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별들의 징조 5 : 잊힌 전사 전사들 4부 별들의 징조 5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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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4부 별들의 징조 5: 잊힌 전사(Warriors: Omen of the Stars #4 The Forgotten Warrior)’는 시리즈 4부 다섯번째 책이다.

4부는 예언의 고양이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내세우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계를 흔드는 등 이전과 달리 훨씬 더 판타지스러운 세계관을 보여주면서, 강렬했던 빌런을 다시 등장시키기 위한 빌드업을 참 착실히 쌓아온 시리즈였던만큼 개별 권에서는 딱히 빌런이라 할만한 등장인물이 없어서 조금 무난한 드라마같은 느낌도 들었었는데, 그걸 의식해서였는지 이번권에선 좀 뜻밖의 빌런이 갑자기 등장한 감이 있다. 다시금 등장하긴 하겠다 싶은 그런 애긴 했지만, 이런 시점에 이런 식으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제까지의 빌드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당히 소비할 빌런으로 이만한 애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딱히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적잖은 파문을 잘도 일으키는 그런 부류라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싫어하는 종류라서 등장할 때마다 짜증이 일기도 했다만, 전부터 보여줬던 마치 정치인같은 그 모호한 화법을 이용한 민심장악과 그를 통한 판 흔들기는 의외로 종족 고양이들에게 적당한 시련을 주면서 새로운 생각과 성장을 하게하는 괜찮은 자극이 된다. 따져보면 꽤나 괜찮은 빌런인 셈이다.

계속해서 쌓아왔던 빌드업도 한층 더 강화했다. 특히 생과 사, 종족간의 경계, 소속감이나 충성심 같은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나 두려움 같은 걸 느끼게 하면서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하게 될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4부 완결도 이제 1권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키워놓은 것을 과연 어떤식으로 해소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리지는 않아야 할텐데.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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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이석용 지음 / &(앤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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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사형 집행 레시피’는 사형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작가가 처음 모티브를 얻고 구상을 시작했을 때로부터 수년이 흐른 후에 나오게 된 것인데도 놀랍도록 현재에 들어맞는 그런 이야기다. 최근의 거지같은 여러 사건들이 절로 사문화되어있는 사형제의 부활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단지 그런 시의성만 따라줬다면, 그저 유행에 따른 소설처럼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소설은 단지 사형제라는 큰 틀의 화두 하나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당연히 얽혀있을 수 밖에 없는 정부와 그걸 꾸려나가는 정치인들의 이야기,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 등을 덧붙이고, 거기에 ‘마지막 식사’라는 살짝 가볍다고 해야하나 얼핏 엉뚱해 보이는 상상을 덧붙임으로써 소설적인 재미가 있도록 만들었기에 꽤나 볼만하다.

사형이라는 게 존재만하지 실제로는 시행되지 않은지 오래 된만큼 어떤식으로 행해지는지 등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그 과정 등을 보여주는 것도 지식적으로 꽤 흥미로웠다.

이렇게 담담하게 사형수와 사형집행 이야기를 본 것은, 개인적으로 사형제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 감춰진 사연속에 담겨있는 인간 드라마 같은 것에 그렇게 감정이 동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렇기에 소설이 갖고있는 미스터리, 반전미 같은 게 약하게 느껴진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긴 분량이 아니기에 이야기가 너무 집약된 느낌도 있다.

흥미로운 소재를 나쁘지 않게 풀어내긴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밝혀지고 난 후가 감춰져 있을 때보다 아쉬운 느낌도 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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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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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보험사기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꽤나 조사를 잘 한 것 같다. 보험이 대게 무슨 약관상 허점을 갖고 있는지나, 사기꾼들을 그걸 어떤 식으로 이용해 먹는지를 꽤나 잘 그렸다.

배경 지식이라 할 수 있는 손해보험과 그를 팔아먹는 손해보험사, 손해사정 회사와 보험조사원 등의 관계와 큰 금액의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조사가 행해지는 과정 등은 물론 어째서 같은 약관에 같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신청하더라도 누구는 보험금을 지급받고 누구는 지급받지 못하는지, 보험업체와 병원은 보험을 어떻게 악용하고 이것이 돌고돌아 사회적인 문제를 만드는 지도 분명하게 담은 편이다.

그래서 소설은 보험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하는 유익한 면도 있고 현 보험들의 문제점을 꼬집는 비판적인 면도 있다. 사회소설적인 성격이 있는거다. 이건 보험사기에 얽혀있는 뒷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화재가 되었던 문제도 나쁘지않게 반영했다.

이상한 추락사고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보험조사원인 주인공이 파헤쳐나가는 전개는 꽤나 흥미로워서, 권한이 사실상 없다시피한 일개 보험조사원이 과연 어떻게 조사를 해나갈 것인가를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그런 소재의 사용과 전개의 흥미로움은 거의 초중반에 있으며 뒤로 가면서 캐릭터와 서사의 핍진성이 떨어져 장면이 좀 작위적이어 보이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에도 잘 이입이 안된다.

전체적인 흐름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후반부가 아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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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건너온 약속 오늘의 청소년 문학 39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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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건너온 약속’은 간토대학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일본은 여러모로 나찌 독일을 연상케 하면서, 또한 지금의 독일과 비교되는 나라기도 하다. 전범국이라는 점이 그렇고,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일본인들의 기묘할만큼 잔인했던 행위들도 나찌 독일 당시의 독일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인 ‘악의 평범성’에 실로 잘 부합한다. 그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바로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関東大震災朝鮮人虐殺事件)’으로, 군부 등 권력층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에 의해 저질렸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소설은 간토대학살이 어떤 과정으로 벌어졌으며, 그 배경에 대해 어떤 의견들이 있는지, 사건 후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나 일본 정부의 이후 대처, 사람들의 망각과 부정, 그런 모든 것들에도 사라지지 않은 진실과 그것들을 추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나 잘 담았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이 부분에 신경 쓴 듯하다.

충분히 공분할만한 일이지만 흔히 화자되는 극우들의 발언처럼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거나 하지 않고 여러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루 다룬 것도 좋았다.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은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쉽게 소비되며 편견을 가중시키는 극우들의 그것과는 다른 일본의 다른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후에도 계속 이어진 권력과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양심에 따르며 진실을 밝힌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울림이 있다. 소설의 모티브인 낭독극 ‘약속은 지금도(約束は今も)’도 좀 그렇다.

타임슬립물로서는 좀 설렁설렁한 부분도 있는 등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나, 그것 자체가 주요한 것도 아니고, 앞서 얘기한 요소들이 긍정적이기에 전체적으로는 꽤나 괜찮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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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픽션 걷는사람 소설집 11
최지애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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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픽션’은 여덟 편의 소설을 담은 저자의 첫 소설집이다.

우리는 픽션을 읽을 때, 대부분 모종의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인 ‘해피엔딩’으로, 설사 주인공들에게 얼마나 심각하고 많은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그 끝은 그것을 보상해줄만한 것이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그렇게 많고 어려운 문제들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 후에 맞이하게 될 결말이란 썩 긍정적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훨씬 더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사람들은, 과정이나 경과야 뭐가 어찌됐든 해피엔딩만은 있기를 바라는 걸까.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고난을 겪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그 고난때문에 비루한 삶을 겨우 이어가거나 최악의 경우 비참한 최후를 맞기 쉽다.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한다는 반전같은 건 없는 거다.

그렇기에 인간은 픽션에서라도 그러한 반전이 있길, 그럼으로써 초라한 거짓 위로라도 주어지길 희망한다. 일말의 ‘달콤한 픽션’을 원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표제와 달리) 전혀 독자의 그런 얄팍한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를 꽤나 진실되게 담아냄으로써 그딴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날리는 것 같을 정도다.

그렇다고 수록작들이 대단히 냉정하고 염세적이냐 하면, 또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가까운 것은 체념적인 것으로, ‘이런 것도 인생이지 뭐’ 하며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낸다는 식인 것에 가깝다.

오랜동안 여러 곳에 게재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니만큼, 다양한 인간 핸태를 보여주면서 때론 사회비판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인 생각거리도 떠오르게 하는 작품들은 결코 쉽게 읽히지도 않고 그 자체로 읽는 재미를 주는 그런 부류의 것도 아니지만, 꽤나 볼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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