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가 안내하는 세계 - 정선엽 장편소설
정선엽 지음 / 시옷이응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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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가 안내하는 세계’는 고민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제목만 보면 다분히 모 만화나 애니가 떠오를법 하다. 다분히 이세계 또는 세계의 이면으로의 여행을 연상케 하는 제목은 신비한 체험이나 경험을 그린 판타지물을 기대하게 하지만, 제목과 달리 실제 소설에 그런 내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다. 검은 고양이와 블루문이 조금은 그런 식으로 등장하긴 하나 그저 잠시 가볍게 언급되는 정도로만 그치기 때문이다.1

검은 고양이는 이야기를 주요하게 이끌거나 하는데 이용되지도 않는다. 뭔가 있어보이는 진짜 검은 고양이도 그렇고, 또한 주인공인 ‘나나’가 그렇게 이름붙인 검은색 VCR 기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괜스레 뭔가 기대를 배신당한 듯한 느낌(웃음)도 들게 한다.

전체적으로는 소년 나나의 성장을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등이 보이기 때문이다. 은근슬쩍 연애 떡밥을 뿌리기에 로맨스 분위기가 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아직 미성숙한 소년이 점차 그러한 것을 접하고 눈떠가는 성장의 일면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딱 그런 소설이라고 하긴 뭐한데, 그런 요소는 일부일 뿐 다른 이야기들과 섞여있기 때문이다. 일상물이라고 하면 그나마 모두 끌어안을 수 있을 것도 같으나, 설사 그렇더라도 때때로 무슨 얘기를 하려는건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나나와 그가 오가는 몇곳,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안물들과의 이야기에 미묘하게 모자라고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 있어서 더 그렇다. 은근히 떡밥을 뿌리지만 그걸 이야기로 잇지 않는 것은 이야기가 부족하단 느낌을 준다. 등장인물의 나이나 시대상 등이 섞여있는 모습은 뭔가 이상하단 느낌을 받게 한다. 나나가 편의점에서 직접 담배를 사서 피는 성인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하는 것이 특히 그렇다. 대부분의 대화는 물론 직업체험을 하는 등 하는 건 어린아이처럼 그린 것과도 다르고, 드래곤볼이나 VHS와 DVD 얘기와도 좀 안맞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현실과 회상(또는 망상)이 섞여있나 싶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좀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다. 어떤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보아도 불필요해서 이건 왜 있는건가 싶은 것들이 걸린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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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 1
혜범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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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은 반야심경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줄여서 반야심경은 대승불교의 진리를 압축해 담았다고 하는 불교의 대표 경전이다. 그만큼 나라를 불문하고 불교계에서 많이 독송하며, 불교와 연이없는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하여 이것만큼은 들어본 적이 있거나 또는 외우기도 할만큼 대중적인 경전이기도 하다. 사자성어로 잘못 알고있는 ‘색즉시공(色卽是空)’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 소설은 그 반야심경을 주제로 한 것인만큼 당연히 불교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주인공 역시 스님이다.

보통 스님이라고 하면 속세를 떠나서 산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소설 속 주인공은 오히려 일반인들로서는 겪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겪는다. 심지어 그가 겪는 일들은 하나하나 다 강렬한 것들이라서 그의 고뇌를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이런 기구한 사연은 오히려 그가 그런 것들에 굳이 연연해 하는 것을 허탈하게 느끼게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그의 깨달음에 박차를 가한 모양새가 좀 아이러니하다.

주인공이 다양한 일들을 겪다보니 소설을 꽤 읽을 거리가 있는 편이다. 여러 인물들이 서로 얽혀있는 모양새도 나름 흥미롭다. 그러나 그게 순수하게 재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소설 여러곳에서 불교 교리나 경문을 얘기하기도 하는데다 대사를 포함해 의외로 많은 문장들이 옛스럽게 쓰여져 잘 안읽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소설로서의 이야기와 불교적인 내용 모두를 놓지 않고 나름 잘 이끌어가기 때문에 불교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반야심경 해제도 실어두었는데, 번역이나 그 의미에 몇몇 논란도 있는 경전인만큼 실제 스님의 해제는 이에 대한 보다 실제적인 이해를 더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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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패브릭 dear fabric - 프로세스를 이해하며 만드는 패브릭 굿즈 제작 가이드
임은애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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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패브릭’은 패브릭 굿즈 제작을 위한 정보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몇몇 패브릭 굿즈 제작을 위한 도안과 제작 과정, 그리고 각 과정을 위한 바느질법 등을 소개하는 그런 책과는 좀 거리가 있다. 단순히 개인의 취미생활로서가 아니라 상품으로서 패브릭 굿즈를 만들 때를 기준으로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상품(또는 경품) 제작을 염두에 두고있지 않다면 좀 과한 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업자들이나 참고할만할 엄청 뻑적지근한 내용들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패브릭 굿즈를 만들때에 일반적으로 거치는 전체 과정을 설명하고, 각 과정에서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정보와 유용한 팁 등을 다루기 때문에 꼭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

특히 패브릭 굿즈의 재료인 섬유, 원사, 원단, 그리고 부자재 등에 대해서 설명하는 2장은 초보라면 꼭 정독해야할 것들이다. 어째서 패브릿 굿즈가 각각마다 다루는 방법이 다른지도 알 수 있고, 때때로 만나볼 수 있는 더운 여름옷이나 추운 겨울옷이 왜 만들어진 것인지도 짐작해볼 수 있다.

패브릭 굿즈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점에서 이 책은 꼭 굿즈 제작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현대인 중에는 옷을 쫄아들게 만들거나 하는 실수를 하는 사람도 많은데, 패브릭 굿즈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다림질이나 세탁 방법에서 실수해 기껏 산 굿즈를 망치거나 하는 일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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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랜드 라임 청소년 문학 50
마틴 쇼이블레 지음, 김완균 옮김 / 라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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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조금 아쉽지만 현실감있는 팬데믹 이후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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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랜드 라임 청소년 문학 50
마틴 쇼이블레 지음, 김완균 옮김 / 라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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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쇼이블레(Martin Schäuble)’의 ‘클린랜드(Cleanland)’는 팬데믹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팬데믹은 SF 소설에서 디스토피아의 계기로 흔히 차용하는 소재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그린 미래상도 그렇게 낯설고 신선하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좀 더 숨막히고 소름끼치는 느낌이 드는데, 좀 더 상상에 의존했던 예전과는 몇가지 달라진 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을 위한 규칙이나 장치들이 현실적이고 꼼꼼하게 그렸다는 게 그 하나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러 보건을 위한 장치들은 비록 조금 더 강화되었고 미래적인 상상력이 덧붙기는 했지만 대부분 현재도 시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역 절차들을 거의 그대로 살린 것이다. 그래서 그 효용성은 물론 그것들을 일상적으로 시행했을 때의 불편함도 쉽게 와닿는다.

또 하나는 우리가 현재도 공중보건에 신경쓰는 팬데믹 시대를 겪고 있다는 거다. 때문에 소설 속 이야기들이 자연히 현실에서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이 꽤 높은 몰입감으로도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방역 방식에서 발전한 형태의 보건 시스템을 그려낸 건 참 좋은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강력한 공중보건의 추구가 무엇을 가져올 것이며 반대로 무엇을 잃게 만들 수 있는지도 꽤 잘 담았다. 견고한 사회가 주는 안전성과 그것이 불러올 수 있는 악영향도 그럴듯하며, 인간을 위해 만든 시스템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나, 자유와의 대립같은 나름 고전적인 구도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를 통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의미있다.

다만, 이야기로서는 조금 아쉬운데, 어설픈 부분들이 여럿 눈에 띄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을 급작스런 만남으로 급격하게 끝내버린다던가, 난데없는 반전으로 목적이 상실되어버리는 (그래서 허탈해지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단점이다.

엄마,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도 좀 부족해서 몇몇 부분에 의문을 남기는데, 이게 이야기를 뭔가 이상(또는 엉성)하다고 느끼게 한다.

엔딩 역시, 제 아무리 복선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간의 전개와는 좀 동떨어진 것이어서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억지스럽게 붙인 느낌도 든다. 아니, 막말로, 그럴 거였으면 혼자 왔으면 안됐지 않나.

조금만 더 보충하고 가다듬었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 아쉽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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