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의 그림자
스테파니 핀토프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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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경찰인 사이먼 질은 제네럴슬로컴 호 사고로 약혼녀 해나를 잃는다. 극심한 고통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한해 뒤 사이먼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인 뉴욕 주 돕슨으로 전근을 신청한다. 그러나 몇 달 지나지 않아 친척 집에 묵으러 온 세라 윙게이트라는 20대 초반 여성이 처참히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는 바너드 칼리지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 대학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논문을 2편 완성했고, 최근에는 리만 가설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건 현장 주변을 조사하던 사이먼은 범인이 그녀에게서 전리품으로 빼앗았다가 도주 과정에서 놓친 것으로 보이는 목걸이 로켓을 습득한다. 로켓을 여니 거기에는 중년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사진은 5년쯤 전부터 잘 쓰이지 않는 우드베리형 제판법으로 인화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단서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뒤 전보가 한 통 도착한다. 돕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서명은 엘리스테어 싱클레어로 되어 있었다. 엘리스테어 싱클레어는 컬럼비아 대학 범죄학자였다. 그는 마이클 프롬리라는 범죄자를 갱생시키는 일종의 실험을 진행중이었는데, 프롬리가 평소 품었던 망상과 사건 현장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최근 실종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프롬리의 범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작가 스테파니 핀토프는 자신이 졸업한 컬럼비아 대학과 뉴욕대학을 공간적 배경으로 1905년도의 암울한 시대적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재현해냈다. 1904년에 일어난 제네럴슬로컴호 사건, 시장 선거와 관련한 부정, 사진 인화 기술의 변화, 리만 가설에 대한 학계의 관심, 범죄자의 행동과 심리를 학문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 등에 대한 충실한 고증은 소설을 더욱 사실적으로 만들어준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이 높이 평가 받아 2010년 에드거 상 신인 상과 워싱턴 어빙 상, 애거서 상, 앤서니 최우수 신인 상을 수상했고 매커비티 상 최우수 히스토리컬 픽션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소설은 엘리스테어가 연구하던 프롬리를 유력한 용의자로 삼아 전반부를 이끌어 간다. 하지만 그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일시 미궁에 빠진다. 하지만 엘리스테어의 연구비가 어디론가 새나가고 있었다는 것과, 도박에 빠져 그 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연구원이 나타나면서 혹시 사망한 세라는 횡령을 알아챈 것 때문에 살해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이 떠오르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8347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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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브레이크 1
폴 셰링 원작, 고지마 유키코 각색, 조윤정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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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도에 취직을 했는데, 그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바로 <프리즌 브레이크>였다. 물론 시류를 따르는 데 익숙지 못한 나는 그 시기에 그 드라마를 못 봤다. 드라마를 정주행한 것은 몇 년이나 흐른 뒤였다. 


책은 마이클 스코필드라는 유능한 건축설계사가 형인 링컨 버로우즈가 수감된 감옥으로 들어가기 위해 은행강도짓을 하면서 시작된다. 링컨 버로우즈는 부통령 동생 살해 혐의로 사형판결을 받은 상태였고, 스코필드는 형이 누명을 썼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온 몸에 감옥 도면을 암호화해서 문신으로 세긴 스코필드는 감옥 안에서 마피아 간부 존 애부루지, 남색을 일삼는 악당 티백, 감방 동료 수크레 등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한편, 교도소장 포프의 타지마할 모형 만들기를 돕고 교도소 내 의료실 전문의 사라 텐크레디에게 환심 사는 등 탈옥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시크릿서비스의 계속되는 방해 공작에 스코필드는 이감될 위기에 처하자 감옥 내 난동을 일으키면서 끝이 난다.


2편과 3편까지 합해서 시즌 1인것 같고, 시즌 2는 2권으로 출간되었다. 그 외 판본은 영어공부용이다. 원작 뭐라고 겉표지에 씌여 있어서 드라마 원작 소설인 줄 알고 샀는데, 고지마 유키코에 의해 노블라이즈 된 책으로 원작 드라마 대사를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채록해 놓았다. 그래서 죽죽 읽다 보면 드라마가 자동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 때 느꼈던 흥분과 감동을 1회 한정으로 되새길 수 있다. 추억이 그리워 뒤적여볼 마음이 든다면 읽어볼 만 하고, 그 외 경우라면 권하지 않는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79436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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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던 - 나의 뱀파이어 연인 완결 트와일라잇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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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까지 1급 발암 물질 역할을 톡톡이 해내던 벨라는 '결혼은 에드워드와 하되, 제이콥과는 가족처럼 지내고 싶다'는 기적의 논리를 개발한 뒤 에드워드와 허니문을 떠난다. 외딴 섬에 간 둘은 드디어 육체적 교접에 들어가는데, 흥분한 에드워드가 힘 조절을 못해 벨라 여기저기에 멍 자국을 남기지만 벨라는 '더 다쳐도 좋으니 계속 잠자리를 갖자'고 한다. 

그렇게 황홀한 시간을 갖고 되돌아온 직후 벨라의 몸에 변화가 시작된다. 배가 불러온 것이다. 뱀파이어들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한다. 뱃 속 아이는 빠른 속도로 자라나 벨라의 몸을 파괴할 지경에 이르고, 실제 출산 중에 벨라는 사망 직전까지 가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에드워드가 자신의 독을 직접 벨라의 심장에 주입해 그녀는 예정보다 빨리 뱀파이어로 변신하고, 출산 직후 제이콥은 아이(나중에 이름 짓기로 '르네즈미')에게 '각인' 되어 장차 벨라의 사위가 될 운명을 점지 받는다.

흡혈귀가 된 벨라의 갈망 정도가 아주 낮고, 르네즈미 역시 반인반흡혈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도덕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뱀파이어들은 그제야 한 시름 던다.  

르네즈미의 능력은 상대편 몸을 만져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상대편의 생각을 읽는 에드워드의 능력과 반대였다. 르네즈미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상상들에 뱀파이어들은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잠시, 미래를 보는 앨리스가 '볼투리 일가가 르네즈미를 통제할 수 없는 뱀파이어로 간주하여 처단하러 올 것' 이라고 예언한다. 물론 아로와 카이우스 등은 미래를 보는 앨리스, 그리고 뱀파이어의 능력에 면역인 벨라 등을 수집하기 위해 오는 것일 터였다. 칼라일 등은 한 달 뒤 벌어질 처절한 혈투에 대비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뱀파이어 동맹을 데려오기 위해 떠나고, 벨라는 자신도 힘을 보태기 위해 능력을 개발한다. 그 과정에서 벨라의 능력이 면역이 아니라 '쉴드'라는 것이 밝혀지고, 늑대인간 들 역시 '달의 아이들'이 아니라 '쉐이프 시프터'(비단 늑대 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로 변신 가능한 혈족)임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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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최종편(2019년 기준)으로 에드워드와 제이콥 사이에서 천년만년 진자운동을 할 것 같았던 벨라는 결국 에드워드 쪽을 선택한다. 사실 애초에 '영생+부귀영화 VS 늑대 변신' 중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뻔한 것이었지만. 각종 떡밥들은 그냥 하느라고 해본 말로 판명된다. 영혼의 전사는 4편에서 언급도 없고, 볼투리 일가에 패한 루마니아 뱀파이어들 역시 이렇다 할 능력도 없는 늙은 건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진다.  

볼투리 일가와 칼라일 가족의 대결은 머릿 속 수싸움 끝에 볼투리 일가가 물러나는 것으로 종결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떡밥에 대한 해답도 없이 새로운 떡밥을 던져댄다.(르네즈미 처럼 반인반흡혈 수컷 등장으로 제이콥과 삼각관계 형성, 4대원소를 다루는 이집트 뱀파이어의 존재 등등) 


작가는 2020년에 시리즈는 사실 끝이 아니었다면서 <미드나잇 선>을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에드워드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한다. 물론 사 볼 마음은 전혀 없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74797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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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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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나'는 친구 연희가 그곳으로 유학 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리고 한때 사귀었던,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던 H를 떠올리고,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의 과거를 연상한다.


서울대를 나와 교사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3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주이공 '나'는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자 같은 재단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외국어 고등학교에 간다. 그러나 이번엔 너무 뛰어난 아이들에 끼인 탓에 주눅이 들었다. 재벌이나 고위공무을 아버지로 둔 그 애들 사이에서, 비쩍 마른데다 치아 교정기를 낀 '나'는 어떻게든 공부를 따라잡기 위해 아둥바둥 댄다. 꼴찌에서 10번째 성적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며 긴장된 3년을 보낸 '나'는 그러나 입시에 실패해 재수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실제 외국어 고등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여대를 진학한 뒤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소녀적 감수성에 기대어 학창시절 으레 겪기 마련인 일들을 짤막하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어놓았는데, 호흡이 짧고 주제의식도 희미하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화자 '나'도 엄밀히 따지면 건물주의 딸로 독자가 공감할 포인트가 막연하다. 과외선생의 실연, 불어선생의 이직, 친구의 죽음과 같은 에피소드도 배경으로 흐릿하게 날려버려 주된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새의 선물>과 같은 깜찍함도 떨어지고, <마이너리그>와 같은 입담도 갖추지 못했다. 

자습 감독 선생이 앞문으로 들어와 조용히 하라고 외친 뒤 뒷문을 열고 이 반은 조용하군 이라고 말했다는, 70년대 생은 모두 알 법한 우스갯 소리는 써먹지 말았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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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1
앨런 폴섬 지음, 황보석 옮김 / 넥서스BOOKS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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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덟 살의 미국인 의사 폴 오스본은 학회 참석 차 프랑스에 갔다가 카페에서 한 중년 남성을 보고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져든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폴 오스본은 아버지와 함께 야구 글러브를 사는 길에 그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휘두른 칼에 아버지가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여러 해 동안 각진 얼굴에 흉터가 있는 그 사내를 추적했지만 끝내 잡지 못했다. 

폴은 회상이 끝난 직후 홀린 듯 그 남성에게 뛰어들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카페 종업원들이 만류하는 사이에 사내는 달아났고 폴은 경찰에게 잡혀 구금된다. 폴은 그 사내가 지갑을 훔치려 들었다고 얼버무렸지만 경찰은 집요하게 폴의 최근 행적을 캐물었다. 최근 유럽 곳곳에서 목이 잘린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절단면으로 보아 훈련받은 의사의 솜씨였기 때문에 폴을 의심하는 것이었는데 폴이 진술한 행적에 다소 모호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폴은 베라 모느레라는 여성과 학회에서 만나 관계를 맺게 되었고 급기야 사랑에 빠졌는데 하필 그녀가 프랑스 수상의 정부였기 때문에 비밀을 지켜주려다 보니 진술이 확실치 않은 것이었다. 어쨌든 경찰로서도 폴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나 동기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원이 확실했으므로 풀려난다. 풀려난 폴은 폴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그 사내를 추적해 반드시 살해하리라 마음 먹는다. 그래야만 28년간 받았던 고통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편, 목 잘린 시체가 연쇄적으로 발견되자 인터폴은 미국에서 베테랑 형사 맥비를 초청한다. 그런데 맥비가 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폴의 주변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눈치 빠른 맥비는 폴의 과거와 이번 연쇄 살인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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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폴섬은 영화와 TV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쌓다가 1993년도에 처녀작 <모레>를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가 된 작가이다. <모레>는 독일 나치즘이 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소멸된 것이 아니라 단지 동면상태로 들어갔을 뿐이라는 가정하에 씌여진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아직 EU가 출범하기 전인데, 경제력을 갖춘 독일의 주도 하에 유럽이 재편되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미국 주도의 세력 구도가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읽힌다.


극저온 상태가 되면 원자가 운동이 멈춘다는 사실을 1 퍼센트 정도 소설에 첨가하고 그 뒤로는 되는대로 작가의 뻥과 상상력을 얼버무려 스토리를 진행시키는데, 결론적으로 독일 순수혈통의 세계지배를 꾀하는 세력이 극저온 수술법을 개발한 뒤 '지금까지 보관해온 히틀러의 머리통을 적당한 사람의 몸통에 이어붙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씌여진 지 25년여가 흐른 지금에 읽어보니 참 시간이 아까웠던 내용의 소설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7326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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