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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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벨 앱스(Annabel Abbs)’의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Miss Eliza’s English Kitchen: A Novel of Victorian Cookery and Friendship)’는 실존인물 일라이저 액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현대 요리책의 시초’라는 문구는 자칫 잘못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언뜻, 그 이전에는 제대로 된 요리책이 없었다는 것처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보면 맞지만 정확하게는) 사실과 좀 다르다.

일라이저 액턴의 요리책이 가진 의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있는 요리책의 일반적인 포맷을 소개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재료의 양이나 조리 시간 등이 제대로 정리되어있지 않아서 읽어봐도 어떻게 요리를 해야하는지 헷갈리고 대부분은 직접 해보거나 기왕의 경험을 통해서 자기식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각 재료 얼마만큼을 준비해야하는지 나열하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각각을 몇분씩 조리하는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지는 레시피 설명 방식의 틀을 마련했기에 “현대” 요리책의 시초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대인들은 대부분이 일라이저 액턴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실존인물, 심지어 꽤나 현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그녀가 자신의 요리책을 쓰게되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진지한 역사소설이거나 전기소설같은 것인 건 아니다. 정확한 조사나 일기 등의 기록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라기보다는 알려진 사실에 저자가 상상을 덧붙여 창작한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에 기반한 것은 실존인물의 이름과 존재, 그녀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것이 다른사람에게 표절당했었다는 등의 짧게 요약될만한 사실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책에서 보여주는 일라이저란 인물의 성격이나 요리책을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같은 것들은 일단 허구라고 봐야할 것이다. (출판사에서도 애초에 그렇게(픽션이라고) 소개한다.)

딱히, 그게 나쁘다거나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물론 실존인물을 다루는 것이라 자칫 편견을 만들어낼까 조심스러운 점은 있지만, 대신 그렇기 때문에 실제와는 달리 잘 짜인 드라마도 만들어 넣을 수 있으며 그게 이야기를 더 볼만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 작가가 쓴 것인만큼, 최신의 인기 트렌드인 페미니즘 버무려져 있는데,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주인공이 극복해나가는 고난같은 것처럼 취급되기도 하는데다, 일라이저 본인이 실제로 학교를 운영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에 그렇게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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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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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는 촉법소년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무엇보다 빡치는 상황이 무얼까. 소설에서나 있는 완전범죄 그딴 것도 아니고, 죄상이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막상 아무런 처벌도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마치, 당한놈이 병신이지라는 듯 비웃는 그 행태를 피해자 가족이 과연 참아낼 수 있을까.

도저히 그럴 수는 없을거다. 최악의 경우, 내 손으로 칼부림을 해서, 법이 안하겠다면 스스로라도 벌을 내려 복수를 완수하겠다며 눈에 불을 켤 사람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복수를 금하기위한 법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순간 벌어질, 그 거지같은 소년법에 대한 얘기다.

소년법은 단순히 피해자 가족들만을 그런 궁지로 몰아 넣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는 마땅한 벌을 받음으로써 사회가 인정할만한 죗값을 치르고 새출발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속죄의 기회까지도 앗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벌을 받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깨닫지도 못하게 하고, 그들을 쉽게 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부추김으로써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제 아무리 인권같은 헛소리를 지껄여도 끊임없이 문제가 일어나는 개같은 법이라고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다.

그렇기에 그로인한 유가족은, 그것을 바꿀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놈을 벌하기 위해서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하기 위해서든.

거기에 시간여행물을 섞은 이 소설은, 다분히 기존의 것들을 가져다 짬뽕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것들이 꽤나 인기를 끌어 시리즈처럼 나오기도 했던만큼, 나름대로 볼만하다.

주요한 부분을 나름 제대로 가져와서 그렇다. 과거에 대한 개입이 미래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크게 바꾼다는 아이디어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에 쉽게 흥미를 끈다. 다만, 주요 아이디어가 같기 때문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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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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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미에코(川上 未映子)’의 ‘헤븐(ヘヴン; Heaven)’는 학원폭력 문제를 그린 소설이다.



2009년 8월에 처음 공개된 이 소설은, 솔직히 말하자면 현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겐 그리 공감받지 못할 소설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일본 특유의 기묘한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1

일본 컨텐츠는, 열혈이 넘쳐나는 소년만화에서는 좀 드물기도 하고, 순정만화라고도 하는 소녀만화 역시 대체로 대중적이라 할만한 연애를 그리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가족 드라마나 인간 드라마라 할 부류에서는 꽤 잦게 ‘어?’하는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거기까지의 과정들이 그런 생각과 감정으로 결론맺게 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감정적 정체성, 말하자면 일본적 감수성을 한국인은 갖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꽤나 그런 일본적 감수성을 진하게 담아낸 것이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이해자처럼 등장하는 ‘고지마’는 특히 그렇다. 이들의 발상이나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폭력 피해자의 압박감이나 그로인해 뒤틀린 사고는, 그와 똑같은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100% 온전히 이해하거나 심지어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상식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인지 쫌 따라가기 어렵다.

이것은 이 소설이 다분이 90년대 후반의 세기말적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분명 그 시기를 거쳐왔고, 그때에 많은 정신적, 정서적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을 거의 직접적으로 뱉어낸 듯한 문장으로 써내기도 했기 때문에 그에서 벗어난 지금 보는 소설은 일상과 사회, 더 나아가서는 세계에서도 벗어나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썩 좋은 소설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런식의 감성과 경험은, 일본적인 감수성을 갖고 그러했던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이나 공감할 수 있을법한, 지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주인공의 정신상태나, 잘못된 길로 들어선 자의 인도로 인해 겪게되는 혼란, 그리고 그에서 벗어난 후 맞게되는 ‘일반적인 일상’이란 것의 감사함을 강조하기도 하나, 지나치게 극적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야기가 이렇다보니, 몇몇 문답을 통해 담고있는 윤리와 선악에 대한 문제같은 다소 철학적인 부분들도 좀 묻히는 감이 있다.

뭐, 어쩌랴.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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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사이드 타운 : 상 잠뜰TV 본격 오리지널 스토리북
루체 그림, 박미진 글, 잠뜰TV 원작 / 서울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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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사이드 타운: 상’은 동명의 방송 컨텐츠를 소설화한 책이다.

써니 사이드 타운은 다른 컨텐츠처럼 시리즈가 아니라 개별 컨텐츠로써 제작된 것이라서 그런지 꽤 여러가지 다른 특징들을 보인다. 한권으로 딱 떨어질 정도의 분량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고, 상황과 캐릭터 설정이 처음부터 비교적 뚜렷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다. 그뿐이랴. 심지어 이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이런 것은 몇가지 부수효과를 가져오는데, 하나는 폐쇠적인 공간에서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배가된다는 거다. 일종의 코스믹 호러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원초적인 공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게임 컨텐츠로서 게임적 요소를 많이 사용했기에 소설화 했을 때 그것이 어색해지던 면도 있었던 다른 컨텐츠와 달리 일단은 은근슬쩍 넘어가게 해주기도 한다는 거다. 그건, 이 이야기의 진실이 전혀 색다른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자면, 등장인물들이 사실은 다 이상한 애들이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햇빛을 받으면 변이를 한다든가, 상태가 안좋던 애에게 마취해제약을 먹였더니 좋아진다든가, 이상하게 흘러나오는 방송과 엘리베이터 동작같은 여러 상식적이지 않은 것들도 어쨌든 결말이 나오기까지 일단 보류하며 보게된다.

폐쇠병동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조심스런 탐색을 그린 이야기는 그 자체로 꽤 흥미롭기도 하다. 과연 각자의 항뱡은 어떻게 될지, 상식에서 벗어난듯한 상황과 은근히 조금씩 뿌려둔 떡밥들은 과연 어떤 진실로 한데 모이게 될지, 하권을 사뭇 궁금하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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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키퍼의 딸
안젤린 불리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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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린 불리(Angeline Boulley)’의 ‘파이어키퍼의 딸(Firekeeper’s Daughter)’은 한 인디언 공동체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책을 열면 좀 놀라게 된다. 이런 책은 새삼 오랫만이기 때문이다. 지면을 아끼고, 내용을 꽉꽉 채워넣은 책 말이다. 글자 크기도 작아 전체적으로 좀 이전 출판 경향을 따른 느낌이다. 그래서 보려면 좀 제대로 각잡고 보는 것이 좋은데, 애초에 그렇게 가볍게 볼만한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별로 단점같진 않다. 굳이 나눠서 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내는 편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개인 취향이긴 하다;)

소설은 꽤 흥미로운데, 소재부터가 그렇게 흔하게 다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디언 사회의 이야기라니, 좀처럼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이건, 이런 소설을 쓰는 것이 좀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런 게 크다. 자칫 허황된 찬양이 되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거한 비난을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아예 이런 이야기를 쓰지 않음으로써 그런, 작가생활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문제를 피하고자 한다.

그렇다보니 흑인, 인디언, 이민교포처럼 해당 사회에서 소수라 할만한 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에의해 쓰여지게 된다. 그들만이 그런 최악의 경우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소설도 그렇다.

오지브웨 원주민 작가가 쓴, 해당 지역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은 꽤나 볼만하다. 앞서 말했듯 쉽게 접하기 어렵기에 그렇기도하지만, 지역사회에 속한 작가라서 더 내밀한 부분들을 사실적으로 써내서 그렇기도 하다.

덕분에 다수인 이주민들의 언어를 주 언어로 하면서도 여전히 계승하고 있는 원주민들의 언어나 문화같은 것들을 엿볼 수도 있고, 섞이면서 생기게 되는 정체성이라든가, 반쯤은 폐쇠되어있는 원주민 사회기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 그리고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에서 여전히 벌어지는 인종차별 같은 것들을 볼 수도 있다.

그런 문제의 연장에서 사건을 보여주고 비밀을 파헤치는 일종의 형사 드라마같은 전개를 사용한 것도 꽤 괜찮아서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을 올려주기도 한다.

원주민, 이주민, 그리고 그사에서 난 혼혈이라는 캐릭터도 꽤 적절해서 독자의 이입을 적당히 끌어내기도 하고 양쪽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일종의 형사 드라마같은 전개라고 한 것과 달리 미스터리적인 면은 좀 아쉬운데, 이야기가 좀 전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뒷심은 다소 아쉽다는 느낌도 남는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가 예정되어있다고 하는데, 원작 관련해서 최근 좀 문제가 있기도 했었던지라, 과연 어떻게 각색이 될지 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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