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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ㅣ 황석영 중단편전집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1. - 이제서야 이 작품을 읽다.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던 숙제를 한 느낌. 이미 1970년대가 훨씬 지나버린 시점에서, 이런 종류의 작품이 얼마나 가치를 가질 지는 여전히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가 고도산업화 시대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라면 (우리 사회를 무엇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1990년대에 고도산업화 시대의 문턱에서 진입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설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우리의 산업화는 1960년대부터 박정희 정권에 의해서 주도되었으며, 그로 인한 문제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여전히 1970년대 소설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진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1970년대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소설은 사회과학 서적은 아니지만, 사회를 모방의 대상으로 삼는 예술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소설은 '사회를 모방의 대상으로 삼는 예술'이라는 정의보다는, 소설은 '현실을 삼투하는 예술'이라는 정의가 더 정확할 것이다. 모방이나, 반영이라는 개념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되지만, 삼투는 사물을 자신의 것으로 변형시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하기에 소설은 구호가 되지 못하기도 한다. 예술의 몸을 입지 않은 소설은 이미 소설이 아니다.
2. - 황석영은 분명히 Story teller이다. 그의 소설에는 정통적인 매력이 있다. 정통적인 매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분별해 낼 수는 없으나,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는 서사성의 강조가 아니겠는가? 결국 소설이란 재미있는 이야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