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물거품 안전가옥 쇼-트 8
김청귤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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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은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동성애와 여성문제를 담아낸 소설이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안전가옥에서 주최한 2019년 여름 원천 스토리 공모전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걸 약 1년 6개월에 걸쳐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이야기로 개작함으로써 이렇게 하나의 소설로 완성이 된 것인데, 아쉽게도 그 결과가 썩 좋지만은 않다.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먼저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지 않다. 인어공주를 다르게 그린 것은 나름 신선하다 할 수 있으나 그것은 단지 마녀와 인어공주의 관계라던가 하는 아주 사소한 부분일 뿐, 딱히 모티프라고 하지 않아도 될만큼 둘의 연관성은 적으며 환생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구도를 갖고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크게 흥미를 끌지 못한다.

환생을 반복하면서 이들의 환경이나 생각 등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그리 잘 묘사되지 않았다. 이전의 시행착오로 인해 다르게 행동하는 듯이 그리기보다는 단지 환생으로 인해 달라진 점들이 있고 그래서 단지 그런 길을 가지 않은것처럼 퉁치기 때문이다. 환생은 이런 이들의 매 회마다 달라지는 기조를 간편하게 넘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또한 그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악수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아쉬운대신 그럼 메시지는 확실하게 담았느냐. 그것도 썩 그렇지 않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두가지로, 동성애(특히 레즈비언)와 여성문제이다. 저자는 소설에서 그것을 단지 갈등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장치로 단순하게 사용했다.

심지어 이것들이 여전히 사회에 퍼져있는 그런 시선들을 비판하는 것이라고도 하기 어려웠던 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태도 등이 지나치게 편협하고 치우쳐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걸 매회마다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이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억지스러움을 느끼게 하며 피로감 역시 느끼게 한다.

이런 문제들은 이야기의 마지막으로도 그대로 이어진다.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심지어 그 선택은 그들을 그렇게 몰아세웠던 사람들의 말이 결국엔 옳았다는 것인지 당황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건 개인의 마음과 의지가 아니라 사회적인 위치와 책임이라고? 여자이기 때문에 당했다고? 그럼에도 무녀는 너희를 위해 희생한다고?

마치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 이야기가 일기에 토해낸 듯 녹아있는 면모는 지나치게 치우쳐진 마을사람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과 섞여 저자가 당초 하려고 했던 것 같은 메시지마저 흐리게 만든다.

이야기 자체는 애초부터 어느정도 의도하고 쓴 것인 듯한데, 차라리 짧막하면서도 확실했던 원래 단편의 것이 훨씬 나아보인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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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줄 도토리숲 알심문학 3
에릭 월터스.캐시 케이서 지음, 위문숙 옮김 / 도토리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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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월터스(Eric Walters)’와 ‘캐시 케이서(Kathy Kacer)’의 ‘끊어진 줄(Broken Strings)’은 차별 문제를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 담아낸 소설이다.

홀로코스트와 9.11테러를 담아냈다고 것은 이 소설이 꽤나 무거우리라는 것을 예상케 한다. 각 사건이 워낙에 많은 문제와 사상자를 냈으며, 그것이 남긴 상처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들은 이야깃거리가 무거운만큼 어느 정도는 마치 경험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것처럼 끼워 넣으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관련 이야기를 축소하지도 않았지만 또한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실제에 기반한 이야기를 담아 그것들을 사실적으로 알 수 있게 했으며 관련자드를 등장시킴으로서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겼는지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그것들에 마냥 휘둘리지만은 않고 소설만의 이야기 속에 담아낸 것이 좋았는데, 주인공들이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한다는 줄거리를 통해 소설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이 큰 괴리를 보이지 않게 한 것도 좋았다. 이는 또한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쩌면 자신과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 오래전 이야기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입할 수 있는가도 설명해준다.

그런 점에서 홀로코스트와 9.11테러를 연결하는 것도 참 적절했다. 유사 경험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을 차별이라는 공통분모로 묶고, 현대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연결함으로써 일부 현대인을 그런 사람들과 별 다를바 없다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애초에 그러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쓴 소설이라서 다소 강조되는 면이 있기는 하나 역사와 그것들을 통해 생각해봐야 할 것 등을 이야기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 것은 이 소설의 장점이다. 덕분에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으며, 그것은 저자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한 공감으로도 이어진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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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0
차민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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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철학자들’은 덕질을 서양 현대 철학으로 분석하고, 덕질로 서양 현대 철학을 이해할 수 있게 풀이한 책이다.

제목만 보면 상당히 가벼운 책처럼 보인다. 덕질이란 게 워낙에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덕질 90%에 철학 10%를 섞어 흥미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덕질 10%에 철학 90%의 함량을 가진 꽤나 본격적인 철학책이다. 당연히 철학 용어와 개념이 난무하고, 그것은 때론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해해야만 하는 공부를 요구한다.

그런데도 괜히 가볍게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데 드는 예시가 고전적인 비유가 아니라 익숙한 현실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철학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할 뿐더러, 철학이라는 게 얼마나 우리네 일상 생활에서 밀접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인가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쉽게 연결짓기 어려워 보이는 덕질과 철학은 연결한 것이 은근 재미있기도 하다. 할 때는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서 한 게 아니었는데, 그게 실상은 얼마나 진지한 철학적인 행위였는지를 설명하는게 괜히 웃음이 난다. 이게 생각보다 긍정적이어서, 책을 너무 무겁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알맹이도 꽤 충실한 편인고, 서양 현대 철학을 위한 입문서로써 꽤 괜찮은 책인 셈이다.

책은 서양 현대 철학에 대해 알려면서, 그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덕질의 이유를 해소해주기도 한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덕질을 하고 그것에 진지하게 몰두하게 되는지를 알게 한다는 말이다. 막상 덕후들은 ‘아니, 난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철학적으로 파고드는 건 아닌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철학이란 그런 것들도 분석하고 해독해 진리를 파헤치는 학문이니까. 그런 점에서는 철학의 근본적인 역할도 나름 충실히 펼친 책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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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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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를 잘 꼬집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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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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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소설은 꽤 익숙한 구도로 시작한다. 왕따가 있어 보이는 정황, 그 피해자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가해자의 존재.

이야기 역시 그렇게 예정된 수순으로 흘러간다. 주변 사람들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얼마나 기형적인 관계였는지를 증언하고 대외적으로는 착하고 성실한 우등생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뒤가 구리고 무서운 측면이 있었는지를 얘기하며 마땅히 이렇게 될법 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뻔해보이는 구도, 그리고 마치 먹이감을 구석에 몰아넣는듯한 기조는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그러한 방향으로 치우치도록 만든다. 그동안 가려져있던 가해자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에게 엄격한 철퇴를 가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 레일에 당신은 얼마나 올라타지 않을 냉철함과 인내심이 있느냐고 저자는 묻는다.

그렇다. 이 소설은 전혀 진실의 살아있음을, 정의가 있어 마땅함을 주장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얼마나 쉽게 호도되고 묻힐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나름 잘 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저자의 함정은 냉큼 빠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까지는 인정하겠다만, 또한 얼마나 얄팍한 가정하에 올라있는 것인지도 분명히 알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혀 사실과 증명할만한 것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없이 오로지 여론몰이에만 집중하는 사회와 인간들의 모습은 그저 계속해서 불편하고 기분나쁘다. 대체 진실은 어디로 갔는가 싶어서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전혀 말도안되는 일이라고는 결코 단언하지 못하겠다. 이미 유사한 실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제껏 한번도 그런것들에 속지 않았다고는 못하겠다. 그래서 찝찝하고 쓰지만 꽤나 현실적인 꼬집음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훗날 얼마나 어리석었는지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난 후에도 전혀 반성없이 또 다시 그런짓을 되풀이하는 현실을 소설은 마치 냉정하게 비웃는 것 같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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