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의 꽃 1 - 을지문덕의 약조
윤선미 지음 / 목선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수의 꽃’은 살수대첩으로 유명한 을지문덕의 생애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하면 먼저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다분히 픽션이겠거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소 국뽕적이겠거니 하는 것이다.

전자는 그만큼 고구려와 고구려 사람들에 대한 사료가 적기에 그런 것이다. 속된말로 ‘기록에 미친 나라’라고까지 생각하게 하는 조선의 그것과 달리 한국의 고대사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게 많다. 어쩌면 당시엔 그렇게까지 역사 기록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서 남기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많은 전쟁과 흥망성쇄가 반복되는 시기다보니 설사 남겼다고 하더라도 승리국에서 이전국들의 기록을 말소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렇다보니 작가가 상상력을 펼쳐 (기록이 없는) 여러 부분들을 창작해내기 좋고 그것에 따라 이야기의 품질 역시 크게 갈릴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후자는 고구려가 한국 역사상 가장 강대한 제국이었기에 그런것이다. 그것은 단지 가장 넓은 영토를 얻었었다는 영광만을 두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대게 하나로 퉁쳐 부르는) 중국과의 마찰과 침략 문제가 더 심각했는데, 상대적인 병력 수의 약세 때문에 궁지에 몰릴때에도 굉장한 수성을 보였던 게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을지문덕은 이 두가지 모두에 딱 걸맞는 인물이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는, 대체 어떤 출신이고 무슨 과정을 거쳐 그러한 자리에 올랐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무려 30만이라는 병력을 막아내며 전쟁을 종결시킨 영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것을 가져와 꽤 재미있는 서사를 써냈다. 그의 출신을 일반 백성으로 설정함으로써 다소 무리한 전개를 보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을 순수 창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만큼 철저하게 고증을 지킨 역사물이라기보다는 한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일종의 영웅기, 무협물처럼 보면 딱히 못받아들일 것도 없다. 거듭되는 기연을 거쳐 마침내 화려하게 꽃핀다는 건 꽤나 왕도적인 전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지한 역사물로서는 좀 부족하다. 고증은 둘째치더라도, 이야기 전개에 다소 긍정적인 우연에 기대는 측면이 많은데다 캐릭터 형성 역시 좀 느슨하게 했기 때문이다. 을지문덕이 왜 그러한 캐릭터로 완성되게 되었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렇게 하면 말이 될 것 같은데’라며 짜맞추어야 하게 한다. 이것이 이야기 전개가 썩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을 일종의 영웅기, 무협물로 퉁치고 관대하게 넘어가줘야 한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그래서 창작 드라마로서는 나름 재미있게 볼만도 하나, 아쉬움 역시 많이 남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몰리에르(Molière / Jean-Baptiste Poquelin)’의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Le Tartuffe)’는 시대상을 재미있게 풍자해낸 희곡이다.

17세기 작품인 이 희곡은, 다분히 당대의 프랑스 종교계를 풍자한 일종의 사회예술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희곡에서 담고있는 욕망에 의해 뒤틀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을 현혹하는, 그렇기에 더더욱 악질스러운 성직자의 모습은 몰리에르가 꽤나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생각했던 당시의 성직자를 그린 것이라는 말이다.

참, 대단한 의협심이었다. 왜냐하면, 당시는 종교계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자칫하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는 그런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희곡은 상영이 금지되었고, 이후 여러 소송과 국왕에게의 청원을 하기도 하다가 무려 5년여가 흐른 후에야 비로소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다시 올릴 수 있었다고 하니, 새삼 대단하다 싶다.

이 희곡의 장점은 단지 당시 종교계를 진지하게 비판했다는데만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그런 것에만 그쳤다면, 다분히 선동적인 정치적인 물건에 그쳤을거다. 그러나, 거기에 심각하게 휘둘리는 사람은 물론, 마음만 앞서 일을 그르치는 인간이나 무엇이 옳은지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흐름에 맡겨버리는 무기력한 인간은 물론 이런 이들을 싸잡아 꼬집고 늘 올바른 얘기를 하며 이 이야기를 볼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시원한 사이다를 느끼게도 해주는 소위 감정 이입할 대상까지 잘 집어넣음으로써 풍자의 깊이는 물론 이야기로써의 재미까지 제대로 만들어냈다.

심지어 그걸 ‘알렉상드랭’이라는 특별한 시 형태로 만들어냈다고 하니, 내용과 구성, 형식 면에서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 짐작해볼만하다.

아쉽게도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에선 이런 시 형태의 특징까지는 느껴볼 수 없다만, 대신 잘 읽히는 문장으로 이야기와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볼만하다.

이때에 꼬집었던 문제들은 놀랍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중인데, 이것이 이 희곡을 지금에서도 여전히 의미있는 풍자 작품으로 감탄하게 하지 않나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러드 오피스
말러리안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러드 오피스’은 직장인 문제를 담은 일종의 다크 판타지다.


현대를 배경으로 직장인이라는 대단히 사실적인 소재를 이용해 굉장히 현실적적인 문제들을 담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 책을 판타지라고 소개하는 것은, 저자가 그것을 풀어내는데 그러한 서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야기 구성만 놓고 본다면 좋게 얘기하긴 어려운 소설이다. 팬데믹으로 공권력만이 무너지고 일개 기업을 막을 수 없게 된다거나 의심스런 첨가물, 조폭 같은 여러 설정들도 좀 허술하고, 직전에 했던 이야기 전개가 갑자기 뜬금없는 식으로 급전환되며,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사고가 일반적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기업과 조직의 문제점들마저 판타지로 과장되어 그려짐으로써 현실성을 잃어 공감점이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잘 살렸다고 하기 어려우며, 담으려는 메시지도 흐려졌다는 얘기다.

그래도 그것들을 그저 던지기만 하는게 아니라 3부를 통해 이제까지의 다소 황당한 이야기들을 설명해줄 논리를 만들며 나름 정리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 직전까지 계속해서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의문까지 처리해주지는 못한다.

좋게말하면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자유롭게 뿜어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냉정하게 말해 그게 과연 적절하거나 좋은 것이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까.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판타지를 곁들인, 흥미롭게 볼만한 고전 역사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테의 ‘삼국유사’는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제작된 책이다.



승려인 일연이 역사와 설화를 모아 담은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함께 한국 고대사를 알게 해주는 귀한 역사서다. 특히 삼국사기에서는 다루지 않는 설화와 한국 신화를 많이 수록했고, 저자가 승려인만큼 불교적인 내용이 짙게 깔려있으며, 다분히 사대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역사서라기엔 너무 주관적인 해석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느끼게도 하는데, 이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한편 당시의 문화나 사상같은 것을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이건 또 이것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원저는 한자로 쓰여졌고, 지명이나 용어 등도 과거의 것으로 되어있어 일반인들이 보기는 좀 어려운데, 이 책은 그것을 그대로 옮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꽤 현대화를 하고 문장 역시 보완을 해서, 여전히 어려운 점들이 남아있긴 하나,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추가로 설명이 필요할 경우 해설이나 보충도 잘 달았다. 그를 통해 삼국유사에서의 내용이 왜 그렇게 기록되었는지를 얘기하는가 하면, 실제와는 다른 부분을 집어주거나, 다른 자료에서는 어떤 식으로 기록되어있는지 비교해주기도 한다.

내용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역시 강한 사대주의인데, 중국과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부각하는 것이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지금과는 사뭇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모두가 부정하(고 싶어하)는 이런 정통론을 실제 역사학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지 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