인다. 알고 보면 되게 친절하고, 그렇기에 뻔하기도 하다는 얘기다. 왜 이야기가 두루뭉술하게 전개되어 그런 상태로 끝나는지도 더 이상은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래서 다시 돌아보면, 상세를 풀어내려고 하는 대신에 그로부터 야기된 사건과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공포와 혼란만을 집중적으로 그려낸게 꽤나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주관적인 발언과 경험으로 그러한 면을 부각시킨 것도 그렇다. 그 덕분에 꽤 강렬한 몰입감과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초반부터 이게 그러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소설의 그러한 장점들도 대부분 빛이 바래보였을 것이다.

대신, 소설을 읽고난 후에 반드시 해설을 필요로 한다. 대단히 시사적이라고 해봐야 결국엔 지역적인 얘기일 뿐, 설사 같은 사건이 있었더라도 상세는 지역마다 다르므로 소설에서의 힌트만으로 그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기는 좀 어렵기 때문다. 꽤 지역색이 강한 소설이라는 말이다. 솔직히 ‘옮긴이의 말’이 없었다면, 과연 이 소설에 감탄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아쉬운 점은, 영어판본의 제목을 그대로 음독한 ‘피버 드림’은 그렇게 잘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널리 쓰이는 표현도 아닌데 번역도 해놓지 않고 그냥 붙여놓은 것도 맘에 안들고. 의미나 주제를 생각하면 차라리 원제가 더 적절해 보이는데, 이미 동명의 유명 판타지 소설도 있는 마당에, 굳이 이 이름을 써야했나 잘 모르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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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달 청소
남소영 지음, 주민정 그림 / 하움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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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적절한 비유로 소유와 책임에 관해서 알게 해주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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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달 청소
남소영 지음, 주민정 그림 / 하움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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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달 청소’는 귀여운 이야기로 소유와 책임에 관해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하늘에 떠있는 달은 아름답다. 기본적으로는 밝게 빛나서 그런 것이긴 하다만, 해보다 덜 밝은데도 불구하고 그 못지않게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오히려 그 덕분에 달을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달이 어두운 한밤을 밝혀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달은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서 더욱 매력적이다. 달은 점점 차올라 보름달이 되었다가, 그 후에는 차차 빠져 반달, 초승달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달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게 만약에 정말로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작은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달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고 계속해서 아름다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얘기하면서 사뭇 재미있게 펼쳐진다. 달을 갖는다는 문제를 단지 말로만 갖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소유하는 것으로 그림으로써, 그랬을 때에 야기되는 문제를 다루고 그를 통해 주제를 접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것에 책임이 수반된다는 것을 안다. 소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에게 왜 그런지를 이해시키거나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그림책은 그것을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로 꽤 잘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역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때에야 소유해야한다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버려도 상관없다고 쉽게 대꾸할 수도 있을법한 흔한 장난감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없는 달로 이야기를 한 게 새삼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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