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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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묘니 (지음) | 이기용 (옮김) | 이연 (펴냄)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판션은 오랜 병상 생활로 의욕도 없고 가족도 없이 생의 마지막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전부인 남자이다.
어느 날 생명의 불씨가 차례차례 사라져가는 게 느껴지던 적막한 밤에 눈이 번쩍 뜨이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갓난아이에게 영혼이 들어가며 다른 차원으로의 환생을 하게 된 주인공! 현재에서 과거로 타임슬립을 한 듯한 시대로 차원을 건너 환생했다. 고관대작의 사생아로 태어나 우리나라의 옛 서얼처럼 생활은 풍요로웠지만 신분의 한계는 있었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환생을 하게 된 그는 판시엔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며 한살 이전의 기억도 물론 가지고 있다.남들에겐 천재라 불리울만큼의 영민함 이었을테지만 판시엔에게는 지워지지 않은 전생의 학습!(요샛말로 개이득!!!)

변방의 버려진 자식처럼 할머니의 손에 자라다가 황실과의 혼사로 징두로 오게 되면서 여러 사건에 얽힌다.
자랄수록 궁금함이 커져가는 어머니의 비밀스런 존재와 죽음은 판시엔을 조여오는 위협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머니 '예칭메이'가 살아생전 이루었다는 '내고'를 통한 막강한 부와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었을만큼의 권력은 또다른 권력과의 대립에서 어어니는 목숨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가로 귀속된 '내고'를 손에 쥐고 권력의 맛을 본 장공주와 예칭메이의 아들인 판시엔에게 돌려주려 합법적 방법을 찾는 국왕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후계구도가 정신없이 일어나는 사건들로 숨돌릴 틈이 없다.

여종들을 모아놓고 영화 <트루먼 쇼>를 얘기하고, 시를 낭송하며 '리바이벌'은 안하니 잘 들으라는 대목에선 작가의 유머러스함이 보인다.
차원이 다른 세계이니 그들은 알리 없지만, 이 책 <경여년>을 읽는 우리는 알고 있는 두보의 시를 읊으며 판시엔은 시의 천재라 불리운다. 자신이 살았던 전생의 시대에서 보았던 소설 <홍루몽>을 표절하여 유명작가가 되기도 하고 경국에서 내노라하는 문장가앞에서 '백거이'의 시 300수를 읊어 모두의 우러름을 받기도 한다.
암투와 살인, 모략이 판치는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판시엔의 모습이 매력있다.


내고를 넘겨주기 싫어서 끊임없이 판시엔을 죽이려고 하는 장공주, 자신의 사위가 될 사람에게도 권력욕 앞에서는 가차없다.
북제에서 활동하는 경국의 밀정대장인 옌빙윈을 적국에 쉽게 넘기는 걸 보면 장공주에게 '내고'는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치키고 싶은 욕망 그자체다.

​그림자처럼 보이지않는 곳에서 그를 지켜주는 우쥬와 스승 페이지에의 도움으로 무술을 연마하며 기를 훈련해온 판시엔도 만만치 않다.
어머니가 남긴 검은 상자, 그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열쇠가 없어 알 수 없었다. 장공주의 침소에서 훔친 열쇠로 열어본 상자에서는 컴퓨터 키보드가 나왔다!
어머니 예칭메이도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환타지와 무협과 sf가 섞여 녹아든 흡입력이 있다.
드라마로 제작된 <경여년>이 큰 인기를 몰며 인생드라마라고 손꼽히는 이유가 있었구만...
그가 다른 세상으로 선택되어 환생한 이유는 무얼까?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환생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어머니 예칭메이는 어떻게 차원을 건너가 그 대단한 삶을 살게 된걸까?
장모인 장공주의 끊임없는 목숨의 위협속에서 린완알과는 애틋한 사랑을 계속해서 그려나갈 수 있을까?

다음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경여년:시간을 넘어온 손님>.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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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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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 이은선 (옮김) | 이봄 (펴냄)

​<아킬레우스의 노래>로 지상에서 인간과 신의 전쟁을 사랑으로 풀어냈다면, <키르케>는 지하로 밀려난 티탄족 신들과 천상의 올림포스의 신들에 대한 이야기다.

신화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하급신 님프, 그중에서도 '키르케'를 주인공으로 한 신화이자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받지 못했던 한여인의 이야기를 만났다.
키르케는 아름답지 못한 외모와 인간의 목소리를 닮아 학대받고 따돌려지며 가족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되풀이되던 비웃음을 받았다. 누구보다도 사랑으로 품었어야 할 엄마에게서 조차 사랑받지 못했다.

어부 글라우코스를 만나 사랑했지만 인간에서 신으로 변신한 그의 사랑과 숭배는 변질되었다. 그녀 '키르케'를 무인도인 아이아이에로 유배 가도록 한 죄는 무엇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금단의 파르마콘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죄를 곧이곧대로 자백하고 거짓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누군가의 희생이 되어야할만큼 사랑받지 못했던것이 죄였던 걸까?

《94.
가장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님프도 대체로 별 쓸모가 없는데 못생긴 님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미천하지.결혼도 하지 못하고 아이도 낳지 못하겠지. 가족에게는 짐이고 이 세상을 더럽히는 얼룩이겠지. 멸시와 악담에 시달리며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하니. 하지만 괴물은 항상 자기 자리가 있잖아.》

《101.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야, 키르케. 나는 아버지에게 마법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얘기하고,아버지는 내 말을 믿는 척하고, 제우스는 아버지의 말을 믿는 척하고, 그렇게 세상은 균형을 유지하지. 실토한 누나가 잘못했어. 》

​그녀의 유배지 아이아이에로 찾아든 많은 님프들과 길잃은 인간들은 키르케를 이용하려 할 뿐, 어느 신도 님프도 인간도 키르케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이가 없었다. 오디세우스를 만나며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아들 텔레고노스를 기르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신과 마녀라는 그녀의 능력과 별개로 세상의 다른 어머니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글라우코스, 다이달로스, 오디세우스를 만나며 여인으로서의 삶을 잠시 느껴보기도 하지만 매번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된다. 혼자가 아니었다면, '아이아이에'에서 고립된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다면 자신의 타고난 주술 능력을 그만큼 끌어올리진 못했을 것이다. 유배지는 요새가 되어 키르케와 텔레고노스,페넬로페와 텔레마고스를 지켰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의존하는 여성이나 여신이 아닌 스스로를 지키고 키울 수 밖에 없는 키르케는 얼핏 차가운 듯 보이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거절하지 못하는 따뜻함을 품은 마녀이다.
미노타우로스를 출산한 파시파에, 이아손과 메데이아, 길을 잃은 인간들, 페넬로페의 은신까지 도움을 요청받고 거절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냥한 모습이 아니었을 뿐.

《485.
나는 후회와 세월이 새겨진 거석처럼 너무 오랫동안 칙칙하고 근엄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건 남들이 나를 억지로 끼워맞춘 틀에 불과했다. 이제 그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 꿈을 꾸어 본다.
파르마콘을 통해 그녀 자신의 본성을 꺼내려 한다. 부디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

《500.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으니 그 나머지까지 가져보자. 나는 찰랑거리는 사발을 입술에 대고 마신다.》



모두에게 무시당하고 비웃음 받던 그녀가 아테나에게서 아들과 페넬로페 모자를 지켜내고 나중에는 아버지 헬리오스에게서 자신의 영원한 유배를 끝내는 담판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며 마녀로서, 엄마로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재능을 키워나가는 키르케 자신으로서의 성장을 보았다. 또한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과 혼자이길 원했던 시간만큼 누구보다도 누군가를 필요로 했던 애정의 욕구와 모성을 보았다.
높은 신들의 무시를 받았지만 그 어떤 신보다 따뜻했던 마녀가 아니었을런지.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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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작가님의 <아홉소리나무가 울었다>가 실감나게 공포스러우면서도 계속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후기를 보니 [소금비늘]에 기대가 마구마구 됩니다
인어가 등장하는 미스테리 판타지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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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이민자의 수용이 유럽의 죽음으로 이어지다.>
관심가는 주제입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조차도 옛말이 되어버린 지금에도 각국 내외에서는 보이지않는 국경과 민족주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요.
다문화 가정이 많은 대한민국에서도 깊이 생각하고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 된것 같아요
이민자 수용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지 <유럽의 죽음>을 통해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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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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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 이은선 (옮김) | 이봄 (펴냄)


이 책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펼치기 전 기대만큼이나 두려움도 있었다는 걸 미리 고백한다. 소설과 그리스로마신화를 멀리 했던 이유는 사람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해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리스로마신화와 소설의 결합이라니!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주는 기대감과 흥미로움이 결국 책을 펼치게 만들었고 읽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먹먹한 감동이 남았다.

​트로이 전쟁을 중심으로 전쟁 전과 전쟁의 한창에서 일어나는 주변의 이야기. 그리스로마신화를 책으로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트로이 전쟁. 파리스와 헬레나 그 두 사람으로 인해 벌어진 전쟁인데 여기 <아킬레우스의 노래>에서 그들의 비중은 없다.
그 전쟁에서 영웅으로 기억되는 아킬레우스와 그의 영혼의 동반자라 불리어도 무방할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일까, 우정이야기일까, 아니면 그들의 짧은 생을 연민하는 영웅에 대한 기록일까?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둘 모두 왕자로 태어났다.
아킬레우스는 여신의 아들로 아버지의 무한 신뢰와 전폭적인 지원아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반면 파트로클로스는 모자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왕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그리고 다른이들에게 모자란 취급을 받으며 없는 아이처럼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자랐다.
한번의 밀침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 사고에서 그의 해명이라도 들어보길 원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파트로클로스는 추방되어 고아로 사는 삶을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아킬레우스를 만나지 못했겠지만.

​《125.
"행복하게 살았던 영웅을 한 명만 대봐.없지?"
"그러네."
"그럴 줄 알았어. 명예를 얻는 동시에 행복해질 수는 없거든."
"내가 최초가 될 거야.너 때문에 그러려는 거니까"》

명예와 사랑, 둘 다를 가지고 행복해지고 싶었던 아킬레우스. 그는 전쟁에서 헥토르를 죽이고 그 다음 차례로 단명하게 되는 예언을 받았다.
처음부터 파트로클로스를 대놓고 미워한 테티스.그녀는 인간인 파트로클로스가 아들 아킬레우스의 곁에 있는 것이 마땅치가 않았다. 아들을 사랑해서 지키고 싶었던 걸까, 아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싶은 허영심이었을까?

《402.
"그 아이가 다음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다."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너를 위대하게 만드느라 내가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지 아느냐?"》

비뚤어진 모정은 신의 세상에도 있는 모양이다.
아킬레우스의 아들인 피로스는 자신의 뜻대로 길렀다. 아버지 아킬레우스의 외모를 닮아 아름다웠지만 인품은 그러질 못해 잔인하고 매정했던 그도 결국 남의 여자를 탐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아가멤논의 자존심과 아킬레우스의 자존심 대결에서 그리스군의 많은 희생과 아킬레우스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커져갔다. 사랑하는 이가 미움의 대상이 되어가는 모습이 가슴아팠던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출정했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헥토르와의 전면대결이었건만 복수심만 남은 아킬레우스는 예언대로 헥토르를 죽이고 파리스에게 또 다른 복수로 죽음을 맞는다.
아킬레우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예언이었을까, 사랑을 잃은 슬픔에 눈 먼 복수심 이었을까, 비뚤어진 모정이었을까.

​왕자로 태어나 한사람은 빛으로 한사람은 그의 그림자로 살았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는 빛 또한 의미가 없다.
불어있지만 경계를 마주하고 서로를 끌어안을수 없는 빛과 그림자는 저승에서는 하나가 되었을까...

​※출판사의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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