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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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다카요시'의 '디리 1'은 디지털 장의사라는 것을 소재로 한 인간 드라마다.




시작부터 꽤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상상해보았던 것을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것은 사실 그렇게 특별한 소재는 아니다. 디지털 시대가 오고 많은 사람들이 비밀스런 것들을 개인 공간에 보관을 하면서, 우리는 이미 죽고난 후 그것들이 만천하게 드러나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오곤 했다. 흔히 우스개소리로 '내가 죽거든 하드를 포맷해줘'라는 말이 고정 멘트로 자리를 잡았을 정도다. 디지털 장의사는 그것을 직업으로 행하는 사람이라는 작은 아이디어가 더해진 것인데, 이는 소위 '잊힐 권리'를 위한 서비스를 사후에 하도록 시행 시점만 조금 바꾼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예상되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그 중에서는 디지털 장의사에 의해 지워지길 원했던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크다. 그래서 초반에는 좀 미심쩍은 눈길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디지털 장의사가 얼마나 현실성있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러 사람들의 죽음과 그 후 남겨지는 사람들에게 관여하게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의뢰인들의 비밀을 드러낼 생각이었다는 얘기다. 디지털 장의사란 직업은 오히려 그것을 훨씬 간단하게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극이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장치에 더 가깝다는 말이다.

저자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드라마다. 'dele.LIFE'에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상황과 이유가 있는데다 그것이 죽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자연히 애틋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에게로 이어진다.

소설은 작게는 각 의뢰인에게 숨은 비밀을 풀어가면서 크게는 주인공들의 사연을 풀어가는(채워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계속 별개의 이야기가 나오는 옴니버스 구성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하며, 다음엔 어떤 의뢰인의 사연이 나오는지 뿐 아니라 주인공들의 비밀과 사연은 무엇일지도 궁금하게 한다. 각 사연들을 미스터리처럼 풀어낸 것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다만, 전체적으로 인간찬가에 가까운 드라마를 일관되게 선보이는만큼 그 끝이 좀 정해진 느낌이 드는 면도 있다. 구체적인 것은 다를지언정 어떤 기조일 것이라는 것은 선하다는 거다. 긍정적으로 보면 통일성이 있는 것이겠지만, 또 다르게 보면 긴장감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중간에 무슨 이야기가 나오든 그게 진실인지 아니면 오해인지가 어느정도 가늠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타로' 뿐 아니라 소장인 '케이시'와 '마이'의 이야기도 아직은 떡밥만 던져놓은 수준인데, 과연 dele.LIFE와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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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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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이야기가 매력적인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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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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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다시 그려낸 책이다.



이 책은 기존의 다른 그림책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일단 기본이 된 텍스트가 그림책이 아닌 동화의 형태로 쓰여진 것인데다가,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이야기는 어른이 보기에도 난해하고 어둡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묘하게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동화의 저자인 안데르센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허구로 동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 등에서 기인한 것을 동화로 다시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묘하게 인간적인 동질감을 쉽게 일으켜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부정하면서도 순응하고, 그러면서도 또한 저항하는 이야기 속 학자의 모습은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결국 유혹에 지기도 하는 우리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서 그림자가 떨어져 나온다는 것이나 그 그림자가 실제 사람과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판타지적이나 단지 신기한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담은 것으로 읽히는 게 재미있다.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더 그러해서, 개인적인 고뇌가 녹아있음을 짐작케 한다.

거기에 덧붙여진 그림도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를 잘 살려주는 편이다. 사람이 그림자가 되고 그림자가 사람이 되는 등 둘의 경계가 꽤나 모호하게 그려지는 것이나 일종의 절망을 그려낸 듯 어두운 분위기도 잘 살아있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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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 스누지와 써니 그리고 소소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1
다프나 벤-즈비 지음, 오프라 아밋 그림, 아넷 아펠.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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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나 벤-즈비(Dafna Ben-Zvi)’가 쓰고 ‘오프라 아밋(Ofra Amit)’이 그린 ‘새 친구 스누지와 써니 그리고 소소(Snoozie, Sunny, and So-So)’는 친구가 주는 따뜻함과 위로를 담은 창작 동화다.

이야기는 두 친구 ‘스누지’와 ‘써니’가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한 계기로 슬픔에 빠져있는 ‘소소’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작은 강아지 소소는 ‘미키’와의 이별로 슬픔에 빠져 있었는데, 스누지와 써니는 그를 밖으로 이끌어내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가 슬픔에서 벗어나 다시 행복을 느끼도록 해준다.

이 창작동화는 이야기도 내용도 참 아기자기하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그림도 잔잔하지만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동물들을 의인화한 캐릭터도 적절하다. 그래서 갑작스레 마주친 스누지와 써니가 소소에게 여러가지를 함께 하도록 권하는 것도 느닷없거나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소소가 혼자서 틀어박히지 않도록 살뜰히 챙겨주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는 물론 소소에게 그러고 싶은 마음 역시 충분히 있었음이 엿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혼자서 외롭고 쓸쓸할 때, 스스로는 차마 떨쳐내기 어려운 슬픔이 다가올 때, 친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아넷 아펠(Annette Appel)’의 히브리어-영어 번역판을 중역한 것이다. 그러나, 딱히 중역 때문에 어색해 보이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보다는 ‘소소(So-So)’와 ‘그저 그래(so so)’처럼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을 한국어로 제대로 옮기지 못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이게 단순히 말장난 뿐 아니라 어느정도는 캐릭터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보니 그대로 쓰기보다는 한국어에 맞게 바꿀 수는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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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괴물 - 재활용 맛있는 그림책 2
에밀리 S. 스미스 지음, 하이디 쿠퍼 스미스 그림, 명혜권 옮김 / 맛있는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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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S. 스미스(Emily S. Smith)’가 쓰고 ‘하이디 쿠퍼-스미스(Heidi Cooper-Smith)’가 그린 ‘쓰레기 괴물(Garbage Guts)’은 쓰레기 문제와 재활용을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바닷속에는 ‘바다 불청객’, 일명 ‘골칫덩이’라 불리는 녀석이 살고있다. 그 녀석은 넓은 바다에서 온갖 쓰레기를 먹어치우면서 바다를 오염시키는 골칫거리인데, 공칫덩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온갖 쓰레기를 안고서도 혼자서만 잘난 맛에 취해있는 골칫덩이는 어느 날 다른 바닷속 친구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혼자서 온 바다를 차지할 계략을 짠다.

바다와 쓰레기 문제는 널리 알려진 골칫거리 중 하나다. 현대인들이 손쉽게 만들어 무분별하게 버리고는 하는 플라스틱같은 것들이 사라지지도 않고 남아 바닷속 친구들에게 먹혀 탈을 일으키거나 몸에 달라붙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환경 문제를 골칫덩이라는 쓰레기 괴물을 통해 잘 보여준다. 단지 현존하는 문제들을 나열하고 거기에 ‘의인화’라는 약간의 소스를 뿌렸을 뿐인데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로 바뀌는 것이 재미있다.

문제만 일으키는 쓰레기들도 재활용하면 얼마든지 새롭게 유용한 물건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좋다. 다만, 이야기를 간략히 하다보니 자칫 재활용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아끼기나 재사용하기에 대해서도 (그림으로만 슬쩍 보일 뿐) 제대로 얘기되지 않는다. 그래도 재활용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버려진 쓰레기로 인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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