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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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도원.호계.재인.
남모를 사연 하나씩을 품고 있을 것 같은 네 남녀의 사랑과 사랑을 담지 않은 연애에 관한 소설이다.
연애 소설이라 하니 통속적이고 유치하리라는 선입견이 끼어들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장까지 천천히 집중하며 읽어내려간 것은 그들의 내면이었다.

《13.그렇게 애정을 쏟았는데 돌아오는 건 도리어 상처와 아픔이라니. 그때 느낀 감정은 어른의 언어로는 배신감이었다.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
도원에게 다가서고 싶은 예진, 그녀와 평행선을 걷고 싶은 도원. 서로를 마음에 담고도 한템포씩 삐그덕 거리는 타이밍의 도원과 재인. 밝음으로 우울과 불면을 가리는 예진과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지향하는 호계. 이들이 가면을 쓰고 외로움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나를 포함한 누구의 이야기라도 될 수 있었다.

《79. 외롭다. 이 감정은 내 안에 있는 것.
그런데 왜 밖에서만 답을 찾으려 할까.》
어디 외로움 뿐이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하고 해결도 밖에서만 찾으려 하니 답이 나오질 않지. 숱한 방황이 되기도 하고.


심심함과 외로움의 차이. 사전 속 의미는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닿아있는 이 두 단어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심심함을 외로움으로 착각해서 하게 되는 사랑이나 결혼은 외로움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더 깊은 외로움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 감정을 좋아하며 즐기는지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혹은 알지만 경험해보지 못하는 슬픔.


《161.여기서 정작 중요한 건 다른 게 아닐까? 이 질문이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봐.같은 고민을 계속 안고 있다는 건, 이미 네가 결론을 알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때로는 답을 몰라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운 것이다.


《207.오빠가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그건 오빠 판단이지 제 판단이 아니고요. 오빠 좋아하는 마음은 내 껀데 그 마음까지 오빠 마음대로 비난하지 마시라고요.》
오! 진짜?
그 마음은 네꺼라고? 그 감정을 보여주고 들이대며 부담주면 그건 온전히 네것만이 아니란다.


《231. 이제 재인의 세계에는 엄마도 현조씨도 호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호계를 생각하면 도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한쪽 가슴이 아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때 소중하고 가까웠던 것들은 다 사라졌다. 재인은 그녀가 늘 실패하던 것에 성공했다. 연결되지 않고 끊어내는 것을. 그러므로 그녀는 이제 백지처럼 결백한 영혼을 지닌 새 사람이다.》
돌아보게 된다.
아파서, 귀찮아서 혹은 그냥 싫어서 쉽게 버리고 끊어낸 것들에 대해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소설에서 나는 사랑보다는 인생을 보았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일상의 오가는 곳이 일정한 패턴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억지로 지나쳐보내기도 하면서 써내려가는 인생.


《264.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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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고 고대하던 작품입니다.
누구나 다 알지만 원작을 그대로 알고 느끼기는 힝들었던 프랑켄슈타인! 200주년 기념 특별판!!!!!
일러스트까지 꼼꼼하게 신경쓴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고 싶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외모가 괴물인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이 괴물인지를 성찰하게 할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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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키르케가 어떻게 마녀 키르케가 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을 풀고 싶었어요. 여성의 성장을 그리스 로마신화는 어떤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는지, 수많은 이야기 속의 하나가 아닌 키르케 그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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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책이라는 문구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읽기를 희망합니다. 밝혀지지 않은 혼란의 기원전 역사를 책을 통해 알아가고 싶어요.그 이후의 역사들 또한 어떤 관점으로 풀어나갔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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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
김이율 지음, 박운음 그림 / 새빛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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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주는 부분은 없었지만 사소함을 이유로 무심코 흘려보낸 소중함들이나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며 '맞아,그랬었지'하며 일상속으로 스며들었다.
일면식조차 없는 이들과 나의 생각이 교집합을 이룰때 '사람사는게 어쩌면 다 거기서 거기구나'하는 생각이 든다.책을 읽고 있지만 글자가 아닌 타인의 생각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는,내 안의 나와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처럼 나이들어가면서는 정말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잘 지내는 일이라는 것을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슈가맨 >이라는 과거 스타의 노래를 다시 듣는 프로그램이 꽤 인기가 있었던걸 보면 그 시절 함께 공유했던 추억들이 낯선이들과의 유대감으로 줄줄이 소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팠던 그때도 돌아보는 지금은 추억이 된다. 공감없이 건네는 섣부른 위로는 때로 상처가 되지만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몇 안되는 존재로 가지는 희소성.
희소성에 대해 생각해보니 나의 인생이 그렇지 아니한가. 단 하나뿐인 '나의 인생'을 소중히 더욱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해 진다는 것은 편안해진다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편안해진다는 것은 소중함보다는 소흘해짐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당연한듯이 누리면서도 고마움은 무뎌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흘해지기 쉬우니 말이다.
생각해보자.
내가 내면의 나에게 가장 소흘한 사람이 아니었는지를.

시와 독백과 나에게 건네는 듯한 대화로 이끌려 들어간 독서였다. 바쁜 일상에서 한 박자 쉬며 창밖을 턱괴고 감상하는 듯한 '쉼'을 주는 책이었다.


《249.
그대여, 우리 너무 깊어지지 말자
웅덩이가 너무 깊으면
맑은 물도 썩기 마련인 것을
하늘이 너무 높으면
새들도 지쳐 쓰러지거늘

그대여, 우리 너무 집착하지 말자
사랑이 너무 질퍽하면
작은 상처도 큰 아픔이 되기에

그대여, 우리 정말 야트막이 사랑하자
아프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고
그리워할 만큼만 사랑하자

그립다는 이유로
하나가 되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마음의 감옥에 서로를 가두지 말자》

※출판사가 지원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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