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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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한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소설은 시간여행이 완전히 정립되어서 그걸 비즈니스에 이용한다는 것을 기본 아이디어로 사용했다. 이 익숙한 설정에 몇가지 변화를 줌으로써 저자는 소설만의 개성을 만들려고 한 듯한데, 아쉽게도 그것은 설정의 충돌이나 구멍같은 면모들을 드러내는 단점으로 더 많이 작용했다. 시간여행 그 자체나 그것의 악용을 막기위한 규칙 등이 제대로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여행으로 과거에 개입해 그 미래인 현재를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점부터가 이상하다. 일단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기 때문에 시간법도 만들어졌고, 나름 시간여행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처럼 얘기는 한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도 많이 보인다. 과거를 바꾸어봤자 단지 그런 버전의 우주가 하나 생겨나는 것 뿐이라서 제 아무리 과거를 바꾸어봤자 현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다는 거다.

이것은 시간여행이 갖는 패러독스를 풀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그 자체는 전혀 나쁘거나 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문제는 이것이 시간여행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기본 설정과 충돌한다는 거다. 과거 개입이 단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하나 더 만들어내기만 하는 것이라면 전혀 그것을 억제하거나 금지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시간법? 대체 무슨 쓸모냐. 이건 시간여행을 무슨 대단한 기회인 것처럼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더 문제는 반대로 과거를 바꾼 것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을 뿐더러,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과거를 바꿨는데 마치 바꾸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기는 하지만 바꿨다는 사실 자체는 또 여럿이서 공유하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는 거다. 어떤때는 현재의 몸 그대로 과거로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그렸다면, 또 어떤때는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간 것처럼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아니, 좀 일관성이 있어야지. 이쯤되면 그저 그때그때 적당한 설정을 만들어 내었을 뿐, 소설 전체에서 공유하는 시간여행의 기본 개념은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시간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딱히 엄밀히 지키려는 생각이 없어보이는데다 (오히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그럴 수 있는 상품만들만을 대놓고 취급한다.) 홍보를 지양하는 주제에 실적은 따지는 등 히라이스라는 회사도 여러면에서 모순적이고 이상한 집단이다.

시간여행물을 기대했다면 상당히 실망할거란 얘기다.

저자도 딱히 잘 짜여진 시간여행물을 보여주는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설정이 중구난방인 것도 그렇고, 그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도 SF적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간들의 이야기는 어쩔땐 마치 한편의 웃지못할 코미디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짠내를 풍기면서 공통적으로 과거와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점에서 개별적인 것 같았던 히라이스 손님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조각으로 맞춰지는 것도 나름 나쁘진 않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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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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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엔트라다 켈리(Erin Entrada Kelly)’의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We Dream of Space)’는 챌린저호 이야기를 소재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의 배경은 무려 1986년이다. 당시 발사를 앞두고있던 챌리저호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챌린저호 우주 비행사와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그것들이 꽤나 노골적으로 책 속에서 이야기되는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하지 않은 것은 우주에 관심이 있는 과학 선생님과 그의 우주 탐사에 관한 특별 수업, 그리고 우주에 관심이 있으며 최초의 여성 우주 사령관을 꿈꾸는 소녀를 통해 그것들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들은 지금을 배경으로 했대도 어색하지 않을 현실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고민하는 세 남매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어서 이야기가 참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건 번갈아 등장하며 각자의 시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내어놓는 세 주인공에 대한 묘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 속 세 남매는 어떻게 보면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족간의 관계는 거의 망가질대로 망가져있고, 당연히 가족의 의미가 가족이 주어야 할 위안이나 위로같은 것도 전혀 제대로 작용하지를 못한다. 오히려 때때로 자기만을 내세우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무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상처를 주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되고 서로를 피하기도 하다보니 서로간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악화되기만 할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들 세명의 심리상태도 전혀 온전치가 못하다. 안그래도 민감한 10대 시기에 상황까지 이러니 언제라도 터질 듯 불안하게 보인다. 그것을 공감할 수 있게 잘 그려내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렇기에 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또 불안정한 그들의 관계와 미래는 어떻게 될지 더 조마해하며 봤는데, 결론적으로는 너무 칙칙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이지도 않게 희망적으로 잘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그 중심에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아이들 자신이 있다는 것도 좋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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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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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폴리스’는 비뫼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많은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언뜻 비슷한 것들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우연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마주이거나 표절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보다보면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다: ‘대놓고 다른 작품들에서 조금씩 가져와 기우면 어떤 작품이 될까.’

이 소설은 그걸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걸 이용해 어느정도 실현해냈다. 책 뒤에 붙은 많은 미주들은 모두 다른 작품이나 일화 등의 출처이다. 저자는 그것을 변형하여 소설에 적용하였는데, 모르고 보면 굳이 원작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만큼 소설에 잘 녹아있다. 이렇게 많은 참조를 자신만의 이야기에 녹여냈다는 것은 새삼 대단하다.

물론, 이야기 자체를 보는데는 굳이 참조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조의 반도 알고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며, 또 참조를 보고도 그것을 확인하거나 할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시때때로 나오며 참조가 있음을 알려주는 미주는 이야기의 흐름을 잠시 끊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참조들이 대부분 예전 것들이라 전체적으로 고전물을 보는 것 같아진다는 것도 단점이라 할 만하다.

그런점에서 시대상을 모호하게 설정한 건 꽤나 적절해 보였는데, 어떨때는 현재에서 그리 멀지않은 현대를 그린 것 같다가, 또 어떨땐 전형적인 중세같기도 하고, 언급하는 용어같은 것을 봤을 때는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것 처럼도 보인다. 또 비교적 역사에 가까운 이야기같다가도 어느 순간 한없이 가상의 판타지로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딱히 정해진 흐름 없이 혼란스럽게 섞여있는데, 그런 배경이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는 바닥을 만드는 한편 시대와 관련없는 이야기라고 느끼게도 한다.

자칫 난잡해질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그것들을 하나씩 이으면서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맞춰지도록 했는데, 그 과정을 꽤 흡입력있게 그린것도 감탄이 나온다. 덕분에 이야기는 물론 다음은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롭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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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별 사이 - 소년소녀 X SF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동식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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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소재와 청소년 소설의 묘미를 잘 살린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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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별 사이 - 소년소녀 X SF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동식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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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별 사이’는 사춘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SF와 판타지로 그려낸 소설집이다.



새삼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SF로 그려내면 이렇게 재미있어 지는구나 싶었다. 그만큼 반짝이는 SF적인 아이디어도 좋고, 그것이 또한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육체적인 또 정신적인 문제들과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그냥 SF 소설집이라고 해도 어울리고, 또는 그냥 청소년 단편 소설집이라고해도 손색이 없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은 사춘기 소년소녀와 SF라는 소재 외에도 기본적으로 밝고 희망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덕분에 보는 내내 유쾌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게 미래를 그린 SF 소설이라는 점과 만나서 충분히 더 나은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을거라는 어떤 위로같은 것을 주기도 했다. 청소년 소설인만큼 단지 마냥 밝게만 그린 게 아니라, 주인공들 역시 청소년 시기에 감내해야만 하는 고민이나 문제들을 안고 있는데다 그것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그렇다.

수록작들은 아이디어나 이야기가 대체로 마음에 든다. 다만, 그 중 ‘그저 그런 체질이라서’만은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이 소설만이 SF가 아니라 판타지 장르이기 때문이다. SF가 아니기에 딱히 미래를 배경으로 한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소설집 전체를 놓고 봤을때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라는 테마를 맞추는데 실패한 것처럼도 보인다.

아니, 왜, 그 흔한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자 변형, 인위적 종의 다양성 실험같이 갖다 붙일 건 많았는데 적당히 SF로 포장이라도 해보지 그랬나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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