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네오픽션 ON시리즈 1
신조하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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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인간다움’을 주제로 한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같은 주제를 다루고있기는 하지만, 작가가 다른만큼 수록된 9개의 단편들이 가진 개성도 서로 크게 다르다.

얼마나 SF적으로 느껴지냐 하는 점에서만도 그렇다. 개중에는 딱히 SF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 보이는 게 있는가 하면, SF적인 상상을 배경 소재로만 사용한 것도 있고, 소재부터 내용까지 SF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은 물론, 같은 내용이라도 SF로 만들었기에 그 이야기가 더 와닿고 무게감이 있는 것도 있다.

인간다움을 주제로 한 만큼 인공지능과 로봇, 인간증강같은 것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아이디어 자체는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왔던 것인데도 불구하고 딥러닝 등 최신의 현실화된 것들이 연상되서인지 전과는 다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게 좀 신기하다.

수록작들이 선보이는 아이디어들은 익숙하면서도 또한 신선하게 활용한 면도 있어 대체로 흥미롭게 볼 만하다.

다만, 상세에서는 좀 걸리는 것도 있었는데, 예를들어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의 묘사가 그렇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를 위해 굳이 그렇게 한 것 같은 부분이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전제로 한 게 되어 더 작위적이고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동작/처리와 다르게 하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더 설득력있게 그려냈어야 했는데, 딱히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니어서 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글을 썼음을 알게한다. 간단한 자문이라도 받았으면 어땠을까.

제도 등 사회의 변화를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 퉁치고 넘어가는 것도 있는데, 그 변화가 단계적이지않고 좀 극적이어 과연 그렇게 될까 의구심이 들게 한다. 충분히 납득할만하게 그리기엔 단편이라 분량이 모자랐나 싶기도 하나, 최소한의 감안할만한 전개도 없는 것은 역시 아쉬운 점이다.

수록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간의 대리인’이었는데, 이 역시 걸리는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소재도 흥미롭게 사용했고 그게 주제나 이야기의 기승전결과도 어울렸으며, 변호사라는 캐릭터나 법정극이라는 것 역시 꽤나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실제 변호사라는 지은이의 경험이 작품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단편이라 장점이 더 두드러진 면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렇기에 장편화되면 자칫 평이한 에피소드가 이어지게 될 가능성도 크나, 그래도 주인공의 활약을 좀 더 보고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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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억
최정원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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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억’은 인간의 악한 내면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야기의 시작에는 한 소년의 죽음이 있다. 소설은 그걸 ‘기석’, ‘영환’, ‘유경’ 세사람의 시선을 번갈아 따라가며 현재 이들의 상황과 과거의 행적,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일종의 미스터리인 만큼 여러 감춰진 부분들이 있지만 전체 구도는 비교적 쉽게 잡히는 편이다. 세 사람이 어떤 관계에 있고, 누가 나쁜놈인지 같은 것이 그렇다. 그래서 소설은 조금 복수극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그 복수의 방식과 정당성에 다소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들어있어 마냥 시원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이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몹쓸 취향과 악행을 갖고있었다는 것은 꽤나 익숙한 소재인만큼 별로 신선하지는 않다. 이야기에 큰 굴곡도 없어 좀 평이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소재도 소화를 잘했고 이야기 전개 역시 나쁘지 않기에 끝까지 잘 읽힌다. 결말도 과하거나 허하지 않게 적절히 잘 지은 편이다.

기석의 악행은 좀 소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악인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느끼기 힘든데, 이는 반대로 그가 그만큼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별 특별한 게 없더라도 인간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이야기의 결말부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생각하면 더 그러해서 과연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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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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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타 사야카(村田 沙耶香)’의 ‘무성 교실(丸の内魔法少女ミラクリーナ)’은 정상과 상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집이다.

수록된 네개의 소설은 모두 일상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러면서 또한 지극히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콤팩트를 가지고 다니며 때때로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서른여섯살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는 수록작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편이다. 마음 속에 일종의 판타지를 품고 있는 것, 힘겨운 현실을 망상으로 도피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 아닌가. 그래서 여기까지만 했으면 흔한 망상 일기 정도가 될 수도 있었는데, 친구와 그의 남자친구의 관계에 휘말리며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거기서 각자가 보이는 행동과 반응들이 더해지면서 망상(판타지)에 대한 꽤 독특한 이야기가 되었다. 반짝이는 마법소녀가 하나도 반짝이지 않는 이야기다.

‘비밀의 화원’에는 그보다 좀 더 비정상적인 첫사랑과의 감금 생활을 담았다. 꽤나 철저하게 준비해놓았기에 현실이라면 꽤나 소름돋을만한 상황이지만, 합의하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 그런 긴장감을 날려주어 오로지 왜 주인공이 그러한 감금을 제안하게 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풀리고 나서는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드는데, 나름 유효한 해법이었다는 것이 그 하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해 잘 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다른 하나다.

‘무성 교실’은 성정체성이라는 것을 꽤 흥미롭게 다뤘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정말로 있을법한 교실을 배경으로 성정체성이라는 게 무엇이고, 과연 타고나는 것인지, 심지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까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도 미스터리가 있는 로맨스로 꽤 흥미롭게 잘 끌어간다. 그러나, 끝까지 등장인물들의 성을 모호하게 그리지는 않았고, 정체도 좀 전형적이어서 그 전까지 보였던 성정체성의 무용함이나 무관함이 많이 희석된다.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변용’은 전혀 핍진적이지도 않고 딱히 그런 면모를 갖추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일종의 ‘기묘한 이야기’인데, 아이디어와 전개가 꽤나 흥미롭다. 정말로 그런 세상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게도 하는데, 작품에서처럼은 아니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남이나 사회 흐름에 동조되어 변하는 경우가 많기에 현재의 나라는 정체성에 작은 파문을 던진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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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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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유익한, 나의 조각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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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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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는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두번째 책이다.



이 책을 펼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의심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으로 과연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젓가락이란 게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그저 녹아있는 흔한 것이고, 그렇기에 별 특별할 것 없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런 흔한 소재에서 시작해 문화와 역사로 연결하고 그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로 그러모으는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글솜씨에 새삼 놀라게 된다.

더 좋았던 것은 이런 얼핏 교양수업같은 내용들이 전연 지루하지가 않다는 거다. 단순히 관련된 사실 늘어놓기의 연속이 아니라 흥미를 끌만한 화두를 던지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야기들을 잇는 것을 잘 해서다.

그렇다보니,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마치 그의 말이 하나의 가능성이나 가설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또한 동감할 수 있게 쓴 솜씨도 훌륭하다.

소재와 주제가 그렇다보니 얘기 중에는 다소 국뽕스럽다 할만한 것들도 있는데, 그것들도 비난 혹은 자조스러운 의미의 국뽕이 아니라 일종의 자부심이 느껴지도록 적절한 수위를 지킨 것도 좋다. 이것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들과 더불어 저자의 이야기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은 참으로 가진 것을 소홀히하는 존재다. 좋다 하고 결정하면 쉽게 받아들이고 바꾸는 한국인은 더 그렇다. 그래서 점차 잊혀져가는, 오랜기간 쌓여왔기에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한국적인 문화와 정취같은 것들을 다시금 살펴보고 이해를 더할 수 있어 좋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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