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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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나'는 한 작가의 문학과 삶을 집중 조명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는 <작가탐구>의 편집자에게 원고 빚을 진 적이 있는데, 편집자가 은근히 당시의 빚을 상기시킨 탓에 소설가 박부길 씨에 관한 원고를 떠맡게 된다. 작업을 위해 박부길 씨를 찾아간 '나'는 그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탓에 발표된 소설과 인터뷰 기사에 의존하여 행적을 쫓아간다. 그리고 미발표 소설을 통해 그의 삶을 재구성한다. 그의 소설을 통해 과거 행적을 추적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그것이 소설이라는 데 있었다. 소설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가려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는 선택과 여과 역시 그 주체는 작가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어렸을 적 큰아버지 집에 살던 '나'는 뒤안의 감나무에 가서는 안된다는 엄명을 받는다. 하지만 금기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으로 '나'는 뒤안으로 몰래 숨어들곤 했다. 그곳에는 골방이 하나 있었고, 골방에는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란 남자가 묶여 있었다. 그는 정신이 이상한 듯 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그가 수재 소리를 들으며 고등 고시에 합격할 것으로 믿어졌던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금기는 감나무가 아니라 감나무가 있는 뒤안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그 남자의 부탁으로 손톱깎이를 가져다 주는데 남자는 손톱깎이를 이용해 자살하고 만다.

얼마 후 어머니가 종적을 감추고 '나'는 큰아버지 집에서 살게 된다. 큰아버지는 끝내 뒤안에 갖혀있던 남자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고, 어머니의 행적에 대해서도 입을 다문다. '나'는 두 번 다시 고향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아버지의 무덤에 불을 지르고 가출한다.

가출 후 중국집 배달부를 전전하다가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는 표면상 아버지의 정신이 그리된 데 대한 시댁의 질책에 못 이겨 쫓겨난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어머니의 장래에 대한 시댁의 배려가 있였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나'를 서울의 중학에 입학시키고 자취를 시킨다.

자취방은 어두컴컴하고 눅눅했지만 '나'는 그곳의 어둠에 차츰 순응된다. 바깥 세상은 '다른 이들의 세상'으로 생각하고 사람들 속에 처하기를 꺼려하였으며 헌책방에서 책들을 빌어다 읽을 뿐 다른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였고 자신과 동류의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통금을 피해 뛰어 들어간 교회에서 종단을 만난다. '나'는 종단이 원하는 남성이 되기 위해서 신학대학교를 지원하고,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나' 자신의 투영으로서 그녀를 바라보았던 탓에 사랑의 형태는 집착적이고 편집증적인 그것으로 변질된다. 결국 그녀는 '나'를 참지 못하고 떠나고, 나는 신학교를 자퇴한 후 과거의 어두컴컴한 자취방으로 돌아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의 구성이 독특하다. 소설가가 또 다른 소설가의 문학과 삶을 추적하는 형태를 취한 이 작품은 작가 이승우가 3년에 걸쳐 집필하였고, 자전적인 소설임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액자 속 이야기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다른 점이라면 어머니를 취하는 대신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종단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박부길의 아버지는 자신이 건내준 손톱깎이로 자살을 한다. 박부길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는 곧 재가하므로 박부길은 모성의 심각한 결핍을 경험한다. 이러한 결핍 때문에 박부길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종단에게 쉽게 끌리게 된다. 박부길은 그 사랑을 '숭배'라고 지칭하지만 집착적이고 편집증적인 그 형태는 사실 '자기만을 바라보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그런 사랑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 이외에는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소설은 오이디푸스 이야기의 변형이다.

 

천안에서 세제 개편과 관련한 교육이 있었기 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책은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고, 다른 책 밑에 집어 넣으면 표가 안날 크기이다. 학교 다닐 때 내내 수업 중 다른 책을 읽었다. 그 책이 읽고 싶었다기 보다는, 수업과 무관한 짓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 다닐때에는 아예 수업을 빼먹고 읽었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은 교육 시간에 몰래 책을 읽는다. 교육 내용을 숙지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어짜피 나누어준 자료를 다시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을 듣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런데도 교육 시간에 책을 읽는다. 어쩔 수 없이 굳어진 버릇이다.

며칠 간 <김남주 평전>을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읽게 된 <생의 이면>은 그리 와닿지 않는다. '정치는 똥이고 똥에 꼬이는 쇠파리가 되고 싶지 않다'며 시대에 침묵한 것을 변명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김남주는 시 <학살>에서 말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외적의 앞잡이이고 수천 동포의

학살자일 때 양심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전선이다 무덤이다 감옥이다

도대체 형제의 살해 앞에서 저항하지 않고

누가 자유일 수 있단 말인가

 

이승우는 같은 시기에 똥에 꼬이는 쇠파리 운운을 하며 떠나간 여인에 목이 메어 정신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생의 이면>은 결코 가벼운 소설은 아니며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도 엿보인다. 작가의 역량 또한 가볍지 않다. 그러나 전적으로 소설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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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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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플 양은 조카 레이먼드의 권유에 따라 카리브해의 섬 생 토노레에 휴양을 간다. 그곳에서 펠그레이브 소령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여러가지를 떠벌이는데 급기야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는 자신이 살인자를 한 명 알고 있다면서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어 보여주려고 까지 한다. 그런데 마침 그 때 펠그레이브 소령이 누군가를 알아보는 눈치더니 급히 다른 화제를 꺼낸다. 다음 날 펠그레이브 소령이 사망한 채 발견되고 의사는 그의 방에서 혈압약이 발견된 점과 주변 사람들이 펠그레이브 소령은 고혈압이었다고 진술하자 단순 사망으로 결론내린다.

하지만 마플 양은 펠그레이브 소령이 죽기 전날 사진 속의 살인자를 섬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급히 화제를 돌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펠그레이브 소령이 고혈압이었다는 얘기를 그에게서 직접 들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도 의심스러웠다. 청소하던 하녀가 펠그레이브 소령의 약 중 고혈압약은 없었다고 진술하자 마플 양은 살인으로 결론짓는다. 며칠 뒤 하녀가 살해되는 사건까지 일어나자 이제 살인범이 섬 안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거듭되는 살인에 호텔의 여주인 몰리가 정신적으로 불안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끔 기억을 잃는 일이 있다고 고백한다. 몰리의 시체가 시냇가에서 발견되자 남편 팀 켄들은 절규한다. 하지만 시체는 몰리가 아니라 머리 색깔이 같은 러키 부인이었다. 펠그레이브 소령이 알아본 살인범은 누구였을까?

몰리는 결혼 전 한 남자에게 빠져 정신을 못 차렸고 가족과도 척을 지게 되었다. 하지만 팀 켄들을 만나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마플 양은 결혼 전 만났던 남자와 팀 켄들이 동일인물임을 알아낸다.  팀 켄들은 몰리의 가족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듣고 가족들과 대면하여 인사하는 것을 피한 후 새로 만난 남자인 척 하여 몰리와 함께 가족들을 속여 넘긴 것이다.

팀 켄들은 아내를 습관적으로 살해한 자였다. 그는 아내를 살해하기 전 마약 등을 이용하여 정신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든 후 수면제를 먹인다. 부인은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서 자신이 수면제를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죽음에 이르지는 못할 양의 수면제를 팀 켄들이 먹인 것이다. 그는 의사를 찾아가 울면서 아내의 소생을 애원하는 등 갖은 연기를 벌인 후 두번째 시도에서 아내가 자살한 것처럼 꾸며 살해한다. 의사와 경찰은 한 번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국 또다시 자살을 결행한 것으로 보고 팀 켄들에게는 아무런 혐의도 두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살인 행각이 거듭 성공하자 습관적으로 아내를 살해하게 된 것이다.

 

1964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작가의 70번째 추리소설이고 장편으로는 55번째 작품이다. 마플 양은 세인트 메어리 미드라는 시골에 사는 노처녀 할머니로 살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깊은 통찰력을 발휘해 자기 마을에 사는 누군가와 비교하곤 한다. 포와로가 논리적인 추리를 기본으로 하는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이라면 마플 양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탐정이다.

 

제인 마플이 등장하는 장편은 12편으로 다음과 같다.

 

1. 목사관 살인사건(The Murder at the Vicarage, 1930)

2. 서재의 시체(The Body in the Library, 1942)

3. 움직이는 손가락(The Moving Finger, 1943)

4. 예고살인(A Murder is Announced, 1950)

5. 마술살인(They Do It with Mirrors, 1952)

6. 주머니 속의 죽음(A Pocket Full of Rye, 1953)

7. 패딩턴발 4시 50분(4:50 from Paddington, 1957)

8. 깨어진 거울(The Mirror Crack'd from side to side, 1962)

9. 카리브 해의 비밀(A Caribbean Mystery, 1964)

10. 버트램 호텔에서(At Bettram's Hotel, 1965)

11. 복수의 여신(Nemesis, 1971)

12. 잠자는 살인(Sleeping Murder,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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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여가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3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오세곤 옮김 / 민음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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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이오네스코는 현대 부조리극의 선구자로 1909년 루마니아의 슬라티나에서 태어나 1911년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한 후 정착하여 1994년 삶을 마칠 때까지 살았다.

옮긴이 오세곤에 따르면 이오네스코는 거의 40대에 이르러서야 극작가로 나서는데 그 동기가 무척 엉뚱했다고 한다.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책을 읽다 거기서 지고의 진리들을 발견하였고, 감격한 나머지 그것을 널리 알리고자 메모해 놓고 보니 전혀 생명이 없는 죽은 말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에 초기 삼부작인 <대머리 여가수(1950년 초연)>, <수업(1951년 초연)>, <의자(1952년 초연)>을 차례로 발표하는데, 여기서 다룬 것은 인간 언어의 부조리함이었다. 즉 인간은 자신들의 언어를 지극히 합리적이라 믿으며 문화의 축적과 의사소통의 도구로 삼지만, 실제로 그것은 대단히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해서 인간의 언어생활은 원초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오해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론에서 다룬 주제와 일면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 희곡을 읽다보면 일면 알 수 없는 말들의 나열에 불과해 보일 때도 있다.

 

<대머리 여가수>는 시계 종소리와 시간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부부 사이의 대화가 얼빠진 자들의 그것처럼 빗나가기 일쑤이고 소방대장이 풀어놓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중언부언 하거나 전혀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말장난이 이어지더니 문득 막이 내리는 식이다. 그들은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말을 이어감으로서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을 보여준다.

<수업>에서는 박사가 되기 위해 교수를 찾아온 학생 사이에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이들의 수업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양상을 띤다. 초보적인 덧셈과 뺄셈에서 끙끙대다가 철학적인 의미로 발전하려 하는가 하면 언어학에서는 같은 말을 나열하면서 다른 언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하녀는 언어학이야 말로 재앙의 지름길이라며 교수에게 충고하지만 교수는 성적 정렬을 암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계속 진행한다. 학생은 언어학 수업이 계속될수록 고통을 호소하고 교수는 알 수 없는 정렬에 휩싸인 끝에 학생을 식칼로 살해하고 만다.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 결국 살인으로 귀결되고 만다.

<의자> 역시 난해하기 짝이 없다. 90세가 넘은 노인과 노파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들을 계속 맞이한다. 노인은 자신의 사상을 대변해 줄 변사를 기다린다. 마침내 황제마저 노인을 방문하자 노인은 감격한다. 하지만 노인과 노파는 별안간 자살하고 그토록 기다리던 변사는 벙어리처럼 웅얼대다가 칠판에 백묵으로 글씨를 쓰는데 그나마도 '안녕'이라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책은 각주로 넘쳐나고, 그 각주의 대부분은 원작을 어떻게 한국어로 바꿀 것인지 고민한 번역자 오세곤의 흔적이다. 오세곤은 최대한 충실한 번역을 위해 영문 번역판과도 비교하며 적절한 한국어 번역에 골몰하나, 실제 이 연극이 한국에서 상영될 때 프랑스어 원작의 미묘함을 관객에게 적절히 전달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언어의 부조리함을 전달하기 위해 상당부분 의역이 불가할 것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현실의 이면을 좀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 부조리극의 목적이라고 했을 때 작가의 역량을 판가름짓는 것은 독자, 혹은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조리를 보여주고 관객의 반응은 각자에게 맡기는 것은 일류 작가가 아니다. 부조리극이지만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부조리극 작가가 골몰해야만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조리극 작가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결국 독자, 혹은 관객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과 난해함의 바다에 빠져 산소가 부족한 듯한 상황에 내팽겨쳐진 후 스스로의 이해력 부족을 탄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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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쓸쓸한 당신
박완서 지음 / 창비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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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마른꽃(문학사상 1995년 1월호)

 

'나'는 대구의 조카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버스 옆자리의 노신사와 말을 섞게 된다.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나' 이지만 말쑥한 차림새와 점잖은 그의 태도에 잠시 마음이 설랜다. 서울 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사는 곳이 고덕쪽으로 서로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명함을 주고 간다.

얼마 후 강아지를 떠맡게 되었는데 먹인 음식이 잘 못 되었는지 앓기 시작하자 급한 마음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둘은 차도 마시고 산책도 하는 사이가 된다. 그는 지방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퇴직하여 지금은 아는 사람과 연구소를 운영한다고 했다.

소문이 딸아이의 귀에 들어가자 딸아이는 조박사의 신상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의 좋은 조건에 차츰 호의를 갖기 시작한다. 조박사의 며느리 역시 시아버지를 모시기 보다는 '나'와의 재혼을 달가와 하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조박사와의 연애에 '정욕' 이 비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서로 충족되는 연애는 겉멋에 불과하고, 그와 나는 겉멋을 부려본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빤히 보인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조박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전한다.

 

o 환각의 나비(문학동네 1995년 봄호)

 

영주의 어머니는 영주를 낳은 지 십년 넘어 아이를 못 갖다가 영숙을 낳았고 막내 영탁을 낳았다. 영탁과 영주의 나이 차이는 열세살이었다. 영탁은 유복자였고 아버지의 유산은 집 한채가 다였다. 어머니는 하숙을 쳤고 영주는 그런 어머니를 도와 생계를 꾸려가는데 손을 보탰다. 

영주는 뒤늦게 박사 과정을 밟아 지방대학에 강사 자리를 꿰어찬다. 어머니는 영주가 모시고 살았는데 이모들은 아들 집에서 어머니가 살지 않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해댔다. 어머니가 영탁의 집에서 살 수 없었던 것은 어머니의 건망증이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세 달 남짓 사는 동안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심해졌고, 이에 영탁의 안사람은 처음에는 현관문을, 그 다음에는 방문을 밖에서 걸어 잠그게 되었다. 영주가 어머니를 다시 모시고 오자 치매 증세는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인근에서는 어머니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예전과 같이 의왕터널을 가셨나 싶어 찾아가봤지만 허탕이었다. 다만 한 때 살았던 과천에서 어머니가 나타났다는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 같았다. 

한편 서울의 위성도시인 Y시에 양옥집이 모여있는 동네가 있는데 새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나서 퇴락한 동네처럼 취급되며 원주민 동네라 불렸다. 그 동네에서도 외딴 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는 처녀무당이 살고 있었다. 처녀 무당의 집 식구들은 죄다 처녀무당만 오로지 하며 놀고 먹었다. 처녀무당의 어머니가 수단을 부려 처녀무당의 점집은 절집으로 바뀌고 처녀무당은 비구니로 자연스님이 된다. 벌이는 더 좋아졌다. 하지만 자연스님은 돈에 관심이 없었고 가족과의 관계가 번다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절집에 들어와 스스럼없이 굴며 자연스님에게 밥을 해 먹이고 빨래를 개켜준다. 자연스님은 할머니와 함께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영주가 전단지를 뿌리고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다가 Y시를 지나치고 절집에 마음이 끌린다. 절집에는 어머니가 승복을 입고 젊은 비구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주는 자신이 보고 있는 모습이 현실이 아니고 환상이라고 생각하며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o 참을 수 없는 비밀(창작과 비평 1996년 겨울호)

 

서울 유수의 여대에 합격한 하영은 오빠 친구인 세준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놀러온 세준을 하영이 부추긴다. 세준은 물귀신이 나온다는 웅덩이에 뛰어들어 수영을 해보이려다가 죽고 만다. 

세준의 어머니와 누이들은 처음에 악다구니를 쓰더니 얼마 후 하영이 세준의 아이를 임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영을 닦달한다. 하영은 시체가 된 세준과 입맞춤한 것이 남자와의 첫 신체적 접촉이었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세준이 죽은 지 꼭 일년되는 날 하영이 바라보는 면전에서 자동차가 충돌해 불길에 휩싸인다. 하영은 점차 의지와 상관없이 남을 헤코지하는 어떤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후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등 평범한 행복 속에 살아가지만 내밀한 한 곳에는 그때의 기억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영은 때때로 남편이 '봄소풍' 이라 부르는 가출을 감행해야 했다.

또 다시 그 '소풍'을 나온 날 하영은 음독자살한 시체와 조우한다. 이번 '소풍'은 여느때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었던 하영은 집으로 전화를 건다. 부재중을 알리는 녹음된 목소리에 하영은 낯선이가 자신의 집에 틈입한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란다.

 

o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라쁠륨 1997년 봄호)

 

아버지는 난봉을 피우다가 노년이 되자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성군의 중전마마' 처럼 품위있게 그런 아버지를 참아냈다. 매사에 깔끔하게 자신을 간수하던 어머니가 노년에 암에 걸려 항문을 조이지 못하게 되었다. 똥구덩이 속에서 뒹구는 어머니의 말년은 아이러니였다. 아버지에게 '내'가 내뱉듯이 어머니가 암이고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온 날, 어머니를 소 닭 보듯이 대하며 무시하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울먹이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어머니와 '나'는 그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거처를 '나'의 집 주변으로 옮기는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아버지는 난봉에 관록이 붙어 추레해지기는 커녕 멋있고 풍류스러워 보였다. 어머니가 나이 들수록 보기 좋아지고 아버지는 추레해질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틀린 셈이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나'의 오빠는 길고 재미 없는 영화가 마침내 끝났다는 얼굴을 했다. '나'는 아버지의 노년을 보며 인생이 난해한 영화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길고 재미 없는 영화는 두 번 다시 보고싶어 하지 않지만, 난해한 영화는 혹시라도 이번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한두 번 더 보게 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o 너무도 쓸쓸한 당신(문학동네 1997년 겨울호)

 

딸인 채정의 졸업식 때는 딸자식 가진 부모라면 응당 겪어야 할 일이려니 생각하고 사위댁의 유세를 참아내었다. '나'는 아들 채훈의 졸업식 때에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하지만 막상 채훈의 졸업식에서도 사돈댁에게 눌려 변변한 기를 펴지 못한다. 남편은 평생을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이제는 서울 외곽에 집을 한 칸 사서 눌러앉았다. '나'는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는 명목하에 오래전 서울에서 따로 살아왔고 이는 자연스러운 별거로 이어졌었다. 남편은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비만 쓰며 연금을 고스란히 부쳐왔다. '나'는 사돈댁에게 아들 자식 가진 어미 노릇을 하지 못한 것이 남편과 자신의 삐걱거림 때문이라는 자각을 한다.

사돈댁이 아이들 제주도 여행 티켓이라며 '나'에게 쓸어맡긴 봉투를 채훈에게 전해주지 않은 채 남편을 졸업식장에서 끌고 나와 서울 외곽에 마련했다는 거처로 가보자고 한다. 중도에 마음을 바꾸어 충동적으로 러브호텔에 든다. 사돈댁이 마련한 아이들의 행복을 일시나마 지연시키거나 차질을 빚게 하려는 의뭉스런 계획은 예약이 이미 되어 있어 티켓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 떠났다는 사돈댁의 말에 좌절된다. 오랫만에 본 남편의 넓적다리살은 흉물스러웠다. 바람을 쐬고 돌아온 나는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남편의 말라빠진 정강이에 있는 모기 물린 자국을 보게 된다. 스스로 원해서 가부장의 고단한 의무에 마냥 얽매어 있으려는 남편에 대한 연민이 목구멍으로 뜨겁게 치받친다.

 

o 그 여자네 집(13월의 사랑,예감 1997)

 

작가회의에서 북한동포돕기 시낭송회가 열리고 유명인사들도 각자 애송하는 시를 한 편씩 읽을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이라는 시를 꼭 낭송하고 싶었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그 시는 '나'의 고향마을에 살던 곱단이와 만득이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득이는 당시로선 하이칼라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위로 누나만 있는 귀한 집 아들이었다. 곱단이 역시 위로 오라비들만 둔 귀한 외동딸이었다. 마을에서는 둘이 장차 결혼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들이 잘 되길 바랬다. 그러나 1945년 만득이가 징병되어 둘은 헤어지게 된다. 만득이는 자신이 사지로 갈 것을 알았기에 곱단이가 과부될 팔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혼례를 치르지 않고 떠난다. 그러나 일제는 처녀들을 정신대로 끌어가기 시작했고 할 수 없이 곱단이는 신의주의 재취자리로 들어간다. 만득이는 살아 돌아왔고 마을 처자인 순애와 혼사를 치른다.

고향 군민회에서 만득이와 순애를 다시 만난다. 순애는 '나'에게 자신이 실체 없는 연적 때문에 괴롭다고 토로한다. 만득은 곱단을 향해 시를 빙자한 연애편지를 써대고 있었고 북한 여행 가서는 신의주 땅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다. 순애가 죽고 만득이와 다시 만난 '나'는 만득이의 술회를 듣는다. 만득이는 곱단이의 얼굴이 이제는 생각도 안난다고 했다. 그는 곱단이 때문에 울었던 것이 아니라 고향땅에 대한 감회로 눈물 지었다고 했다. 그는 정신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본에 대해 울분을 느끼며 강도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십층에서 뛰어내렸다고 해서 자살이 되느냐고 묻는다. 그는 당한 자의 한에다가 면한 자의 분노까지 보태고 싶은 자기 마음을 토로한다.

 

o 꽃잎 속의 가시(작가세계 1998년 봄호)

 

미국에서 터를 잡고 살던 언니가 30년 만에 큰아들네 집에 들른다.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온 언니는 커다란 여행가방과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왔는데 여행가방에는 한국에서도 이제는 귀할 것 없는 봉지 커피 등속만 잔뜩 들어 있었다. 루이뷔통 가방에 무언가 좀더 그럴싸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가방을 열자 무참히 깨어지고 만다. 그 안에는 수의 일속이 들어있었다. 조카며느리는 결혼식에 참여하는 시어머니가 수의를 들고 왔다는 사실에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어 몸을 의탁하러 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에 자못 불쾌해한다. 한술 더 떠 예단으로 보내온 옷감을 죄다 잘라 꽃이파리들을 만들었으니 조카며느리는 질겁을 했다. 언니는 조카며느리의 우려와는 달리 미국으로 돌아갔고, 돌아간지 두 달 만에 죽고 만다.

언니는 미국에 60년대에 이민을 가서 온갖 험한 일을 하다가 한 양장점에 취직했다. 그곳은 별다른 말이 필요 없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고운 옷감으로 옷을 만들 뿐이었다. 손님이 직접 찾아오는 법은 없었다. 어느 날 TV에서 취재를 나온 날, 언니는 일본인 카메라기사에게 자신이 일하는 양장점이 유명한 곳이냐고 묻고 일본인 기자는 그곳에서 만드는 수의가 잘 팔린다고 말한다. 언니는 당장 그곳을 그만둔다.

 

o 공놀이하는 여자(당대비평 1998년 여름호)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헌이 네번째 낙방한 날 아란은 담배를 피우다가 헌에게 들킨다. 헌은 아란의 팔뚝에 담배 자국을 세 개 만든다.

집 앞 조각공원에 나간 아란은 자신이 거머쥐게 된 삼억 오천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머니는 진 회장이란 사람의 첩이었고, 아란은 그의 딸이었다. 어머니는 아란을 진 회장의 호적에 입적시키고 했으나 진회장 댁 식구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진회장이 모든 재산을 분배해주고 빈털터리가 되자 아란은 입적이 된다. 진회장이 죽으면서 변호사에게 유언을 공증받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 한 채를 아란에게 물려준다. 진회장댁 식구들은 모두 진회장이 생전에 살던 아파트 주변에 살고 있었기에 아란이 아파트에 들어와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아란에게 아파트를 삼억 오천을 주고 되산다.

진회장의 아들 정기는 삼억 오천을 불려주겠다며 아란에게 은행 지점장을 보낸다. 높은 금리에 덜컥 수표를 맡긴 날 아란은 자신이 정기에게 사기당한 것은 아닌지 조바심을 낸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고 아란의 돈은 은행에 안전하게 예치되어 있었다. 아란은 조각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듯 헌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돈이 곧 권력이라는 사실, 세상과 자신 사이에 돈이라는 윤활유가 넉넉해지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진씨 집안과 자신이 이런 식으로 화해하게 되었고 진씨 집안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문득 비애를 느낀다.

 

o J-1 비자(창작과 비평 1998년 가을호)

 

미국에 사는 처갓집에서 처남의 결혼식에 초대를 했다. 흔쾌히 간다는 대답을 하자 아내는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괜찮은지 묻는다.

'나'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소설가이다. 어느 날 수석으로 졸업한 김혜숙이라는 학생이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온다. 김혜숙은 미국의 C대학에서 동아시아 문학에 대해 연구를 하던 중 '나'의 작품을 토론 주제로 삼아 세미나를 열 예정이니 참석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나'의 소설을 번역한 헬렌 강이라는 사람이 한국 역사와 문화에 무지하면서도 단지 두 나라 언어를 안다는 이유로 번역에 뛰어든 것이 못마땅해서 미국에 가겠다는 응답을 한다. 그러나 교장에게 허락을 얻기 위해 말을 내고 또다른 대학에서도 초청을 받자 조금쯤 우쭐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비자는 좀처럼 발급되지 않았다. 결국 빽까지 동원했건만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는 까다롭기만 했고 정해진 일자에 댈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런 사정을 C대학에 알렸고 C대학에서는 자못 비감한 어조로 연서까지 받은 편지를 보내 미대사관에 항의를 한다. 그리고 정식으로 '나'에게 사과를 할 것과 제반 비용의 손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한다. 저간의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아내에게 자못 비감한 어조로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으면 미국 땅을 밟지 않겠노라고 호기를 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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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쓸쓸한 당신>은 꽤나 오랫동안 차 안의 출장 가방 안에 모셔져 있었다. 간혹 출장을 갔다가 시간이 남거나, 차를 대놓고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박완서의 소설이 제격이다. 박완서 소설은 언젠가 독서일기에도 썼듯이 라디오 사연과 같은 신변잡기가 많아 얼음에 박밀듯 읽을 수가 있다.

박완서를 싫어하게 된 것은 자전적인 소설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고 나서였다. 부잣집 따님의 인텔리겐차연 하는 태도가 느껴져 싫었다. 그 후로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을 어쩔 수 없이 읽으며 조금은 화해했지만 지금도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고인이 된 작가의 작품을 이제는 좀 더 자주 읽을지도 모르겠다. 죽음은 언제나 나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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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범우문고 120
포송령 지음, 진기환 옮김 / 범우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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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송령(蒲松齡) 은 중국 청나라 초기의 소설가, 극작가로 산둥성 쓰촨 사람이다. 당시에는 요재선생으로 불리웠고 자는 유선(留仙), 검신(儉臣), 호는 유천(柳泉)이다. 1658년 16세에 현시(縣試), 부시(府試), 원시(院試)에 수석으로 급제하나 그 뒤 향시(鄕試)에 급제하지 못하여 훈장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독서와 저작에 전념한다. <요재지이(聊齋志異)>는 포송령이 20년에 걸쳐 완성한 단편소설집으로 총 445편의 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범우사판은 옮긴이 진기환이 가려 뽑은 27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매일 밤 자기 직전 한 두편씩 읽었다. 이야기들은 기존에 전해져 오는 민담을 가공하거나 작가가 새로이 창작한 단편들인데, 그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향시에 합격하지 못하여 일평생을 막료와 훈장질로 생계를 이어간 불우한 작가의 한이 느껴진다.

문(文)으로서 출세의 근본을 삼아 명(名)을 알리는 것이 동양적인 가치의 원형이라고 했을 때,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한 포송령의 한은 분명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창작의 결과물이 기담(奇談)의 형태를 띤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적지 않은 저작을 남겼지만, 포송령은 끝내 불우했을 것이다. 욕망의 좌절을 원동력으로 삼은 창작행위는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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