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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스테프 차(Steph Cha)’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Your House Will Pay)’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 소설이다.
이 소설이 모티브로 한 사건은 1992년의 ‘LA 폭동’과 그로 이어지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짐작되고 있는 1991년의 ‘로드니 킹 구타 사건’ 그리고 일명 ‘두순자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흑백구도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편견과 달리 미국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그것이 또한 얼마나 쉽게 심각한 폭력 사태로 번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물론, 꼭 그렇다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이르는데는 앞서 언급한 사건 외에도 그동안의 미국 사회에서 있었던 충돌들, 그리고 거기에서 계속해서 흑인들이 느껴왔던 부당함과 화 등이 축적된 것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왜 하필이면 똑같이 인종차별 대상이라 할 수 있는 한인들에게 뱉어졌느냐는 역시 두순자 사건과 같은 게 아니면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는 실제 사건의 얼개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상당수를 바꾸기도 했는데, 당시 사건을 다루었던 기사 등과 비교해보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것들은 현실 사건에서는 쉽게 해소할 수 없었던 의문이나 등장인물들의 당위성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굳이 어느 한편을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고도 어떻게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는 말이다. 그럼으로서 소설이 단지 당시의 사건을 재조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어느 누구도 악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한 무고하지도 않은 인물 묘사는 상당히 현실감있으며, 과거와 현재, 흑인과 한국인 주인공들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배경을 모두 풀어낸 후에는 범인은 누구인가 하는 미스터리가 꽤 흡입력있게 전개되기도 한다.
꽤 잘 쓴 소설이다. 다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는 등장인물들이 왜 그렇게까지 행동하는지가 그렇게까지 선뜻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어느쪽이든 소위 ‘급발진’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겨우 계산 전에 가방에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둑으로 몰며 멱살을 잡는다거나, 제아무리 억울하게 멱살을 잡혔다 치더라도 그렇게 죽일것처럼 안면에 주먹질을 해대는 것도 그렇고, 자기들은 피해자라는 합리화에 취해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습격하고 그들의 집과 가게에 불을 놓는 폭력사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았던 것은 기껏해야 역겨운 인터넷 여론과 기자들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문화 차이로 인해) 전적으로 공감하며 몰입해서 볼 수 없었다.
번역/편집도 조금 아쉬웠는데, 드물지만 이상한 문장들이 눈에 띄어서다. 매끄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뭔말인가 싶은 문장들이 있는 것은 아쉽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