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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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는 나쁘지 않은 오컬트 호러 소설이다.

식상하다고 한다면 어떤 점에선 좀 그렇기도 하다.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라는 소재 자체가 좀 그렇지 않은가. 가볍게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동화스럽게 그려진 지니에서부터 짧고 굵은 것으로는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William Wymark Jacobs)’의 ‘원숭이 발(The Monkey’s Paw)’도 있고,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신을 찾고 빌고 갈망하는 기독교 같은 것도 있으며, 심지어는 ‘바라면 이루어진다’같은 별 희안한 사상까지 다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한적한 시골마을 교회에서 제물을 바치는 꽤나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서 행해진다는 것이 다분히 고전적이라 더 그렇다.

그런데, 이런 고식한 것들이 오컬트라는 장르에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배경과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인터넷을 하고 통화를 할 수 있는 현대에서 벗어나있는 기묘한 시대감을 만들어 낸다.

이야기도 고전적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다. 전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르게 말하면 장르의 장점과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단서 같은 게 후에 어떻게 연결되지도 비교적 선명하며 캐릭터의 서사같은 것도 적절히 엮여있는 편이라 잘 읽힌다. 그래서 이야기의 큰 틀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예상하게도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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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환상 동물원 1 - 전설의 수호자와 검은 사냥꾼 천공의 환상 동물원 1
다나카 도모후미.오카 아스시 지음, 아리타 미스히로 그림, 현승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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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도모후미(田中 智章)’, ‘오카 아스시(岡 篤志)’ 글, ‘아리타 미스히로(有田 満弘)’ 그림의 ‘천공의 환상 동물원 1: 전설의 수호자와 검은 사냥꾼(天空ノ幻獣園: 伝説の守り手と黒いハンター)’은 특별한 동물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동화다.

‘환상 동물원’이라고 환상과 동물원을 띄어 썼는데, 의미상으로는 환상동물원이라고 붙여 쓰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곳은 환상적인 동물원이 아니라 환상동물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환상동물은 요괴, 신수, 영수, 몬스터(Monster), 크립티드(Cryptid) 등으로도 일컬어지는 상상의 동물을 말한다. 신화나 전설, 요괴도감, 신비동물학(Cryptozoology) 등에서 다뤄지는 많은 상상의 동물들 중 이 책 시리즈는 비교적 대중적인 것들을 선택해서 다루었는데, 아마 그 편이 환상동물에 대해 더 쉽게 호감을 가질 수 있으며 관련 신화 등 관련 이야깃거리를 다룰 수도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동물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긴 하지만 무난하게 대중적인 선택인 셈이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환상 동물원과 관계하게 된 주인공들이 새로운 환상동물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친해지며 환상 동물원에 잘 자리잡을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거기에 환상 동물원이 만들어져야 했던 이유인 빌런이 등장하면서 대결 구도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건 단순히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일 뿐 아니라 동물권과 같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신 같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같은 이들이 물리적으로 동물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자연스레 인간이 얼마든지 환상동물들에 간섭하고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밀렵을 자행하는 빌런을 등장시켜 주인공과 전통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하여 흥미를 돋구는 한편 현실에서도 문제시 되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꽤 괜찮아 보인다.

판타지와 현실 문제를 모두 적당히 잘 다루고 있는 것 같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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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미리보기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5
쿠로노 신이치 지음, 이미향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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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노 신이치(黑野 伸一)’의 ‘열일곱의 미리보기(極貧!セブンティーン)’는 십대의 살아내기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




바닥에 처박힌 것 같은 심정으로 그래도 어떻게든 미래로 향해보려고 아둥바둥 몸부림을 치며 힘겹게 살아가는 것은, 어디든 다 마찬가지인가보다.

일본 십대의, 그 중에서도 철저하게 꼴통 학교를 나와서 모두가 꺼려하는 단순 반복의 소모성 공장 노동이나 일용직 따위를 전전근긍하며 혹사당하다 올바른 보상도 받지 못한채 내팽개쳐지고도 제대로 된 항의나 주장도 하지 못한채 잊혀지는 소위 낙오자라 얘기하는 부류의 이야기를 담은 것인데도 전혀 다른 나라의 다른 환경에 처한 사람의 것처럼 낯설지가 않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렇게 일반적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화자인 ‘아쓰미’도 그렇고, 그녀의 소꿉친구인 ‘유타로’ 역시 그러하며, 아쓰미의 가족이나 그녀가 마주치는 몇몇 사람들도 꽤나 허구적이라 할만큼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런 인물들이 현실에서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의 일면을 가져와 만든 것이라서다. 그래서 더 그들의 행태가 불만스럽고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며 불편하고 비판적으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아쓰미는 좀 튀어보이는데, 그녀는 현실 비판적인 면 보다는 일종의 이상같은 것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는 현실이 결코 그렇게 비참하게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너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응원같은 것을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의 과거는 분명 슬프고 그래서 좀 신파적이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에 취하는 식으로만 이야기되지는 않으며 어느정도 현실의 연장에서 다뤄지고 있기에 그런점이 하려는 이야기나 주제를 가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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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비행 소년들 - 베일에 싸인 관리자 ‘팅커벨’의 목적은 무엇인가?
마츠무라 료야 지음, 조아라 옮김 / 할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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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무라 료야(松村 涼哉)’의 ‘어둠 속의 비행 소년들(暗闇の非行少年たち)’은 비행 청소년 문제를 그린 소설이다.

책을 펼치고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정말로 솔직한 이야기라는 거다. 마치 무슨 판타지의 비밀결사 같은 것 같기도 한 제목도 전혀 비유적인 것이 아닌 문장 그대로의 의미이며 실제 내용 역시 그러하다.

책은 비행 청소년과 그들의 갱생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행 청소년이란 아직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 않은 소위 불량아, 양아치, 일진 등으로도 불리며 인간/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그래서 소년원, 구치소, 범죄 조직에 가게 되기도 하는 아이들을 말하는 것으로, 애초에 그들을 처음부터 범죄자로 보고 구치소에 보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아직 어리기에 실수할 수 있음을 감안하고 무엇보다도 충분히 갱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단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사회 감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쪽에서는 ‘뭐 그런 것 같고 그러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그들이 잘못을 인지하고 뉘우치며 갱생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게 만들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어떻게든 갱생해 보려 해도 끊임없이 과거의 일을 다시금 들추며 더 이상 벌어지지 않으며 앞으로 일어날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일로 비난하고 그들을 사회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양극단만이 존재하는 사회에 그들을 위한 갱생의 기회는 없는 거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듯 벌어지는 몇몇 사건들을 거치며 각각이 극적으로 강화되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과연 갱생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애초에 대체 갱생이란 무엇일까.

책은 몇몇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를 위해 등장인물들의 비행을 적당한 선에 걸치게 설정하기도 했다. 딱 잘라 마냥 비난할 수도, 그렇다고 비호할 수도 없는 살짝 회색에 걸친 아이들의 방황과 선택은 그래서 더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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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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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유시(高野 結史)’의 ‘기암관의 살인(奇岩館の殺人)’은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추리 게임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사토’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사건이 그의 입장에서 기술되며, 독자들이 따라가며 이입하게 만드는 캐릭터 역시 이 인물이다. 그가 처하게 된 독특한 상황, 어쩌면 최악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르는 일을 최약자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는 그의 몸부림은 은근히 독자를 긴장시키며 또 응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또한 그의 미스터리 마니아적인 측면과 그를 통해 펼쳐내는 꽤나 전통 탐정스런 면모가 섞이면서 이 소설을 훌륭한 한편의 미스터리로 즐길 수 있게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 이 소설은 또한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도서(倒置 敍述) 미스터리의 일종이기도 하다. 탐정이 아닌 범인의 입장에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상세히 보여주고, 과연 탐정은 그걸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밝혀낼 것인가를 보는 것은 범죄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소위 본격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거기에 이 소설은 한 가지 더 재미 요소가 있다. 바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일상이 아니라 작위적으로 꾸며진 무대라는 거다. 물론 일본식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미스터리에서 범인이 그런 상황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맞지만, 여기에서는 애초에 장소부터 인물까지 모든 것이 다 허구라는 점이 다르다. 일종의 역할극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거기에 실제 살인이 덧붙여져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소설은 이 세 가지가 정말 잘 조합되어 있다. 심지어 설정과 초반 전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물론 마무리를 짓는 방법까지 모두 훌륭해서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절로 감탄이 나오게 한다.

이게 겨우 나온 작가의 첫 한국 출판작인가. 다른 작품도 보고 싶은데 심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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