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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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녹색이 대세다. 물론 환경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 녹색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화두이다. 2MB 정부가 녹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환경에 대한 무지에서인지, 아니면 환경을 보는 순간 녹색이 또 하나의 돈벌이라는 감이 왔는지, 그냥 자신이 하고자했던 건설 경영에 녹색을 입혔다. 이와 관련한 우석훈과 배병삼교수의 시의적절한 2개의칼럼이 있다.

녹색이라는 말,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3582.html
(녹색속의 핏빛,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7169.html )
녹색성장이라는 사기극, 우석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6940.html

Sick Planet (병든 지구)이라는 원제를 가진,  녹색성장의 유혹은 의료산업, 식품가공산업, 농업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어 녹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업들이 어떻게 환경을 맟이고 있는 보여준다.  


 의료산업은 현재 일차리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핵심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건강상식은 중요한 정보가 되었고,의료정보 역시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정보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질병들이 넘쳐나고 의학의 발전 덕분에 그러한 질병들을 치료 혹은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비밀이 있다. 불과 몇 십년전에 비해 증폭된 새로운 질병과 발병가능성을 보게 되면 그런 병들에 걸리지않은 자체가 신기할 정도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숨겨져 있는데,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병들들이 의료산업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이윤에 맞게 많은 질병들이 과장되고 의사들에 대한 지원등으로 인해 필요 이상 처방전이 발행된다. 의료산업의 발전의 또 하나의 토대는 바로 인도를 위시한 저개발 국가이다. 친환경산업 등으로 치장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공장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출해 저개발국가의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넘쳐나는 건강정보는 새로운 경제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특히 닭을 포함한 가금류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미 산업화된 목축업에 이어 가금류 산업은 마트에 잘 포장되어 팔리는 상품의 이면을 가지고 있다. 극도로 낙후된 작업환경은 기존의 공장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문제 뿐 아니라 환경문제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웰빙과 더불어 불어닥친 차에 대한 열풍 역시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 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남아사이의 많은 삼림들이 차 농장으로 바뀌는데 과거의 플랜테이션 농업을 떠올리게 한다. 플랜테이션 농업이 가지고 있던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차 밭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화학비료 및 농약으로 주변 환경이 멍들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경제체계 뒤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우리의 경제체계는 산업에 쓰이는 낯선 화학물질을 방치한 채 남아내며, 천연식품을 사치품으로 취급하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전방식을 고수하며, 천연가스같이 생명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을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며, 사람과 토지를 동시에 남용하며, 소비로 인해 야기된 건강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며,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한쪽 끝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의약품을 강매하며, 그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질병을 가져다주며, 끝없이 유해한 성장을 하는, 그런 종류의 경제체계이다." (258쪽)

지은이는 발빠르게 진화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즉 이윤이 된다면 기존의 산업에 녹색이라는 명칭을 붙여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나타난 그린마케팅은 바로 그런 기업들의 이윤추구에서 나온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녹색의 주인공은 자연속에서의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빗 소로, 스콧 니어링 그리고 녹색평론 등을 위시한 환경생태주의자들이 아니라 기업이 되어 버렸다. 성장의 한계에 마딱드린 자본주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녹색을 찾았고, 기존의 모든 산업, 마케팅에 녹색을 입혔다. 지은이의 책은 바로 이런 인공 녹색이 허구의 녹색임을 밝혀낸다.

책의 결혼에서 지은이는 세권의 책을 소개한다. 모두 100여년전에 씌여진 마르크스의 '자본',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뢰겐의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과정',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의'석탄문제' 이다. 녹색경제의 21세기에 지은이가 오래된 이 책을 제안하는 것은 녹색자본주의는 옷만 갈아입은 자본주의일뿐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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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르몽드 세계사 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 권지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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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31일 부터 2009년 1월 1일 까지 두 해에 걸쳐 읽은 책이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신문 르몽드의 시사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한 <르몽드 세계사>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이라는 심상치 않은 부제의 무거움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각종 도표,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 쉽게 읽어나 갈 수 있다. 그렇다고 다루는 내용들이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다. 환경 문제, 9.11 이후 여전히 분쟁으로 가득찬 세계 그리고 세계화에 속에 가려진 각종 문제와 아시아를 두루 담아낸다.   

  90년대 초반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를 강조했다. 아마도 우리에게 세계화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우리와 친하지 않았던 동유럽을 누비고 다니고, OECD 에 가입을 하면서 우리 경제의 문을 열었다가 경제위기를 경험하였지만 이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눈부신 수출을 앞세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외국계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파란색 눈의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의 세계화의 일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세계화는 성공했다고 자부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르몽드 세계사를 읽다가 순간 이런 나의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세계는 무엇일까? 그 안에서 한국은? 어느 순간 경제 문제가 사회의 모든 것이 되어버려 우리는 경제 이외의 것에는 눈을 닫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얼마전 MBC에서 보여준 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타리는 환경 파괴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역사적으로 지구는 반복적으로 빙하기를 거쳐왔다. 하지만 기온변화 그래프(14쪽)와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15쪽)를 보면 지금의 지구의 상태는 정상을 한참 벗어났다. 그 뿐만 아니라 가공할 위험을 가지고 있는 핵은 확산되고 있고 산성화 및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 즉, 산업재앙은 심각하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르몽드 세계사는 세계화가 지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여준다. 자유무역을 내세우지만 실상 세계는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선진국과 개도국과의 갈등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선진국 주도의 세계화는 결국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키고, 개도국들의 교육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 내부에서도 빈곤은 다시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남-북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새천년개발목표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전혀 달성불가능하다.

"새천년개발목표는 구조적으로 빈곤을 낳을 수 밖에 없는 경제모델이 남긴 심각한 상처를 대충 붕대로 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로지 새천년개발목표 달성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현체제의 근간을 수용하고 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커다란 실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기의 냄새까지 풍긴다. 개발목표를 필요하게 만든 현 경제체제를 문제시하지 않은 개발목표는 처음부터 이룩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127쪽)

  전 지구적 문제는 이와 같이 환경의 문제, 남북간의 경제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문제가 남아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라크 문제, 2008년 말 다시금 전쟁의 포화 속에 빠져들어 버린 팔레스타인 및 구소련 지역 및 동유럽의 분쟁은 멈춤없는 전쟁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해결책을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의 사태 역시 지나쳐갈 수 없는 상황이다.

  르몽드 세계사는 이렇게 대한민국 땅에서 잃어버린 전지구적 이슈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뉴스의 경우에는 미국의 시선에 많이 의존하고 전지구화 사회이지만 다른 나라의 이슈들은 이벤트성 혹은 기괴한 사건들만 다루어지는 우리의 언론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점에서 르몽드 세계사는 우리에게 보다 넓은 사회를 위한 열린 눈을 갖게 할 책이다.

  르몽드 세계사를 볼 때 또 하나의 관심 중에 하나는 바로 세계속의 한국이다. 우리는 기계적으로 자랑스런 한국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세계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위치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독도는 국경분쟁지역의 하나이고, 교육등의 지표에서는 아주 높은 수치를 나타내지만 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에서는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6대 주요 생산국에 편입되어 있다. 르몽드 세계사를 읽으며 원자력의 문제가 여전히 안전의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원자력 생산을 많이 하는 현실에 대한 어떤 고민을 해야할까 개도국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은 그런 문제에서 자유스러운지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하게 되었다. 특히나 북한과 맞닿은 우리에게 식량 및 분쟁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게 되었다면 르몽드 세계사는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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ㄳ해요~ 2009-04-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고등학교1학년 수행평가 원고지 쓰기있는데 내용을몰랐는데 이글보고 쉽게썼어요 ㄳ합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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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중국은 OECD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대가로 이들은 자본 시장을 개방해야 했다. 자본 시장을 개방하라는 부자 나라들의 압력에 오랫동안 저항해 온 중국으로서는 OECD 가입 조건에 대한 협상이 시작된 다음부터는 달아날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2029년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중국 경제는 사상 최대의 IMF 구제 금융을 필요로 하는 처지가 되었다. ... 중국 경제의 폭락은 곧 전 세계 경제의 파멸로 이어졌다."  장하준 교수가 에필로그에서 상상한 바다. 하지만 그 보다 20년 전인 2008년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서 이어 벌어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현재 세계는 제2의 경제 공황의 기로에 서 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20세기 말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파되어 온 세계화,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의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자유무역이론은 경제학 이론으로도 뒷 받침 되어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과정이었다. 세계화, 자유 무역이라는 선진 기법을 받아들인 나라들의 성공사례가 뒷받쳐지곤 했다.

 그러나 전작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선진국의 행태를 보여주었던 장하준 교수는 또 한번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자유 무역이 갖는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보여준다. 

 세계화 시대의 경제의 핵심 중의 하나는 바로 자유무역을 통해 각 나라는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대한민국은 바로 이런 세계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한다. 한미 FTA에 이어, EU 등 많은 다른 경제권 혹은 나라들과 FTA를 준비 중에 있다. 과연 이런 세계화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해 줄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말하는 해법은 바로 No. 이다. 자유무역이론에서는 비록 어느 한나라가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경쟁우위 국가에서는 보다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 역량을 쏟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쌍방이 모두 득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학 뿐만 아니라 선진국 들이 이런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유 무역을 주장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여기에 숨겨져 있는 사실을 밝혀낸다. 지금의 선진국들이 사실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 바로 역사적 사실이다.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가난한 나라들과 부자나라 들이 자유무역을 한다는 것은 바로 어린 아이를 산업현장에 내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마 우리나라가 이런 자유무역을 했다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1차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유무역이론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즉, 생산요소들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지 못하다. 문닫은 제철소를 컴퓨터 제조공장으로 바꿀 수 없고, 제철소 노동자는 컴퓨터 산업 노동자로 쉽게 바꿀수가 없다. 즉, 자유무역 이론에서처럼 산업이 쉽게 선택되고, 변경될 수 없다.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공기업이 민영화 되고 있다. IMF의 경제 간섭 이후 국영기업은 무조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사고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공기업의 민영화는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문제로 크게 세가지가 지적된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고, 그 다음이 무임승차,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예산 한도가 늘어나는 연성예산(병든 기업을 가져오는)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용되기에는 부족하다. 왜냐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민간기업 역시 주인-대리인 문제와 무임승차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의 특성에 따라 연성예산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공기업이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성공한 국영기업들이 존재한다. 싱가포르 항공이 그렇고 지금은 민영화되었지만 90년대까지 국영기업이었던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 또한 포스코가 성공한 국영기업의 사례다. 

 부자나라들은 자유무역, 효율화를 위한 공기업의 민영화를 이야기하며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한다. 자신들의 경제성장의 경험을 전파하여 가난한 나라들에게 기회를 주는 듯 행동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이론이나 공기업의 민영화는 가난한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제3세계를 동일한 경기장에 넣고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부자나라들과의 불공정한 게임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속셈을 본다면 사실 부자나라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게다가 부자나라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점점 더 강화한다. 특허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와의 사이에 높은 담을 설치하여 제3세계와의 차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출간된 때에는 세계 경제의 미래가 밝게 보이던 때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요소는 없어 보였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한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였을까 신자유주의에 대한 속내를 보여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책이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가 되었다는 것은. 하지만2008년 말 자유무역은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하고 있고, 금융위기 하에서 그 많던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국가의 개입을 죄악시 하던 그들이 이제는 정부의 개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한 현실속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실체가 드러나 버렸다. 그러나 아직 이런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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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역사 - 대항해 시대에서 석유 전쟁까지
권홍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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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재미있지만 지루하다. 인물중심의 역사 혹은 전쟁중심의 역사는 쉽게 읽힌다. 겉으로 보여지는 영웅, 모험 그리고 인간군상들의 모략과 처세를 보며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흥미위주의 역사 쉽게 접근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지 몰라도 단순하게 역사를 볼 수 밖에 없고, 때로는 역사가 왜곡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역사의 모든 면을 아울러서 본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먼저 정치적으로 역사를 살펴보고, 그 시대의 문화와 제도적인 측면을 모두 따지다 보면 머리의 용량을 탓하며 책을 내려 놓게 된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부의 역사>는 역사의 모든 면을 들여다보려는 거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대의 관심사에 맞게 부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인류 전 역사를 다루지도 않는다. 본격적으로 부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 시점부터 시작한다. 이는 서양사와 궤를 같이 한다. 물론 지은이도 동양이 빠졌다는 점은 인정한다. 실제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동양의 부가 서양의 부를 능가했다는 사실을 머리말에서 밝혀두고 있다. 그러나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전세계의 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이 후 부의 모습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지은이의 시도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뉘어져 부의 흐름을 보여준다. 1492년을 시작으로 황금제국과 유대인라는 소제목으로 종교와 자유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고, 두번째는 17~18세기 부를 대변할 산업혁명의 시대를 '광기와 탐욕, 팽창과 거품의 시대'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석탄, 석유로 인한 경제 발전과 경제공황 그리고 자원을 둘러싼 세계 패권의 역사를 '유한한 자원, 무한한 욕심'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부의 역사>가 시작되는 1492년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은이는 경제적 의미에서 아주 중요한 두가지 사건을 되살린다. '레콘키스타(Reconquista)의 완성'과 바로 유대인을 추방한 '알람브라 칙령(Alhambra Decree)'이다. 레콘키스타의 완성이라는 이베리아 반도에 남아있는 유일한 이슬람 국가 그라나다를 물리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에스파냐는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한다. 이에 더불어 유대인 추방은 유럽사에 지속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럽의 부의 이동은 유대인의 이동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유럽 각지에서 발생한 종교 탄압은 재미있는 사실을 시사한다. 즉, 자유로운 환경이 경제적 부의 기반이 된다는 사실이다. 

 부의 역사는 이제 무역(여기에는 수익성 좋던 노예무역도 포함된다)과 투기를 넘어 산업혁명의 시대에 다다른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기술은 산업스파이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가 전 세계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지만 아직은 기존의 농업자본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1846년 외국 곡물의 수입을 금지했던 곡물법이 폐지되면서 자유무역체제가 시작된다. 이를 토대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금융과 산업의 시대에 들어선다. 한편으로는 국가예산 보다 더 큰 독점기업과 독점자본가들에 의한 세계 지배의 막이 열렸다. 

 산업의 발달에는 석탄이라는 자원이 큰 역할을 하였다. 결국 자원양에 따라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검은 황금 석유의 발견으로 세계의 부는 자원을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석탄과 철광석의 산지 알자스 로렌 지방을 두고 독일과 프랑스가 대립하였던 것 처럼 자원은 세계 패권 다툼으로까지 이루어졌고, 때로는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 석탄철강공동체의 수립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원 확보는 크고 작은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하였다. 

  400여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두께가 주는 부담감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책을 펼쳐들면 역사서 임에도 불구하고 읽어나가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이는 부의 이동에서 보여주는 재미외에도 역사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명한 네덜란드의 튤립은 역사상 최초의 투기 상품이었다는 점과 19세기 말 엄청난 부를 쌓아올린 미국의 갑부들이 고귀한 가문을 얻기 위해 유럽의 귀족들과 맺어진 과정에서 태어난 '달러 공주', 대부호이면서도 자선가로 유명한 앤드류 카네기 등의 이면 등을 읽어나가는 재미 또한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부의 역사>는 부의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보았지만 신대륙의 발견 이후 서양의 역사는 부의 흐름이라고 할 만하다. 부라는 측면에서 특화시킴으로 역사라는 뼈대에 충실한 살을 보태준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그 뒤에 가려진 부와 어떻게 연계되었는지, 부의 이동 혹은 부 권력의 변화가 역사적 사실의 배후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런면에서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보탬이 되는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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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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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의 나이를 훌쩍 넘겨버린 이어령의 생각은 젊디 젊다. 일단 대학2.0이라는 부제를 달고 시작한 책 부터가 그렇다.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은 읽는 자체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시대를 거슬렀다가는 앞지르는 지식의 범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즐거움에 빠져든다. 그의 메세지는 비단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에게들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의 지호락을 설명하듯 지식의 향연을 향해 즐겁게 날아오르길 바라는 젊음 마음을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이 책의 매력중의 하나는 놀라운 이어령의 지식의 섭렵과 이에 멈추지 않고 엮어서 풀어내는 방법이다. 21세기 들어 디지털 컨버전스니 하며 융합이 미래사회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는 이 시기에 이어령은 지식의 컨버전스를 놀랍게 선보이고 있다. 그의 지식은 DIKW data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지식화한 후 지혜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지식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 그 자체를 보여준다.
 
 21세기 젊은이들 (혹은 젊음을 품고 있는)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독창성이다. 그리고 이는 하늘에서 자유로운 비행을 보여준 단순히 떠 있기만 한 서양이나, 일본의 연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우리의 과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에는 獨□ 으로 펼쳐져있다. 이것을 獨善(독선) 혹은 獨裁(독재)로 변할지 獨創으로 발전할 지는 바로 젊은이의 몫이다. 그러기에 열린마음과 함께 그레이트 아마추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많은 아쉬움 또한 남았다. 은근슬쩍 보여지는 지은이의 정치에 대한 생각이다. 독선에 빠져 이념논쟁에만 빠져버린 잃어버린 10년으로 보고 새물결의 청계천을 만들어낸 새로운 이명박 정권에 대한 희망이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지난 10년간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젊은 인터넷이 발전해왔고, 이전 보다는 창의적인 교육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데 비해, 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모습은 창의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제고사의 부활 등이고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만 바라보고, 자유보다는 통제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새물결의 청계천은 서울 600년속의 청계천이 아니다. 보기좋게 만들어낸 새로운 청계천일 뿐이다. 물론 그 청계천으로의 가치는 있지만 과정속에 버려진 유적들은 이명박이 점차 독재로 나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 가슴이 아프다.
 
 그렇더라도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어령의 오류 또한 쉽게 발견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어령은 젊은이들에게 대학 2.0세대를 위한 길잡이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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