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L에 어서 오세요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9
클레이븐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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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L에 어서 오세요’는 FTL이라는 독점 식품 기업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SF 소설이다.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거기에 타임머신과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이 붙고, 과거에 프렌차이즈를 내는 독점 식품 기업 FTL이라던가 직원으로 부려먹기 위해서 과거에서 인간들을 납치해온다는 것 등이 붙으며 꽤 흥미로운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홀로사이트’라는 기술도 재미있다. 모든 것을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는 홀로사이트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물건을 쉽게 소지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며 심지어 상처를 치료해주기도 하는 등 거의 만능에 가깝다. 이 막강함은 간단하게 31세기라는 먼 미래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다, 가게 시설이라던가 조리문제 등 여러가지 것들을 단순화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실제로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것을 선보이면서도 3D 프린터라는 실존하는 이미지를 가져온 덕분에 SF스러움을 유지한 것은 훌륭하다. FTL의 독전 기술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은근히 비밀스런 면을 남겨둔 것도 그렇고.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라던가 좀 걸리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특히, 지나치게 막강한 이 기술을 주인공들에게 쥐어주기위해 ‘돈’이라는 제한을 둔 것은 좀 큰 악수가 되었다. 이 자체는 나름 세계관과도 어울리고 적절할 수 있는 제한이었다만, 막상 가격이나 사용빈도가 이상하게 때문에 말도안된다고 느끼게 한다. 비싸다고 그렇게 여러번 이야기하면서도 사소한 것 하나조차 모두 홀로사이트로 해결하려 한다던가, 좀 전까지 돈 없어서 못쓴다고 해놓고서 잠시 후엔 멀쩡히 잘만 심지어 여러번 쓰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지극히 경제적인 무기인 총 대신 칼을 써야하는 이유를 돈에서 찾으면서도 매번 (심지어 연습할 때도) 칼을 만들어 쓰는 등 앞뒤가 안맞고 상황과 묘사가 제 멋대로린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도 애초에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 ‘체린’을 대체 왜 데려왔는가 하는 점이나 시간여행을 주 소재로 했으면서도 패러독스를 그냥 던져놓다시피한 것, 일부 버려지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등은 완성도가 떨어져보이게 한다. 사디스트를 마조히스트라고 하는 것 같은 오류는 말할 것도 없고.

썩 설정이 꼼꼼하거나 이야기가 치밀하다고 하긴 어렵다. FTL 사가를 생각한다는데, 어쩌면 다음 소설에서 보완이 될까.

대신 액션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고, 등장인물들을 나름 뚜렷한 개성을 부여했으며, 주인공들의 활약도 확실하게 그리는 등 볼거리는 꽤 있는 편이다. 이것이 이 소설을 가벼운 모험물로는 나쁘지 않게 여기게 한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나 양심과 정의, 인권과 인간성 등을 디스토피아적 그린것도 나쁘지 않다. 과거 인물인 체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인간을 일종의 물건이나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기조를 꽤 일관되게 보여준다. 겨우 몇십년만에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된 건지, 세계관이 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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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오라클 - 36가지 신비로운 보석과 광물이 전하는 조언들
마이아 톨 지음, 송민경 옮김, 케이트 오하라 일러스트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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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 톨(Maia Toll)’이 쓰고 ‘케이트 오하라(Kate O’Hara)’가 그린 ‘크리스털 오라클(The Illustrated Crystallary: Guidance and Rituals from 36 Magical Gems & Minerals)’은 보석과 광물에서 비롯한 오라클카드와 그 설명을 담은 책이다.

‘책’이라고 하긴 좀 애매할지도 모르겠다. 설명을 담은 책과 점술에 사용할 카드가 한 세트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책을 들춰보면 안쪽에 오라클 카드가 들어있으며, 오라클 패키지는 카드와 책을 모두 손상없이 담아 보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박스 구성으로 되어있다. 세트 제품이기 때문에 카드 사용법을 알기위해 책을 사거나, 반대로 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보기 위해 카드를 사는 등 번거로운 추가 구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한즈미디어의 오라클 카드 세트가 가진 장점이다.

크리스털 오라클에는 보석과 광물에서 비롯된 36장의 크리스털 오라클카드가 준비되어있다. 책에서는 이들 각 보석과 광물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얘기하고,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것이 지닌 의미는 무엇이며, 더 나아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것들이 그저 수와 종류에 맞춰서 늘어놓아져 있는 게 아니라 각 보석과 광물의 특징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해서 생각보다 쉽게 공감할 만하다. 신비주의 뿐 아니라 현대 과학과 전통 사상도 참고해서 책을 썼다는 것은 그만큼 돌로부터 오랫동안 연상되어온 것을 정리했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마도 그게 이러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각 보석이 나타내는바가 명확하게 한가지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 두루뭉술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고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아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오라클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하는 요인이다.

대게 퉁쳐서 ‘점술’이라고 얘기하기는 하지만 오라클카드는 전통적인 점술과는 성격이 좀 달라서, 과거를 맞추거나 미래를 예언하는 것 보다는 조언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고 얘기한다.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 안정이나 스스로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다소 뻔해보이는 조언들도 오히려 일상적이라서 더 쉽게 수긍할 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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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 시리즈 1
장다영 지음, 최지규 외 그림 / 탐구인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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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벽을 오르는 사람들’은 인간과 세상을 단순화하여 표현한 ‘사람들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애초의 목표가 그렇다보니, 이 책은 일반적인 그림책과 달리 동화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둡고 씁쓸한 현실의 단면들을 꽤나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애초부터 있는자에 의해 불공정하게 나뉘어진 채 시작했다는 사회와 계층의 형성에 관한 한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일종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만, 생각보다 논리적이고 가능성 또한 높아보이기 때문에 어문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애초에 내용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약간의 비유를 섞어 다시 쓴 정도라서 더 그렇다. 단지, 계층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그 기원부터 다루었기 때문에 역사적 근거는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것 뿐이라는 말이다.

한정된 자원 독점문제, 그로 인해 계층간 갈등, 갈수록 더 심해지는 계층화, 더 높은 계층으로 가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하나 반대로 낮은 계층 사람들은 올라오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이기적인 이중잣대, 심지어 같은 계층에서 벌어지곤 하는 그룹 나누기와 차별 등은 벽이라는 사소한 비유를 추가했을 뿐 거의 현대사회를 그대로 담아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래서 더욱 계층을 벗어나려는 인간들의 발버둥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이입해서 보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 어설프게 희망이나 가능성을 넣지않고 끝까지 일관성되게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는데, 그래서 더욱 암울해 보이긴 하나 덕분에 완성도는 더 있어보인다. 그림도 단순하나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다음 시리즈에선 또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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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지성의 이야기
정아은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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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는 미투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현대에 페미니즘은 그야말로 ‘붐’이라 할 정도로 크게 일어났으며, 그 흐름에 맞춰 ‘미투’라는 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났었다. ‘나도 당했다’며 SNS 등으로 고발하는 것을 일컷는 미투는 마치 유행처럼 번지면서 여러 부작용들을 낳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무고죄다. 실제로 법적인 고소를 통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SNS나 언론에 특정인이 가해자라며 던져놓는 식으로만 미투라는게 진행되다보니, 애초에 미투가 왜 일어났는지를 잊고 마치 진짜 유행인 것처럼 ‘나도 해봤다’는 도전과제 채우듯이 묻지마 찍기 식 가짜 미투가 많이 생겨났던거다.

무고 미투는 한 인간을 파괴한다. 미투 시발 당시에 생기는 사회적 위치의 추락과 경제적 손실은 이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조회수 장사가 되는 미투와 달리 무고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아 여전히 성추행범(또는 성폭행범)이란 각인이 남기도 한다. 결국 무고함이 뚜렷하게 밝혀지더라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예도 있었으니, 이는 실로 거짓부렁으로 한 인간을 살해한 것이라 할 만하다.

또 다른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소급해야 하느냐하는 문제다. 현대 사회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선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보며, 그렇기에 법은 기본적으로 적절한 죄값을 치르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공소시효’같은 것도 그런 차원에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미투들이 이런 원칙을 무시한다.

과연 그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와 변함없이 여전한 성범죄자일까. 그것은 과연 마땅히 한 사람이 파멸당해 마땅할만한 것일까. 미투와 성범죄자, 무고죄는 늘 이분법적으로 선악이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일까.

이 소설은 뜻밖의 미투에 당한 한 평론가의 시점에서 이런 여러 문제들을 꽤 잘 그려낸다. 딱 한가지 시선만으로 선악을 나누어 단정하지 않고 미투와 관련된 여러 측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꽤 긍정적이다. 게다가 그것들을 여러 당사자들을 통해 꽤 실감나게 잘 그리기도 했다.



*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있으니 주의 바란다.



그러나, 이것들을 모두 주인공인 ‘김지성’에게 엮음으로써 일종의 반전미를 주려고 한 것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 전까지의 것들을 모두 ‘맥거핀’으로 만들어 버렸기에, 그때까지 기껏 늘어놓았던 다양한 시각들이 좀 의미없게 되버리기 때문이다. 이 역시 똑같이 맥거핀화 되어버린달까. 보는 내내 그렇게만 되지 말라며 빌었었는데.

이것은 심지어 그 후에 이어지는 지성이나 ‘유경’ 등을 통한 내용들 역시 얄팍한 자기합리화처럼 비치게 해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볼만 한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게 만든다.

지성을 무려 50대로 설정한 것과는 달리 유치하고 쉽게 기분에 휩쓸리는 등 기껏해야 30대 중반 정도나 됐을법하게 그린 것은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을 해친다. 그 연장에서 벌이는 갑갑한 행동들도 그를 더욱 어리게 보이게 한다. 공상을 의심할만큼 비현실적인 ‘채리’는 말할 것도 없다.

개별 이야기로서의 완결성도 좀 부족하다. 또 다른 반쪽 중 하나인 채리와의 이야기가 이 소설에서는 거의 제대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문만 남기다 의문스런 엔딩을 맞게하는 채리의 이야기는, 이 소설이 짝을 이루는 다른 소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의 완전한 반쪽임이자 앞권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둘 중 하나만 보는 것은 없다. 아예 안보거나, 2권까지 이어서 보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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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의 계획 VS 안중근의 반격 - 교과서가 다 담지 못한 안중근 의거
류은 지음, 이강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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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의 계획 VS 안중근의 반격’은 대한제국의 마지막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담은 책이다.

안중근 의사는 가장 유명한 독립운동가 중 하나다. 그만큼 그가 이룬 성과도 대단했거니와 그 과정에 보여준 면면들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무력항쟁으로서의 결과 뿐 아니라 의거 후 그가 재판에서 했던 발언이라던가 ‘동양평화론’ 등 사상적인 내용 역시 여럿 남겼다. 후대에 따져 보았을 때는 비록 아쉬운 점들도 보이기는 하나 이것들이 그를 더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그의 마지막 업적인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기점에 두고 두 사람이 해온 일들을 주요한 일들 위주로 정리했다. 그를 통해 이토 히로부미 등 일본측이 어떤 짓들을 해왔으며, 그게 대한제국을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뜨렸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대한제국의 무력한 모습도 빼놓지 않았다. 그 중에는 후대로선 결코 이해할 수 없을 이상한 결정들도 많아서 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아니, 그 와중에 집안싸움이나 하고 있어야 겠느냐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손바닥 뒤집듯 일본측에 붙어먹은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세부적으로는 나름 고평가해야 할 부분도 있겠고 어쩔 수 없었던 측면 역시 있겠으나 이런 것들은 대한제국이 얼마나 끝물에 있었는지를 알 것 같다.

단순하게 안중근 의사의 활약만을 얘기하지 않고 동아시아가 전란에 휩쌓이게 된 배경에서부터 얘기한 것은 당시의 상황이나 이토 히로부미 저격하고자 마음먹은 이유 등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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