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김연수 작가 사인회를 하는 곳이 반디앤루니스 서점이어서 일찍 나가 책 구경을 했다. 출입구 매대엔 이날 김연수 작가의 사인회가 있는 탓인지, 베스트셀러인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와 함께 놓여 있었다. 베스트셀러여서, 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나 천 번은 분명 베스트셀러이나 파도는 종합 순위에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베스트셀러라고 하기엔^^;; 매대를 한번 훑어봤더니 눈에 들어오는 두 권의 책,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와 <생의 마지막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들> 죽음에 관한 책이 매대에 올려져 있어, 호기심이 동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은 잘 안 읽는 편이다. 슬프니까, 맘이 아프니까, 그러니까...

 

반디앤루니스 센트럴 점의 종합베스트 1위는 혜민 스님의 책이다. 한동안 안철수에게 자리를 내어주더니 다시 탈환하셨다. 3위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쌤의 책,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그다음 세대에게 고하는 말씀이시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쉽게 취직이 안 되거나 취직을 했어도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충고와 좋은 말씀들. 

 

 

4위는 MBA 와튼스쿨에서 비싼 강의로 손꼽히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움 이름을 보니 비싸긴 비싸겠다) 교수의 강의록이란다. 책 제목을 보면서 역시 제목을 잘 지어야 해! 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세상엔 원하는 것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한번 읽어보고 싶긴 하다는 생각을 했다. 움움 이제 자기계발서, 화술에도 이제 관심을?(설마, 그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5위는 예판때부터 관심 집중이 되었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다. 처음엔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난리가 났나, 싶어 읽고 싶었는데(살까, 고민하며 장바구니에 담았더랬다) 재빨리 사서 읽은 믿을만한(!) 독자 두어 명의 리뷰를 보고 사서 읽는 것은 포기하고 누구라도 주변에 한 사람이 사서 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책 되겠다. 엄마들의 포르노, 래나? 뭐 그런 말까지 나온 것 같은데~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제 21살이 된 여자와 그녀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27살의 남자. 21살이 사랑에 서툰 것은 당연할 것인데.. 아무튼 궁금하지만 누군가 사기만을 바랄 뿐!^^ 그리고 6위는 이병률 시인의 두 번째 여행에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다. 7위는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다. 70세 이상 인생을 사신 현자들 1000여명을 찾아다니며 들은 통찰 깊은 조언들이 담긴 책이란다. 인생 전반에 걸친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삶의 철학과 신념까지 총망라. 나이는 헛으로 먹는 게 아니니까, 분명 좋은 말씀들로 가득할 것이다. 당연하지! 8위는 그럭저럭 살지 않고 진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억대 연봉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 둔 지은이의 선택에 관한 글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이다. 누군들 진짜, 내 삶을 살고 싶어하지 않겠나, 현실이 그러하지 못하니까 그럭저럭 살아가는 거겠지. 뭐. 나머지 9위나 10위은 패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소설이 한 권도 진입하지 못했다는 사실. 소설도 저 외설스러운(이라고 말하고 은근 궁금해하는;) 외국 소설 한 권뿐이고 죄다 에세이, 자기 계발서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맘을 다스리지 못하는 게 틀림없다. 다들 책을 읽으면서 충고 듣고, 의지하고, 힘을 받으려는 듯하다. 제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충분한데, 다들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 아냐?(라고 잘난 척하면서 그럼 난? 크크 나도 사실은 책을 통해 힘을 얻지;;)

 

     

 

 
베스트셀러 코너를 지나다 보니 하루키 에세이만 진열해놓은 매대가 있었다. 하루키 에세이 시리즈는 정말이지, 뽀대가 난다. 사진을 요따우로 찍은 바람에 폼이 안 나는데 정면으로 놓아도 예쁘고, 꽂아놔도 멋지다. 책을 훑어보다가 조금 눈을 돌리니 지갑 액세서리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책은 뒤로 미루고 지갑 구경 흐흐. 카드 꽂이 하나랑 사인 받을 김연수 책을 샀다. 그리고 다시 책 코너로 가서 눈독을 들였는데 이날 내 눈에 들어와 구입의 유혹을 남기게 한 세 권의 책은 다음과 같다.

 

 

산문집이 나온 것은 알았는데 연재했던 거라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더랬다.

한데 직접가서 보니 책, 너무 예쁘다!!

책 속의 삽화도 좋고, 글도 좋다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가 맨 처음에 나와서는 절대 아니다!ㅋ).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들고 가기 무겁다는 핑계를 대며 포기!

나중에 구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제목은...별로인데;;;;


 

 

난 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가?

타임머신, 두 번의 생, 죽었다가 살아나는 이야기 등등

모든 게 싫어지고 어디론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일곱살 꼬마가 되어버린 앨리스.

다시 삶을 살면서 잘못 끼워진 인생의 단추를 다시 맞춘다는 설정.

완전 재미있겠다(-.-)

 

 

 

이 책은 고전들에서 비슷한 주제를 찾아 같이 엮은 책이다.

내가 잘하는 책 대 책, 처럼.

고전을 가지고 주제별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런 책이 나와 있어서 오홋! 했다나. 눈에 보인 것은 <성적 욕망>뿐이었는데

이게 5번째 책이고

이전에 사랑, 결혼, 가족, 사회적 약자에 관한 주제를 담은 책이 나와 있다.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

 

 

서점에 가서 책을 훑어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책을 다 구입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다 읽지도 못하면서 구매를 하는 것도 웃기고; 다 구입할 능력도 안 되고^^;; 이렇게 눈으로나마 찜해두고 장바구니에 넣어두는 일도 재미있다. 자주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 꽤 유익한 주말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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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길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소설이므로 사실은 많이 기다리긴 했어요. [자음과모음] 계간지에 연재할 때부터 읽었던 책이라, 단행본으로 언제 나오나 기다린 것은 사실이니까. 다들 표지가 예뻐다고 할 때, 저는 아우, 뭐야? 표지 왜 이래? 했었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까 진짜, 예뻐더군요. 더구나 살짝, 옆으로 돌린 저 소녀의 이미지가 그나마 봐주겠더라는. 첨엔 좀 어색해서 마이 투덜거렸지만도^^;;

 

아, 그것 보셨어요? 북트레일러 티저 영상이 나왔는데 그기 보니까 양갈래로 땋은 소녀의 뒷모습이 나오더라구요(무려 작가의 '멋진' 모습도 보이더라는!). 그 소녀의 모습과 요조의 낭독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더군요. 동영상을 어찌 올리는지 모르니, 그건 패스하고 궁금하시면 유투브에 들어가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치면 나온답니다. 본 영상이 아니고 티저 영상이므로 나중에 본 영상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티저 영상으로 보니, 본 영상이 진짜로 궁금해지더라구요.

 

암튼 책을 받고 한참을 겉표지를 쳐다보다가, 겉표지를 벗겼다가, 잘 생긴(아우, 프로필 사진 예뻐요!^^) 작가 얼굴 한번 봤다가, 작가의 말을 읽었습니다. 뭔들 안 좋겠냐마는, 역시 좋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작가의 말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 심연에서, 거기서, 건너가지 못한 채,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

 

 

나의 말(言)들은 심연 속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다시 써야만 한다. 깊고 어두운 심연이, 심연으로 떨어진 무수한 나의 말들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 심연이야말로 나의 숨은 힘이다.

 

 

가끔,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의 말들이 심연을 건너 당신에게 가닿는 경우가 있다. 소설가는 그런 식으로 신비를 체험한다.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신비를 체험한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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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ody 2012-08-2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물을 가지고 계시다니 부럽네요!!
오늘 온다고는 했는데 태풍 땜에 걱정입니다~
책날개 사진에 두근두근!! *^^*

readersu 2012-09-07 14:03   좋아요 0 | URL
사진, 멋져요! 요즘 신문에 광고 사진도 멋지더라구요^0^

유부만두 2012-08-2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한 분위기의 표지군요! 김 작가님 훈남 사진도 인상적이고요. 전 이비에스 라디오서 몇번 들었는데 책으로 어떨까 궁금해요.

readersu 2012-09-07 14:03   좋아요 0 | URL
지금쯤이며 다 읽으셨을것 같다는..어때요? 좋았어요?
 
사진아 시가 되라 - 달털주 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詩 수업 이야기
주상태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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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이야기다. 전혀 문학소녀답지 않았던 내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시화전시회에 나가게 되었다. 맞다. 상상하는대로 시와 그림을 그려 전시하는 것을 말한다. 자초지종은 기억나지도 않는다. 일단 나가게 되었으므로 안 나가면 창피한 일이라 무조건 나가야 했던 것만 생각난다. 근데 그때의 나는, 그림은 둘째치고 책도 잘 안 읽는 소녀였다. 더구나 독후감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무늬만 문학소녀였던지라 시를 '골라서'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자작시'를 써야 한다는 소릴 들었을 때,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몹시 고민이 되었더랬다. 하지만 자존심 하나는 겁나게 쎈 편이라 곧죽어도 까짓것, 써보겠다며 시작(詩作)을 하기 시작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시를 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시인들의 시를 골라 그림과 같이 꾸미는 일도 어려운데 자작시라니! 언감생심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몇 줄 적었다. 친구에게 보여줬다. 친구가 웃었다. 그럼 네가 써봐! 라고 말하니 까짓것, 하며 써주겠단다. 며칠이 지난 후 시를 적어왔다. 어랏, 꽤 괜찮다. 좋아, 그럼 이걸로 하겠어. 하고 그 시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시화전에 제출했다. 무사히 시화전은 끝났다. 그 판넬을 집으로 가져오는 날, 친구를 만나 고맙다고 인사 했다. 그 친구 그제야 킥킥거리며 실토를 한다. 헤르만 헷세의 시와 무슨 클래식 가사인지 뭔지에서 패러디했음을(-.-) 아놔;;; 그 뒤로 나는 시 같은 것은 안 썼다. 아니 읽을 생각도 안 했다. 아무도 그 시에 대해 아는 척을 해주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내 자존심 구겨지는 일은 정말 싫었으므로. 세월이 지나 요즘은 시를 조금 읽기는 읽는다. 하지만 여전히 시를 쓰는 일은 진심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 책, 《사진아 시가 되라》를 읽기 전에는.

 

매일 한 편의 시로 아침을 시작하던 주상태 선생님은 어느날 중고등학교 아이들과 '특별한 시 수업'을 해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무턱대고 시를 지으라는 게 아니라 손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을 보며 시를 지으라는 거였다. 엉? 사진을 보고 어떻게 시를 지어? 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나조차 이런 반응이었을테니 아이들도 똑같았을 것이다. 역시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무조건 놀기나 하자는. 하지만 그 아이들이 사진을 보여주자 관심을 보인다. 그 사진 속에 '내'가, 친구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 사진으로 시를 지어?

 

 

낚이다

이선주 (고2)

 

 

9월 17일

재미있는 강의가 있다더니……

 

오자마자 시 쓰란다

 

이 시는 책에서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시이다. 옆의 사진을 보고 이런 시를 지은 거다. 그니까 선주는 시가 쓰기 싫은 거였다. 한데 이런 것도 시가 되는 건가? 선주가 말한다. "네, 머릿속은 복잡한데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그러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이 다 다르니까 괜찮아." 이 말에 선주는 어? 갸우뚱하며 "시가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인가요?" 라고 묻는다. 선생님 말씀을 이렇다. "그래, 선주 작품은 선주 작품대로, 솔희 작품은 솔희 작품대로, 희원이 작품은 희원이 작품대로 다 개성이 있잖아. 선주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 마음에 들 거야. 선주다운 시를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시가 나오는 거거든. 조금 노력해서 깊이를 더한 시를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시가 너무 싫어지거나 하면 안 좋잖아." 그랬다. 나다운 시, 그게 중요한 거였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선주는 다시 시를 적었다.

 

 

 

 

자전거

이선주 (고2)

 

"띠링띠링"

시끄러워 죽겠다

자전거는 꼭 사람보다 빠르려고 한다

치! 자동차보다 느린 게

 

자전거는 왜 꼭 인도로 다닐까?

자전거 도로도 있는데

 

선주는 선생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다. 시란 이런 거다. 그냥 내 마음 가는대로 적으면 되는 것. 그것을 오래 전 나는 몰랐던 거다. 시란 뭔가 멋을 부려야 하고 은유해야 하며 감성이 풍부한 시적인 단어를 적어야 시가 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시란, 그저 내 마음에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적으면 되는 데 말이다.

 

이렇게 이 책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사진을 보면서 시짓기를 한 시 수업 이야기가 들어 있다. 사진을 보며 시를 지은 아이들의 시도 있다. 그 시들을 읽노라면 이 아이들의 미래가 보인다. '자신들의 이야기와 자신들의 감성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다. 사진으로 시 쓰기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주상태 선생님은 하필이면 '사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교사가 공부하던 시대와는 달리 지금 중학생들은 영상 세대라고. 예전에 우리들은 공부가 지겹거나 힘들 때 낙서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요즘 아이들은 낙서보다는 그림을 그린다고. 그래서 시를 지을 때 그림과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라고.

 

 

책을 읽고 나니 멋(!)을 잔뜩 부리며 시를 짓겠노라 고민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무렵에 주상태 선생님처럼 시 짓기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고 재미있게 가르쳐주었으면 나도 지금쯤은 시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시를 짓겠노라 설친 바람에 시와 오히려 멀어지고 말았으니 아쉬울 뿐. 다행이라면 몇 년 전부터 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시를 지을 엄두는 못 내지만 많은 시를 읽고 는 있으니까 말이다.

 

사진아 시가 되라》에 나오는 아이들의 시는 정말 좋다. 재미있고 센스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놀랍구나, 라는 찬사가 나온다. 이게 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 그래서 나도 오늘 밤에 사진 한 장 쳐다보며 시나 한 번 적어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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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8-2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시는 정말 어려워요.
읽는 것도 쓰는 것도.

readersu 2012-08-23 19:01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면 '시'도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가 책대책이나 주제로 묶은 책들이에요. 이번에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은 남자들 머릿속엔 '첫사랑'의 환상이 어떤 형식으로 숨어 있는 걸까? 하는 거였어요. 주변에 '아는' 남자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다들 '첫사랑' 만큼은 꽤나 진지했더라구요.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몹시도 아파하고 또 그만큼 잊지도 못하고 있는 듯. 그래서!!  생각난 김에 "남자들의 지고지순한(!) 첫사랑"에 관한 책, 세 권을 골랐어요. 세상의 많은 작가들이 많은 작품 속에서 그 사랑을 얘기했지만 저는 세계문학에서 골랐는데 고르고보니 너무 대중적(-.-) 뭐 이유라면  제가 읽은 책을 위주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세 권의 책으로만(사실은 더 많은 책을 추천하고 싶었는데, 아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글쓰는 일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많으면 힘드니까ㅋㅋ 대충;;) 아무튼 처음으로 생각난 책은 F.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얼마 전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어요. 그 영화 속에 스콧 피츠제랄드가 나오죠. 길이 스콧의 부인인 젤다와 인사 나누다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 다시 눈에 그려지는데요. 피츠제랄드, 그가 누구인지는 다들 아시죠? 네, 그 위대하고 위대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랍니다. 제가 이 작품을 본 것은 오래 전인데, 영화로도 보고 글로도 읽었던 것 같아요. 스콧 피츠제랄드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를 쓴 작가이기도 하죠. 언젠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소설은 화자인 '나(닉)'가 이웃사람인 개츠비에 대해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문장에 '나'는 아버지에게 들은 충고를 떠올리면서 시작하죠.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시작부터 좀 의미심장한데요. 닉의 집은 볼품없으나 이웃 개츠비의 집은 거대하고 멋집니다. 연일 파티를 열죠. 이 모두가 한 여자를 불러(!)들이기 위함입니다. 파티가 끝나면 그는 마당 건너 저 아랫집 창문의 녹색불을 응시합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곳에 있는. 네, 상상하던대로예요. 그곳에 개츠비의 첫사랑 데이지가 살고 있습니다. 돈 많은 남편 톰과 함께. 한때 데이지와 사귀었던 개츠비는 가난 때문에 데이지와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돈을 모아 복수하듯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죠. 그리고 ……

 

 

 

제가 생각하는 첫사랑은 순수함이에요. 상대에 대한 어떤 욕망이나 집착, 욕심도 없는 순수함 그 자체. 첫사랑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죠. 영화 [건축학 개론]의 승민이처럼. 한데 개츠비의 첫사랑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스스로는 순수하다고 생각했을지언정 열등감과 강박에 쌓여 부자가 되면 떠난 그녀가 되돌아올 것이다, 착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는 여우죠. 가난하다는 이유로 남자를 버리는(!) 여자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걸 개츠비가 몰랐다면, 순수한 것, 맞다고 할 수 있겠네요(제 생각엔 멍청하다고 하고 싶지만(-.-)) 아무튼 첫사랑을 못 잊어 돌아온 개츠비를 보니 측은지심. 왜 그랬어? 세상엔 널리고 널린 게 여자인데, 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첫사랑과 다시 만나 잘 된 경우, 과연, 얼마나 되겠어요. 그쵸? 어, 이렇게 말하고 나니 갑자기 떠오르는 남자가 있군요. 험버트 험버트. 누군지 알 것 같은가요? 이름도 성도 험버트인 그 남자, 맞아요. 다음 책은 《롤리타》예요.

 

 

한 소녀를 지독하게도 사랑한 남자, 험버트 험버트. 김연수 작가는 《롤리타》관련 글에서 험버트*2라는 귀여운(!!) 글장난을 하기도 했는데 그 험버트 험버트의 첫사랑 기억하나요? 롤리타 아니냐구요? 오우, 노우! 험버트의 첫사랑은 롤리타가 아니었어요. 그럼 누구? 그에게 첫사랑의 상처를 준 여자는 애너벨이라는 소녀입니다. 애드가 앨런 포는 <애너벨 리>라는 시에서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이라고 노래했는데 험버트에겐 그 정도는 아니었나봐요. 애너벨이라는 첫사랑이 있긴 했으나 롤리타를 보는 순간 애너벨은 잊고 말았으니까요. "그녀 전에 다른 여자가 있었던가? 있었지. 그래 있었어. 사실은 어느 여름날 내가 어느 어린 소녀애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롤리타는 없었을 것이다. 바닷가 어느 왕자의 궁에서. 아, 언제? 롤리타가 태어나기 전, 그래 여름 내 나이 때."


험버트의 롤리타를 향한 사랑은 눈물겹습니다. 여자로서 도무지 그의 사랑을 이해할 수가 없지만 도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어린 롤리타에게 여자를 느끼게 했을까요? 첫사랑, 애너벨때문이랄까요? 그녀를 잃은 상처가 그런 사랑을 만들어냈을까요?

 


첫사랑이라고 하면 반드시 떠오르는 남자, 여기 또 있습니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입니다. 러시아 문학의 3대 거장(톨스토이, 도스터예프스키)으로 꼽힌다는 그의 작품 《첫사랑》은 '창작이 아니라 나의 과거'라고 했을 정도로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개츠비나 험버트에 비하면 블라디미르의 사랑은, 진짜 순수한 사랑이었어요.


열여섯의 블라디미르는 많은 시를 외우고 있었고. 블라디미르 안의 피는 방황했고, 심장은 달콤하면서도 간지럽게 죄어 들었으며 무언가를 늘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했지만 모든 것이 놀라웠고 준비가 되어 있었죠. 그런 그 앞에 온 몸이 떨리고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여자, 지나이다가 나타납니다. 블라디미르는 첫눈에 빠져들고 말아요. "날씬한 몸의 선, 가는 목, 아름다운 손, 흰색 스카프 아래 약간 헝클어진 금발머리, 반쯤 감은 영리한 눈과 눈썹, 그 아래 부드러운 뺨……"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그녀에게 블라디미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하죠.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었으니까요.


첫사랑은 늘 그렇습니다.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 사랑이 받아지지 않은 채 끝나버리죠. 그리고 세월이 흘러 누군가에게서 첫사랑에 대해 이야길 듣습니다. 대부분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간혹 세상을 떠난 사람이기도 하여 마음을 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첫사랑은 풋풋하기도 하고 아릿한 기억을 주기도 하지만 남자에게 첫사랑은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추억인가 봅니다. 개츠비도 험버트도 마흔이 다 되어 평범하지 않았다며 첫사랑 얘길 꺼낸 블라디미르에게도.


그렇다면 여자에게 첫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라고 여자의 첫사랑도 쓰려다가 힘들어서 포기^^;;

그래도 나중에 생각나면 꼭 써보도록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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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8-2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의 첫 사랑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께요,,이런 페이퍼 좋아요!!리더수님 화이팅!!^^

readersu 2012-08-20 15:31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좋아해주시니까 힘이 불끈!
조만간 꼭 써보도록 하겠어요. 좀 더 깊고 넓게 써보고 싶은데 제 글쓰기의 수준이 너무 얕아서 아흑;;;;;
 

계간지 《자음과모음》에 연재했던 김연수 장편소설 '희재'가 이름을 바꿔서 나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책 속의 문장에서 제목을 따왔다. 연재를 다 따라 읽진 못했다. 저 문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올린 글을 보니 기억이 날듯말듯. 자모계간지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책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너무 지루하니까.

 

내가 읽은 연재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그해 여름, 아빠와 오빠와 나, 이렇게 셋이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적이 있었다. 백중 가까울 무렵의, 달이 밝은 밤이었다. 태풍이 북상하기 전이어서 바다가 얼마나 고요했는지 모른다. 아마 아빠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흔들리는 뱃전에 서서 시내 쪽을 바라보는데, 그 불빛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정말 아름답게 반짝였다. 흩뿌린 보석 같기도 하고, 은하수 같기도 했다. 불빛이 참 예뻐요, 라고 좋아했더니 아빠는 아름다운 것들은 좀 떨어져서 봐야지 보인다고 말했다. 그 말은 전적으로 맞다. 그때가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걸 이제 알겠으니까.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 고향을 등졌지만, 그때 우리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광경이 상상이 된다. 달 밝은 밤, 고요한 바다 위의 한 척의 배. 흔들리는 뱃전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불빛. 흔들흔들, 반짝반짝. 진짜 예뻤을 것 같다.(하고 보니 비슷한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내 사진은 흐렸지만 반짝이는 불빛은 대략 이런 광경이 아니었을까??^^;;>

 

위 문장에 나오는 가족은 소설 속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 1981년에 광주에서 진남으로 이사를 왔다고 나온다. 그 '고통스러운 일'이란 아마 5.18이 아닐까, 혼자 생각. 왜냐면 지난 번에《원더보이》작가와 만남에서 그가 이런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1980년의 이야기가 자꾸만 등장하는 이유는 작가가 되고자한 원초적인 사건이기에 모른척하며 살진 않기 위해서라고.

 

아무튼, 연재를 읽으면서도 김연수다운 아름다운 문장들에 혹, 하여 필사 열심히 해두고 있었는데 단행본으로 나올 땐 아마 조금의 교정이 들어갔겠지. 그 어떤 책보다 무진장 기다려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애독자인지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만나게 되는 작가의 신간에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말하고 싶을 뿐.

 

"그러는 사이에 배는 점점 먼 바다로 나갔어. 너무 멀리 나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할 정도로. 빛들은 이제 너무나 멀리 있어 한데 엉켜버렸지. 아름다운 것들은 좀 떨어져서 보는 게 맞지만, 너무 떨어지니까 아스라해지더라. 그때 오빠는 이런 말을 했어. 꼭 우리 셋만 따로 떨어져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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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eadersu 2012-08-16 17:38   좋아요 0 | URL
책 제목 말씀하시는 거죠? 제목 짓느라 무진장 고민했었다는 얘길 살짝 들었어요^^ 아마 스토리도 매우, 맘에 드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