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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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키요시 리카코(秋吉 理香子)’의 ‘절대정의(絶対正義)’는 정의를 새로운 관점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우리는 늘 정의를 부르짓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옳다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정의는 마땅히 약한 사람을 돌봐주며, 그들을 해하려는 힘으로부터 지켜주는 장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사실적으로 구현된 것이 법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자는 정의에 목을 매는 독특한 캐릭터 ‘노리코’를 통해 우리가 믿고있는 정의와 법이라는 게 얼마나 얄팍한 착각 위에 존재하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뿐 아니라 누구든 반박할 수 없을만큼,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도 또한 법적으로 옳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행위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말하는 소위 ‘정의’가 과연 괜찮은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도 한다.

뜻밖의 초청장과 노리코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친구라는 등 긴밀하다 일컬을 수 있는 관계에 있는 다섯명의 이야기를 통해 노리코가 어떻게 정의를 휘둘러왔는지를 보여주는 한편 이들이 노리코의 죽음에는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얘기하며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을 하고있다. 이것이 이 이야기를 일종의 미스터리처럼 읽히기도 하나, 오로지 정의에만 집착하는 뒤틀린 캐릭터는 절로 사이코패스와 그에 대한 두려움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소설은 미스터리보다는 스릴러에 더 가까운 느낌도 든다.

사람들이 노리코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나 그녀를 무서워 하게 되는 것은 물론 어째서 증오까지 하게 되는가도 작가는 정말 잘 그려냈다. 각각의 일화들이 꽤 그럴듯한 현실성이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친구들이 좀 유별나리만큼 서로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작위적이어 보이긴 하나, 이것은 또한 어떤 환경에 처해있든 이를 피할 수 없다는 공포를 조장하기도 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각 등장 인물들의 시점으로 바꿔가면서도 일관된 큰 이야기의 줄기의 잘 이어나가기에 흐름이 끊긴다던가 하는 일 없이 흡입력이 있고 과하다 싶은 것에서 계속해서 발전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에필로그까지도 잘 이어진다.

소재와 캐릭터, 컨셉을 끝까지 잘 지켰기에 절로 감탄하게 되는 수작이다.

아쉬운 점은 개정판인데도 불구하고 오타나 잘못된 문장들이 있다는 거?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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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VivaVivo (비바비보) 48
실비아 맥니콜 지음, 김선영 옮김 / 뜨인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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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맥니콜(Sylvia McNicoll)’의 ‘체인지(Body Swap)’는 우연히 몸이 뒤바뀌게 된 소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15세 소녀 ‘할리’와 82세 할머니 ‘수전’의 만남은 썩 유쾌하지가 않다. 그 계기가 교통사고이기 때문이다. 둘 다 저 세상의 문턱에서 안면을 트게 된데다, 서로에겐 마침 중요하게 생각하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거기에 ‘엘리’라고하는 신이라는 작자는 그들을 서로 다른 사람의 몸에 넣어두고는 문제를 해결하라며 강제나 다름 없는 임무를 떠맡기기까지해서 영 마뜩지가 않다. 그래도 어쩌랴. 다시 한번 삶의 기회를 부여잡고,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라도 하는 수밖에.

그러면서 원래 이들이 당면해있던 연애와 요양원 문제도 서로가 원치않는 방향으로 틀어지지 않게 혹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도록 공작을 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에 관해 느끼고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새로운 경험과 이해 등을 얻게 된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단순한 소동극에서 그쳤을텐데, 작가가 애초에 두 사람이 만나게 됐던 계기를 이후 이야기로 연결하는 방식이 좋아 구성이 잘 되어있다고 느끼게 하며, 그를 통해 일종의 사회 비판적인 측면을 내비치는 것도 이야기의 재미를 해치지 않을만큼 적당하면서도 의미도 있어 공감을 끌어내고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정도는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너무 가라앉지 않고 꽤 유쾌하게 볼 수도 있으며, 어린 철부지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해서 마냥 가볍지 않은 것도 좋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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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적분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유키 히로시 지음, 오정화 옮김, 전국수학교사모임 감수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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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히로시(結城 浩)’의 ‘고마워 적분(数学ガールの秘密ノート/積分を見つめて)’은 적분에 대한 설명을 담은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제목만 봐도 무슨 책인지 알 수 있어 딱히 무슨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다. 책에 담긴 내용이 책 제목이나 첫인상을 배신하지 않기에 더 그렇다.

이 책은 순수하게 적분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이다. 수학책, 일종의 학습서라는 얘기다.

다만, 기존의 수학 책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캐릭터들을 설정해 등장시켰으며 그들의 대화를 통해 정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쓰여있다는 거다. 내용 자체는 적분만을 다루고 있기는 하나, 그것은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일종의 캐릭터성을 내비치기도 하기 때문에 교과서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읽힌다는 게 장점이다.

이건 내용을 압축해서 짧은 지면에 꽉꽉 채워놓는 경우가 많은 교과서와 달리 적분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그것을 비유를 통해 설명하면서 길게 늘여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개념이나 정리를 한번에 머릿속에 구겨넣으려다 실패하는 교과서의 문제를 이 책은 제대로 생각하고 쓴 셈이다. 덕분에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따라가는게 크게 어렵지만은 않다.

내용을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구성해서 더 그렇다. 어려운 문장이 없고, 때때로 어려워보이는 용어가 나왔을 때는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고 집어주기도 하며, 수학에 익숙지 않거나 적분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 의문이 들만한 것도 자연스럽게 ‘이건 왜 그래?’라고 묻고 설명하도록 해서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저 익히는 게 아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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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인 러브
레이철 기브니 지음, 황금진 옮김 / 해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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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기브니(Rachel Givney)’의 ‘제인 인 러브(Jane In Love)’는 재안 오스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제목에서 어느정도 눈치 챘겠지만, 이 소설은 ‘제인’이 자기 작품을 쓸 당시에 실제로 사랑에 빠졌지 않았을까 하는 식으로 소설과 작가를 엮어낸 가상 역사 소설이다.

아니, ‘역사’라고 붙이기엔 좀 과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살던 시대를 배경으로 그 때를 그려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러는 대신 옛 시대의 인물인 제인을 현재로 불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우리가 아는 소위 ‘거장’이라는 사람들은, 미술이나 음악, 심지어 소설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않고 당대에 인정을 받은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오히려 당시에는 뭐 이딴 걸 만들어냈냐며 하대받거나, 아무것도 아닌 듯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에 그치거나, 겨우겨우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에 힘입어 생을 이어가다 불행한 결말을 택하기도 하는 등 비참한 인생을 보낸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것들은 단지 안타까운 일화일 뿐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런 식의 관점을 여성 작가로서 인정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더러, 평생을 독신으로 외로운 삶을 산 것으로 알려진 ‘제인 오스틴’에게 적용했다.

그런 제인이 뜻밖의 기회를 얻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하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그녀가 현대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나, 현대의 인물들과 마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도 나름 볼만하다.

다만, 그것은 중후반부를 넘어가면서 점점 약해진다. 심지어 메시지를 담은 후반부로 가서는 아쉬운 심정까지 들게 하는데, 그만큼 후반부가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다분히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를 많이 담고있다. 이야기만 보면 시대상이라던가 그런 것으로 인해 자칫 흐려질 수도 있는데, ‘스탕달’의 발언을 앞부분에 붙여놓음으로써 그렇게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못을 박아두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몇몇 부분은 꽤나 노골적인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문제는 그게 그렇게 좋은 메시지와 그걸 뒷받침하는 이야기로 쓰여지지 않았다는 거다. 애초에 이야기를 일종의 로맨스로 전개한 것 부터가 그렇다. 그것은 제인이 마땅히 보여주었어야 할 일종의 희생양으로서의 위치나 열사로서의 모습을 이상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별로 페미니즘적이지 않지만, 그런데도 어떻게든 그런 쪽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후반부 전개가 좀 급박하기에 더 그렇다.

그나마 ‘소피아’의 이야기는 좀 더 (페미니즘적으로) 일관되긴 하나, 그것도 하필이면 연예계의 일화로 다루면서 기존의 작품이나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 것이 안좋았다. 실제했던 사건을 진하게 연상하는 이야기를 넣으면서 실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일종의 모욕이나 선동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가상의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다만, 그렇기에 더욱 굳이 그런 불편함을 남길만한 이야기로 만들었어야 했나 의문이 남았다.

페미니즘적인 메시지에서도 딱히 긍정적이지 않았다. 소설적인 극적 연출을 위한 것이었겠지만, 마치 모든 것이 모 아니면 도로 양자택일에 놓여있다는 듯 그린 게 끝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제인이나 소피아는 물론 ‘프레드’의 선택에까지 의문을 품게해 이야기에 껄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제인의 사랑이 얼마나 원래의 것에서 벗어난 것이었는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마법적인 영향이 필요했으며 그로인해 그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을 포기해야 했는지를 작가는 전혀 독자에게 납득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뭔가 ‘엥?’하는 사이에 ‘어?’하며 끝나는 의문스런 소설이라는 불만족을 더 많이 남긴다. 설사 읽을때는 꽤나 읽을만 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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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 YA! 3
나나미 마치 지음, 고마가타 그림, 박지현 옮김 / 이지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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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 마치(七海 まち)’의 ‘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サキヨミ!)’는 운명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일, 소위 운명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자기 자신마저 대단한 마음이 들고 마냥 기쁘고 그럴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거다. 왜냐하면 사람의 운명이란 것은 결국 막을 수 없는 죽음으로 이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게는 어찌 할 수도 없는 운명을 그저 보기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아예 운명을 보는 것 마저 외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소설의 주인공 ‘미우’처럼 말이다.

미우가 ‘미래 시력’이라고 이름 붙인,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보는 능력은 언제나 불행한 미래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언젠가 부터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게 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는데 우연히 진학한 학교에서 그것을 흔들어놓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어찌어찌하다 그 아이와 엮이게 되면서 이제까지와 달리 미래 시력과 그를 통해 본 불행한 운명을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시놉만 봐도 이야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만큼 이 소설은 단순한 편이다. 현재와 과거 이야기를 몇번 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음을 위한 떡밥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미스터리처럼 복잡하게 꼬여있기보다는 마치 투명한 어항 속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쉽고 뻔한 편이다.

전개 역시 그렇다. 이런 소재의 이야기는 크게 몇가지로 나뉘는데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성장과 그를 통해 운명을 극복하는 쪽으로 일찌감치 노선을 정했다. 그래서 뭔가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긴장감을 일으킨다기보다는 마땅히 이렇게 되겠구나 하고 쉬운 예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신선한 맛은 좀 없는 편이다. 다분히 만화적인 소재와 전개는 조금 오글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쉽게 예상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해서 뻔하지만 주인공들의 행보를 은근히 응원하게 되기도 한다.

이야기는 몇몇 떡밥들을 남기며 완결성 없이 미묘한 지점에서 갑작스레 끝나는데, 그건 이 소설이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1권’처럼 눈에 띄는 표기는 없어서 좀 낚인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다음 권에서 남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게도 만든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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