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삼성 찬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언론들이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삼알아서 먼저 삼성 찬양 기사를 쓴다. 

 잘 되면 삼성의 역량 때문이고, 나쁜 건 정부의 규제와 정책 때문이다.  

 삼성이 잘 못하거나, 나쁜 부분은 아예 언론에 거론되지도 않는다. 


 * 삼성자동차, 삼성상용차로 많은 채권단 및 개인의 자산이 휴지조각이 되는 사태에서 과연 언론들은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 


 김용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의 소개기사 가지고도 삼성은 경향신문을 압박했었다. 삼성 눈 밖에 났던 한겨레나 경향은 한참동안 광고비의 20% 이상이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을 겪어내야 했다. 


 정형식 판사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였다. 과연 판사가 맞는가 싶었다. 회자되는 몇 가지 이야기가 생각난다. 


법리는 고민 사안 아니었다. → 삼성은 법위에 있다.

어느 기업인이 대통령 요구 거절 했겠나 → 어느 판사가 삼성의 요구 거절했겠나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법원을 향해 시민들은 삼성의 권리부터 분리하라고 한다. 


적페가 너무 많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 불린다. 국가기관이 시장에 대한 통제와 관리 능력을 상실하고 재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록 비판과 감시자로서의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언론이 제일 문제였다. 삼성 신화는 삼성의 독점적 경제력에 덧붙여 정치적 전략과 언론의 선동 정치를 통해 이뤄졌다. 특히 언론은 삼성 신화를 만들어 낸 일등공신이었다. 

...


2006년 시사저널의 기자 이현철이 "이학수 부회장 권력, 너무 비대해졌다”라는 제목으로 삼성의 2인자이면서 삼성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의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그러자 삼성 홍보실의 전화를 받은 <시사저널> 사장의 지시로 인쇄소에서 막판에 기사가 삭제되었다" 기자들은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며 1년여동안 싸웠지만 그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기자들은 거리에서 <시사IN>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야 했다. 독재 정권을 방불케 하는 삼성의 언론 통제였다. 그 외에도 삼성이 언론을 통제한 많은 사례들이 일선 기자들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확인 되었다. 통제는 필연적으로 자기 검열을 낳는다. 어느새 기자들 은 스스로 삼성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쓰지 않게 되었다. 


심하게 말하면 일부 언론은 삼성의 홍보 전단지였다. 언론은 삼성 홍보 기사를 수도 없이 게재해 삼성을 찬양했다. 삼성의 매출 실적이 분기별로 발표될 때마다 국가 경제성장 지표의 암울한 실태와 대비해 삼성을 추어올렸고, 성장 지표가 조금 반등하면 역시 삼성의 저력에 힘입은 결과라며 삼성을 추어올렸다. 한국 경제의 성 과는 삼성의 성공에 따른 것이고 실패의 원인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못한 정부의 탓이었다. 뭘 해도 삼성은 훌륭하게 묘사 되었다. (172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8-02-08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성이 광고를 줄이면, 언론들은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 드니 삼성을 찬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습니다.

집행유예라는 명백한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마치
무죄로 풀려난 것 같이 떠들어 대는 게 정말 기
가 막힙니다.

낭만인생 2018-02-08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성이 여러 회사로 갈라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절대 삼성을 이길 수 없습니다.
 

 어제(2월5일)은 이재용의 2심 선고가 있던 날이다. 

 예상과 같이 그는 집행유예로 풀러났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답지 않게 무리했던 그를 사법부는 피해자로 판단했다. 그를 피해자로 만들기 위한 법원의 판단은 눈물겹다. 


 삼성의 구조조정본부나 미래전략실의 가장 큰 목표는 경영권 승계다. 이미 그를 위해 그들은 법의 틈을 악용하면서 때로는 입법과정에 힘을 쏟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왔다. 


 박근혜 정부때는 급하게 처리했고, 삼성답지 않게 위법한 행동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눈물겹게도, 마치 법원이 무죄를 찾아내기 위해 공들였다. 


 적폐의 한 축인 삼성은 빠져나왔다. 적폐청산은 지난한 싸움이 될 듯하다.  


이제 삼성에버랜드를 배경 삼아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사들이며 그룹 전체를 할 일만 남았다. 이재용은 순환 출자 고리를 이용해 삼성생명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자신들 명의의 주식을 모두 모아 헐값으로 삼성에 버랜드에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눈물겨운 충성심 덕분에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지분 20%를 확보했다" 삼성에버랜드를 장악한 이재용은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손쉽게 삼성생명의 지분을 확보하며 명실상부한 삼성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 모든 일의 핵심에 구조조정본부가 있었다 구조조정본부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서 벗어나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바람에 따라 업무를 조정하고 경영권 세습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사조직이자 행동 조직이었다. 삼성 총수 일가의 소유 지배 구조의 안정적 운영과 성공적인 경영권 세습이 구조조정본부의 지상 과제였던 것이다. (150-151쪽)



삼성이 입법 로비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금산분리와 순환출자였다. 이는 삼성 총수 일가의 소유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순환출자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거졌을 때에도 삼성의 로비는 집요하게 이어졌다. 결국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삼성을 비껴 갔다.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인 ℃BO스코어는 덕분에 삼성 그룹이 20조 원의 비용 부담을 덜어 가장 큰 혜택을 보았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국회에서는 삼성의 성장을 돕는 법, 나아가 삼성 총수일가를 위한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의 입김이 국민의 목소리보 다 더 크게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삼성권력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163-16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2-06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6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회사에서 회식이 있어 1차에서 2차로 움직이는 동안 개기월식을 잠깐 봤을 뿐이다. 


관련해서 쉽게 잘 되어 있는 ebs 뉴스를 찾았다. (제목 혹은 URL 클릭)

<뉴스G> 2018년 두 번째 보름달, 슈퍼 블루 블러드문

http://news.ebs.co.kr/ebsnews/allView/10826533/H#none

1월의 마지막 날인 내일, 하늘에선 특별한 달을 볼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밝고 크게 보이는 '슈퍼문'인 동시에,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인 블루문- 게다가 개기월식과 함께 붉게 물든, 블러드문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세 가지 천문현상이 일어나는 건 150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교양과학서 사이언스 빌리지 앞 부분에 블러드 문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빛은 반사reflection 외에도 앞서 배운 산란, 그리고 ‘굴절’과 ‘회절'이라는 것도 해. 빛이 공기나 물같이 서로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파장에 따라 진행하던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꺾여서 진행한단다. 목욕탕에서 탕안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살짝 꺾여 보이는 것이 굴절의 대표적인 현상이지, 그럼 회절은 뭘까? 회절은 굴절과 비슷하지만 약간 달라, 회절은 파동이 어떤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현상을 말해, 벽 뒤에서도 소리가 들리고, 산 너머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있는 것도 회절 현상 덕분이야. 

..

또 개기월식 때 평소에 노랗던 달이 붉게 보이는 이유도 회절과 관련 있어, 개기월식은 태양- 지구-달이 일직선상에 놓이면서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려 일시적으로 달이 보이지 않는 현상인데, 개기월식을 잘 보면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검붉게 보여, 그 이유는 태양빛이 지구 주위를 지나면서 지구 표면의 대기에 의해 굴절되고 회절되어 달에 도달하면서 비추기 때문인데, 이때 붉은빛이 가장 많이 회절되어 달에 닿기 때문에 붉은색을 띤 단다. 

재미있는 건 옛날 서양에서는 붉은 달을 블러드문blood moon이라고 부르며 불길한 징조로 여겼는데, 요즘은 그 블러드문을 우주쇼로 여기면서 환영해, 불길한 징조는 인간이 자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때 생겨난 미신 같은 것이지, 자연의 자연의 원리를 아는 것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거야. (23-2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코쿠 여행에 관한 책은 별로 없는데, 시코쿠 카가와현내 우동집 109군데를 다닌 책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게다가 순례길을 다룬 책의 경우는 여행참고서적 보다 많다.


연말에 시코쿠를 다녀오면서, 식사는 우동으로 하려고 했다. 첫날 공항근처에서 한끼를 마쳤지만, 의외로 가족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여행기간 동안 한두끼가 아니라,  매일 한두끼씩 먹자는 내 의견에 반대했다. 소바는 연속으로 잘 먹더니만, 결국 셋째날 시코쿠무라 근처의 유명한 야마다야에 가서 먹었을 뿐이다. (야마다야는 국내에도 분점이 있다.)

사실 시코쿠무라 출구에는 에도시대 가옥을 복원한 와라야가 있었지만,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 맛에 익숙함에서 벗어나, 이번에 제대로 된 우동을 먹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사누키 우동의 진수를 입안에 가득 담아, 나만의 우동 기준을 만들고 싶었지만, 아쉬움은 뒤로 하고, 국내 우동집을 좀 찾야 다녀야 겠다. 


시코쿠의 카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현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누키우동이 이곳에서 시작했다. 실제로 사누키라는 시가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마루가메제면의 마루가메가 카가와의 도시 중에 하나이다. 


   


김효선의 책 <사누기 우동 순례 109>는 시코쿠 여행시 우동을 소재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는 또한 시코쿠 순례 88개의 절을 모두 다룬 책을 펴내기도 했다.) 우동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고,(*아래에) 무려 109개 식당을 다루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을 다루고 있는 허영만 화백의 책 <이토록 맛있는 일본>에서도 카가와 현을 다루는데, 바로 우동을 다룬다. 

사누키 우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하루키의 여행법>으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이다. 우동을 거론하는 책마다 그의 '우동 맛 기행'을 이야기한다. <사누키 우동 순례 109>도 '우동 맛 기행'에서 소개된 식당에는 하루키를 꼭 등장시킨다. 


하루키가 생각하는 사누키 우동이다. 


미나베 교수는 현재 사누키 우동에 쓰이는 밀은 호주산의 ASW(오스트레일리아 스탠더드 화이트)라는 품종이라고 했다. 이것은 호주인이 우동용으로 품종 개량을 해서 일본시장을 대상으로 특별히 생산하고 있는 밀이라고 한다. 향기가 있고 끈기가 있으며 맛이 순한 상품 이다. 게다가 국내산 밀보다 원가가 월등히 싸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일본 시장을 석권해버렸다. 그것이 1970년대 중반의 일이다. 


나도 여러 우동집에서 우동의 원료인 밀가루 포대를 점검해 봤는데, 어느 집이나 전부 같은 브랜드의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한다면, ASW 도입 이전의 ‘사누키 우동’과 그 이후의 ‘사누키 우동’은 맛이 변한 것이다. 실제 야마시타 우동집, 주인은 "물론 옛날 우동이 더 맛있었다" 로 고 말했다. 


그러나 마나베 교수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맛이라는 건 기억에 따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맛있다든가 맛이 어떻게 달라졌다든가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런 문제는 가가와 현 내에서도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제가 아닐까? 어쩌면 자치단체장 선거의 논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일본 내의 어느 곳에서나 우동 맛이 똑같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하고 나는 생각해본다. 가가와 현에서 사용하는 밀의 품질이 한 단계 높은 상품이라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역시 '사누키 우동’에는 ‘사누키 우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맛이 있어야만 한다. 이처럼 깊이, 어쩌면 두터운 신앙심 같은 열정을 가지고 우동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 전체를 찾아보아도 절대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57-159쪽)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의 카가와 편에서는 우동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동 순례에 동참하여 맛을 본 결과 사누키 우동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면의 탄력이다. 우리는 치아가 살짝 튕겨져 나올 정도의 탄력을 좋아 하지만 사누키 우동 면의 탄력은 지그시 눌러 끊어 먹는 정도다. 즉 부드럽게 눌리지만 살짝 탄력을 느낀 후 끊어진다는 뜻이다. 일본인들에게 우동 국물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므로 사누키 우동 이 유명해지는 데에는 오묘한 면의 탄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에서 우동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사누키 우동의 목 넘김이 좋다고 극찬한다. 일본말로 노도고시(喉越し)라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면을 씹지 않고 꿀떡꿀떡 목으로 넘기는 것이다. 어떤 이는 쾌감을 수반하는 감동이 라고 표현한다.(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170-171쪽)


걸어서 세계속으로 우동편이다. 



* <사누키 우동 순례 109>에서는 우동의 종류에서 부터 우동전문점의 특징들까지 잘 설명한다. 그리고 간닫한 여행정보를 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빠서 제대로 찾아 보지는 못했지만, 조국 민정수석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야기를 들으면서 얼추 넘겨 짚을 수 있었다. 지난 늦여름 혹은 초가을에 읽었던 <권력과 검찰>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지난 늦여름 초가을에 <적폐>라는 주제로 <삼성독재> <권력과 검찰> <권력과 언론> <국세청은 정의로운가>를 읽었다. 적폐라는 태그로 페이퍼를 올리고 있는데, <삼성독재> 하나만 올렸을 뿐이다. 플란다스의 계도 있고 하니 국세청 이야기도 시간 내서 올려야 겠다. 


 책 내용 중에 몇 가지가 기억났다. 경찰과 중앙정보부의 시녀에 불과했던 검찰이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된 부분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일어나면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부분이다. 


 몇 해전 우리나라에서 세계 검찰 행사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검찰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검찰이 처음부터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권력이라는 건 본래 군·경찰·검찰 등의 권력기관을 통해 행사하죠.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나라의 경우 대부분 군이 장악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워낙 뭐가 없었잖아요. 정규군 자체가 아예 없었던 상태에서 독립했으니까요. 

...

게다가 이승만정부는 너무나 허약한 정당성과 권위를 지닌 정부였기 때문에 민심 통제를 위한 권력 행사를 경찰에 맡겼는데, 경찰은 이미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1만명 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굉장히 숙달되고 훈련된 조직이었죠. 어느 집에 숟가락 이 몇개 있는 것까지 다 알고, 누가 독립운동을 했는지도 다 알고요. 독립운동이라는 건 그 당시에 사회주의운동과 등치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충격과 공포로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경찰에 모든 걸 맡겨버린거죠. 

...

일개 시경의 수사과장이 검찰총장을 암살하려고 했을 정도로 당시 경찰의 위세와 권위가 컸던 거죠. 경찰의 유세에 짓눌려서, 거기에 저항해봤자 몸보신 하기가 힘드니 주어진 권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경찰의 가랑이 밑으로들어갔어요. 경찰이 저지른 일을 법적으로 뒤처리하는 역할  정당화하는 역할이 이승만 시대의 가장 초라했던 검찰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21-22쪽)


5·16 후에 정권은 검찰의 권한을 강화해주면서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당 시절에는 정권 유지의 핵심기관이 경찰이었죠. 5.16 및 유신 후에는 중앙정보부 였고, 5공화국 때의 보안사, 6공화국 때의 안기부를 거쳐 문민정 부 이후 검찰이 핵심으로등극했지요. 


기본적으로 검찰 권한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정권이 검찰을 이용하려고 했던 거죠.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키면 정권 입장에서는 검찰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축소되니까 이점이 없어지게 되죠. 독재정권이 검찰을 정권유지 수단으 로 활용하기 위 해 권한을 점점 더 많이 부여하고 대신 인사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었던 겁니다. (171-172쪽)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이야기가 나오면 언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언론과 검찰의 관계 때문이다. 


검찰에 대해 '권한이 비대하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부패한다'라고 말하면 다들 동의해요. 그런데 그 해결 방안으로 수사권 을 경찰에게 주어야 한다는 걸 제시하면 일단 언론에서 반대해요. 왜냐하면 법에 관계된 기자들이 대개 법조 출입기자라서 검찰과 친하거든요. 경찰과는 안 친해요. 경찰 출입 기자들은 사회부 기자라서 초년생들이고요. 새누리당 출입하는 기자들은 새누리당과 친해요 민주당 출입하는 기자들은 야당 성향이 생겨요. 그런 식으로 검찰측과 친한 사람들이 발언권이 센데, 그 말이 맞다면 우리는 검찰공화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수사권을 경찰한 테 준다고 하는데 우리 경찰이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는 분들에게 저는 거꾸로 묻고 싶어요. 영국·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모든 선진국에서 수사는 경찰이 하는데 대체 왜 대한민국 경찰은 안 된다는 거냐고요. (91쪽)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 검사와의 대화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렇고 두 분다 권력을 독점하지 않으려 했다. 그 사이 검찰은 법이라는 도구위에 자신의 권력을 덮었다. 이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독립시켜도 될 때가 왔다.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은 군사독재를 벗어난 민주화 덕분이다. 법과 절차를 의식하지 않았던 날것의 물리력이 후퇴하고 민주화의 진행으로 법적 절차를 중시하게 되자 법적 권한을 앞세운 검찰의 힘이 안기부와 보안사를 능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민들의 치열한 항쟁과 희생으로 일구어낸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5공 청산 국면에서 검찰은 마침내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기에 이르렀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와 재벌의 부패를 감시하고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무소불 위의 권력기관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는 군사독재 정권의 주문을 처리하던 과거의 수준을 넘어 권력의 입맛에 맞게 정국의 향방을 결정하는 준정치집단의 역할까지 맡아 수행했다. 이명박정권 이후 정치의 긍정적 기능이 퇴화하거나 실종되어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 해결보다는 사법적 판단에 넘겨지는 일이 잦다 보니, 검찰이 이제 각종 사회 이슈에 관한 판정자를 자임하는 상황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검찰 권한의 오남용이 거듭될수록 사회정의는 후퇴했으며, 법의 권위는 추락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란 불의한 정권이 자행한국가폭력의 정당화를 위해 쓰이는 수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218-21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