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재 - 삼성권력 80년, 민주주의를 지배하다
이종보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정확하게는 삼성과 삼성사주를 분리해야 한다. 많은 오해가 삼성과 삼성사주를 하나로 보는데서 기인한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을 빌미로 적지 않은 국민들이 삼성을 지지한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발생한다. 삼성과 삼성사주를 하나로 엮어 보면서 삼성사주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도 만만하지는 않다. 적폐세력 덕분에 그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삼성에 대한 긍정적인 분들을 위해 사족을 하나 먼저 말하고 가자면, 삼성이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이건희의 삼성 시절 삼성은 거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듯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 상용차를 제외하곤 이건희가 직접 관여한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삼성이 문제가 되는 중요한 이유는 책에서 나오니 이후에 언급하고,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건희-이학수 체제와는 달리 이재용-최지성 체제가 뭔가 조급해보인다는데 있다. 바로 그 조급함 덕에 최순실을 이용하며 적폐세력의 핵심이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건희와 다르게 경영에 개입하고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이재용과 이학수 보다 마음만 앞선 최지성 체제가 결국엔 삼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한다. 


 사실 책은 8월에 읽었지만, [적폐]라는 주제 읽기를 하느라 후기가 좀 늦어졌다. [적폐]라는 주제읽기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건 나머지 네권에서도 삼성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 다는 것이다. 검찰, 언론, 국세청과 엮이지 않은 곳이 없다. 

 일단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지방 유지에 불과했던 삼성은 이병철 부친의 이승만과의 연줄을 계기로 중앙으로 진출한다. 이 과정에서 원조물자와 관련된 제일모직, 제일제당으로 앉아서 부를 축적하게 된다. 

 게다가 삼성은 금융업을 장악해 주요 시중은행의 절반정도를 장악하는데, 그 은행들이 관리하던 기업들이 하나하나 이병철의 손에 넘어간다. 그리고 학계 및 이기붕 등 주요 정치인들을 참여시켜 경제연구소를 만들기까지 한다. 

후에 방송,언론사까지 갖게되니 이병철은 금융, 언론 및 국가어젠다를 좌우할 수 있는 연구소까지 손아귀에 갖게 된다. 

이병철은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적 자본가였다. 원조 물자와 원조 자금에 의존해서 성장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상 기업가 정신 보다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기업 간 경쟁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열쇠가 되었다. 원조 물자와 원조 자금을 배분하는 권한은 정치권력에게 있었고 정경유착은 필연이었다. 굳이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갈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한 구조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은 인물이 바로 이병철이었다. (45쪽)

박정희가 집권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경제에 있어서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돈을 어떻게 빌리는지조차도 모르던 박정희는 기업 특히 이병철을 활용했고, 이병철은 박정희 정권을 활용해 삼성의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사카림 밀수사건 처럼 박정희와 이병철은 국가 권력을 활용해 자심들의 부를 축적한 공범이었다. 게다가 이병철의 일본 인맥은 박정희 정권이 한일협정을 체결하는 기본이 된다. 이후 수출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일본의 상사를 본따 종합상사 제도를 도입하고, 삼성물산이 정부지정 1호 종합상사가 된다. 수출중심의 정부정책으로 삼성 등 대기업은 수출에 주력하던 중소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도록 했고, 몇몇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의 발판이 된다. 

전두환 정권은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비자금을 요구하고, 삼성은 그에 대한 대가로 율곡사업, 차세대전투기사업, 반도체사업 등에서 특혜를 입는다. 전두환 정권의 프로스포츠 정책에도 적극적이어서 삼성이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노태우 정권은 노골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채웠는데, 삼성 역시 자신들의 금융회사와 중앙개발주식회사(에버랜드)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말도 안되는 삼성자동차 사업을 추진하고, 삼성자동차는 시작도 못해보고 망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야무진이라는 삼성상용차가 만든 트럭도 있다. 삼성상용차 역시 망했는데, 김대중 정부는 덕도 못보고 삼성의 똥을 해결해야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언론이 이미 삼성에 길들여진 후였다. 삼성자동차가 망하고, 삼성상용차가 망하면서 그 폐헤가 국민들에게 돌아갔는데도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오히려 두 정부의 재벌정책이 한국경제를 망치는 것인양 몰아세웠다. IMF라는 국가재난의 제공자였던 보수정권과 대기업들은 언론을 등에 업고 외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담론을 형성했다. 

삼성 근본주의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발전을 향한 시민의 정치적 요구를 차단하고, 그것을 주도할 주체로서 삼성을 세우려는 움직임이었다. 삼성 신화에 힘입어 삼성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한 점 오류 없는 신성한 존재로 비춰졌다. 한마디로 삼성 근본주의는 국민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근거를 삼성에서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 이야말로 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드는 새로운 우상이며, 전례 없는 탈정치적 성향을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다. 
삼성 근본주의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삼성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 이었다. 정치적 책임은 피하면서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삼성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일상생활이었다. 삼성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은 삼성권력이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삼성 은 다양한 물적 자원을 국민에게 제공하면서 사회적 인기를 획득 했다. 이제 국민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삼성을 새로운 지배자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
삼성 사회는 국민의 다양한 삶의 욕망을 삼성에 종속시키는 사회였다. 삼성권력은 국민의 삶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욕망을 자극했다. 삼성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은 건설, 조선, 중공업, 군사무기, 전자와 같은 굵직한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보험 증권과 같은 금융, 의류, 식품, 유통, 놀이공원, 심지어 동네 카페까지 삼성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삼성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삼성이 운영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가고, 삼성이 지은 아파트에 살고 삼성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삼성의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며, 삼성이 지은 놀이동산에서 여가를 즐겼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길은 삼성으로 통했다. 일상생활의 사적 영역마저 삼성화가 이루어진 것 이다. 
삼성화가 이루어지면서 삼성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사라지고 삼성권력은 이념적인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삼성 은 국민의 소비로 성장하는 기업가을이 아니라 국민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와 형태를 결정하는 갑이 되었다 우리가 삼성을 선택 하는 게 아니라 삼성이 우리 삶의 양식을 선택하고 결정했던 것이다. (177-178쪽)

권력을 쫓던 삼성이 지금은 거대한 권력이 된 느낌이다. 정유라가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재용은 특검의 무리한 수사의 희생양으로 칭송되었을 것이다. 정유라가 증언하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이재용이 없으면 삼성이 망할 것 처럼 연일 뉴스를 내보낸다. 

북한의 3대세습은 비판하면서, 이재용 일가의 3대 세습은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이재용 일가가 법의 테두리내에서 삼성이라는 그룹의 소유권을 정상적으로 상속, 증여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재용의 3대 세습을 위해 국민연금이 동원되어야 하고,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이 동원되었는데도 왜 문제가 아니라는 건지 모르겠다.

삼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삼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넘어온 과정과 그들이 권력이 갖고, 유지하는 방식이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삼성은 내부에서 알아서 할 때 잘된다. 오히려 이건희의 경영판단은 실패했고, 이재용 역시 훌륭한 경영이라는 것을 보여준적이 없다. 

이병철, 이건희의 삼성은 권력을 탐냈지만, 권력을 드러내는데는 조심스러웠다. 이재용의 삼성은 최순실 사건에서 보듯이 스스로 권력이 되어 버렸다. 이재용이 삼성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삼성의 역사를 꼼꼼하게 되짚어 내고 있다. 간단하게 스토리만 요약했지만, 삼성과 노조와의 관계 등 이책에서 읽어볼 내용은 훨씬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한 타래를 삼성으로 채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삼성이 현대사의 각 장면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는 것도 의미있다. 


* 나머지 책들은 적폐라는 태그로 계속 작성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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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9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긴 연휴동안 어떤 어디를 가고, 무엇을 읽을까를 잠시 고민했다. 시간을 들여야 하는 책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 동안 읽고 있는 책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연휴 바로 전날엔 회사에서 조금 일찍 나온 덕에 [처음읽는 우주과학]이라는 주제의 책 중 <잠 안오는 밤에 읽는 우주토픽>을 읽었고, 일요일에는 [적폐청산] 이라는 주제의 책 중 <국세청은 정의로운가>를 읽었다. 두 주제는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으니 후기를 좀 정리해야 겠다. 


그리고 추석 명절 바로 다음날인 오늘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어 버렸다. 추석으로 시작하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이 읽으려 한 <아내들의 학교>, <다른 사람>으로 넘어갈 듯 하다. 

페미니즘, 인문학 넘어 소설에서도 대세몰이 http://www.hankookilbo.com/v/2149dc82c5e34c6584b90196107c557a


‘82년생 김지영’이 여성혐오 현상을 세밀하게 관찰했다면,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는 여성혐오의 뿌리를 캐묻는다. 아버지의 첩이 한국 여자란 사실에 분노해 서울의 공단 여공을 죽인 이야기를 그린 단편 ‘행복의 과학’은 지난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이 사건을 여공의 시선에서 그린 연작 ‘ A코에게 보낸 유서’도 함께 써서 여성혐오와 민족 문제가 결탁하는 양상을 파헤친다. 단편 ‘당신의 나라에서’는 국가·민족간 여성 혐오감정을, 표제작 ‘아내들의 학교’는 동성애를 향한 사회의 배타적인 시선을 그린다. 해설을 쓴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광기에 휩쓸리지 않는 이성이야말로 이 시대 여성이 든 칼이라는 것을 박민정의 소설은 보여준다”고 평했다.


올해 초 계간지 ‘문예중앙’을 통해 김승옥 단편 소설 속 여성혐오를 비판했던 강화길은 장편 ‘다른 사람’에서 여성 혐오와 데이트 폭력을 다뤘다. 남자 친구의 데이트 폭력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폭로하다 역공을 맞는 주인공 진아를 그린 이 작품은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사위원들은 “최근 급부상하는 영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연휴기간 동안 노벨물리학상은 중력파가 노벨문학상은 가즈오 이시구로가 수상했다. 이 책들도 관심있게 찾아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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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꾸준히 읽고 있는데, 서재에 글을 남길 시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11-12시 까지 두대의 노트북은 와잎과 열살 첫째가 점거하다 보니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내 차례가 돌아오는데, 기상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잠깐만 사용할 뿐이다. 출퇴근에 30분 정도가 걸릴 때는 새벽 두시는 되어야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근무지가 옮겨지고,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자정이 넘어가면 심리적 압박이 크다.

스맛폰에 독서 메모를 잠깐씩 남기곤 하니 북플에 좀 익숙해져야겠다.

요즘 읽고 있는 주제는 <우주과학 기초>와 <적폐세력>이다. 연휴가 되면 리뷰, 페이퍼를 좀 작성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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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지 선호하는 시인들은 아니나, 마리몬드 카버판으로 보면 다를까 싶어 주문넣었는데, 음 한권은 도대체 뭐지?

 기왕 한권 잘못 넣을꺼면 박준 시집을 원본으로 넣지...

 박준 시는 마리몬드 커버랑 안 어울림 


 연락하기 귀찮으니 그냥 두고 보면 될 일이지만,


 생각해보니 예전엔 나쓰메 소세키 사케잔 이벤트 때는 이벤트 보고 주문할라고 했더니, 이벤트가 안 보이더니 주문하고 며칠 후 들어가보니 사케잔 이벤트  

 소세키가 나만 주지 말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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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9-22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몬드 커버판....저도 선호하는 시인은 아니지만 살짝 땡깁니다^^

雨香 2017-09-22 11:19   좋아요 0 | URL
소장용으로는 좋은데, 좋아하는 시인의 작품이었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입니다. ..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를 읽으면서, 저자의 다른 책 <초신성의 후예, 나는 천문학자입니다>를 읽었다. <초신성의 후예, 나는 천문학자입니다>와 두 책의 내용이 일부 겹치기 때문에 읽는 데 조금 수월하기도 한데, <초신성의 ~>는 천문학과 관련된 내용에서 자신과 사회를 돌아본다. 


<초신성의 후예~ >에서는 이 분이 천문학에 굉장한 애착이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동시에 이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같이 보인다. 


우주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을 설명하면서, 과학고나 외국어고를 떠올린다. 

나는 198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특목고가 탄생하기 이전 세대이다. 처음엔 좋은 일이지 싶었다. 과학서적을 탐독하고 라디오를 만든다고 납땜질을 하는 어린이들에게 온갖 실험을 맘껏 할 수 있는 학교가 생긴다니, 외국어 교육이 부실한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외교관과 언어를 필요로 하는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외국어 교육에 중점을 둔 학교가 생긴다니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교육의 기회는 결국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계층에겐 활짝 열려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가정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더 많은 기회를 이미 가진 사람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새롭게 제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 서류 심사를 하다 보면 특목고 출신들은 화려한 경력의 훈장을 셀 수 없이 많이 달고 있다. 그들에 비해 지방 멀리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서류는 수수하기 그지없다. 훈장의 숫자로서열을 매기는 현재의 시스템 상에서 부와 기회의 대물림에 거스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훌륭하신 분들이 어련히 많은 고민을 하시고 계시겠지만 내 짧은 생각으론 특목고는 이미 다양한 공,사교육의 기회를 가진 대도시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그런 기회가 적은 지방의 학생들과 사교육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실시되면 좋겠다. 일생을 바쳐 과학을 하고 싶어 안달이난, 그러나 기회가 적은 그런 학생들을 육성하고, 외국어를 진지하게 배우고 싶어 하는 인문 사회학도를 찾아 가르치는 그런 교육 정책 말이다. (145-146)


요즘 젊은 이들에게 뭐라 말하는 꼰대와 달리, 저자는 스승의 날에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선배들 부모들 그리고 이 땅의 선생들 우리는 후대에게 끝없이 더 잘되라고 교육을 하지만 정작 우리가 처한 위치에서 올바로 서기 위해서 들이는 노력은 별로 없다. 내 나이 오십에 무슨 공부를 더하겠냐 하겠지만 삶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공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책을 읽지 않으며 어떻게 후대에게 책을 강요하며, 내가 내 가정의 복지를 위해 술담배를 줄이고 운동을 할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면서 어떻게 후대에게 자신을 다스리라고 호소력 있게 말할 수 있겠나. 


우리 학생들은 연구가 잘 안 풀리면 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주눅이 든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예일 대학교,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칼텍), 옥스퍼드 대학교, 연세대학교에서 십수 년 교육에 종사한 경험상 교수가 친절히 잘 지도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학생이 얼마나 좋은 연구를 하는가에 멘토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말이다. 거꾸로 말하면, 학생이 힘들어 한다면 책임의 큰 부분이 교수에게 있다는 것이다. 어떤 논리도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내 학생 대부분이 뭔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먼저 나의 역할을 의심해 볼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다섯 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영국에 있던 시절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세 명, 귀국한 후 연세대학교에서 두 명이다. 모두 다 프로 천문학자로 일하고 있고 나의 큰 자랑거리이다. 그중 바티칸에서 교황을 보필하는 과학자도 있고, 세계 적인 명문 대학교의 교수가 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내가 그들을 보면 부족한 것이 보인다 1、2년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와 함께 공동 연구를 할 때엔, 나는 어김없이 옛날 의 나로 돌아가 꾸짖고 책망하길 반복한다. 마치 나는 늘 옳고 그들은 늘 부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실상을 말하자면, 나는 그들과 같은 나 이에 훨씬 능력이 부족했고, 그들이 내 나이가 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역사가 흐르는 방식이다. 


나는 요즘 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내 학생들이 내게서 박사 학위 를 받은 후 세계로 뻗어 나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는 것을 보고 싶지만 내겐 그들의 뜀판이 되기엔 충분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내게 지도를 받는 학생들의 학문 세계는 지도 교수인 나의 학문 세계의 크기를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결국 내 학생들의 수준은 곧 나의 수준의 반영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내 한계를 더 많이 뛰어넘기만을 바랄 뿐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연구 결과를 내더라도, 그들의 학문적인 아버지인 내가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아서 그들의 진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땐, 더욱 기분이 쳐진다. (36-38)


저자는 유학시절, 돈이 없어 곤궁했던 시절 남의 차 후미등 하나를 깨뜨렸으나 도망친 일을 원죄로 생각한다. 사정이 급박한 사람들에게는 그럴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복된 삶을 누라는 사람이 의로운 삶을 사는 것은 쉽다. 우리는 깨끗 차를 몰고다니면서, 하루종일 길을 걸으며 힘든 숨을 가래침으로 길에 뱉는 휴지 줍는 할아버지를 나무란다. 한 번도 배를곯아 본 적 없으면서, 사흘을 굶다가 시장에서 빵을 훔치다가 잡힌 우리 시대의 장발장을보며 혀를 찬다. 자기가 소유한 다섯 채의집중딴하나도 자기 힘으로 사야 할 필요가 없었으면서, 생애 처음 집 하나 장만하는 젊은 부부가 집값을 깎아 달라고 비굴한 미소를 지으면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으면서 저녁이 되면 산책을 오는 나보다 못사는 사람들이 싫다. 우리 아름다운 교정에 음식을 배달하러 들어오는 오토바이가 눈에 거슬린다. 나의 깨끗한 집을 다른 사람들이 어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담을 높이 쌓는다. 복된 삶을 사는 내 자녀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어서 특수학교를 보낸다. 사회에 범죄를 짓고 이미 죗값을 치른사람들을 우리로부터 영원히 격리하고 싶다. 나는 마치 어떤 종류의 불행에도 면역을 가진 것처럼. 하지만 무슨 말이 내 입에서 나오기 전에 나는 내 원죄를 기억한다. (215-216)


우주과학이 어려워 함께 읽어본 책인데, 우주과학 못지 않게 한 어른께 조언 아닌 조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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