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섹스/라이프 2
BB 이스턴 지음, 김보라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BB 이스턴(BB Easton)’의 ‘스피드(Speed: A 44 Chapters Novel Book 2)’는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44 Chapters about 4 Men)‘의 스핀오프 소설 두번째 권이다.



2권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아니, 아무리 1권에서 나이트에 대한 서사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생각하긴 했다만, 그렇다고 그걸 이런 식으로 채우기 바랬던 건 아니었는데. (웃음)

그렇다보니 정작 이번 권의 메인이어야 할 할리와의 로맨스에 잘 집중이 안되기도 했다. 그만큼 나이트의 존재감이 엄청났었던데다가, 심지어 계속해서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 네명의 남자들 중에서 누가 가장 소설화하기 난처하지를 꼽는다면 그건 단연코 할리가 될 거였다. 왜냐하면 원작의 할리는 각종 안좋은 점을 고루갖춘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기 때문이다. 제정신일때가 드문 약물중독자에다가, 경제활동도 제대로 안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존성향까지 심한데다,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따윈 눈에 씻고 찾아봐도 없을만큼 무대포적이기까지 해서 잘못해서 엮이기라도 하면 상당히 골치아픈 상황에 처하기 쉽다.

작가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리메이크에 가까웠던 나이트와는 달리 할리는 아예 바닥부터 다른 캐릭터를 가져왔다. 좀 더 사실에 가까운 녀석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까운 녀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자동차광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는데, 이게 당연히 약물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겠거니 했던 제목의 의미마저 가져가 마치 제대로 멀쩡한 인간인 것처럼 나온다. 좀 변태적인 것만 빼면 말이다.

그래서 언뜻 무난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처럼 보인다.



* 주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있으니 주의 바란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지. 이번에도 여지없이 할리를 악당으로 변화시킨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변화가 전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불법 무기류를 다룰 지언정 마약과는 무관해 보이던 인물이 갑자기 왜 마약에 쩔어 살게 되는지도 그렇고, 로맨스 소설속에나 나올 것 같은 스윗가이가 불한당이 되는 것도 그 사이를 매워줄 서사없이 극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냥 캐릭터가 바뀐듯 보일 정도다.

이런 뒤섞인듯한 느낌은 이야기 전체에 퍼져있다. 비비가 계속해서 나이트를 쓰레기에 미친놈이라고 욕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물론 후반에 급 쓰레기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가 좋아 줄을라고 그래놓고 이 급작스런 태도 변화는 뭔가.

심지어 그게 일관되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혼자 있을때나 할리와 있을 때는 마치 쓰레기 버전 나이트가 있었던 것처럼 굴다가, 막상 나이트를 만나고나면 로맨스 버전 나이트가 맞다는 듯이 오락가락한다.

애초에 원작에서도 조금 다른 두 버전의 나이트가 있었고 스핀오프 소설을 내면서 한가지 버전이 더 생겨서 그런가 어째 작가도 헷갈려 하는 것 같다. 혹시 이걸 일종의 계속되는 반전처럼 생각하며 일부러 그래논 거라면 제대로 실패한거지.

주인공 비비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만 보인다. 마치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굴더니 카센터 미남을 보고는 ‘어맛! 내 스타일!’하며 사랑에 빠져다는 것도 그렇고, 남자가 무슨 짓을 하든 뭐든 해주는 쉬운 여자처럼 구는 것도, 매일 남자와 그런 것만 생각하고 술과 약을 하며 돌아다니면서 우등생이라는 것도 뭔 하나 납득이 가는 것이 없다.

그렇게 할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걸 독자도 납득할 수 있게 충분한 묘사로 풀어냈어야 했는데, 기껏 내뱉는 건 PTSD라는 한마디 뿐이라니. 그걸 내세운다고 저런 것들이 한번에 해결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주요 캐릭터 두명이 이렇게 이상하다보니 자연히 로맨스도 전혀 몰입이 안된다. 포르노를 연상케 할만큼 수위가 올라간 애정신도 그저 야하기만 할 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좀 제대로 된, 그래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오직 나이트 하나였다. 급작스럽게 망가지고나서도 그는 꿋꿋이 캐릭터의 기본을 지켰고, 그래서 때로는 뜨악할지언정 애틋함을 느끼게도 한다.

할리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에서 남는 게 나이트 뿐이라는 것도 이야기 구성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이러면 굳이 각 권에서 개별 캐릭터를 내세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스핀오프 소설 1, 2, 3, 4권으로 단순 넘버링 하는 게 낫지.

이상한 문장과 오타가 많은 것도 여전해서, 편집 역시 아쉽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스트 오퍼
주세페 토르나토레 지음, 이현경 옮김 / 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진한 여운이 남는,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지는 원작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스트 오퍼
주세페 토르나토레 지음, 이현경 옮김 / 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쥬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의 ‘베스트 오퍼(La migliore offerta)’는 동명 영화의 원작 소설에 가까운 글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이면 원작 소설이지 가깝다는 건 무슨 말이냐. 그건 애초에 이 글이 읽히기 위해서 쓰인 게 아니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영화를 만드는 거였고, 그를 위해 쓴 일종의 시놉 초고같은 것이었으므로 영화를 만든 시점에서 그 목적을 다하고 그대로 없어져도 그만일 것이었다.

그것이 우연히 기회를 얻어 다른 사람의 눈에 띄게 되고 이렇게 출간까지 하게 된 것인데, 그렇다보니 영화의 원작에 가깝긴하나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고 소설로 썼던 것이 아니라서 소설이라 하기도 좀 애매하다는 거다.

실제로 이 책은 소설이라기엔 부족해 보이는 면이 있다. 마치 축약본같은 형태라는 게 그 하나다. 그래서 몇몇 전개는 말 몇마디로 생략하기도 하고, 주요 장면에서 대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기도 한다. 애초에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 줄거리를 전달하려는 목적에만 충실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서문에서도 길게 썰을 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읽기 좋은 소설같기도 하다. 서술적인 면에서는 비록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이야기의 기본적인 구성은 모두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경매사와 의문스러워 보이는 상속녀가 만나게 되어 서로 끌리다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흥미롭다. 거기에 경매사가 비밀리에 모으는 여인 컬렉션이라던가, 가치가 기대되는 자동인형의 조립, 저택 처분이나 둘의 미래 등의 요소들도 재미를 더한다.

다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이야기의 결말과 엔딩도 꽤 대단하다. 그것마저도 짧은 문장으로 서둘러 끝나고 말지만, 여운은 진하게 남는다.

여러 부분에서 절로 부족함을 느낄 뿐 아니라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면서 영화 어울리는 시나리오라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 영화도 꼭 챙겨봐야겠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통령 정약용 - 시간을 거슬러 온 조선의 다빈치,‘실학 21’로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에 서게 하다
윤종록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대통령 정약용’은 다산 정약용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소설로 적어낸 책이다.

일단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기는 하다만, 보통 생각하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 자체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다산 정약용이라는 인물과 그가 쌓았던 학문인 실학을 살펴보고 그것을 현대 대한민국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보는 것에 가깝다. 그를 통해 실학이나 실학적 정치라는게 뭔지를 살펴보고, 그에 기반하여 어떤 정치를 해나가야 하는지를 설파하는 일종의 인문서 또는 자기계발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걸 타임슬립한 과거의 정약용과 그를 추앙하는 사람 등을 통해 꽤 재미있게 풀어냈다. 어쨌든 결국에는 저자의 상상을 담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다산이 직접 쓴 문잔들도 많이 인용했고, 그렇지 않은 부분 역시 실제 다산의 저서 등에 나온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통해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알아보게 된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현대에 왔다고는 하나 작품속 정약용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사람이고 그래서 과거의 경험이 기준으로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게 묘하게 현대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좀 재미있다. 의미있는 가르침이란 쉽게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과거나 현재나 (어쩌면 미래에도) 비슷한 문제들에 봉착하는 것을 보면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작품 속 이야기는 조금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건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좋아보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어떤 미래를 맏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2 - 호랑이를 사랑한 사자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2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서지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냐 슈테브너(Tanya Stewner)’의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2: 호랑이를 사랑한 사자(Liliane Susewind #2 Tiger küssen keine Löwen)’는 릴리 수제빈트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전권이 특별한 힘을 갖고있는 릴리를 소개하고 그녀가 동물원에서 일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면, 이번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동물원에서의 통역사 일을 해나가는 것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일은 상당히 본격적이기까지 하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그 특수한 환경상 여러가지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환경부터가 그들이 살아오던 곳과 다를 뿐더러 인간들이 빈번하게 출입한다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이지 않은 환경과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인간이라는 조건은 동물들에게 꽤나 심각한 문제들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럴 때 릴리처럼 서로 말이 통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문화가 다르고, 엄격하게 말해 말이 통한다기보다는 의사가 통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막상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퍼뜩 와닿지 않기도 하는데 그건 심지어 릴리가 아직 많은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라 더 그렇다.

그렇다보니 단서들을 추리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과정도 꽤 볼만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단어를 익히는 것도 꽤 잘 그려서 아이들에게 재미와 유익을 함께 주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사자와 호랑이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분히 동화적으로 보이기도 한다만, 실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전혀 허황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렇게 많이 고민했는데, 너무 쉽게 해결되는 감이 있다. 동물들끼리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도 얽혀있는 문제다보니 더 그렇다.

이 시리즈가 일종의 동화인 만큼 그런 해소도 썩 나쁜 것만은 아니나, 그래도 조금만 더 현실성도 챙겼으면 더 좋았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