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 vs 백룸 배틀북
이준하 지음, 이주한(후다닭) 그림 / 꿈소담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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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 vs 백룸 배틀북’은 SCP와 백룸 크리쳐들의 1:1 배틀을 다룬 책이다.



시작은 꽤나 달랐지만, 설정들이 붙으면서 상황이나 이야기같은 것보다는 기묘한 존재를 다루는 비중이 늘기도 했고, 심지어 백룸 위키 중 한 곳은 SCP 재단의 기여자가 많이 참여하면서 둘 다 비슷하게 일종의 크리쳐물같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각 위키에서 다루는 크리쳐인 SCP와 엔티티를 개별적으로 보는 것도 그만의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위험도나 등급 같은 것으로 분류하는 만큼, 각각이 서로 맞붙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과연 누가 더 강할지 자연스레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 상상의 콘텐츠인 1:1 배틀을 성사시킨 것으로, SCP 크리쳐들끼리 싸우거나 또는 SCP 크리쳐와 백룸 크리쳐가 싸우기도 하는 등 총 32종의 크리쳐가 16쌍으로 짝이저 벌이는 전투를 담았다. 백룸의 경우 레벨이라는 비교적 분명한 격차도 있고, SCP에 비하면 수가 적기도 해서인지 백룸 크리쳐끼리의 배틀은 성사되지 않았다.

책은 거의 만화에 가까운 형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보기 편하고 잘 읽히며 전투 장면도 잘 표현한게 장점이다.

다만, 크리쳐들의 특성상 고유한 능력을 이용한 싸움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지문을 통해서 싸움이 설명된다는 건 좀 아쉬울만하다. 이야기의 진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아니라, 배틀만을 위한 장 위에서의 싸움을 짧은 지면으로 다루다보니 어쩔 수 없었지 않나 싶다. 등장 크리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아무래도 그렇게 잘 이입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나 싸움이 너무 급박하게 끝나는 느낌이 있다는 것도 한계점이다.

그래도 적당한 설명만으로 다양한 크리쳐들의 싸움을 나름 흥미롭게 그려냈으며, 이 배틀이 일종의 실험으로서 이루어진다고 포장함으로써 전체를 통일감있게 만든 것 등은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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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그래픽 노블 : 변화의 바람 전사들 그래픽 노블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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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댄 졸리(Dan Jolley)’가 쓰고 ‘제임스 L. 베리(James L. Barry)’가 그린 ‘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그래픽 노블: 변화의 바람(Warriors: Winds of Change)’은 위대한 여정 직후의 바람족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바람족 ‘머드클로’의 서사는 솔직히 좀 짜치는 면이 있다. 빌런으로서 충격적일만한 모습을 보였냐하면 그렇지도 않고, 딱히 그의 행위 이후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 것도 아니었어서다.

본편에서 한 권의 주요 사건으로 다뤄질만한 일이기도 했고, 그의 반란이 그에게 몰입해서 봤을때는 충분히 그럴만한 점이 있기도하나 아무래도 그의 시점을 중심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닌데다 그 끝이 다소 허무했기 때문에 일종의 뻘짓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 그래픽 노블은 그런 그의 입장을 대변하고 왜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은 더 그의 입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떻게 보면 머드클로는 단순히 개인감정에 급발진한 분탕종자이자, 기껏 종족들이 서로 연합하여 일종의 통합을 이뤄냈던 ‘위대한 여정’ 직후에 일을 벌임으로써 모든 종족들에게 의심암귀를 심고 또 다시 종족간의 전화라는 불씨를 남긴 쓰레기같은 놈이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그를 재조명해 그의 속내나 진심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꽤 좋은 점이다.

그것이 머드클로의 빌런으로써의 매력을 떨어치기도 하나, 애초에 그렇게 대단히 빌런적인 서사를 가진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더욱 의심스러운(이상한) 점이 있었기에, 오히려 그가 이용당했다는 이야기가 본편과 함께 그의 서사를 더 채워지 않았나 싶다.

이건 그와 얽혀있는 인물 간악함을 부각시키기도 하는데, 그건 또한 머드클로가 순간 잘못된 길로 발을 디딛음으로써 자신은 물론 자신을 따르던 고양이들까지를 얼마나 크게 어긋나게 했는지를 알게도 한다.

전혀 주동적이지 않은, 단지 이용당한 듯이 그려지는 것에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나, 어째서 그가 별족으로 남게 되었는가나 그의 진심을 알게 해준다는 점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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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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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파리대왕(The Lord of Flies)’은 인간 본성에 대한 실랄한 비판과 풍자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소년들이 섬에 표류되어 겪는 일을 담았다는 점에서 ‘15소년 표류기(Deux Ans de vacances, 1888)’와 많이 비교되지만, 사실은 그보더 더 전에 나왔던 ‘산호섬(The Coral Island: A Tale of the Pacific Ocean, 1857)’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어떻게보면 일종의 2차창작물, 팬픽인 셈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산호섬의 요소를 가져왔으며, 심지어 직접적으로 원작을 언급하기도 한다.

다만, 전혀 원작이 좋아서 쓴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란 점이 일반적인 팬픽과는 좀 다르다. 소설엔 아예 원작을 노골적으로 비꼬는 것도 있는데, 알고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그런 원작을 아는 사람은 지금에 와서는 (특히 한국에서는) 거의 없는데, 그건 아마 일종의 편견과 사상을 갖고 만들어진 프로파간다적인 소설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당연히 그에 반대해서 쓴 이 소설도 그러한 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를 굉장히 잘 집어냈으며, 그걸 잘 구성된 설정과 이야기로 보여주기에 설득력있고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어떻게보면 좀 극단적이어 보일 수도 있는 소설 속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도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그 이전의 복선 등이 쌓인 결과로 핍진성있게 보인다. 꼭 특정한 것에 대한 풍자라며 그것들에 담긴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물론, 비유나 상징같은 것을 잘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무엇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면, 꽤나 적절하게 썼다는 걸 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통해 던지는 생각거리도 시대를 타지않고 계속 숙고해보게하는, 심지어 지금도 여전히 소비되고 있는 것이라서 이 소설을 여전히 의미있게 한다.

적어도 한번은 꼭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다. 그냥 읽어도 좋고, 비유와 상징에 대해서 알아본 후 곱씹어 보면서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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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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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이치호 미치(一穂 ミチ)’의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光のとこにいてね)’는 살짝 미묘한 지점에 있는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다.

미묘하다거나 ‘일종의’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이 소설이 전형적인 로맨스의 공식을 전혀 따르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헤테로(이성애자)는 물론이고 호모(동성애자)를 다룬 것, 즉 BL물 또는 GL물이라고 하는 것과도 조금 다르다. 양쪽 모두에서 살짝 거리를 둔, 중간 즈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두 주인공의 감정과 행동은 그들을 전형적인 동성애적인 그것처럼 보게 만들기는 한다. 아무리 친밀하다고 하더라도 이걸 그냥 우정이란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둘 사이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절로 알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 그러한 것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장면도 있기에 더 그렇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동성애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흔한 장르물들이 그런 것처럼 그렇게까지 성애적인 것을 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 뿐이면 순수한 사랑을 부각하는 GL물의 특징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성관계도 함으로써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면 동성애 장르물의 요소를 가져왔으면서도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비껴감으로써 장르물의 맛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좋게 말하면 그럼으로써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게 이 소설을 성애적인 일반 로맨스와는 좀 다른 유형이라고 느끼게 한다. 성애적인 것에만 쫌 집착하는 면이 있는 BL 장르에 주력하던 작가가 이런 걸 썼다는 게 살짝 놀랍다.

두 사람의 사연이 어렸을 때부터 쌓이는데다가 그것의 무게도 꽤나 있다보니, 소설은 불우함 혹은 결핍을 겪은 두 인간이 서로에게 의미가 되며 살아나가는 인간 드라마로 읽히기도 한다.

오랫 시간에 걸쳐 벌어지는 둘의 상황과 심정을 나를 잘 전개하기도 했으며, 제목이기도 한 둘의 관계와 감정을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장도 마냥 유치하지 않게 잘 사용한 편이다.

이들의 선택에 얼마나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나 어쨌든 로맨스에 가까운 소설이란 점에서는 쫌 호불호가 갈릴만도 하다만 그래도 한번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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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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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나쓰카와 소스케(夏川 草介)’의 ‘스피노자의 진찰실(スピノザの診察室)’은 잔잔한 일상 의료 드라마다.

의료 드라마는 비교적 화려한 장르다.

하나는 의료 경험이 있는 사람도 적고 관련 지식도 대중적이지 않은 꽤나 특수한 부류의 전문직인 의사를 다루는 것인데다, 완전히 정립된 지식이 있어 그걸 행하기만 한다기보다 계속 새로운 기술이나 연구가 나오기도 최신의 학문을 이용하는 분야라서 그러한 것들을 적당히 선보이기만해도 꽤나 멋진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하나는 만인을 평등하게, 조건없이,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권력이 만들어지고 그게 쌓이기도 쉽다보니 정치의 대상이 되기도 쉽고 그러다보니 음모와 부패, 그로인한 부작용도 쉽게 나올 수 있다. 이건 다양한 인간군상과 깊고 묵직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의료물은 일종의 히어물에 가깝거나 느와르같은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걸 예상하고 또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이들이 보기에 이 소설은 좀 심심한 편에 가깝다. 꽤나 능력있는 전문 의사가 등장하고 활약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소하거나 하는 쇼적인 면이 없고, 갈등을 일으키는 큰 사건 같은 게 일어나지도 않아서다.

그보다는 비교적 일상물에 더 가깝다. 이는 주인공 ‘마치’의 캐릭터성 때문에 더 그렇다. 그는 엄청난 열정이나 사명감 같은 것을 불태우지도 않고, 돈이나 지위같은 것에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반복된 생활만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명한 소신을 갖고 그러는 것에 가깝다. 단지 자기가 있는 곳, 있을 수 있는 곳, 있어야 하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담담하게 이어가며 환자를 대하는 잔잔한 그의 이야기는 진짜 의사와 그렇기에 줄 수 있는 신뢰와 위로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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