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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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레이븐(Catherine Raven)’의 ‘여우와 나(Fox and I: An Uncommon Friendship)’는 야생 동물과의 독특한 관계를 담은 책이다.


동물에게 정을 붙인다는 것, 특히 야생동물에게 그런다는 것은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봤을때는 정신이 나간 짓이다. 야생이란, 동물이란, 전혀 인간에게 우호적이거나 그런 걸 나누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인간 혼자서 저지르는 인격화와 그로인한 착각일 뿐이다. 인간성이란 인간에게만 있는 것. 인간이 갈망하는 소통과 교감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나 종과는 이룰 수 없는 인간 끼리만 가능한 협소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자연이란, 그리고 야생 동물이란 전혀 인간과 서로 나눌 무언가가 없는 분리해서 봐야 할 동떨어진 존재일까. 오직 인간이란 그토록 유별나게 자연에서 벗어난 존재인 걸까.

개개인의 사례로 보면 이 의문은 더욱 의문스러워진다. 단지 본능이나 이득에 의한 행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명 교감이라 할만한 무언가를 경험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말이다.

그건 딱히 기꺼이 기쁨조가 되어 재롱을 피워준다거나 하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자기에게 맞추라는 듯 굴기도 한다. 명령을 내리고 수행하는 것처럼 명확한 의도가 오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의 영역에서 또는 상대를 위해 무엇가를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얘기를 하기도 하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소통을 한다.

이것이 일종의 힐링으로 다가오는 것이 신기하다. 그토록 인간만은 뭔가 다른 특별한 존재라며 분리하려 하지만, 사실은 인간 역시 그들과 같은 무언인가인 건 아닐까.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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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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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검사들’은 한국 검사들의 문제를 담은 책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검찰개혁’이라는 말 자체는 많이 들어봤을 거다. 그만큼 뜨거운 화재이기도 했거니와, 도무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오랫동안 계속 부르짓고 헛짓거리 하는 걸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삼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체 한국 검찰은 무슨 짓을 저질러 왔으며, 그건 근본적으로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며, 대체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 말이다.

미리 얘기하자면, 이 책은 그것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책은 아니다. 워낙 꼬인 게 많아서, 쉽게 그렇게 할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대신, 한국 검찰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게 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문제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검찰 문제는, 따지자면, 일제강점기의 부정적인 유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시작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는 얘기다. 심지어 군사정권을 거치며 그릇되게 자라났으니 문제가 없으면 더 이상하다.

저자는 그것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이나 일장연설을 주로 늘어놓는 대신 가능한 사실 위주로 보여주면서 독자가 직접 생각해보게 하려고도 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저자의 성토나 주장이 더 잘 와닿기도 한다.

법 적용에 대해서 논란이 일어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기왕의 법 조항만을 따지려고 드는 것이다. 어설프게 법을 알는 사람이 오히려 저지르기 쉬운 실수다. 법이란 전혀 절대적인 것이 아닌데. 지금까지도 계속 바뀌어 왔는데.

중요한 것은 대체 무엇이 정의냐를 따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는 것이다. 검찰 문제와 그를 처리하기위한 검찰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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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천문학 이야기 재밌밤 시리즈
아가타 히데히코 지음, 박재영 옮김, 이광식 감수 / 더숲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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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타 히데히코(縣 秀彦)’의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천문학 이야기(怖くて眠れなくなる天文学)’은 우주를 독특한 컨셉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독특하다고 했지만, 사실 이 책의 컨셉인 ‘공포’는 꽤나 전형적인 것이기도 하다. 인간이란 잘 모르겠으면 무서워하는 습성이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에 높은 산과 하늘, 쏟아지는 비, 강하게 내리꽃는 벼락을 무서워 했던 것처럼 우주공간과 항성 및 행성의 변화, 그리고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로 모를 생명체와의 갈등 등에 겁을 먹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공포를 컨셉으로 잡은만큼 모든 이야기를 꽤나 무서움을 조장하는 것 같은 식으로 시작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만약 그러면 어쩌지’라고 두려운 생각이 들기보다는 ‘과연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하고 오히려 흥미를 갖게한다. 막상 별 무서운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건 워낙에 우주의 스케일이 커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태양이 수명이 다해가는 한편 지구와의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지구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얼음 행성이 되는 (거의 확정적인) 미래를 알게 된다고 해도 그건 이미 내가 죽고나서도 한~참 후인 수십억년 후의 일이다. 피부에 전혀 와닿지가 않다보니 무서워 할 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제들이 겁내야 할 것처럼 다가왔다가는 흥미로움만을 남기고는 떠나간다.

덕분에 꽤나 가볍게 볼 수 있는 편이다. 흥미를 끌만한 주제를 잘 선정한데다 너무 깊은데까지 들여다보지는 않기 때문에 보는 내내 지루하거나 하지 않다.

대신 그런만큼 때때로 설명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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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 2 - 12가지 생활 속 수학 감각 키우기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 2
라이이웨이 지음,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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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이웨이(賴以威)’의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 2(賴爸爸的數學實驗: 12堂生活數感課)’는 수학을 꽤나 흥미롭게 담아낸 책이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학생 시절에 워낙에 국영수, 국영수 하며 들들 볶인데다 수학을 거의 공식을 외우고 패턴을 맞춰 푸는 식으로만 배워왔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거의 사칙연산 외에는 쓸 일이 없어서 더 그렇다. 그래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대체 뭣하러 배우나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수학이 얼마나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고,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으며, 또한 흥미로운지를 꽤나 잘 담았다. 자주 봤으면서도 그런 게 있는줄은 몰랐던 파인애플의 비밀이라던가, 지금은 거의 헛소리로 여겨지고 있는 황금 비율 이야기도 그렇고, 통계라든가 일종의 마술같은 트릭도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유용하다거나 한 것까지는 아니다. 없다고 생활에 불편을 끼친다든가 하는 그런 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딱 들어맞았을 때 신기함과 정교함을 느끼게 하며, 그를 통해 수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잘 보여준다.

증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수학의 매력이다. 저자가 예로 든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건너기 문제’가 딱 적절한데, 그저 생각만으로 또는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것을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과연 대단하다며 감탄을 하게 한다.

그것을 예전 학교 공부를 할 때처럼 싫은 느낌 없이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꽤나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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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작별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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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작별’은 냉동인간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냉동인간은 지금에 와선 좀 식상한 소재다. 이미 진지한 SF에서부터 가볍게 즐길만한 오락 액션까지 넘나들며 여러 상상력들을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새삼 다시 꺼냈으니, 좀 더 구체화된 무언가 또는 저자만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 ‘나는 왜 다시 살아났습니까?’ 문장을 의미심장하게 내세운 것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는 그닥 기대에는 못미치는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냉동인간 연구를 나름 잘 써먹었고, 탈북이라든가 상실감, 가족애같은 요소들도 여럿 집어넣긴 했지만 그것들이 온전히 제대로 녹아들어 잘 섞인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탈북 소재가 그렇다. 딱히 필요가 없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류요엘’의 상황을 좀 더 벼랑으로 몰아붙이는 역할을 하는 건 맞다만, 단지 그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오히려 어색하기도 하다. 무려 3,000억 사기 사건을 일으킨 ‘이을유’나 조류학자인 아버지 ‘류한조’의 이야기도 그렇다.

무엇보다 류요엘에게 잘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가 했던 선택들, 생각들에서 계속되는 어긋남을 느낀다.

제목이기도 한 ‘완벽한 작별’이라는 것으로의 연결, ‘작별’이라는 것은 물론 ‘완벽’이라는 것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표지에서부터 던졌던 질문도 그냥 소비된 질문이었고, 군데 군데 모호하게 쓰인 문장도 썩 취향이 아니다.

음. 너무 기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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