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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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엔리케스(Mariana Enríquez)’의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Los peligros de fumar en la cama)’는 저자의 대표적인 공포 단편들을 담은 소설집이다.



익숙한 호러 소설집을 생각했다면 좀 물음표를 띄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벗어난 불안정함 등으로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나, 혐오스럽거나 끔찍한 것을 통해 생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 혹은 나에게도 닥칠 수 있으리란 현실 가능성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하던 기존의 익숙했던 호러 소설들과는 꽤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딱히 긴장감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배재한 채, 마치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라도 되는 듯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 자체에서는 쉽게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 편이다. 오히려 보통의 호러물이었다면 공포감을 느꼈어야 할 대상에게 안타까움이나 안쓰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이야기에 인간들의 이야기가 꽤 진하게 녹아있는 것도 특징이다. 때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문화나 역사를, 또 때로는 사회의 일면을 담아낸 이야기는 소설이 단순히 이형의 존재들로 인해 벌어지는 호러물이 아님을 알게한다. 현실의 연장에서 벌어지는 각박함이나 뒤틀림, 그를 통해 느껴지는 고통 등은 몇몇 이야기를 다분히 사회 비판적인 소설로도 읽히게 한다. 아마 이런점이 무엇이 공포스러운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은 한국인에겐 다소 낯선 라틴아메리카의 일면들을 담고 있기도 한데, 얼핏 비슷해보이면서도 낯선 이야기들도 꽤 흥미롭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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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허즈밴드
김류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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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허즈밴드’는 작은 인연을 이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땐 뭔가 비밀스런 사연이 있는 남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소설인 줄 알았다. 그랬다가, 영문 제목이 ‘Secret Husband’가 아니라 ‘Secret Her’s Band’인 것을 보고 ‘아, 비밀스럽게 음악 밴드 활동을 하는 이야긴가 보다’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데, 막상 소설은 처음 생각에 가까워서 좀 당혹스러웠다.

의아한 제목 못지않게 이야기 전개에서도 중요한 부분들에 꽤 허술한 점들이 많이 보인다. 비교적 가볍다고 할만한 접촉사고에 무려 기억상실까지 잃으킨다는 것도 그렇고, 생면부지의 사람을 선뜻 혼자 사는 집에 덜컥 들여놓는다거나, 모든 것이 크게 어그러질 수도 있었을 때 그것을 틀어막는 것도 그리 현실성(실제로 그럴듯함)이 없다. 어쨌든 대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떻게 하지 못할 문제들이 이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과 투닥거림이나 직장에서의 일, 때에따라 이랬다 저랬다하는 주인공의 인간관계라던가, 기타 인물들(특히 제니스)의 행동 역시 잘 이해되지 않는 의아함을 남겨 마뜩지 않다.

이는 저자가 그것들을 확실하게 해소하지않고 은근슬쩍 넘기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런 점이 이 소설을 다소 비현실적이고 주로 낭만적이며 세세한 서사와 짜임보다는 전체 흐름과 둘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란 걸 알게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꽤 볼만했는데, 나름 분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막히는 부분없이 잘 읽히기도 할 뿐더러 주인공인 ‘진미’를 중심으로 마치 운명처럼 엮여있는 인연과 인간관계, 그리고 여러 일들을 겪으며 발전해가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나름 잘 그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장면 묘사나 이야기 전환이 마치 TV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시각적이고 흥미를 잘 유지한다. TV드라마의 극본 작가라서 확실히 그런 쪽에선 강점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너무 꼼꼼하게 따지기 보다는 적당히 가볍게 볼만한 로맨스로는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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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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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은 이효석의 주요 작품들을 담은 소설집이다.

이효석의 작품은 대게 교과서를 통해서, 추천도서의 하나로서 처음 접하게 된다. 학교 공부의 연장으로 읽는 것이기는 하다만 덕분에 (어쩌면 쉽게 접하지는 않을) 작품을 접할 기회를 얻게되고, 더불어 학습이라는 명목하게 작품을 분석하며 더 깊게 들여다보며 나름 빠지게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그의 작품을 다시, 다른 작품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게 엮여나온 소설집은 반가울 만하다.

소설집엔 표제작인 ‘메밀꽃 필 무렵’ 외에도 6개의 단편과 장편이라 할 수 있는 ‘화분’도 실려있어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것들을 두루 읽어볼 수 있다.

수록 소설은, 솔직히, 그리 읽기 편하지는 않다. 그가 써낸 문장들이 소설로서는 조금 독특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국어가 그가 소설을 쓸 무렵의 것과는 좀 다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의 소설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도 곧잘 나오는데, 어느 정도는 앞뒤 문맥으로도 유추할 수 있기는 하나 그래도 그것들은 읽을 때 좀 걸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도 엄밀히 따지자면 그리 치밀하지 못하다. 설정이나 이야기의 전개에서 의아함을 보이는 것도 있으며, 그 중에는 명백한 오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소설가로서 유명한 것과는 달리 정작 평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이런 점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나름 잘 전해지는 것이 신기하다. 정확한 사실관계나 잘 짜인 구성은 아니더라도 어떤 흐름이나 느낌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는 의외로 잘 느껴지는 편이다. 어쩌면 이런 감성적인 면모가 이효석 소설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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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개의 바다 : 바리
정은경 지음, REDFORD 그림 / 뜰boo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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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개의 바다 : 바리’는 바리데기 설화를 현대적으로 다시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의 원전인 바리데기 설화는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설화 중 하나다. 시련을 극복하고 대성을 이루는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의 틀을 갖추고 있으며, 저승이라던가 부활이라던가하는 판타지 요소도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 큰 틀을 차용하거나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작품도 많다.

이 소설은 그런 ‘영향을 받은’ 것들과 달리 아예 바리데기 설화를 그대로 가져와 다시 쓴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부분들을 현대적으로 바꾸었는데, 그걸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잘 그려낸 느낌이다. 현대의 기계들을 조금 다르게 구현해놓은 듯한 장치들이 있는 13층으로 이루어진 저승 바다도 나름 흥미롭고, 그곳을 바리가 아닌 그의 어미 공덕이 해쳐나간다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주인공이 주요한 역할을 가져가면서 원전의 주인공이었던(그리고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바리가 소홀해지지 않는 것도 좋다. 그녀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유와 계기이기도 하며 주요한 장면에서도 활약을 함으로써 이야기 전개는 공덕이 하나 바리 역시 여전히 주인공 중 하나임을 느끼게 한다.

현대 소설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야기의 완성도에는 좀 아쉬움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동화적인 이야기라 그런지 몇몇 부분을 설렁하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 원전 속 바리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얘기를 꺼낸 것도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소설 속 바리 역시 딱히 별 다른 당위성 없이 오히려 더 치기어린 이유로 행동하는 것 같아 아쉽다.

연출적인 면에서 다소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나 통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좀 아쉬웠다. 이런 묘사는 소설을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처럼 느끼게도 하나, 단편적인 장면에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기위한 영상적인 표현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은 그것이 다분한 과장되어있기에 역시 좀 이상하고 글만이 가진 맛 역시 포기하는 것이라서 결론적으로는 그리 좋지 않다.

제대로 퇴고되지 않은 이상한 문장이 많은 것도 아쉽다. 앞뒤를 통해 어떤 문장을 쓰려 한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되나, 좀 더 마무리에 신경썼으면 좋았겠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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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동물 도감 - 만약에 인류가 멸종한다면 만약에 도감
두걸 딕슨 지음, 김해용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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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걸 딕슨(Dougal Dixon)’의 ‘미래동물 도감(After Man: A Zoology of the Future)’은 미래에 있을법한 동물을 상상하여 담은 동물 도감이다.

먼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인만큼 단순히 현재를 길게 늘이기만 하는 것은 재미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류가 없어진 지 5,000만 년이 지난 지구’라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을 추가했으며, 그로인해 바뀌게 될 환경과 그런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좀 더 사실감있게 묘사하기 위해서 단순히 개별 동물들의 새로운 진화 모습만을 상상해보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행동이라던가 먹이사슬같은 생태까지도 일부 채워넣어 사실감을 높였다.

저자가 써낸 새로운 생물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익숙한 것은 그것들이 (당연한 얘기지만) 현존하는 생물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린 변화들은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뤄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 생물들 역시 수천년 전에 살던 생물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딱히 불가능한 변화일 것 같지는 않다. 각각의 서사를 꽤 그럴듯하게 그려냈기에 더 그렇다.

현대 생물 종을 적절히 섞어서 만들어낸 듯한 미래종들은 꽤나 흥미롭다.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미래생물이 아니라 과거 생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지구 환경 변화에 인간이 많은 원인을 제공해왔고 그것이 사라짐으로써 어느정도 과거와 같은 환경으로 돌아갔다는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새삼 적절한 느낌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모두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래도 적응이라는 진화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책 속 생물들은 꽤나 과학적이기도 하다.

다만, 어째서 그런 진화를 이뤘느냐까지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진화라는 것 자체가 워낙에 긴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일어나는데다 지나치게 많은 변수와 가능성이 있다보니 굳이 책에서와 같은 진화를 할 당위성 같은 것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나) 좀 부족해 보여서다.

그래도 그런 가능성 중 하나를 구체화하여 잘 보여주기 때문에 책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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