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지음, 양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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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라시 와온(こがらし 輪音)’의 ‘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さよなら、無慈悲な僕の女王。)’은 한 소년의 성장을 그린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다.

작가가 데뷔작에서 성장과 로맨스, 거기에 다소 판타지 스러운 요소를 적당히 버무려 괜찮은 이야기를 내놓은바 있어서인지 차기작도 조금 그런 소설로 써냈는데, 혹시라도 둘은 없을 것 같은 꽤나 판타지스런 희귀 불치병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는 솔직히 전작보다 좀 후퇴한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뻔질나게 우려먹힌 소재조합이라서다.

그나마, 그걸 진짜 무슨 이세계물의 일종인 것처럼 미사여구를 덧붙여 예쁜것처럼 꾸며낸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병변들을 조합하여 그 자체에는 물론 그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도 비교적 현실성있게 다룬 것은 꽤 좋았다. 그것이 이 소설 속 이야기를 터무니없는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그래도 현실적인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사고가 썩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결국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해할 수도 없고, 공감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꽤나 심각한 사건을 단순히 묵혀뒀던 갈등을 해소하는 장치로만 사용하는 것도 이상했다. 이 소설이 청소년의 성장을 그린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래서, 마치 청소년기에 벌일 수 있는 기행과 범죄를 옹호하고 감싸줘야 한다는 것처럼도 보일만했다. 이것은 한번의 성장을 거친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사까지 의뭉스럽게 만들고 그게 이 소설의 큰 축 중 하나인 성장을 가리기도 하기에 어떻게 생각해도 (그렇게 작가편의주의적인 방법을 취한 것은) 안타까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아쉽게도 로맨스 부분 역시 좀 아쉽다. 성장 쪽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보니 문득 뒤돌아보면서 ‘어? 언제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지?’ 싶은 마음을 들게한다. 로맨스의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감정의 시작과 성장을 제대로 느끼게는 못하기 때문에 이후의 종반부의 이야기들도 잘 이입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짧은데, 분량을 늘리더라도 좀 더 그럴만한 상황과 그로인한 변화를 묘사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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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
김철 지음 / 열세번째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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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의 비밀: 이준 열사 사망 미스터리’는 역사와 신화를 버무린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은 실제 역사적 배경과 사실, 인물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헤이그 특사 중 하나로 유명한 이준 열사와 그의 사망 사건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혀 제대로 밝혀진바가 없기 때문에 흘러드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지병설에서부터 자살설, 암살설 등 여러가지 추측이 있는데 저자는 그걸 꽤나 독특한 시도를 통해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신화적인 요소일거다. 그것도 그리스 신화를 가져온게 좀 재미있다. 그리스 신화엔 사고뭉치 신들이 많다보니 시대에 따라서 문제적으로 볼 여지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신의와 관계의 파탄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문제시되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간통 사건을 들고와 연결하고, 그들이 마치 영웅 시대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인간사에 간섭하며 분란을 조장했다는 것은 그리스 신화의 결과도 맞고 끔찍하고 잔혹했던 전쟁사의 뒷면을 배후설로 설명해보려는 음모론의 한 가지와도 어울려서 나름 흥미롭게 볼만하다.

대한제국 1세대 검사인 이준 열사의 사건을 타임슬립한 현대의 검사가 파헤친다는 것도 그렇다. 범죄를 수사하고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질서와 정의를 지킨다는 것, 그를 위해 초월적인 능력을 다 한다는 것은 일종의 로망을 그린 것처럼도 느껴진다. 반대로 가고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하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나 음모론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그걸 판타지를 통해 풀어내기 때문에, 무엇을 기대하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호불호는 꽤 갈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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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러브 앤 티스 홍락훈 SF·판타지 초단편집 3
홍락훈 지음 / 에이플랫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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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티스’는 홍락훈 작가의 세 번째 SF·판타지 초단편소설집이다.

초단편소설집이라는 분류가 독특한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만큼 분량적으로 짧은, 그러면서도 어떤 사건이 있고 이야기를 뒤집을만한 반전미있는 결말을 맺는 것이 특징인 소설이라고 한다. 이런 특징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짧아도 그건 초단편이 아니라고까지 한다는데, 그런점에서 수록작들은 초단편의 요건을 꽤나 잘 갖췄다.

소설의 특징이 그런만큼 초단편은 아무래도 아이디어와 그걸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도 상당히 괜찮다. SF와 판타지를 적당히 차용하고 때론 섞거나 익숙한 양식 등을 뒤틀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톡톡튀는 재치를 보여주기에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그걸 풀어내는 것도 잘한 편이다. 거기에 이야기 대부분이 웃음을 담고있는 점도 있어서, 마치 단련된 코미디언의 릴레이 콩트 쇼를 보는 것도 같다.

각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완결성이 있지만, 또한 일정부분 계속 이어지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은근히 다른 이야기와도 연결된 하나의 세계관같기도 하다. 그래서 앞서 얘기한 초단편의 특징과 맞물려 마치 소설로 읽는 4컷 만화 시리즈같다는 느낌도 많이 풍긴다. 코미디 만화로 그렸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엉뚱한 캐릭터들은 짧게 번쩍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들의 이후나 크로스오버 이벤트같은 것을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연재를 하듯이 벌써 세번째 초단편소설집을 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연재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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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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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키 리우(櫛木 理宇)’의 ‘TIGER(虎を追う)’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범죄 미스터리 소설이다.

꽤나 불편한 소설이다.

당연히 기본적으로는 소설이 다루고 있는 범죄 소재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대부분은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분개할 수밖에 없는 범죄를 절로 실제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꽤나 사실적으로 담았기 때문에 간접체험인데다 심지어 픽션 그러니까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불쾌함이 느껴진다.

저자가 일부러 이야기를 그렇게 쓴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소재와 전개라도 소위 히어로물처럼 분을 풀어주거나 더 나아가서는 통쾌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말초적인 흥분과 재미를 단순하게 쫒지는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일종의 사회소설처럼 범죄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현 사회가 가지고있는 문제점 같은 것들을 들이밀며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의미는 있지만 재미는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앞서 히어물같지는 않다고 하긴 했지만, 일종의 자경단을 구성해 범죄를 쫒는다는 기본은 그와 같으며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재미도 있는 편이다. 사건의 전개 과정이나 그 각각의 상세들 역시 흥미롭게 그렸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을 누구는 선, 악이라거나 피해가, 가해자처럼 단순하게 만들지 않고 그들이 가진 복합성을 통해 또 다른 생각거리를 던지기 때문에 뭔가 풀리지 않는 응어리, 잔변같은 찝찝함도 계속 느끼게 한다. 이야기 구성을 보면 이런 점도 저자가 끝까지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탐정물같은 깔끔한 해소감을 원했던 사람들에겐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의미도 있고 이야기의 전개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구성했기 때문에 전체 완성도는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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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읽는 수학 이야기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3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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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읽는 수학 이야기’는 그래픽 노블로 읽는,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세번째 책이다.

일단은 그래픽노블, 그러니까 만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류의 만화가 대체로 그렇듯 이 책도 생각보다 만화같지 않다는 느낌도 많이 든다. 그만큼 그림보다는 내용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만화라는 형식을 했기 때문에 줄어는 지면 분량에 대응하기 위해서 주요한 내용들을 잘 골랐으며 그것 요약하여 쉬운 말로 전달하기 때문에 읽기도 편하고 내용도 잘 들어온다. 이런 점은 애초에 수학을 그래픽노블로 보여주겠다는 목적을 잘 이룬 게 아닌가 싶다.

수학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지만, 내용은 수학 그 자체보다는 수학사에 대해 다루는 것에 가깝다. 대표적이라 손꼽을만한 수학자들과 그들의 수학자로서의 삶을 꽤 높은 비중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들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이론이나 정리에 대해서 소개하기도 한다만, 그것들은 굉장히 난해하고 (수학적이 아닌)일반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거나 풀이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들만 일부 다루고 그럴 수 없는 것은 단지 그런게 있다는 것만 소개하는 정도로만 했다.

이건 수학자들의 이야기 역시 조금 그러한데, 한 사람의 인생만 집중해서 충분히 다룬 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식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깊이 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으나, 수학과 수학자, 수학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드는 입문서로는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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