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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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은 그의 중단편 소설 중 수상작 등 여섯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수상작을 모았다는 말 맞다나,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실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요즈음의 것들과 비교하자면 꽤 옛되보이긴 하나 문제가 고급스럽고 묘사가 괜찮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 또한 좋다.

수록작들은 꽤나 사회소설적인 면이 있다. 인간 드라마나 인간 본성을 꼬집는 것을 그리기보다는, 그러한 사회에서 뒤틀리는 인간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분히 저자가 살아온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소설로도 읽힌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일종의 우화라고도 일컫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특히 그런데, 저자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집대성해 담았다고도 할 수 있어서 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수록작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이 소설은, 현대사를 적절히 변형하여 집어넣었을 뿐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도 높다. 덕분에 ‘병태’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를 따라가면서 한국 현대사의 관련 사건들을 자연스레 떠올리며 각각을 비판적으로 곱씹어보게 된다.

후일담에서 다소 오기스럽게 권선징악스런 마무리를 했다고 한 걸 보면 한국 현대사를 담는다는 것 외에는 그렇게 복잡하게 고민하진 않았겠다도 싶다만, 대중과 권력자들의 추악한 면이라거나 휩쓸리며 편승하는 것도 잘 그렸고, 독재자에 대한 혁명이 또 다른 독재자에 의해 일어나는 등 아이러니한 면모도 보여서 여러측면에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어지는 ‘시인과 도둑’은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연관되어 보이는데, 마치 사고 실험을 소설화 한 것 같아서 나름 흥미롭다.

‘금시조’와 ‘익명의 섬’은 비교적 개인적인 것에 더 집중을 하고 있는데, 예술적 승화를 보이는 금시조는 물론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기묘한 분위기로 그려낸 익명의 섬도 꽤 완성도가 높다. 특히 중간에 나왔던 것들이 뒤에서 다르게 반복되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 좋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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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 2 - 파브르와 손녀 루시의 노예개미 여행 파브르 곤충기 2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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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앙리 파브르(Jean-Henri Fabre)’의 ‘파브르 곤충기 2: 파브르와 손녀 루시의 노예개미 여행’은 동명의 원저 파브르 곤충기(Souvenirs entomologiques)를 기반으로 한 창작 동화다.

파브르 곤충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또한 그걸 실제로 읽은 사람도 극히 드물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인데 반해, 일종의 기록물인 원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원저의 내용을 기반으로 동화로 재창작을 해서 내놓는 것이 많은데, 이 책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 중 하나다.

이 책 시리즈에는 파브르와 손녀 루시가 등장하는데 대상 독자와 비슷한 나이대의 등장인물은 손쉽게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좋은 장치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느낄만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없어도 될만한 수준으로 살짝 언급만 되고 말 뿐이라서,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이 좀 아쉽게 느껴진다.

이는 곤충들의 이야기를 그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것으로 만들어 더 그렇다. 대신, 그런만큼 곤충의 생태가 이야기에 잘 녹아있는 편이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2권에는 병정개미와 파리 이야기를 담았는데, 과연 곤충이다보니 (사람으로서는) 꽤 놀랄만한 생태를 많이 보인다. 그나마 인간사에도 있었던 병정개미의 노예사냥은 좀 낫다만, 기생파리의 집요함과 끔찍함은 왜코벌이 안타까워질만큼 소름이 돋기도 한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천적관계가 어느 한쪽에게만 유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결국엔 묘하게 균형이 맞아 돌아간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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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맹탐정 책고래아이들 29
김근혜 지음, 한담희 그림 / 책고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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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맹탐정’은 외로운 아이들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일종의 외로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것은 부모의 이혼 문제라든가, 꿈이나 직장으로 인한 기러기 생활같은 문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함께 살고 있더라도 서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다보니 심리적인 거리를 느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소설은 그런 아이들 중 하나인 ‘맹탐’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가 제목처럼 느닷없이 탐정역을 맡아 여러 아이들에게 관여하게 되면서, 이들이 가진 각자의 사정과 그것이 심화하고 또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상당히 잘 그려졌다.

아이들의 환경이나 생각, 그로부터 비롯된 심정같은 것은, 소재가 쉽게 공감할만한 것이며 묘사 역시 충분해서 잘 느껴진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가 해결되어가는 전개 과정에도 별 무리가 없다.

게다가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처음의 사건으로부터 가지를 뻗어나가듯 이어지면서 하나로 잘 엮여있어 이야기 구성 역시 잘 했다고 느끼게 한다. 호루라기 목걸이나 이메일 같은 아이템도 적절히 사용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잘 전달되고 그것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지고 강화가 되는 것도 좋으며, 누군가에 의해 쉽게 길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헤매면서 깨달으며 답을 찾아가도록 그린 것 역시 좋다.

전체적으로 공감점과 완성도가 높은 성장 소설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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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
안재훈 지음 / 윌링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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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만들어지는 그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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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
안재훈 지음 / 윌링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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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견디는 이들과 책상 산책’은 애니메이션 감독 안재훈의 생각과 삶을 담은 에세이다.



애니메이터들은 어떤 삶을 살까.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 혹은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짐작이 가는 것이 있다면, 결코 평탄한 것은 아닐 거라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책상에 앉아 고민을 하고 그림을 그려냈을지, 화면을 가득 매우는 움직이는 그림들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오로지 한가지를 위해 자신의 많은 것들을 쏟아부어서 나오게 된 것들은 때론 아쉽게도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많은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런 작품들을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작품을 만들어 오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는 어떤 말들을 나눠 왔는지 등을 이 책은 조금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을 적어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일상을 털어놓지는 않고 마치 오래 깍아 만드는 애니메이션처럼 잘 정제되어있는 느낌이라서 애니메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도 든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본받을만한 점들도 있고, 무엇보다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 느껴져서 보고있으면 절로 이들의 이후를 응원하게 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봐도 너무 훌륭하다. 그런 그들의 아트를 담은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도 다들 한번은 가보고 싶어하며 그런 스튜디오가 있다는 걸 부러워 하기도 하는데, 정말로 꿈처럼 그런 박물관이 만들어진다면 또한 멋지겠다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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