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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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에이지(内田 英治)’의 ‘미드나잇 스완(ミッドナイトスワン; Midnight Swan)’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 결말을 포함한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소설은 주요 인물들이 성소수자라는 점을 통해 자연스레 그들이 처한 현실과 사회의 인식과 같은 문제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외면받고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부정당함으로써 겪게되는 심적인 문제라든가 가족간의 틀어진 관계 등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엮여 만들어지는 비극적인 드라마를 꽤 잘 보여준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역시 주인공인 ‘나기사’다. 그의 고난한 삶은 일본 성소수자의 현실을 꽤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진국이라며 꽤나 성적인 것도 잘 양지화되어있고 소위 뉴하프 등을 공공연히 얘기하기도 하는 등 성정체성 문제에도 포용적인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것들은 그저 잘 만들어진 상업적 판타지에 불과했다는 것 같아 새삼 씁쓸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뉴하프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놀림을 받는다는 식의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힘들고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잘 담아내서 인물의 서사와 감정에도 쉽게 이입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결핍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 채워질 수 있게 구성도 괜찮게 헌 편이다.

인정하려 하지는 않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나기사’, 엄마의 애정과 발레를 필요로 하는 ‘이치카’, 인형처럼 춤을 강요받았지만 그래도 가고싶었던 꿈에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달은 ‘린’ 등 각각은 도저히 어쩌지 못할 결핍을 가지고 있지만 잘만 맞물린다면 충분히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수도 있었다.

그것이 여러 상황을 계속해서 어긋나고 각자의 결핍이 그것을 부정적으로 부추김으로써 모두가 비극적인 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차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다만, 그렇게 되는 후반부의 서사가 썩 좋지만은 않은 편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요소 즉 씨를 갖고 있었다고는 하나, 단지 단계를 밟아나가듯 건조하게 하나씩 꺼내놓기만 할 뿐이라 왜 하필 그때 그렇게까지 해야(되어야)만 했는지 좀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대충 넘기거나 급작스런 변화를 보인 것도 있어 더 그렇다.

비극성을 강화하기 위해 좀 무리하게 밀어부친 것은 아닐까. 영화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결정된 영상 씬을 위해 앞뒤를 좀 끼워맞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엔딩에 썩 납득이 잘 안된다. 소위 ‘일본적 감수성‘이란 게 없어서 그런걸까.

과연 연기와 영상미가 곁들여진 영화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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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인물지 - 유소 『인물지』 완역 해설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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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인물지’는 ‘유소(劉邵)’의 ‘인물지(人物志)’의 완역 해설본이다.

원저자인 ‘유소’는 삼국지의 간웅으로 유명한 ‘조조’의 인사참모를 했던 인물이다. 소위 문과형 인물로 상당히 많은 저술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 인물지도 그렇게 남긴 것 중 하나다.

유소의 저술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철학서 인문서가 그러하듯이, 책에 담긴 내용이 모두 그의 순수 창작인 것은 아니다. ‘논어’나 ‘도덕경’같은 기존의 내용을 참고했으며 당연하게도 당시의 주류 사상이었던 ‘유학’이라는 기본을 갖고있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좀 시대와 맞지 않는 얘기들이 있을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유학을 기본으로 세운 조선이 전신인지라 여전히 어느정도는 그런 사상적 배경을 갖고있는 한국인들에게는 꽤나 잘 와닿고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사(人事)에 관한, 말하자면 인재등용술을 담은 것이라고는 하나, 일종의 철학서이기도 하기에 마냥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려면 어느정도는 사상적 배경과 거기에서의 가치관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자어를 남발하는 식으로 쉽게 가지않고 쉬운말로 풀어쓰는 식으로 번역에도 신경을 썼고, 주해와 함께 역주 역시 꼼꼼하게 단 편이라서 현대인들이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책에는 현재에도 유익해 보이는 지혜들이 꽤 많이 담겨있어서, 선인들의 지혜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한편 인간이란 쉽게 바뀌지 않으며 역사 또한 (별로 바뀌지 않을 만큼) 짧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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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속 과학 - 과학의 시선으로 주거공간을 해부하다
김홍재 지음 / 어바웃어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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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속 과학’은 아파트와 여러가지 정보들을 담은 책이다.

집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심지어 짜내고 짜낸 게 아니라 가볍게 털어보는 정도로만으로도 충분히 두꺼운 책 하나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있을거라고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늘 접하고 있다보니 점차 변화해 왔다는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몇십년만에 꿈의 집으로 이사를 한다든가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집, 특히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많이 건설되고 또 이용하며 애용하는 아파트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모은 것으로 간단하게는 치수법과 면적에 관한 것에서부터, 구조와 설계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 주변 환경, 나아가서는 그것이 그런 집에 사는 사람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꽤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떤 건 과학이라기보다 그냥 잘 모르던 분야의 지식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건 분석을 통해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진짜 과학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어떤 느낌이든 다 흥미롭게 볼만하고 꽤나 유익하기도 하다.

대부분이 그러했는데, 특히 눈에 들었던 것은 역시 치수법과 면적에 대한 것으로, 분명 똑같은 전용면적이라고 얘기하는데도 실제로는 넓이 차이를 느꼈던 것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쪽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아는 사람이 적고 집을 구할 때도 전혀 이런 것을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단지 구조에 따른 느낌차이인가 했는데, 역시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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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죽이거나 - 나의 세렝게티
허철웅 지음 / 가디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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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죽이거나’는 세렝게티 초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The Lion King, 1994)’으로 대표되는 드라마를 예상할 것이다. 그게 워낙에 걸작이었어서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좀 그렇기도 하다. 주요 인물 중 하나가 사자의 자식인데다 초원에서의 생활에 대한 묘사도 자연이라는 원전을 둔 것이다보니 자연스레 과거의 유사작들을 떠올리게되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그럴만큼 초원 동물들에 대한 묘사를 잘 했다는 얘기다. 초원이란 게 좀 한국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다 토테미즘도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흔치도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정도면 꽤나 잘 써낸게 아닌가 싶다. 익숙한 한국어 명칭이나 영어 대신 스와힐리어 명칭을 사용한 것도 꽤나 괜찮았다.

주연으로 서로 상반되는 두 동물, 포식자인 ‘사자(디씸바)’와 피식자인 ‘누(응윰부)’를 꼽은 것도 좋았는데, 둘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는데다 같은 상황도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는 게 꽤 괜찮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묘사가 그럴 듯 했기 때문에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인간적으로 재해석된 것이긴 하지만 독자가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생활, 고민 등에 대해서 꽤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입하게 한다. 그래서 초중반의 이야기를 꽤 좋게 느낀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그만큼 저자가 의도같은 게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이상을 담은 듯한 것은 좀 현실성없는 얘기처럼도 보이고, 그렇다고 다른 우화들처럼 인간 드라마를 동물 캐릭터를 통해 강조해 보여주는 그런 것도 아니라서 좀 애매하게 느낄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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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쉽게 배우는 인류 진화사 사피엔스 - 약해 빠진 인류의 눈물겨운 생존 이야기
김지영 옮김, 하세가와 마사미 감수 / 제제의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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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마사미(長谷川 政美)’가 감수한 ‘만화로 쉽게 배우는 인류 진화사 사피엔스(ご先祖さまは弱かった!激ヨワ人類史)’는 인류의 진화를 가볍게 볼 수 있게 담은 만화다.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꽤나 여러 노력을 기울인 책이다. 그래서 그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한 특징 중 하나는, 당연히 만화라는 거다. 그것도 제대로 된 만화다. 단지 만화라는 형식만 사용했을 뿐 설명 위주의 텍스트를 가득 실어 만화로 만든 게 무색한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꽤나 일반적인 만화처럼 읽어나갈 수 있다. 여러가지 것들 중에서 무엇을 선별해서 이야기할거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꽤 신경썼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단세포에서부터 현생 인류까지의 진화 과정을 약점과 극복이라는 것으로 풀어냈다는 거다. 이게 전체를 간추린 요약본같은 역할을 해서 핵심을 정확하게 알게할 뿐더러, 문답식 퀴즈같아 맞춰보려 생각해보게도 해서 흥미를 끈다. 문제 상황들을 하나씩 격파하면서 진화해나가는 연속된 서바이벌 스토리처럼 여기게도 한다.

덕분에 분량을 엄청나게 줄이면서, 흥미도 유지하고, 핵심 내용도 잘 전달한다.

문제는 이런 구성이 단세포에서 현생 인류까지 단계별로 진화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마치 생물의 종에 레벨같은 게 있는 것같은 이런 방식은 우생학같은 잘못된 개념으로 변질되기 쉬우며, 단방향이 아니라 나뉠 뿐 아니라 합쳐지기도 하며 복잡한 강물처럼 뻗어나가는 현재의 주류 진화론의 가지 모양과도 맞지 않다.

마치 특정 생명체가 문제에 대해 대응을 해서 살아남은 것처럼 그린 것도, 적자생존으로 대변되는 진화의 기본 개념을 오해할 수 있게 한다.

단순화해서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건 좀 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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