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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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전시관’은 다양한 장르의 단편 7개를 담은 소설집이다.

한국 단편집은 표제작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집은 표제작을 꼽지 않고 별도의 제목의 붙였다. 그만큼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이 장르적으로나 또한 내용적으로도 각양각색이라는 말이다.

표제는 ‘소설집’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문자 그대로 전시관이라는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소설집 속 한 소설에서 허구를 일반적인 의미와 조금 다르게 정의한 것인 뇌리에 남아 이 소설집 속에 담긴 소설들도 그런 허구의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도 해서다.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책 앞뒤에도 들어가고 나오는 그림을 붙여두었는데 그것도 이 책을 설혜원의 허구들을 전시해놓은 전시관으로 관람하는 느낌을 더해준다.

수록작들은 각 작품이 지향하는 장르의 매력을 나름 잘 보여주는 편이다. 예를들어, 미스터리물인 ‘미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에서는 주인공이 단서를 찾고 함점을 파며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꽤 잘 그린다. 모든 것이 의심할법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면서 헷갈리게 하거나, 그러면서도 확실한 떡밥을 착실하게 깔아두는 것도 잘 했다. 사건 외의 이야기들도 꽤나 적당해서 코지 미스터리로서 완성도가 꽤 높다.

‘빈한승빈전’과 ‘디저트 식당’은 판타지/SF 요소를 활용해 인간과 삶의 일면을 그렸으며, ‘남우 공방’에선 한 가구점을 배경으로 꽤 현실감있는 현대 드라마를 보여준다.

‘잉어와 잉여’, ‘눈, 꽃 피다’는 일종의 판타지로 읽히는데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느낌의 묘사가 꽤 독특하다. 이는 특히 잉어와 잉여가 그러해서 무심코 읽다보면 작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초인종이 울렸다’는 취향에 안맞았는데, 담고있는 메시지가 어쨌든 이야기 전개가 그럴 수 있겠다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배꾼들의 행각은 현실성 없고 황당하며, 거기에 마냥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에게도 이입하긴 어렵다. 호불호가 갈릴 이야기다.

작품 외적으로 오타나 잘못 된 문장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이게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이야기와 섞이면서 좀 짜증스럽게도 한다. 내용과 별개로, 아쉬운 마감은 읽기 경험을 많이 해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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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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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미호 식당 3: 약속 식당’은 못 다 이룬 약속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소설에서 말하는 약속은 좀 광범위하다. 딱히 누군가와 그렇게 하자고 정한 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그러기로 정해 다짐한 것, 말하자면 자기 자신과의 약속 같은 것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히 이것은 못 다 이룬 바램, 즉 미련으로도 읽힌다.

저 세상에서 미련 때문에 새로운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일말의 행운을 바라며 현생에 돌아오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들의 마지막은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만남과 가치있는 시간을 누리게 해줄까.



*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있으니 주의 바란다.



이에 대한 답은 사실 처음부터 나와있던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의 새로 태어날 권리를 모으는 ‘만호’조차 이들의 선택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짐짓 말리기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심지어 만날 수 있는 것도 기껏해야 다시 태어난 사람일 뿐이었으니 제대로 된 재회를 이루고 소망을 이루는 것은 애초부터 요원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한줄기 가능성에 매달려 보는가 하면 결국 허무한 일이었다며 포기하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연히 약속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나중을 기약하기보다는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을 남긴다. 그랬다면 설사 채 이루지 못하더라도 미련을 남기지는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이런 메시지는 대중적이기에 쉽게 와닿는 편이다. 달라져버린, 그렇기에 약속도 다짐도 미련도 해소하지 못하게 된 여러 상황들이 그것을 잘 강화해 주기도 한다.

다만, 그걸 이야기를 통해가 아니라 직접적인 문장으로 담은 것이나 완전히 다 풀어내지 못한 뒷 이야기를 남겨둔 것, 그리고 다소 허무함이 남는 결말은 좀 아쉽다.

주인공인 ‘채우’에게 이입해서 보면 더 그렇다. 소멸만큼 감수할만큼 소중한 존재, 망각의 강을 건너고도 생각날만큼 미련이 남을 약속이라고 생각했건만 단지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씁쓸함도 그렇지만, 딱히 할 수 있던 일을 미루었던 것도 아니고 언제든 할 수 있다며 등한시 했던 것 역시 아니었는데도, 미련이 남지 않도록 살아있을 때 더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하는 것은 좀 잔인하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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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돈이 되고 볼수록 쓸모있는 수학이야기 - 기발한 일상 속 44가지 수학지식
마쓰카와 후미야 지음, 김지예 옮김 / 동아엠앤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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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수학이란 점에선 아쉬움도 있지만 수학의 유익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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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돈이 되고 볼수록 쓸모있는 수학이야기 - 기발한 일상 속 44가지 수학지식
마쓰카와 후미야 지음, 김지예 옮김 / 동아엠앤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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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카와 후미야(松川 文弥)’의 ‘알수록 돈이 되고 볼수록 쓸모있는 수학이야기(知って得する! おうちの数学)’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학을 주제로 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과 거리가 먼 학문으로 수학을 꼽는다. 통계라던가 건축, 로켓 발사처럼 특정 전문 분야가 아니면 딱히 덧셈 뺄셈 수준 이상의 것이 필요할 일이 있나 싶어하며, 그건 많은 수의 수포자를 낳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필요가 없으니 굳이 익혀야 할 필요도 못 느끼는거다.

그런데, 정말로 수학은 우리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걸까. 기껏 익힌 수학을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약간의 답을 준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요소와 상황에서 들 수 있는 의문점을 해결하는데 수학을 이용하여 수학이 생각보다는 더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또한 충분히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식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다양한 수학적 개념들과 수식, 그리고 그 풀이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비록 일상적 요소를 사용하고는 있다고는 하나 그 상황은 다소 작위적인 것이 사실이다. 다분히 시험 문제에서 자주 봤던 응용문제같은 느낌이 있다는 말이다. 이게 진짜로 일상 속에서 활용되는 수학같아 보이지는 않게 한다. 그보다는 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풀이를 제시하는 일종의 수학 해설서 느낌이 더 강하다.

순서대로 지식을 전해주는 교재는 아니다보니 몇몇 개념 등에 대해서는 생략을 하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해당 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 책만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게 있기도 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은 개념과 공식을 사용하고, 그것들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는 편이라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일상적인 수학이라는 점에서는 좀 아쉽긴 하나, 수학을 알면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관점이나 해결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어느정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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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3 - 결전의 날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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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3: 결전의 날’은 흥미로운 요괴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마지막 세번째 책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간에 펼쳐놨던 이야기들을 보충하고 마무리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미심쩍었거나 아쉬웠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와서는 새로운 의미를 띌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불만을 남긴채 어정쩡하게 끝날 수도 있다.

기괴한 레스토랑은 이 두가지가 섞여있다.

이제까지 해오던 이야기를 이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도 펼치고, 그러면서 기존의 이야기들도 다시 언급하면서 처음엔 별개의 것처럼 보였던 각각의 사연들을 하나의 큰 줄기로 합치고, 이전에 깔아놨던 이야기들을 일종의 복선으로 사용해 개별 이야기도 꽤 흥미롭고 전체적으로도 완성도가 괜찮은 이야기로 잘 구성했다. 덕분에 비교적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유명작과 유사한 컨셉으로 시작해 시리즈만의 개성을 추가하면서 개별 작품으로서의 매력을 만들었지만 마지막권까지 기존 작의 냄새가 남아있는 것은 좀 아쉽다. 몇몇 장면은 굉장히 선명하게 연상케 하기도 해서 일부러 넣은 오마쥬 같기도 하다만, 그렇다고 그걸 소설이라는 매체만의 장점을 살려 세밀하게 그려냈다던가 그렇게가 아니면 안될만한 장면이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연상케 하는 것에서만 그치기 때문에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마지막까지 ‘왜 하필 레스토랑인가’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게 한 점도 아쉬운 점이다. 다소 노골적으로 유사한 장면 묘사를 넣은 것과 반대로 이건 아마 기존작에서 벗어나려고 한 노력의 하나인 것 같다만, 그래야만 했던 이유까진 제대로 납득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차라리 호텔이라 하지 그랬냐는 생각이 들게 한다.

후반부를 생략을 사용해가며 빠르게 전개해서인지 지루하지는 않지만, 묘하게 타 태우지 못한 듯한, 좀 허한 느낌도 남긴다. 국물 맛 좋은 짧은 면 라면같달까. 좀만 더 길었으면 좋겠는데.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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