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있는 주제가 특집기사일때 기획회의를 가끔씩 산다. 일반인으로 책을 좋아하는 것이라 출판관련 주제는 관심이 아니지만, 도서 주제를 다룰 때면 하나씩 구입하는데, 기획회의453호는 2017년의 출판계 키워드를 몇 개 추렸다. 어떤 책들이 관심을 받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일단 뭐니 뭐니 해도, 촛불혁명과 그로 인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주제임이 틀림없다. 나도 '적폐'라는 주제로 <삼성독재>,<권력과 검찰>,<권력과 언론>, <국세청은 정의로운가>라는 책을 읽었다. 

이 주제는 상당기간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벌써부터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 흔들기에 나섰고, 정치혐오를 심고있다. 

<주적은 불평등이다>는 '불평등' 주제 읽기때 읽어보려 생각중이다.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는 것만으로, 곧장 삶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무엇에 기대어서 이룩할 수 있는지는 무한한 과제로서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생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삶의 원리를 성찰하고, 세상을 바꾸는 실천을 북돋우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편집자들의 발 빠른 대응 속에서 이와 관련한 책들이 거의 매주 쏟아졌다. 이현재와 이원재의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메디치미디어) 를 시작으로, 이정전의『주적은 불평등이다』(개마고원), 최강욱의『권력과 검찰』, 박성제의『권력과 언론』(이상 창비) 등이 국가와 사회와 경제의 주요 쟁점들을 따졌고, 김상봉의『네가 나라다』(길), 박상훈의『민주주의의 시간』(후마니타스)과『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이음) 등은 이 문제를 어떻게 성찰할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29-30쪽)


         


         




2017년의 화두 중의 하나는 바로 '김지영'일 것이다. 읽으면서도 이걸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소설의 형식을 빌린 르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노골적으로 써내려가야만 할 사회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82년 김지영>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 <아내들의 학교>를 함께 구매했고, <쇼코의 미소>, <현남오빠에게>도 관심두고 있는 책이다. 

페미니즘 읽기는 1차로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우모페 신드롬을 낳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및 여성혐오를 다룬 몇 책을 읽으며 기본적인 개념은 잡았다. 다만 현재의 메갈리아 등을 봤을 때 페미니즘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망설여지는데, 한번의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980년대에 태어난 내 또래들 중에는 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반에 꼭 한두 명씩은 있었고, 내가 언젠가 좋아했던 누구누구의 이름도 그랬다 지금은 왠지 그 이름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

그많던 김지영 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물음에 답해준 것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젊은 여성들을 한 세대 전체를 호출해냈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의 이름처럼 사라져버린 그 서사를 기록했다. 사실 무언가 대담한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여기에 많은 여성들이 “나도 김지영”이라며 공감을 보 냈다. 이 책은 조남주 개인의 것이라기보다는 2017년에 이미 그러한 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여기에 그가 첫 이정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2017년의 김지영들은 저마다 “나도 여기에 있고, 거기에 있었다라는 자기서사를 드러냈고, 그 경험과 기록들이 책으로 쏟아져 나왔다. 어느 여성은 올 한해 자신이 공저자로 참여한 페미니스트 관련 도서가 7권이 된다고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페미니즘 리부트(나무연필),『그런 남자는 없다(오월의봄),『소녀들(여성문화이론연구소),『페미니스트 모먼트」(그린비), 『그럼에도 페미니즘」(은행나무),『대한민국 넷페미』(나무연필),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여성문화이론연구소) 등이다.  2017년 페미니즘 관련 책의 경향 중 하나는 이처럼 목소리가 모인다는 점이다. 어느 한 운동가가 지침을 내리고 현상을 규정하기보다는, 여러 여성들이 함께 각각의 언어로 글을 써 책으로 묶는다. 얼마 전 출간된『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도 그러한 경향을 충실히 따랐다 여성 작가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7인이 함께 참여한 소설집이다. (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론 등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목록에는 들지 않았지만, 아까운 책 목록에 더 관심이 간다. 
자세히 보면 다른 올해의 책 목록에는 들어있는 책들이기도 하고, 소개되지 않은 책들도 있다. . 

읽어야지 하고 마음은 먹었지만, 일상과 다른 책들에 밀린 책도 있다. 일부는 출간되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구매할 타이밍을 못 잡기도 했고. 

         


그냥 지나쳤다가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책도 있다.


         


위 책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읽을지 목록을 좀 짜봐야 겠다. 


2017년 뇌과학책들을 모았다. 그 옆에 <송민령의 뇌과학연구소>를 꽂아두면 되고, <전체를 보는 방법>은 복잡계 책들과 함께 읽어봐야 겠다.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는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유전자가위를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면 되겠고, <아날로그의 반격>은 가볍게 읽을 생각이다. 


<나의 1960년대>는 페북에서 전공투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소개를 받은 적이 있다. 게다가 국가주도의 과학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냉전의 과학>,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와 엮어서 읽으면 되겠다. <그것은 참호전이었다>는 자크 타르디의 그래픽 노블을 쭉 찾아서 읽는 것으로 하고,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은 왜곡된 대한민국의 시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해방후 3년>과 함께 읽으면 되려나. 과학저술가 박재용의 책은 지금 네권을 가지고 있는데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 도 책장에 꽂아야 하나 싶다. 


기사는 아래에 ↓



따로 꼽아보는 올해의 책 목록(한겨레)

당신이 놓친 아까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말이면 올해의 책 소개기사를 열심히 챙겨본다. 한국일보에서 주관하는 출판문화상, 아시아태평양물리센터에서 선정한 올해의 과학책은 유심히 살펴본다. 집으로 배달되는 한겨레 <책과생각>과 시사인 별책부록 <행복한 책꽂이>는 항상 별도로 챙겨둔다. (주요 추천기사는 아래 링크)


올해의 책을 열심히 살펴보는 건, 이런 저런 이유로 놓친 좋은 책으로 연말,연초 독서목록을 만들어보고, 또 구매해두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알라딘 올해의 책 선정시 아무런 고민없이 선택한 <아픔이 길이 된다면>의 추천이 돋보인다. <랩걸>과 <지능의 탄생>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의 <호모데우스>는 빠질 수 없는 책이고, 미국사회를 돌아본 <미국의 반지성주의>와 7년간 써내려간 <춘추전국시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는 두께의 압박때문에 아마도 읽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고, 춘추전국시대는 세권을 가지고 있는데, 나머지 8권도 틈나는대로 주문 넣어야 겠다.)


        



연말, 연초에 인공지능을 주제로 엮어서 보려던 책도 추천 목록에 있다. 


      


아마도 3월까지는 추천된 책들을 중심으로 읽거나, 사게 될 것이다. 물론 좋은 독서주제가 생기면 그 주제를 따라가겠지만. 


관련된 주요 추천목록 링크↓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관련 링크는 아래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선정 올해의 과학책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국내서적 10선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책 번역서

경향신문 선정 올해의 책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저술-교양

저술-학술

번역

어린이청소년

편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점 책을 고르는 것이 힘들다. 물론 페이스북을 통해 장서가, 독서가, 출판관련 분들과 연결이 되어 검증된 책을 찾을 수 있어서 좋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베일에 쌓인 많은 책들이 있다. 


 대학때부터 경영전략, 혁신, 신경영기법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 책을 종종 읽는 편이다. (그래서 입사면접때도 큰 덕을 봤다.) 학문으로의 경영학이 아닌 단순히 국내저자의 경영서나 자기계발류의 서적들을 읽다보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때가 적지 않다. (물론 후기를 남길만한 내용이 별로 없어 알라딘 서재에 올려진 책들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주제나 저자를 모아서 읽는 독서 습관 때문에 종종 동일한 저자가 지은 책을 읽을 때 어떤 저자의 경우는 세번째 책에 이르러서는 10분만에 읽어낼 때도 있다. 두번째 책은 첫번째 책의 70% 정도를, 세번째 책은 첫번째와 두번째 책의 90% 정도를 자기 표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공부가 부족한 저자도 적지 않다. (지적했다가, 서평 똑바로 쓰라는 댓글을 단 저자도 있다. ㅋㅋ)


* 이런 이들은 대부분 회사가 원하는 책을 쓰기 때문에 회사에서 대규모로 사서 나눠주기도 하고, 신입사원들에게 강제로 읽게 하기도 한다.  


하여간 오늘 페이스북에서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는데, 이 책의 저자에 대한 글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동아비지니스리뷰의 기사 중 일부를 그대로 자신의 블로그에 옮겼고, 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표시 없이 자신의 책에 담았다. 누군가는 댓글에 그냥 Ctrl+C Ctrl+V 라고 적었다. 


지적된 당사자는 해당 글을 비공개로 돌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저자의 글을 자주 읽었는데(물론 큰 느낌을 준 적은 없었지만)....


https://www.facebook.com/demitriostratos/posts/225387858797183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 독재 - 삼성권력 80년, 민주주의를 지배하다
이종보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정확하게는 삼성과 삼성사주를 분리해야 한다. 많은 오해가 삼성과 삼성사주를 하나로 보는데서 기인한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을 빌미로 적지 않은 국민들이 삼성을 지지한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발생한다. 삼성과 삼성사주를 하나로 엮어 보면서 삼성사주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도 만만하지는 않다. 적폐세력 덕분에 그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삼성에 대한 긍정적인 분들을 위해 사족을 하나 먼저 말하고 가자면, 삼성이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이건희의 삼성 시절 삼성은 거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듯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 상용차를 제외하곤 이건희가 직접 관여한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삼성이 문제가 되는 중요한 이유는 책에서 나오니 이후에 언급하고,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건희-이학수 체제와는 달리 이재용-최지성 체제가 뭔가 조급해보인다는데 있다. 바로 그 조급함 덕에 최순실을 이용하며 적폐세력의 핵심이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건희와 다르게 경영에 개입하고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이재용과 이학수 보다 마음만 앞선 최지성 체제가 결국엔 삼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한다. 


 사실 책은 8월에 읽었지만, [적폐]라는 주제 읽기를 하느라 후기가 좀 늦어졌다. [적폐]라는 주제읽기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건 나머지 네권에서도 삼성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 다는 것이다. 검찰, 언론, 국세청과 엮이지 않은 곳이 없다. 

 일단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지방 유지에 불과했던 삼성은 이병철 부친의 이승만과의 연줄을 계기로 중앙으로 진출한다. 이 과정에서 원조물자와 관련된 제일모직, 제일제당으로 앉아서 부를 축적하게 된다. 

 게다가 삼성은 금융업을 장악해 주요 시중은행의 절반정도를 장악하는데, 그 은행들이 관리하던 기업들이 하나하나 이병철의 손에 넘어간다. 그리고 학계 및 이기붕 등 주요 정치인들을 참여시켜 경제연구소를 만들기까지 한다. 

후에 방송,언론사까지 갖게되니 이병철은 금융, 언론 및 국가어젠다를 좌우할 수 있는 연구소까지 손아귀에 갖게 된다. 

이병철은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적 자본가였다. 원조 물자와 원조 자금에 의존해서 성장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상 기업가 정신 보다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기업 간 경쟁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열쇠가 되었다. 원조 물자와 원조 자금을 배분하는 권한은 정치권력에게 있었고 정경유착은 필연이었다. 굳이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갈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한 구조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은 인물이 바로 이병철이었다. (45쪽)

박정희가 집권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경제에 있어서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돈을 어떻게 빌리는지조차도 모르던 박정희는 기업 특히 이병철을 활용했고, 이병철은 박정희 정권을 활용해 삼성의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사카림 밀수사건 처럼 박정희와 이병철은 국가 권력을 활용해 자심들의 부를 축적한 공범이었다. 게다가 이병철의 일본 인맥은 박정희 정권이 한일협정을 체결하는 기본이 된다. 이후 수출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일본의 상사를 본따 종합상사 제도를 도입하고, 삼성물산이 정부지정 1호 종합상사가 된다. 수출중심의 정부정책으로 삼성 등 대기업은 수출에 주력하던 중소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도록 했고, 몇몇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의 발판이 된다. 

전두환 정권은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비자금을 요구하고, 삼성은 그에 대한 대가로 율곡사업, 차세대전투기사업, 반도체사업 등에서 특혜를 입는다. 전두환 정권의 프로스포츠 정책에도 적극적이어서 삼성이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노태우 정권은 노골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채웠는데, 삼성 역시 자신들의 금융회사와 중앙개발주식회사(에버랜드)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말도 안되는 삼성자동차 사업을 추진하고, 삼성자동차는 시작도 못해보고 망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야무진이라는 삼성상용차가 만든 트럭도 있다. 삼성상용차 역시 망했는데, 김대중 정부는 덕도 못보고 삼성의 똥을 해결해야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언론이 이미 삼성에 길들여진 후였다. 삼성자동차가 망하고, 삼성상용차가 망하면서 그 폐헤가 국민들에게 돌아갔는데도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오히려 두 정부의 재벌정책이 한국경제를 망치는 것인양 몰아세웠다. IMF라는 국가재난의 제공자였던 보수정권과 대기업들은 언론을 등에 업고 외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담론을 형성했다. 

삼성 근본주의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발전을 향한 시민의 정치적 요구를 차단하고, 그것을 주도할 주체로서 삼성을 세우려는 움직임이었다. 삼성 신화에 힘입어 삼성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한 점 오류 없는 신성한 존재로 비춰졌다. 한마디로 삼성 근본주의는 국민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근거를 삼성에서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 이야말로 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드는 새로운 우상이며, 전례 없는 탈정치적 성향을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다. 
삼성 근본주의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삼성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 이었다. 정치적 책임은 피하면서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삼성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일상생활이었다. 삼성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은 삼성권력이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삼성 은 다양한 물적 자원을 국민에게 제공하면서 사회적 인기를 획득 했다. 이제 국민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삼성을 새로운 지배자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
삼성 사회는 국민의 다양한 삶의 욕망을 삼성에 종속시키는 사회였다. 삼성권력은 국민의 삶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욕망을 자극했다. 삼성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은 건설, 조선, 중공업, 군사무기, 전자와 같은 굵직한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보험 증권과 같은 금융, 의류, 식품, 유통, 놀이공원, 심지어 동네 카페까지 삼성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삼성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삼성이 운영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가고, 삼성이 지은 아파트에 살고 삼성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삼성의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며, 삼성이 지은 놀이동산에서 여가를 즐겼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길은 삼성으로 통했다. 일상생활의 사적 영역마저 삼성화가 이루어진 것 이다. 
삼성화가 이루어지면서 삼성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사라지고 삼성권력은 이념적인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삼성 은 국민의 소비로 성장하는 기업가을이 아니라 국민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와 형태를 결정하는 갑이 되었다 우리가 삼성을 선택 하는 게 아니라 삼성이 우리 삶의 양식을 선택하고 결정했던 것이다. (177-178쪽)

권력을 쫓던 삼성이 지금은 거대한 권력이 된 느낌이다. 정유라가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재용은 특검의 무리한 수사의 희생양으로 칭송되었을 것이다. 정유라가 증언하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이재용이 없으면 삼성이 망할 것 처럼 연일 뉴스를 내보낸다. 

북한의 3대세습은 비판하면서, 이재용 일가의 3대 세습은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이재용 일가가 법의 테두리내에서 삼성이라는 그룹의 소유권을 정상적으로 상속, 증여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재용의 3대 세습을 위해 국민연금이 동원되어야 하고,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이 동원되었는데도 왜 문제가 아니라는 건지 모르겠다.

삼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삼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넘어온 과정과 그들이 권력이 갖고, 유지하는 방식이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삼성은 내부에서 알아서 할 때 잘된다. 오히려 이건희의 경영판단은 실패했고, 이재용 역시 훌륭한 경영이라는 것을 보여준적이 없다. 

이병철, 이건희의 삼성은 권력을 탐냈지만, 권력을 드러내는데는 조심스러웠다. 이재용의 삼성은 최순실 사건에서 보듯이 스스로 권력이 되어 버렸다. 이재용이 삼성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삼성의 역사를 꼼꼼하게 되짚어 내고 있다. 간단하게 스토리만 요약했지만, 삼성과 노조와의 관계 등 이책에서 읽어볼 내용은 훨씬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한 타래를 삼성으로 채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삼성이 현대사의 각 장면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는 것도 의미있다. 


* 나머지 책들은 적폐라는 태그로 계속 작성할 예정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0-08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9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