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 열림원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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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시집을 읽는 내내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호승의 시적 상상력도 이제 모두 고갈되어 버린 것인지, 아니면 전작 시집의 성공에 그대로 안주하여 버린 것인지, 그도 아니면 정말 어느 평론가의 얘기처럼 상업주의에 안주해버린 것인지.

물론, 정호승이 장기로 삼고 있던 그 탁월한 비유와 아포리즘적 문장은 살아 있다. 제목부터 그러하지 않은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한 몇몇 문장으로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한 작품의 시는 정교한 구성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좋은 시가 되는 것일 것이다.

이 시집에는 구성이 빠져있다. 구성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갈등과 긴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한 구석이 빠지고 생략되어버린 듯한 인상을 버릴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그러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문장들이 탄력을 잃고 의미의 확산을 이루지 못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시인의 감성안이 탁월한 것만은 인정해야 한다. 그 감성안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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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길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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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륭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다소 현학적이고 어렵게 보이는 사상이 처음 그를 대하는 독자들을 서걱거리게 만들지만, 그러나 조금만 참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에서 쉽게 기쁨을 느끼는 일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는 불교와 기독교를 비롯해서 각종 샤먼과 연금술 등의 소재를 작품 속에 결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액면 그대로 사상서, 종교서 그대로의 형태는 아니다. 그는 이러한 소재를 '서정성'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서 서서히 녹여 자기 나름의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신비로우면서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바로 박상륭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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