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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있어서는 거의 문외한인데 하는 짓거리는 음악 좀 듣는 사람이다. 2010년에는 쇼팽으로 그
티를 내 보려고 했다. 2010년은 쇼팽 탄생 200주년이었다.  

 

 사실 쇼팽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왠지 쇼팽은 음악성
이 떨어진다는 막연한 망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작년말에 듣고 읽었던 글렌 굴드의 영향이기도
하다. 왠지 듣기 좋은 선율은 철학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그냥 거리낌없이 차용했다. 그래서 2010년 쇼팽 200주년에 쇼팽을 들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관심사가 생길 때 마다 버릇처럼 이런 저런 자료를 뒤져본다.쇼팽에 출간된 책이며 위키피디아 등 관련 인터넷을 뒤젹거렸다. 쇼팽에 대한 유명세에 비춰 쇼팽에 대한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쇼팽에 대한 소설책 한권 정도인데 이 마저도 별 감흥이 없었다. 대신 명곡라이브러리 쇼팽을 준비했다. 뭐 대단한 음악애호가라도 되는 마냥 일단 구색은 갖춰놓고 본다.

인터넷과 클래식서적 내용을 토대로 들어야 할 목록들을 선곡해본다. 일단 고클래식에서 쇼팽의 대표작들을 저렴하게 구입해놓고 KBS F1에서 나온 Listen & Lesson 쇼팽편을 구매했다. 100번 듣기를 목표로했다. 공연정보도 좀 찾아보고.여기까지 6월이다.

MP3 중에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Nocturnes와 Ballades를 주로 들었다. 가끔 운전할 때는 Listen & Lesson 쇼팽을 항상 돌려두었고, 여기는 8월까지의 이야기이다.

한참 음악을 듣지 않고 지냈다. 집에 있는 홈씨어터에는 항상 아기용 CD/DVD가 꽂혀 있었고 주말가족들이 움직일 때를 제외하곤 운전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11월말 2011년은 말러서거 100주년이다. 말러를 들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쇼팽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동안 음악 CD 구매도 하지 않았고, 말러와 쇼팽을 알라딘내 보관함에 담았다 빼기를 반복한다.

루빈스타인의 녹턴을 다시 꺼내 든다. 모음곡이 아닌 쇼팽의 다른 작품들은 솔직히 듣기 힘든 부분이 있다. 연습곡이나 전주곡 중 일부는 귀에 익은 곡이라 괜찮지만 다른 곡들은 아직 귀가 트이지 않은 이들이 듣기에는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그에 비해 녹턴은 아름다운 선율과 적당한 길이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루빈스타인 손끝에서 울려나오는 선율은 이어폰으로 듣고 있음에도 멈칫 멈칫 선율을 따라 움직일정도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녹턴을 들으며 쇼팽의 녹턴에 대해 들었는데 녹턴에 대해서는 클라우디 아라우를 선택했다. 전작을 모으고자 하는 자끄 루시에의 녹턴, 그리고 앞으로 전작을 모아보고 싶은 백건우를 이번에 쇼팽으로 시작했다.  



루빈스타인의 녹턴이 밝고 가볍고 경쾌하다면 아라우의 녹턴은 밝으면서도 가볍다는 느낌이 들지않을 정도로 준수하고 아름답다. 솔직히 쇼팽의 녹턴을 딱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아라우를 선택하고 추천한다. 자끄 루시에의 녹턴은 그의 여느 작업처럼 박제화되어 있는 쇼팽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데, 원곡에서 벗어나지 않는 초기에서 후반으로 갈 수록 점차 녹턴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나간다. 쇼팽에서 시작했지만 듣다보면 어느새 자끄 루시에의 녹턴으로 변해 있다.특히 이번 앨범은 기존의 트리오에서 벗어나 독주로 연주했다고 한다. (클래식계의 반응이 궁금하다.) 

음악을 듣는 것은 그림을 보는 것 보다 조금 더 어렵다. 소리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쇼팽에 대한 아주 좋은 가이드를 옆에 두고 있는 것은 그만큼 큰 도움이 된다. 쇼팽의 음악에 대한 거의 모든 설명이 붙어 있고 각 곡마다 특징들이 설명되어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주제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악보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쇼팽을 공부하는데 이만한 책이 없다. 바로 음악지우사의 명곡라이브러리 시리즈이다.  

이미 바흐에서 명곡라이브러리를 한권 갖춰놓았는데 관심있는 음악가가 생길때마다 한권씩 채워놓고 싶은 시리즈이다. 베토벤, 모차르트 생애가 아니라 음악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지라는 의심이 들때는 바로 이 책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쇼팽 아직 못 읽을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도 필요한 부분 여러번 찾아 읽었다. 쇼팽 녹턴의 초기작들은 영국의 작곡가 존 필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뒤에 작곡된 녹턴은 쇼팽만의 색깔이 분명하게 담겨있다고 한다. 또 어떤 녹턴은 혹평을 받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뛰어나다는 점도 이 책에서 얻은 내용이다.  

2011년 올해는 어떤 작곡가로 이 시리지를 한권 더 구매할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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