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버스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높디높은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하늘이 높다!"라는 어쭙잖은 문자라도 보낼 텐데 남자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없고 애꿎은 휴대폰만 구박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생각났어요. 더불어 아주 오래 전에 저질렀던 막무가내 스토커질도 생각이 나면서 정~ 외로워 안 되겠다 싶으면 나도 에미처럼 이메일이라도 잘못 보내볼까, 생각을 했지요.ㅋ 물론 에미는 진짜로(!) 잘못 보낸 이메일 인연으로 엮인 것이지만, 세상엔 우연을 가장한 인연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는데 혼자 끙끙 앓고 있느니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덤비고 봐야지요. 문제는 그런 사람이 평생에 몇 안 된다는 게 문제이지만도! 그러니 짝사랑에 빠져 있는 분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찜(!) 해 놓은 분 확실히 잡아보는 것은 어떨지. 그럴 생각이면 일단 이 책들을 읽어보세요!^^
이 책의 명성은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소개를 하는 것은 이런 인연이 우리 일상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소설은 소설이겠지만 이 떨림과 설렘과 긴장감을 어찌, 소설로만 느끼겠냐 말이다.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모른 척 시도해 봐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든 시작은 에미의 잘못된 이메일에서부터이다. 잡지 정기구독을 해지하려던 메일을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고 그 메일을 받은 그 엉뚱한 사람은 당연히 엉뚱한 메일이 왔으니 대꾸조차 안 한다. 대꾸없는 메일에 열받는 에미는 또 다시 메일을 보낸다. 나 같으면 그런 메일 두 번 오면 스팸처리 하고 말 텐데 인연이 되려고 했던 건지 레오는 그걸 다 읽어본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메일이라는 걸 알려주지 않고 있다가 점점 공격적이 되어 가는 에미의 메일을 받고서야 답 메일을 보낸다.
“AW:
이메일을 잘못 보내셨습니다. 저는 그 잡지와는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제 메일 주소는(…) 저에게 구독을 취소하신 게 벌써 세 번쨉니다. 그 잡지가 정말 형편없어진 모양이군요.“
하지만 이런 답메일을 받았다고 인연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무모한 짓일 수 있다. 에미 역시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으므로 정중히 사과를 하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메일 주소를 고객 명단에 넣어둔 채 시간이 흐르고 바야흐로 성탄절, 모든 고객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성탄 축하의 메일을 보낸 것. 그 메일에 이 잘못된 메일의 주소가 있음은 당연한 거다. 이미 잘못된 메일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레오로선 당근, 흥미당기는 일이나 역시 쿨한 그들이라 서로의 복된 새해를 축하하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에미, 에미, 에미! 이 정신 없는 아줌마는 또 하나의 메일을 레오에게 보낸다. 38일이 지난 뒤,
“제목 : 단 한 푼도!
존경하는 <라이크>지 발행인님.
저는 서면으로 세 번. 전화로 두 번(미스 한이라는 여자가 전화를 받더군요) 그 잡지를 더는 보지 않겠다고 알렸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저에게 잡지를 보내신다면. 그건 발행인님의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쯤되면 레오도 의심스러워진다. 이 여자가 지금 일부러 이러나? 궁금해지니 확인할 수밖에 없다.
“AW:
친해하는 에미 로트너씨. 일부러 이러시는 겁니까? 아니면 혹시 아직도 볼행한 날들을 정기 구독하고 계시나요? 레오 라이케.“
자, 이정도면 이제 둘은 엮일 일만 남았다. 알고 시작했다면 이런 메일을 주고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글이란 모름지기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특히나 메일이나 편지와 같은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쓰는 글이란 꼬리 잡고 늘어지기엔 딱 좋은 거다. 물론 그들이 꼬리를 잡을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메일로 따지다보니 꼬리를 잡게 되는 거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우연이 인연이 된 셈이다. 그저 메일 친구나 해야지 하다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길 털어 놓게 되고(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상대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내 고민이나 화가 나는 일 같은 걸 털어놓기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애정이 생겨버렸다. 만약 그들이 동성이었으면 그랬을까? 뭐 이런 어거지는 이 아름다고 행복한 소설에 태클 거는 일밖에 되지 않으니 참으련다. 아무튼 남녀가 만나면 호기심이 생기는 거고 얼굴 한번 마주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상대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만나보고 싶고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누구나 다 가진다. 그렇다면 만나고 나면 개운해질까? 마음속에 그렸던, 글로만 봤을 땐 내 이상형이었을 것만 같은 그 남자가 현실에서도 그러할까? 소설 같은 이야기다. 아니 100쌍 중 한 쌍은 그럴 수도 있겠다.
암튼, 이 소설의 끝은 독자들의 마음을 있는 대로 헤집어놓고 끝나버린다. 뭐야? 이게! 에미 만큼이나 열 받는다. 독자들. 이러면 안 돼지! 이건 소설가로서의 예의가 아니다. 운운하며 기다리기를 몇 달(작가는 그대로 끝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소설을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던 독자들은 해피엔딩을 원했다. 뭔가 명확한 결말을 원했다. 작가는 졌다. 독자들에게!) 마침내 돌아왔다. 레오가!
『일곱번째 파도』, 의미심장한 이 제목은 비슷하게 밀려드는 여섯 번의 파도처럼 방심하고 있다가 맞게 되는 일곱 번째의 파도를 의미한다. 예측할 수 없었던 위험한 파도이다. 일순간에 쓸려갈 수도 있는 그런 파도.
에미와 레오는 재회한다. 시간상으론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그 둘의 만남은 다시 시작이다. 비꼬는 듯, 이해하는 듯, 원망하는 듯 시작된 그들의 만남. 이젠 전처럼 그냥 지나가게 할 수는 없는 거다. 다시 만난 그들은 이제 실체가 궁금해진다. 만날까? 말까? 지난번처럼 망설이지도 않는다. 한번의 아픔이 있으면 누구나 용감해질 수 있다. 왜냐, 이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다시 그런 아픔을 겪기는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야기는 통속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혹은 소설에서도 늘 보았듯이 남녀란 그런 것이니. 쿨한 척하지만 밀고 당기고 감추고 내보이고 어김없는 사랑이다. 다만 그 문체만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둘은 그렇게 헤어진 채로 만나지 말았어야 했나? 작가는 속편(!) 따윈 쓰지 말았어야 했을까?
읽는 사람의 마음이다. 감정이다. 둘이 다시 만나 통속적인 사랑을 하든 혹은 두 번 다시 안 볼 사이가 되든. 혹은 해피엔딩이 되어 전편에서 애끓었던 독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주던 간에 말이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쓸쓸한 가을이, 바람나기 딱 좋은 그런 가을이 눈앞에 와 있는데 해피엔딩이 아닌 사랑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통속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가슴 따뜻! 대리 만족으로 인한 행복 바이러스 만땅!
단, 이 책은 꼭 연이어 같이 읽어보길 바랄 뿐이다. 또 거꾸로는 절대로!!! 네버!! 읽지 말길!!^^
덧:
길어졌어요. 제가 하고자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답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사랑 한번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 메일이든 문자든 한번 보내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요.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가을이 가기 전에 만들어 따뜻한 겨울을 보내라고 하고 싶었는데… 항상 삼천포로 빠져버립니다. 어쨌든 내가 버스에서 생각해낸 팁은 이거였어요. 맘에 드는 남자의 전번을 구한다. 뜬금없는 문자를 보낸다. 내 전번은 절대로 찍지 않는다. 심심하면 한번씩 보낸다. 한 달 정도 하다가 뚝! 그만 둔다. 그리고 어느 날 나를 밝힌다.ㅋ 하지만 이런 행동은 에미처럼 인연을 만들기 보다는 자칫하면 [스팸]으로 처리되어 웃기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아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예요. 그게 뭐냐구요? 아하하;; 사랑하세요. 가을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