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토마스 불핀치 지음,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머스 불핀치(Thomas Bulfinch)’의 ‘그리스 로마 신화: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The Age of Fable)’은 그의 대표작 중 일부를 완역해 내놓은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현대인들이 가장 널리 알고 가장 사랑하는 신화 중 하나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각자가 서로 다른 종교를 믿고, 심지어 그 때문에 다투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는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 이제는 원래의 신성을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도 온전한 가상의 이야기, 판타지로써만 소비되고 있으며, 그렇기에 모두가 사랑하는 신화가 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 자신에겐 조금 불행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런 책을 읽을 정도라면 신화 중 여러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미 알던 것을 환기해주는 느낌을 많이 풍기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재미있다. 신화의 많은 것들을 그러모은만큼 새로 보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엔 좀 그리스 로마 신화스럽지 않은 것도 있어 이 신화가 오랜 세월동안 꽤 여러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이야기의 특성상 서사가 이어지지 않고 잘게 쪼개져 있지만, 인물 등을 통해 연결하기도 하고, 개별 이야기들로 보아도 딱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때 흥미가 떨어지진 않아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불핀치의 저서는, 때때로 여러 전승의 차이를 말한다던가 해설을 덧붙인다던가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야기 책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있기 때문에 더 쉽게 읽힌다. 추가로 덧붙인 것들도 이야기를 적절하게 보충해주는 것 들이다. 예를 들면, 판도라의 이야기가 그렇다. 저자는 앞뒤가 하나도 안맞는 이상한 (하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 대신 좀 더 그럴듯한 다른 이야기를 제시해 이 신화의 의문스러운 점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모두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들도 있다.

아쉬운 것은 군데 군데 이상한 단어와 문장들이 눈에 띄는 번역과 편집을 보인다는 것인데, 굳이 ‘하신(河神)’처럼 거의 쓰지않는 한자어를 쓴 것도 그렇고, 단순 오타가 난 게 아니라 아예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을 쓴 것도 그렇다. 기계적인 맞춤법 검사가 아니라 직접 읽어보고 확인하는 검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완역판이라고 했지만 34장까지만 싣고 이후(36장 ~ 42장)를 날린 것도 불만스럽다. 원서는 제목부터 좀 더 넓은 의미(대게 ‘신화의 시대’로 번역한다)였고, 실제로도 동양신화나 북유럽신화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와 별 연관이 없는 것들까지 수록하고 있었던걸 ‘그리스 로마 신화’로만 한정해 담으려고 일부러 누락한 것 같다만, 이런 편집이 과연 정말로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김주혜(Juhea Kim)’의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광복 이후까지를 그린 역사 소설이다.

무려 1917에서부터 1965년까지 약 50여년의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이 소설은 당시를 꽤나 잘 그려낸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 세월동안의 이야기를 한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그의 희노애락이나 활약상을 보여주면서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대신 여러 사람들이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결정을 내리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식으로 구성하면서 좀 더 다양한 면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는데, 덕분에 소설은 좀 더 폭넓게 당시와 당시 사람들을 그려낸 느낌이다.

여러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뿐더러, 일반인에서부터 독립운동가, 친일파, 일본군 등 다양하게 분포된 입장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며 그때를 살아내려 했는가도 알 수 있게 한다.

특정 부류에 치우치지 않은 이야기는 마치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아마 한국을 뿌리로 가진 이민 1.5세라는 저자의 입장이 좀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느낌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그들 각자의 입장이나 행동을 대부분 자연스럽게 잘 그려냈기 때문에 드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에서 봤을 때는 부정적인 인물도 다른편에서 봤을 때는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생각하면 쉽게 무엇이 옳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들이 결국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러한 어지러운 면모도 각자의 서사와 함께 잘 담아내지 않나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르물로서의 이야기성은 좀 아쉽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매 소녀’는 한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을 그린 오컬트 판타지 소설이다.



학교에 대해 한국인들이 갖고있는 인상은 다분히 부정적이다. 강요과 강압도 서슴치않는 비틀어진 교육열에 학을 뗀 경험이 있어서다. 성적이라는 기준표로 세워지는 줄, 자율이라는 명목하게 행해지는 강제학습, 일부는 명확한 순위 목표를 상벌과 함께 지정받아 그 때문에 잠까지 줄여가며 매달리기도 한다.

대학 입시라는, 뚜렷하게 이후 인생을 좌우할 목표가 주어지는 고등학교는 그게 극대화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런 고등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압박, 그런 고등학생들을 그런 상태로 몰아가는 주위 사람들의 광기는 어느정도일까.

소설은 마치 그걸 오컬트라는 판타지 문학의 형태로 그려낸 것 같다. 신적인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라거나, 목적을 위해 매달리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까지 꽤 나쁘지 않게 그렸다. 초월적인 존재에게 휩쓸리는 듯한, 조금은 크틀루스러운 분위기도 그렇다.

시각적인 묘사도 괜찮은 편이어서, 소설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좀 덜 다듬어진 것 같다. 몇몇 상황이나 연결, 전개에 의아함이나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모험물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사회비판을 담은 것도 아니며, 본격적인 호러라거나 주인공의 활약을 그린 퇴마물이라고 하기에도 뭐해서 이야기성이 좀 약한 느낌이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9
바루 지음, 김여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루(Barroux)’의 ‘자유(Free)’는 한 서커스단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새들의 서커스단’은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무려 대통령 앞에서 공연을 펼치게 된 것이다. 그들의 쇼에 대한 자부심은 사뭇 대단해서, 새들의 놀라운 공연을 보게 된다면 많은 갈채를 받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침내 마지막 리허설까지 마치고 대통령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동하는 서커스단. 국경에 도착해 통과하기 위한 조건들을 듣게 되는데, 당최 통과시켜주려는 마음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사람이 아닌 새들이 국경을 통과하려면 수많은 서류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도무지 공연 전까지 준비되기 힘든 것들이다.

결국 그대로는 국경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새들의 서커스단은, 서커스단의 작은 소녀 ‘팔로마’의 제안으로 새들을 풀어주기로 한다. 새를 모두 떠나보낸 서커스단은 비로소 국경을 서류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짧지만 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애초에 왜 새들의 서커스단인지, 그들이 보이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도 일종의 복선 같은 것으로 사용한 것도 멋지며, 그를 통해 이야기의 주제인 ‘자유’에 대해서 얘기하는 점도 좋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는 조금 복잡하다. 단순히 갇혀있던 것에서 풀려나는 것도,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단순하게 겉으로 보이는 자유를 얘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책은 좀 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