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명령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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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명령’은 대통령 암살을 소재로 한 대체역사 소설이다.

1979년에서 1983년에 걸친 시대를 배경으로 한국의 가장 더러웠던 전두환 집권기의 뒷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실제 인물과 역사적인 사건 등을 토대로 완전히 허구의 이야기를 써낸 소위 팩션(Faction)이다.

이런 소설의 정체성, 가장 악질적이라 할 수 있을만큼 부패 정치의 정수가 모여 만들어진 신군부라는 집단, 그들과 또 그들에게 대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은 물론, 친구라 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이 서로 극과 극으로 대립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 까지도 좀 유사점이 있어 자연스레 이전의 유명했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딱히 겹치는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다루는 시기는 물론 이야기의 방향성이나 전개 역시 꽤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나 ‘자산어보’ 등 여러 역사소설을 써왔던 작가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꽤 준수한 편이다. 역사의 일면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건들 사이의 빈 공간을 흥미롭게 채워서 대체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재미있게 볼만하다.

반대로 대체역사물을 즐겨보는 사람에게는 좀 불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끝을 정해놓은 느낌의 이야기라서 대체역사물 특유의 말도 안되지만 막힌게 뻥 뚤리는 듯한 그런 시원함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장르 소설로서의 대체역사물과는 결이 많이 다른 셈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크게 틀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쓴 것 같아, 좀 더 일반적인 역사 소설에 가깝게 느껴진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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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여름 방학 라임 청소년 문학 61
이서유 지음 / 라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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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여름 방학’은 청소년들의 여러 고민과 현실을 담은 단편집이다.

수록작 중에는 비교적 가벼운 것도 있다. 심각한 문제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뻘쭘한 착각으로 인한 해프닝이었던 이야기가 그렇다. 비록 오해하고 있어 마음에 불편함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깊은 애정이 있음을 알 수 있기에 관계 역시 별 다른 탈이 없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어 더 그렇다.

막막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현실과 미래에 대한 긍정을 엿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비록 상황도 썩 좋지않고, 해쳐나가야할 앞으로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기대해보게 한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꼬여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원하는 것을 찾고 그걸 위한 행동하려는 (성공하는 미래로 갈 수만 있다면) 귀여운 이야기, 이상과 달리 무너져 버린 현실의 삶을 어떻게든 붙들어 매려하는 무거운 이야기, 성적 우선주위와 일탈, 그리고 그로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씁쓸하게 담아낸 이야기 등 이상적이고 긍정적이기만 하지는 않은 현실적인, 그렇기에 쉽게 해소될 수 없는, 결국 해소되지 않는, 고민들까지도 담고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함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고민들을 진지하게 마주하게 하기 때문에 깊게 생각해보게도 하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를 통한 한 걸음을 잘 보여주기에 긍정적이다. 공통된 것을 서로 다른 이야기들로 보여줌으로써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강화하는 것도 좋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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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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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辻村 深月)’의 ‘사자 츠나구(ツナグ)’는 죽은 자와의 해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죽은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마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감춰진 진실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차마 떨치지 못하고 쥐고있는 마음의 정리를 할 수도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츠나구’는 그런 만남을 주선해주는 사람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츠나구를 통해 꼭 보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을 신청하고, 그들이 츠나구를 찾게 된 이유, 한번뿐인 만남의 결과 등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구성을 하고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이유로 츠나구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을 마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처럼 느끼게도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 관계, 그리고 전개까지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식상해지지 않게 하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이야기도 잘 끌고가서 흥미롭게 읽힌다. 모든 뒷 이야기까지를 낱낱이 나열하지 않고 일부는 비밀스럽게 감춰둠으로써 다음을 궁금하게하고 독자가 스스러 그 공백을 상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단지 여러 사람들의 에피소드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거기에 츠나구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게도 만든 것도 좋다.

서로 다른 츠나구를 마주치게 된다든가, 의뢰에 꼭 특정 병원과 호텔을 이용하고, 무심한가 하면 감상을 묻는다거나 의외의 첨언이나 참견을 하는 것 등을 각 에피소드에 조금씩 흩어놓았다가 그것을 연결하고 그러모아 하나로 엮는 솜씨가 나쁘지 않다.

삶과 죽음, 인생, 선택과 결과 등에 대해서 전혀 확언하듯 이야기하지는 않으면서도 방향성이 뚜렷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도 괜찮다. 그래서 소설은 얼핏 크게 열려있는 것 같지만, 또한 제대로된 완결을 지은 것처럼도 느낀다.

읽기 경험이나 이야기가 만족스러워서 후속권도 기대된다. 새로운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어렴풋하게만 드러낸 츠나구에 대한 것과 1권 이야기들의 후일담 같은 것도 좀 보고싶다.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ツナグ; Until the Break of Dawn, 2012)로도 만들어졌는데, 자칫 뻔한 이야기지만 소설의 서술적인 면의 솜씨가 그걸 보완해준다고 봤기에, 과연 영상물은 그 부분을 어떻게 충족시켰을지 궁금하다.

번역은 쫌 아쉬웠는데, 말투 정리에 실패한 부분이 상당히 거슬리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존댓말을 하던 하급자가 갑자기 싸가지없이 훈계조로 반말을 찍 내뱉는다든가 하는 건 일본어에서나 관용적으로 허용하는 거지, 그걸 그대로 한국말로 직역해버리면 정신나간 놈으로 밖엔 안보인다. 어색할 뿐더러 캐릭터까지 망가뜨린다. 대사 좀 신경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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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임상훈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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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무를르바(Jean-Claude Mourlevat)’의 ‘거꾸로 흐르는 강: 한나와 천년의 새(La Rivière à l’envers: Hannah)’는 한 소녀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토멕’의 이야기를 그린 전작의 후속작으로 나온 이 책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나’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원작은 둘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을 하고 있지만 토멕의 모험만을 1인칭 시점으로 따라가며 그리고 있기 때문에 감춰진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후속권을 통해 시원하게 풀어내주기 때문에 전작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이 책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하다. 전작이 갖고있던 판타지가 있는 모험기라는 기본적인 정체성은 이 책도 동일하기에 더 그렇다.

원작이 있는 후속권 중에서는 대중들의 평이나 의문, 저자의 아쉬움들이 반영되면서 미묘하게 바뀌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더러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 깔끔한 편이다.

그건, 애초에 원작에서 한나의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작에서의 이야기를 긍정하면서도 꽤나 자유롭게 새로운 모험들을 써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걸리는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허술한 부분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한나가 애초에 여행을 떠난 이유를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일종의 옴니버스식 구성을 사용했기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한계 같기도 하다.

이 소설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만화로 만들어졌는데, 소설이 괜찮았다면 이쪽도 추천한다.

만화를 먼저 본 입장으로서, 절로 만화가 떠오를만큼 실로 소설을 충실하게 담았다고 느꼈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그런 일반적인 만화보다는, 작화를 충분히 사용한 소설이란 의미에서의 그래픽노블에 가깝기에 꽤나 묘한 보는맛과 읽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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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어원을 만화로 잡는 4컷 영단어
히지이 가쿠 지음 / 더북에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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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이 가쿠(肘井 学)’의 ‘필수 어원을 만화로 잡는 4컷 영단어(語源とマンガで英単語が面白いほど覚えられる本)’는 영어 단어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게 만든 책이다.

구성을 꽤나 잘 한 책이다.

일단 만화를, 그것도 하나 하나씩 딱 떨어지는 4컷 만화를 기본 포맷으로 해서, 보기 편하고 나름의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것도 전혀 어색함이 없게 하고, 그 와중에서 몇개를 이어 연속된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꽤 신경써서 만든 것이 보인다.

단지 그런 역할만 하는 것 뿐 아니라, 단어가 가진 기본적인 뜻을 알게 하고, 그것이 전해질만한 짧막한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상황에 적합한 것인지를 알게한다는 효과도 있다.

어원이라는 것에 주목해 그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단어와 그것이 접두어 등과 조합됨으로써 어떻게 변화되는 것인지를 보여줌으로써 유사한 영단어를 만나게 됐을 때 뜻을 유추해 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어학책인만큼, 단어에 대한 뜻을 정확하게 정리해주고 예문을 보여주는 등도 확실하게 한 편이다.

중간 중간 나오는 컬럼도 꽤 볼만한데, 가벼운 읽었거리이기도 하면서 또한 앞서 보여주었던 단어들이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식으로도 쓰일 수 있는지를 얘기함으로써 단어의 뉘앙스를 전해 줄 뿐더러 실제로 유용한 지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포맷이 포맷이다보니 흔한 보케블러리 책들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은 333개 단어만은 담고있지만, 일상에서도 꽤나 유용하게 쓸만한 단어들을 선정한 편이라서 오히려 적은 부담으로 유익한 단어를 익히는데 도움이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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