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트래블 : 제주 미식을 여행하다 푸드 트래블 Food Travel 1
고연경.론리플래닛 코리아.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뭔가 좀 애매하다. 기존 단순 맛집 책하고는 사뭇 다른 듯한데, 맛집 소개책이랑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징이라면 컴팩트하게 추려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애매한 점은 130여쪽 정도로 얇지만 넓은 판형을 써서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불편하다.

 

 

초반에 나오는 표현이다. 사진과 제주음식에 대한 설명. 그런데 이게 전부

 

제주 음식에 대해 일러스트로 알려주는 페이지는 좋았다. 단순 설명보다 눈에 잘 들어온다. 항상 헷갈리는 돔베고기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고, 지슬, 감저처럼 낯선 단어를 배우는 것은 반갑다.

 

그리고 소개되는 맛집들이 노포도 몇개 있지만, 대체로 현재 유행하는 식당들이어서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다. 제주음식에 대한 책을 한권 보고, 이 책을 보조용으로 들고 다니는 점에서는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어차피 많은 식당을 알려준다 해도 다 방문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책도 유용할 수는 있겠다. 게다가 론리플래닛에서 기획했으니..

 

(제주를 일곱~여덟차례 다녀왔다. 이태전부터 제주 가기전 주제로 책을 읽고 있다.

 첫번째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돌배게의 한려수도와 제주도 그리고 새로쓰는 택리지 제주도 편이었고,

 두번째는 제주역사기행, 주강현의 제주기행 등이었고,

 세번째는 제주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책들이었고,

 이번에 네번째로 음식을 다룬 책들을 좀 들춰봤다. 태그는 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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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 착한 음식의 거짓말
정재훈 지음 / 다른세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처럼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을까?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먹을 것이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세상이었다. 20세기초 공기에서 암모니아를 만들어내 비료를 만들어낼 기술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음식을 골라먹는 고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빈곤에서 벗어난 지금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슈퍼푸드, 미네랄 함유 음식들. 어떤 비타민이 부족하면 무슨 병에 걸리고, 사실은 못먹을 때 이야기가 아닐까? 

대부분의 현대인이 비타민 결핍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실제로 비타민 결핍으로 문제를 겪는 건 가간한 지역에 국한된다. 폴란드 출신의 화학자 풍크가 티아민에 비타민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붙였던 시절만 해도, 현미 대신에 백미를 먹고 각기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았다. 쌀이 도정하는 과정에서 비타민이 풍부한 배아와 쌀겨층이 제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에는 쌀 이외에 비타민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백미를 먹는다고 각기병에 걸리지 않는다.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과거 가난한 자의 음식이었던 폴렌타를 자랑스럽게 내어놓는다. 사람들은 그걸 먹더라도 이전처럼 펠라그라에 걸리지 않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결핍은 예난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걱정거리다.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정말 치명적인 것은, 비타민의 결핍이 아니라 빈곤이다.(69쪽)

 

인간은 몸은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잡식동물로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자연에서 섭취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지은이는 영양을 섭취하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즉, 특정 영양소만 섭취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음식을 섭취하는 일 또한 복잡하다. 인간은 예부터 미생물과 경쟁하는 조건에서 생존했다.

우리 몸이 음식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이용하는 과정은 복잡한 화학반응이 정밀하게 조절되는 매우 섬세한 활동이다. 마르코 리바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영양 상태가 좋다는 것은 여러 영양소가 복잡한 과정을 통해 미묘한(그리고 어떤 면에선 신비로운) 균형을 이루었다는 의미다."  ... 산소는 몸에 꼭 필요하다. 그러나 높은 압력으로 순수한 산소는 폐를 상하게 할 수 있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생존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물도 너무 많이 마시면 해롭다.(42쪽)

 

음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단일 성분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성분이 복합적으로 빚어내는 것이며, 한 가지 음식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여러 음식이 만들어내는 전체 패턴에 따른 결과다. 한 가지 성분, 한 가지 음식에 의존하는 것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190쪽)

  

사람과 미생물 간의 경쟁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썩은 과일은 고약한 냄새와 맛 때문에 먹을 수가 없다. 미생물이 과일을 독식하려고 그 맛과 향을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과 미생물이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좋게 음식을 나눠먹을 때도 있으니, 그게 바로 발효다. 발효된 음식은 미생물이 먼저 음식 속의 영양분을 먹고 나서 남긴 음식이다. 미생물이 콩을 먹고 부산물로 남긴 음식이 간장과 된장이고, 포도를 먹고 남긴 음식이 와인, 우유를 먹고 남긴 음식이 요거트이다. 미생물이 독차지한 부패 음식과는 달리 발효 식품은 사람도 먹을 수 있다. 음식물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할 때는 악취와 유독물질이 생겨나는 데 반해, 발효될 때는 원래 음식의 성분이 분해되어 풍미를 내는 물질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179쪽)

 

빈곤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이제는 굉장히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한 음식들을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영양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들까지 넘쳐난다. 그 정보들이 실제로 검증되었는지 확인 곤란한 경우가 많다.

빈곤에서 벗어나 정말 풍요로움에 이르렀을까? 지은이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점점 더 많은 식품이 마트에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먹던 기존의 음식은 음식 산업화의 영향으로 단순해 지고 있다. 칠레산 청포도, 미국산 오렌지와 같이 더 많은 과일을 맛볼 수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홍옥 같은 사과 품종은 마트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지은이의 지적처럼 부사외의 사과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과연 다양해 진 것일까? 

 

마트는 다양성 그 자체다(92쪽)

표준화된 신선식품은 종류가 제한적이다. 칠레산 청포도와 미국산 오렌지로 마트의 과일 종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사과의 종류는 줄어들었다. 국광, 홍옥은 마트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눈에 띄는 것은 부사뿐이다.

반면 오래 보존할 수 있어서 장거리 수송이 가능하고, 단일화 규격에 맞추어 표준화하기 쉬운 가공식품은 세계화에 가장 어울리는 식품이다. 이러한 식품은 대량 생산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섹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가공식품은 세계화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사람들의 식생활에 무엇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어린이가 생라면 조각에 스프를 뿌려 먹고, 남태평양 사람들이 콘비프 통조림을 즐겨먹는 일이 이제는 자연스러워 졌다. 코카콜라 광고는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되었다.

세계인의 식탁은 다양해졌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만들어낸 가공식품 문화에 맞게 표준화된 것일 뿐이다.(95쪽)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판단을 하기에 앞서 조금 더 자연의 생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과일을 먹고 채소를 먹는 것일까? 지구의 생태흐름 속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억지로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식물은 먹히고 싶지 않다. 먹히기를 바라는 것은 식물자체(채소)가 아니라 과일이다. 사실 과일은 원래부터 먹히도록 설계됐다는 면에서 독특한 음식이다. 달콤한 맛과 향기, 부드러운 질감은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매력적이다. 과일은 동물을 이용해 식물의 씨를 퍼뜨리는 중요한 목적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동물이 식물의 원뜻을 거스르고 과일 속의 씨까지 소회시키는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 이를 대비하여 식물은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대체로 씨는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어서 깨뜨리고 힘들고, 맛도 없으며, 독성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18쪽)

 

관점을 달리해서 음식 입장에서 보자. 언론에서는 매일 포화지방이 나쁘다, 불포화지방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포화지방이든, 불포화지방이든 생물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생존방식에 맞게 필요한 지방을 갖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포화지방은 나쁘고, 불포화지방은 좋다고 말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음식이지만, 먹히는 음식의 입장에서 보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두 다 살아있는 생물이다. 어떤 지방에 포화지방이 더 많이 들어 있느냐, 불포화지방이 더 많이 들어 있느냐 하는 문제는 그 생물이 사는 지역의 기후와 관련된다. 포화지방은 불포화지방보다 낮은 온도에서 그만큼 더 안정적이다. 불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액체인 만큼 잘 상한다. 북극에 사는 바다 물개와 캐나다에서 자라는 아마의 씨앗 속 지방질에는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고, 열대 지방의 코코넛 오일과 팜유에는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이유도, 아마 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상온에서 액체인 불포화지방이 부동액 역할을 해 줄 수 있어서 좋고, 더운 지방에서는 잘 상하지 않는 포화지방을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자신의 구성 성분을 정하는 생물은 없다. 그러므로 생물이 자라는 환경을 무시한 채, 그것이 사람의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만 살피며 음식과 영양 성분을 좁은 관점에서 판단하는 일은, 기본 가정부터 잘못된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204쪽)

 

오히려 잡식동물로 식물과 동물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하며, 음식문화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근래의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게 삶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을 재배하느라 땀을 흘린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역시 너무 자주 잊곤 한다. 그러나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나만 소중해' 정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을 먹을 수 있고,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함께 나누고 발전시킨 것이 현대 인류 문명의 토대를 이루지 않았는가? 잡식동물인 인간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필연적이며, 소중한 것이다. (56쪽)

 

현재의 음식문화가 인간의 삶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되새겨보자.

 

우리는 '가공'이라는 말만 들어도 모종의 불안감이 느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생식이 최고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식품 가공의 원조는 불을 사용한 음식물의 조리였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요리가 문명의 진보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불은 사용하는 법을 배운 것은 요리의 필요 때문이었고, 인간이 자연을 길들인 것은 불에 의해서였기 때문이다."브리야 사바랭의 주장처럼 불을 이용한 요리는 인류의 역사와 음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단. 가열은 세균을 죽여서 먹거리를 더 안전하게 하고, 날것 특유의 독성을 제거하여 음식의 맛과 질감을 좋게 해 준다. 익힌 음식은 날것보다 소화하기 쉽다. 삶아서 으깬 감자를 한개 먹으면 300Kcal가 흡수되지만, 생으로 먹으면 200Kcal만 흡수된다.

이에 더해 음식에서 영양소를 소화, 흡수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소비된다. 음식을 씹고, 삼키고, 위산과 소화액을 분비하고, 위와 장을 움직여서 음식을 이동시키는 소화에도 비용이 드는 것이다. 조리한 음식은 날것에 비해 이러한 소화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하버드대 인류학과 교슈인 리차드 랭엄은 요리야말로 인류의 뇌를 커지게 해 준 배경이라고 이야기한다. 랭엄 교수의 화식가설은 다음과 같다. 익힌 음식은 날것보다 소화하기 쉽다.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부터 사람의 장 크키는 대형 유인원보다 작아졌고, 이로 인해 소화기관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절약된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커진 뇌가 추가로 사용하는 열량으로 공급되었다. 요약하자면 '유인원에서 사람으로 진화한 것은 불로 익힌 음식 덕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소화하기 쉬운 음식이 사람의 커다란 뇌를 뒷받침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이다. 뇌는 체중의 2.5%에 불과하지만, 기초대사율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싼 조직이다.(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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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 음식물과 첨가물에 관한 오해와 진실
최낙언 지음 / 지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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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년전만 해도 식품첨가물 하면 식품에는 넣어서는 안 될 것 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저자 최낙언은 식품첨가물 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런 결과물이 여러 권의 책으로 나왔는데 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현재까지의 과학 결과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WHO가 가공육을 발암물질이라 하자, 언론들은 가공육내 아질산염의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리고 사실 아질산은 많은 TV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많이 출연했다. 아질산나트륨은 어떻게 발색제 역할을 할까?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발색제가 아니라 화학 반응에 의한 아주 자연적인 현상이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헤모글로빈 산화(변색)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유럽에서는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 때 짠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암염이 고기 색깔의 안정 효과와 보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 작용이 암염에 있는 아질산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육 제품에 아질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9세기경으로 호메로스와 서사시에 최초로 기술했으며, 고대 로마시대에도 이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아질산의 기능은 색을 만드는 기능이 아니고 색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즉 항산화제의 기능이다. 붉은색은 헤모글로빈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은 가열하면 쉽게 산화하여 붉은색을 잃는다. 직접 요리하면서 갈변하는 것은 크게 상관없지만, 소비자는 갈변된 상태의 고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산소에 의한 갈변을 막는 좋은 방법이 산소 대신 일사화질소를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일산화질소는 결합력이 강해 헤모글로빈의 산화를 막아 탈색을 억제한다. 비타민C, 에리소르빈산 같은 항산화제를 쓰면 산화가 억제되므로 아질산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아질산은 맹독성의 보톡스균 같은 혐기성 미생물의 성장을 강하게 억제하므로 식중독도 예방한다. (183쪽)

매일 시장에서 신선한 고기를 사다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가공육을 먹을 필요가 없다. 물론 맛의 차이도 있지만. 결국 가공육은 현대인의 편리한 삶과 궤를 같이 한다.

 

활성산소 역시 박멸해야 할 물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활성산소는 몸에 필수적이다. 노화라는 한쪽측면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는 활성산소의 해악만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활성산소는 세포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또 활성산소는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의 체내에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이물질이 침입했을 경우에 이를 녹여 없애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서는 활성산소가 해독 작용을 하기도 하고 어떤 활성산소는 암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또 활성산소가 인체의 세포 성장과 세포 자살에 관련된 다양한 생체 신호 전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초파리의 경우 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를 없애면 번식하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자는 활성산소를 뿜어내는 관을 통과하지 않으면 성숙하지 않는다. 몸 속에 활성산소가 적당량 있는 상태에서 사람은 최고의 성과를 낸다. 10년 전부터 활성산소가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213쪽)

 

사실 인류의 식생활은 고된 일이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농경이라는 문화가 정착되고, 산업화가 되면서 본격적인 식품이 발달했다. 그런 과정에서 인류는 충분히 많은 음식을 거르고 걸러 왔다. 게다가 식물조차도 천연의 독을 잃어가고 있다.

인류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고 적응하는 힘든 과정을 겪고, 농사와 목축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힘없는 세력에서 어느덧 지구의 주역이 된 것이다. 농사는 독이 적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고, 가식부위가 많은 작물의 선별 과정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쓸 만한 것을 골라 키우는 과정이다. 반복된 선별의 과정을 통해 야생종을 보다 생산량은 많고, 독은 적은 것으로 개량한 것이다. 식물은 인간이 돌보기 시작하면 독의 생산을 줄인다. 식물은 벌레와 유충이 다가오면 방어물질인 독소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위험이 줄어들면 독소의 생산량을 줄인다. 독소의 생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이 벌레를 잡아주고 편안한 생육환경을 제공하면 식물은 독의 생산을 줄인다. 요즘 우리가 먹는 독소(살충제) 성분의 99.9퍼센트가 식물의 천연성분이라고 한다. 요즘이 이럴진대 예전에는 얼마만큼 많은 천연 독을 먹었을지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양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불과 수십 년, 수백 년 전의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가에는 유해 수준으로까지 독이 많은 불량한 식물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은 가혹했고 오래살기 힘든 조건이었다.(24쪽)

 

하지만 원래 식물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선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악한 존재도 아니다. 번식하기 위해서 쉬임없이 동물과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스피린(살리실산)을 방출한다. 이것은 식물 고유의 방어 체계 신호 물질로 여러 식물의 조직에서 동물이 싫어하는 물질과 소화되지 않은 물질을 연쇄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 물질은 인근 식품들이 읽고, 해석하여, 그들 자신의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물은 도망가지 못한다. 곤충과 초식동물에 유일한 방어 수단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따라서 천연 식물은 대부분 독성물질을 만든다. 공격하는 초식동물과 방어하는 식물은 서로 독성물질을 가지고 치열하게 군비경쟁을 한다. 모든 초식동물을 방어할 수 있는 식물도 없고, 모든 식물을 먹을 수 있는 동물도 없다. 식물은 방어에 그치지 않고 피톤치드로 공격을 하기도 한다. 성가진 벌레가 오지 못하게 하고, 다른 식물도 못 자라게도 한다. 이런 물질을 피토알렉신(타감작용)이라고 한다. 예쁜 가을 낙엽이 한편으로 안토시아닌이란 물질로 다른 식물을 못 자라게 하기 위한 책략이기도 하다. 자연이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겉보기로만 그렇다. 그 안에는 항상 처절한 생존의 노력이 있다.(85쪽)

 

그래서 어떤 특성조차 살기 위한 생존 욕구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척추동물은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인 TRPV1이 있어서 캅사이신으로 통증을 느낀다. 반면 새들은 고추를 먹고도 태연하다. 조류와 포유류의 TRPV1 구조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조류의 TRPV1은 열은 감지하지만 이 캅사이신에는 반응하지 않아 고추의 매운 맛(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고추가 씨를 퍼뜨려 자손을 늘리려면 동물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포유류에는 이빨이 있어서 음식을 씹을 때 씨가 으깨져 싹이 트지 않는다. 게다가 씨가 넓게 퍼지려면 걸어 다니는 포유류보다는 날아다니는 조류가 더 좋은 파트너다. 따라서 캅사이신은 고추가 불청객인 포유류를 쫓아내려고 만들어낸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120쪽)

 

음식과 건강!

최근에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많은 언론들이 몸에 해로운 식품을 찾아내려고 안달이다. 정부 또한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결과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경우가 많다. 결국 오늘날 식품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양이 많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고난의 세월을 보낸 선조와는 달리 우리는 풍족한 음식 속에 살고 있다.  

건강 전도사들은 설탕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이야기하였지만 오히려 심각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항상 그 다음의 해결책이 있다. 다른 희생양을 찾으면 된다. 설탕이 나쁘다고 하자 제조업체는 설탕 대신 과당을 열심히 만들었고, 음료업체는 설탕대신 과당을 사용했다. 그래서 설탕 소비량은 줄고 과당은 늘었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크게 소비가 늘어난 과당을 비난하면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든 과당은 천연 과일의 당이 아니고 포도당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든 인공당이라 나쁘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과일 속 과당이나 포도당을 전환한 과당이나 동일한 효소 작용 결과이고, 모든 면에서 같다. 따라서 과당은 공식적으로 천연으로 인정된다. 양의 문제를 종류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교훈의 시작이다. (37쪽)

 

 식품의 모든 문제는 양의 문제다. 뭐가 나쁘다고 하면 항상 대안을 찾는다. 대안을 찾으면 '좋은 짓을 했으니 조금 나쁜 짓을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양의 문제는 양으로 풀어야 한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좋다. 어차피 과식이 문제이기에 식사량을 줄이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양의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켰던 감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단맛, 단백질은 감칠맛, 미네랄은 짠맛의 욕구로 각인된 것이다. 맛의 추구는 영양의 추구와 동일한 행위로 우리 몸에 내장되어 있다. 우리 몸의 감각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식품 문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96쪽)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하고 완전하지 않다. 생명체가 다 환경에서 나름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듯이 인간 역시 다르지 않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식품에 대해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관계가 진화를 유도했다. 가장 결정적 진화의 고비였던 진핵세포의 탄생이 미토콘드리아와 내부 공생 결과이고, 독자적 삶을 추구하는 식물의 능력은 엽록소와 또 한 번의 내부 공생의 결과로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혼자만 안전하다는 것은 가상의 세계일뿐이다. 우리가 이 정도의 안전을 누리는 것은 우리가 모든 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몸의 장 속에 독성 미생물이 감염되지 않아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이미 100조 마리나 장 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유해 미생물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이다. (297쪽)

 

과학적 발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진화론이라고 한다. 진화론적 관점을 무시한 건강, 질병, 식품에 대한 이해는 전혀 과학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창조된 완전한 개체가 아니다. 세균에서 물고기로, 물고기에서 계속 덕지덕지 고쳐서 오늘의 이른 진화의 과정에 있는 개체다. 생물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인간의 발달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그러므로 진화는 나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열쇠다. 우리의 행동과 생활방식은 철저하게 변했지만 우리 몸은 아직 2만 년 전 그대로다. 우리 몸의 습관, 건강 혹은 질병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진화의 유산과 관련되어 있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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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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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진위도 그렇지만, 해석의 진위도 판별이 어렵다. 흔히 비만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에 비해 성적이 좀 낮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사람들은 패스트푸드가 비만을 일으키니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성적이 낮아진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뚱뚱하기 때문에 성적이 낮은 것인지, 성적이 낮기 때문에 뚱뚱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로 뚱뚱해지고 동시에 성적도 떨어지는 것인지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서 비만율이 높은 것은 부모의 보살핌이 적어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성적도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사회경제적 문제 때문에 비만과 성적 저하가 일어나는 것인지, 비만자체가 성적을 낮추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26쪽)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식품첨가물에 책임을 던지는 경우를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종편 세상이 된 후, 식품첨가물은 넣어서는 안되는 악인양 포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보존해야 했고, 음식의 기능은 살리면서 맛과 향은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 대표적인게 소금이다.

 

종편이나 기타 언론을 보면 식품첨가물의 축적성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식품첨가물은 축적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식품에서 축적성이 문제되는 오염물질은 크게 '중금속'과 다환구조물질' 2개 뿐이다. 식품에서 가장 공통적인 관리 항목이 중금속이다. 다른 산업의 폐기물인 중금속이 토양과 물을 통해 식물로 전해지고 이것을 먹는 동물이 오염된다. 중금속은 무겁고 단백질과 결합력이 커서 체내에서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배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따로 체내에서 쉽게 제거하는 기술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중금속은 식품 산업에서 만든 것이 아니고 다른 산업의 폐기물의 오염으로 생겨났으므로 식품 산업은 억울한 피해자이다. 첨가물은 그대로 섭취하는 천연식품에 비해 정제되고 순도가 높아 이런 물질의 혼입이 없고 구조가 단순하여 축적성이 없다.(222쪽)

 

반면,

그럼 채소는 우리가 아는 모습 그대로일까? 양배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케일은 사실 모두 같은 식물이다. 야생겨자의 끝꽃눈을 비대화시킨 것이 양배추고, 꽃을 비대하시킨 것이 콜리플라워, 꽃과줄기를 비대화시킨 것이 브로컬리, 잎을 비대화시킨 것이 케일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작물인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배추김치의 재료인 결구배추를 보면 야생에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작물임이 자명하게 보일 것이다. 생산성을 위해 유전자가 변형된 작물을 무조건 나쁘다고 하면 이들 채소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232쪽)

 

이 책의 앞부분을 보면 시민들이 왜 식품첨가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누가 그 우려를 증폭시키는지 말한다.

왜 전 국민의 80%는 식품에 불안감을 가지는 것일까? 이것은 바로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돈벌이의 기회로 삼으려는 일부 건강전도사들과 기업,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여과없이 사용하여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이 갖추어야 할 가장 최소한의 요건은 안정성이다. 안전하지 않는 식품은 한낮 쓰레기이며 무조건 즉시 퇴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안전은 우리가 통상 먹는 식품 수준의 안전성을 말하는 것이지, 어떠한 조건에서도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안전은 없다. 물도 많이 마시면 죽고, 산소도 과잉호흡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10쪽)

 

 무작정 위험하다는 주장은 무작정 안전하다는 주장보다 더 유해하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엉뚱한 것에 신경쓰는 사이에 진짜 위험하거나 개선이 가능한 것은 방치되기 쉽다. 공연한 불안감으로 가짜 환자를 만들어 정작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특히나 요즘처럼 공황장애나 건강염려증 같은 불안으로 인해 파생되는 질환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때는 더더욱 쓸데 없는 불안감은 없애야 한다. 불량식품은 육체에 피해를 주지만 불량지식은 정신과 육체 둘 다 피해를 준다. 지금은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 못지 않게 불량지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권장하는 사람들도 악당임을 알아야 한다.(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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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 식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다
최낙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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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인데, 일단 글자가 많아서 좋다. 책같은 느낌이다.

 

저자는 건강에 대한 과잉이 오히려 인류의 건강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한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후 미국의 비만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고, 어느 때 보다 장수하고 있음에도 건강에 대한 염려는 어느 때 보다 강한 것을 지적한다. 천연이라는 것이 좋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히려 몇천년의 경험과 과학적 검증을 거친 화학물질을 근거없이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미네랄, 비타민에 대한 지적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미네랄과 비타민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나 비타민과 미네랄의 용도를 알면 그리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다.

미네랄은 더욱 위험하다. 필요량의 2~3배가 넘으면 위험이 발생하고 5배가 넘으면 철분같이 중요한 미네랄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그나마 나트륨은 오랜 경험으로 잘 견디는 편이지만 나머지는 더 조심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있는 것이 좋다. 다른 모든 영양,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은 비타민보다 훨씬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중요한 만큼 체내에 대책이 있어 이들 기능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비타민은 우리 몸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부품 중 하나일 뿐이니 지나치게 특별 대우할 필요는 없다.(29쪽)

 

천연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화학물질이라고 하면 인공물질이라고 생각하고, 인공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괜한 거부감을 갖는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에 기대 천연물의 문제는 잘 거론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방법의 젓갈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소시지, 햄 등이 발암물질이라면 크게 부각된다.

사실 천연물이라면 검증 실험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나쁘다는 결과를 찾아내도 아무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치나 막걸리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발표를 하면 싫어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첨가물은 애초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검증이 시작되며, 사소한 흠집이 발견되면 그것이 엉터리 실험 결과일지라도 소비자를 위해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 처럼 난리를 피운다. (129쪽)

 

문제는 언론이 이런 사람들의 습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 없이 위험한 것 처럼 터뜨리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공업용 우지가 아닐까 싶다. 식품 산업에 사용하는 쇠기름에 공업용이라는 말을 붙여 맡이 제조업 등에 사용하는 나쁜 기름인 것 처럼 만들어 담당 검사가 승진하고 당시 대표적인 라면사인 삼양은 망할 직전에 까지 갔다. 결국 법원에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이미 라면계는 농심에게 넘어간 뒤였다. 공업용 우지 사건이 없었다면 삼양과 농심의 시장 지배력은 지금과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이 정보 왜곡으로 식품불안을 조장한 사례

  • 1989년 공업용 우지 : 검찰의 무지가 저지를 불행한 사건
  • 1989년 미국산 발암성 자몽과 사과 : 엉터리 실험 + 언론의 합작품
  •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 양의 개념, 화학의 이해부족
  • 2004년 쓰레기 만두 소동 : 경찰의 편견 + 언론의 선정성
  • 2005년 기생충 김치 : 언론의 선정성
  • 2006년 과자와 아토피 : 언론의 편견
  • 2006년 벤젠, 비타민 음료 : 양의 개념, 화학의 이해 부족

 

어떤 물질은 인간에게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런 물질이 인간 생명과 생존에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섣불리 위험하다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산화질소는 불안정하고 유독한 자유라디칼(짝짓지 않은 전자를 가지는 원자단)이다. 자동차 엔진에서 방출되는 환경오염물질, 공해물질, 스모그, 산성비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이 물질이 혈관을 팽창시켜 혈압을 낮추거나 혈류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여 협심증 증세를 완화시키는 약품으로 쓰인다는 것이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일산화질소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거의 모든 신체활동에 개입한다. 뇌, 코, 목, 폐, 위, 간, 신장, 생식기, 장, 혈관 등이 모두 일산화질소를 필요로 한다.(182쪽)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많이 하는 아실산(일산화질소)이 가장 위험한 첨가물, 발암물질로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첨가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편향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독과 약은 하나다. 과량이면 독이 되고, 독도 희석하면 약이 된다.(184쪽)

 

 

저자가 던지는 말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천연, 친환경이 과연 인간, 자연을 위하는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맞다.

 

화학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화학의 발전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색을 위해 곤충을 10만 마리를 잡는 것이 친환경일까 아니면 합성색소가 친환경일까? 색소는 유죄일까 아니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이 유죄일까? 이런 문제는 더 이상 흑백론이 아닌 추구할 방향과 양적인 문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불안에 휩쓸린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도 못하다.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오히려 그것이 병이 되고 화가 된다.(93쪽)

  

 만물은 화학물질이다. 인간 자체가 화학물이고 음식도 화학물이고 물조차 화학물인데 사람들은 화학을 싫어한다. 화학을 잘 이해하여 더 잘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잘못된 편견으로 혐오하면서 인간의 생활이 나아지거나 안전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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