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입원했습니다 - 요절복통 비혼 여성 수술일기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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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입원했습니다’는 수술 투병기를 담은 만화다.


이 책은 딜리헙에서 ‘얼렁뚱땅 병상일기‘란 이름으로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만화는 연재할 때부터 4컷 만화가 이어지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덕분에 컷 구성만 조금 바꾸었을 뿐 거의 거의 그대로 책 형식에 맞게 바꿀 수 있어 자연스럽다. 다만, 세로로 길게 나열하여 한쪽에 2개씩 싣는 일반적인 4컷 만화의 출판 형식을 따르지는 않았는데, 그 덕에 책에 여백이 꽤 많은 편이다.

만화는 때론 불쾌할 정도로 사실적인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중간중간 가벼운 장난이 섞인 코미디가 들어가있어 굉장히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려운 점은 내용 역시 마찬가지여서, 단순히 난소내막종과 그로 인한 투병기만을 그리지 않았다.

만화에는 여성의 질병에 대한 다소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 편견이나 부인과에 출입하는 여성을 향한 시선, 불필요하게 쏟아지는 관심과 그에 반해 전혀 쓸모라곤 없는 성교육이나 몸에 대한 무지, 힘들게 살아가는 을 관계의 직장인과 그들이 받는 불합리한 처우라던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 등에서의 인간관계나, 병원(특히 대형 병원)에 한번이라도 가 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거지같은(욕나오는) 시스템 문제 등 상당히 여러가지 것들을 두루 담고있다.

이것들은 모두 큰 주제인 투병기와 주인공의 인간관계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분량 뿐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정도도 그렇다. 만화의 형식이 4컷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내용들은 잘 읽히는데다 공감도 잘 되며 해당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이렇게 묵직한 내용과 주제를 담고있으면서도 재미 또한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 재미야말로 만화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과하지 않은 가벼운 코미디는 분위기를 환기하여 웃으며 볼 수 있게 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것들을 가볍게 흐트러뜨리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밸런스가 잘 잡힌 만화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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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
이주경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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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는 귀여운 마녀의 사랑스러운 실수담을 담은 그림책이다.

책 속 마녀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검은 고양이 네오보다 겨우 몇배 더 큰 아직은 어린 마녀, 일컨데 초보 마녀다. 그래서 그런지 당찬 포부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계속 실패하기만 했다.

주인공 마녀는 사람들을 무섭게 하고 싶다. 왜냐하면 마녀니까. 그를 위해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 등 열심을 다 하지만, 무섭고 멋진 마법을 쓰는 마녀가 되는 길은 좀처럼 쉽지 않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 오는 할로윈 때는 제대로 된 마법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녀의 검은 고양이 네오는 이번에도 아마 실패하지 않을까하고 짐작한다. 그러면서도 전혀 그걸 아쉬워하거나 그런 마녀를 안타까워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아마도 얼마든지 실패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마법 자체가 실패하지는 않는 걸 보면, 혹시 뒤에서 그렇게 실패하도록 은밀히 마녀의 마법을 건드리고 있는 건 아닐까.

마녀는 결국 아이들을 무섭게 하는데에는 실패하지만, 여전히 멋진 마법을 선보인다. 꼬마 마녀만큼이나 귀여운 마법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서 오히려 무서운 마법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귀여운 마녀의 귀여운 실수를 귀엽게 잘 살려담은 그림책은 보고있자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밝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낸 그림도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화면 구성 면에서는 좀 아쉬운 점도 있으나, 아직 어린 학생인 저자가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다음 작품도 기대해볼 만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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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헌터
노은희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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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헌터’는 세 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사냥과 박제, 종교 등 조금씩 다른 소설을 생각나게 하는 요소가 있어서일까. 분명히 별개인데도 불구하고 세 소설에서는 묘한 일관성이 느껴진다.

그것은 각 작품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록작들은 모두 상당히 음울한 편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어떤 결핍을 갖고있으며, 심지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알아채거나 쉽게 채우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마냥 그러함에만 절어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끝에는 모종의 변화를 보임으로써 모종의 희망을 엿보이게도 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설사 조금은 어긋나 있거나, 일발의 행위로만 그칠 수도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면모는, 결국엔 끝내 회복되지는 못하리라는 느낌을 남기는 ‘트로피 헌터’에서보다 관계의 지속과 호전을 암시하는 ‘부활’이나 나름 큰 변화도 기대해볼만 하게하는 ‘똘뜨’에서 더 두드러진다.

그에 맞춰 종교색도 더 진해지는 게 재미있는데,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의지할만한 초월적인 존재를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은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경험이나 이해가 없다면 쉽게 공감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상황은 얼핏 특수해 보이지만 의외로 평범하고 대중적인 것들을 이야기를 품고있다. 그래서 이들이 보이는 관계과 집착 등은 독자에게도 자신은 어떠한지 돌아보게 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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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새 미래의 고전 62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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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새’는 3차원 지구에 온 4차원 왕자 눈새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눈새’는 4차원에 있는 ‘눈나라’의 왕자다. 그가 사는 눈나라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도 할 수 있는, 어떤 슬픔이나 고통도 없는 세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꿈이라는 것도 없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날 꿈이라는 것에 대해 듣게 된 눈새는 과연 꿈이란 무엇인지 알고싶어 3차원으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자기의 살아 생전에 단 한번밖에 없을 왕복 기회가 곧 온다는 것을 알게되고는 많은 위험이 있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3차원 세계로 가게된다.

3차원 세계에서 눈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꿈은 때로 잘 때 꾸는 것으로 단순하게 얘기되기도 하지만, 대게 누군가가 이루고 싶은 것이나 갈망하는 것을 일관되게 일컫는다. 그렇기에 그것은 때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을 말하거나, 잃어버려서 찾을 수 없는 것을 반어적으로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꿈이 없는 세계에서 온 눈새는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좀처럼 꿈이란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그이기에 그가 이야기의 마지막 사건을 통해 비로소 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것은 일관성이 있다. 꿈과 이상향, 그리고 그것을 향해 나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무려 스스로가 시간이어 결코 시간을 놓치는 일이 없는데다 3차원으로 올 때 보여주었던 것처럼 차원간 이동을 위한 방향을 맞추는 것도 빈틈없이 해낼 만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눈새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실수를 하게 된다고 하는 것은 좀 느닷없다. 최소한 4차원 인간이 생각하지 못할 (또는 간과하기 쉬운) 우연이라도 겹쳐서 그렇게 되었다면 나았으련만. 아쉬운 마무리는 완성도에도 아쉬움을 남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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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몽냥처럼 - 웹툰보다 더 내밀하고 사랑스러운 몽냥 에세이
몽냥 이수경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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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몽냥처럼’은 인스타툰 작가의 보다 깊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사랑, 참 달콤한 말이다. 그건 사랑의 결실 중 하나라도고 할 수 있는 결혼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적인 생각은 거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 국가의 출산 장려 캠페인이나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부류의 동화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실제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은 그러한 것들과는 꽤 거리가 있다. 그래서 어쩌면 실제 현실의 것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크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많은 기혼자들이 농담처럼 혼자 사는 건 그만의 매력이 있다느니 하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도 왜 여전히 판타지스러운 사랑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 걸까. 단지 그게 계속해서 먹히는 (말 그대로, 일종의 정형화된 장르로서의) 판타지이기 때문일까.

놀랍게도 꼭 그렇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사랑을 다룬 이야기들을 상당수 (긍정적인 부분 위주로) 정제되어있고, 그것들이 가져오는 기쁨이나 행복을 다소 과장되게 그리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역시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몽냥툰이라는 일종의 결혼 판타지를 그리고 있는 작가의 이 만화보다는 조금 더 차분한 에세이는, 현실 사랑이 갖고있는 두가지 면과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작은 생각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소위 ‘성장’이나 ‘성숙’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거나, 또 다르게는 ‘존중’이나 ‘배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마치 선물처럼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변화나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랑이 상호 노력이 필요한 것이란 걸 알게한다. 새삼 아, 그래서 이런 제목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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