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시간도, 마음의 틈도 없던 때, 재능기부(있지도 않은 재능을 어찌 기부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마감일이 다가왔다. 동네 무가지에 두 달에 한 번 책 소개를 쓰는 것인데 어차피 자원봉사로 하고 있는거 이번 달은 못하겠다고 할까 아주 잠깐 고민했었지만, 나와의 약속은 맨날 깨면서도 남과의 약속은 꼭 지키려는 나. 그냥 하기로 했다.


책을 새롭게 고를 시간은 없고 내가 언젠가 잘 써보려고 아껴두었던 아이템을 꺼냈다. 이름하여 방탄헌정칼럼. 아마도 방탄소년단의 팬이 있었다면 그동안 나의 '읽었어요'가 방탄과 관련이 있음을 눈치채셨을지도.






























아마존에도 가보면 이렇게 세권이 함께 팔리는 책으로 묶여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책으로 보이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방탄이라는 키워드가 공통점이다. 아마존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는 역시 대단한 방탄이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Into the Magic Shop을 빼고 나머지 책들은 오래전에 읽었었기 때문에 급하게 다시 읽었다. 


'바람의 열두 방향'은 서너번 읽었던 책인데, 뮤직비디오 '봄날'에 영향을 끼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나머지 단편들은 어떤 것은 기억이 나지만 어떤 건 마치 처음 읽는 거 같았다. 역시...나의 기억력이란. 암튼. 어슐라 르 귄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고, 아직 르 귄의 작품을 안 읽어본 사람에게는 어떤 스타일인지 맛 볼 수 있는 좋은 입문서. 각 단편의 앞부분에 짧은 작가의 코멘트가 있는데 그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명한 오멜라스가 Salem, Oregon 를 거꾸로 읽어서 나온거라니. 작가의 눈은 뭔가 달라도 다른 듯.


'해변의 카프카'는 전에 영어로 읽었는데 짧은 시간에 다시 읽으려니 시간이 모자랄 거 같아 한글책을 구했다. 책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 안나!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첫번째 장을 다 읽기 전에 그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 아직 안 죽었어! 라고 혼자 뿌듯해 함. 근데 생각해보니 이건 내 기억력 덕이 아니라 하루키의 묘사 덕인듯. 한번 그 장면을 머리에 떠올리면 결코 지울 수 없는.


'데미안' 은 중3때던가 엄청 줄쳐가면서 읽었던 그 책인데! 헷세로 부터 시작하여 지드를 거쳐 카프카까지. 나의 중고등 학교 시절을 함께했던 작가 아니던가. 살짝 설레면서 읽었는데 이게 이런 내용이던가?? 구절들을 떠오르기도 하는데 줄거리는 처음 읽는 거 같았다는. ㅜㅜ


Into the Magic Shop 은 아무정보 없이 팬심만으로 읽었던 책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날 ' 저자가 '내 책에서 영감을 얻어주어 감사하다'라는 트위터를 올릴만큼 이 책은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轉 'TEAR'> 덕분에 뒤늦게 조명을 받아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나조차도 영어책은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읽는다는 결심을 깨고 직접 구입을 하였으니.... 책을 받아 보니 이 책은 회고록이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 환자로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제임스 도티는 열두 살의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마술가게에서 루스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인생이 바뀌게 된다. 원래 성공담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의 성공담만 있었다면 뻔한 그런 책이었을텐데 루스할머니에게 배운 가르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회고록 더하기 실용서라고 할까.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보다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이타심, 공감, 연민 이런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해 준 것도 좋았고, 그걸 또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도 굿.


Wings 컨셉의 영향을 주었다는 '스파이럴 추리의 끈' 이라는 만화책까지 탐독하였으나 이건 자리가 모자라서 칼럼에는 못 넣었다. 보통 3-4권 정도 고르기 때문에 매직샵까지 생각하면 4권이 다 된건데 숫자도 제대로 못 세는 나는 돼지아빠 짓을 하여 책 한권이 모자란다고 생각, 정신없는 와중에 만화책도 읽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김전일같은 추리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실망하겠지만 나는 미리 그런 내용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그랬는지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방탄의 윙스 컨셉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 생각해 보며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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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게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었다. 서재의 달인이 되신 다른 분들을 보면 양으로보나 질로보나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앗 이렇게 해도 달인이 되나? 싶어 나도 앞으로 계속 금딱지 붙이는 거 목표해 봐? 싶기도 하다. 아 근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많이 방문하는 서재도 아니고, 댓글이 많이 달리는 서재도 아닌데 댓글을 많이 단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거보고 그러니까 나는 열심히 여기저기 짝사랑을 하고 다닌 거구나 싶어 기가 좀 죽었는데 그거 덕분에 서재에 달인이 된걸까? 싶기도. 그럼 앞으로고 계속 댓글을 뿌리고 다녀야한다는??


서재의 달인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맘 잡고 밀린 리뷰 좀 써볼까 했는데 사진 올리는 데 오류가 난다. 이렇게 알라딘이 안 도와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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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12-23 0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방탄 관련 책들이 제법 있었군요?
전 동네서점을 갔더니 한 코너에 유명 연예인들이 추천하는 책 코너가 있는걸 봤었어요.
그곳에 랩몬의 ‘82년생 김지영‘책 추천이 있어 정말?했던 기억이 있네요^^
프시케님이 올려 주신 책들중엔 첨 보는 책들이 있네요? 음~~울애기들?을 위해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어요ㅋㅋ

서재달인 되신 것 축하드려요^^
저도 되긴 했는데 왜 됐는지 가늠이 좀 안되긴 했습니다만!!(저는 출석률인가?그리 결론 내린!!!)
댓글 달기 달인 코너는 좀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댓글을 한동안 막 달던 때가 있었는데 문득 내가 댓글을 많이 달면...뭐랄까? 내가 너무 할일 없이,시간이 남아 도는 것처럼 보일까봐...자존감이 하락되어 좀 자제하다보니 이젠 그게 귀찮아서 자제 그러다 지금은 어색해서 자제.ㅋㅋㅋ
그래서 문득 댓글 많이 달린 달인 코너보다 댓글을 많이 단 달인들은 다시 봐지더군요.
부지런하고,다정함 그리고 사교성을 갖추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행동들이에요^^

psyche 2018-12-25 05:38   좋아요 0 | URL
랩몬이 책을 많이 읽어서 추천하는 책들은 더 많고요, 이 책들은 방탄의 앨범이나 곡 뮤직비디오에 모티브가 되었던 책들이에요. 팬들을 공부시키고 책읽히는 아이돌이라고... ㅎㅎ

저 사실은 댓글이 달린 서재가 아니고 댓글을 많이 단 사람으로 선정되어 좀 민망스럽더라고요. 혼자 오지랍떨면서 설치고 다녔나 싶어서... 그런데 이렇게 좋게 말씀해주시니 칭찬에 힘입어 계속 댓글을 달고 다녀야하나? 싶네요 ㅎㅎ

유부만두 2018-12-23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사랑 아니에요. 저도 언니님 사랑한다구요.
방탄 관련 책으로 이렇게 꼽히는 거 처음 알았어요. 르귄 책은 사서 모셔만 뒀네요. 새해엔 먼지 털고 펴서 읽어봐야겠어요.

psyche 2018-12-25 05:41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랑은 우리 서로사랑이던가? ㅎㅎ
방탄앨범에 영향 끼친 책 말고 추천하는 책은 더욱 많다는... 지난 여름 한국갔을때 알라딘 중고서점에 ‘방탄소년단이 읽는 책‘ 코너가 있는 것 봤는데 아직도 있으려나

syo 2018-12-23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아 알라딘 놈들 달인을 이렇게 홀대하다니.... 달인의 한 명으로서 참을 수가 없네요!!ㅎㅎㅎㅎ

그렇지만 참아야지.
참겠지만 그래도 축하드려요 서재 달인!!^-^

2019년도 psyche님 화이팅!!
2019년엔 정신좀차려 알라딘....

psyche 2018-12-25 05:44   좋아요 0 | URL
그때 뭔가 오류가 있었는지 전에 올라갔던 사진들도 다 엑박이었어요. 지금은 다 나오네요. 쇼님이 호통을 친 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ㅋ

축하 감사드리고, 쇼님께도 축하를.2019 년에도 쇼님의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목나무 2018-12-23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뭔가 잘 안풀린다는 생각에 닥터 도티를 사서 읽었는데 나름 재밌게 읽었어요. 나도 방탄소년단처럼 되고싶다는 소망으로 읽긴했지만...ㅎㅎㅎ

서재의 달인 되신 거 축하드려요. ^^
새해에는 psyche님 글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psyche 2018-12-25 05:49   좋아요 0 | URL
저도 팬심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어요. 나는 그거 따라하기는 이제 너무 늙은 거 같고 젊은이들, 학생들이 한번 해보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설해목님도 달인 축하드리고요, 내년에는 더 자주 뵈요~

blanca 2018-12-23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서재의 달인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댓글 많이 다는 거, 그것도 능력이 있어야 그리고 공감 능력, 문장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댓글 달았다 말이 안 되어 지운 적도 종종 있는 걸요. 아, 그리고 추천해 주신 책들 보니 저는 <해변의 카프카>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는 느낌이 왜 이리 부럽죠? 저는 아직 안 읽어 봤는데 시도해 봐야 할까요? 저도 <데미안> 다시 읽고 충격 받았잖아요. 정말 처음 읽는 느낌이었어요.--;;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제가 읽었다고 생각한 책들이 그럴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2018년은 정말이지, 흑, 힘든 한 해였답니다. 프쉬케님도 저도 2019년은 반짝반짝한 일로 가득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도 잘 보내시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psyche 2018-12-25 05:52   좋아요 0 | URL
제가 댓글을 많이 단 것은 아마 서재 초보자여서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막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ㅎㅎ 저는 몇년간 계속 올해가 바닥이겠지 싶었는데 계속 더 밑에도 바닥이 있음을 보여주는 그런 날들이었어요. ㅜㅜ 내년에는 최소한 더 내려가지는 않기를.. 블랑카님도 좋은 일이 많은 2019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세상틈에 2018-12-23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맨날 눈팅만 하다 이번엔 축하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psyche 2018-12-25 05: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세상틈에님 유튜브 책 하울식 가끔 보는데 인사는 처음 드리는 거 같네요. 동영상 찍는 거 상당히 손가는 일인데 꾸준히 하시고 대단하세요! 2019년에도 계속 좋은 책수다 부탁드려요.

꼬마요정 2018-12-23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열 두 방향.. 저도 방탄 땜에 읽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ㅎㅎ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psyche 2018-12-25 05:58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도 방탄 팬이신가요? ㅎㅎ 저는 어슐러 르 귄 좋아하는데 봄날 뮤직비디오에서 오멜라스를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요.

축하 감사드리고, 꼬마요정님도 축하드려요.

카알벨루치 2018-12-24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사이케님? 뭐라 불러야하죠? 철학수업땐 사이케라고 근데 프쉬케도 되네요! 꼭 한번 여쭤보고 싶었네요 ㅎㅎ메리 크리스마스 하시고 건강하소서

psyche 2018-12-25 06:00   좋아요 1 | URL
영어식으로 읽으면 싸이키 뭐 이렇게 되는 건데 그냥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시면 되죠. ㅎㅎ 카알벨루치님도 달인에 선정되신 거 축하드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뒤늦게 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아마 오후가 되면 안방침대 위 작은 창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햇살을 피해 둘째 방 침대에 누워 책장을 보다가 이 책이 눈에 확 들어 왔었던 거 같기도 하다. 전에 둘째녀석이 한참 좋아해서 큰 아이가 북 페스티발에서 포스터도 받아다 주고, 티셔츠도 사줬던 그 책. 멀리 있는 둘째녀석 생각이 나서 이 책을 꺼내 들었나보다.


<헝거게임>의 성공 이후 디스토피아 YA 소설이 우후죽순으로 나왔고, 모두들 ,<헝거게임> 이후에 xxx,  <헝거게임>을 뛰어넘는... 등등의 수식어가 붙어있다. 이 책에도 역시 헝거게임 어쩌고 하는 현란한 수식어가 붙어있고 영화화도 되었다. 뭐 물론 그걸 다 믿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너무하잖아? 아무데나 <헝거게임>을 가져다 붙이다니!!!


이런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미래 사회의 모습이 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이버전트는 일단 기본이 안되어 있다. 다이버전트의 사회는 5개의 분파로 되어있고 학생들은 16살이 되면 적성검사를 통해 자신의 분파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분파에 속해서 그들만의 규율에 따라 평생을 살게 된다.  다섯 분파의 특징은 이렇다. 이타심, 용기, 평화, 지식, 정직. 그리고 그 특징에 따라 각 분파별로 맡은 직업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이타심의 분파는 (이름은 그새 까먹음) 정치,의료관련 용기의 분파는 군인이나 경찰 이런 식이다. 인간의 기질을 이 다섯가지로만 나눈 것도 말이 안되지만 사람이 그 중 하나만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래 다 양보해서 미래에 뭔 큰 재앙 때문에 인간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할 때 어떻게 이타심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나 의료 쪽에 있냐고. 정치 쪽은 오히려 정직한 분파가 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내가 이기적으로 뭔가를 결정할 때는 최소 그렇다고 인정할 거 아냐. 뇌물 같은 것도 안 아니 못 받을테고. 의료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잘 모르면서 남을 도우려는 마음만 있는 사람보다는, 이기적일지 몰라도 많이 아는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기지 않나? 일일이 따지자면 끝도 없다. 에효효


거기에 용기의 분파라는 Dauntless 는 군인이나 경찰을 한다는 데 그곳의 입문식은 무슨 조폭 가입식같다. 규율도 없고, 도덕성도 없고 이게 용기란 말이야?? 입문식에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실제로 막 죽는다- 탈락하게 되면 분파없는 사람이 되어 청소부나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네??? 이런 노동자들은 모두 패배자인가요? 일하는 데도 집도 없고, 먹을 것도 부족한 게 당연하다는 듯 그런 그룹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말도 안되는 입문식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니??? 버스기사, 청소부, 건설 노동자 등등을 모두 패배자(분파의 입문식을 통과하지 못한)로 설정해 놓은 게 너무 불편했다. 


아 쓰다 보니 내가 뭐하러 이렇게 길게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좋았던 책은 머리 속을 잘 정리해서 리뷰를 정성들여 써야지 하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 메모한 줄 안 쓰고 넘겨버리면서 별로였던 책은 흥분해서 막 쓰기 때문에 나중에 보면 좋았던 책의 리뷰보다 안 좋아했던 책의 리뷰가 더 많고, 길이도 길다. 아직도 지적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쓸데없이 에너지 쓰는 건 이제 그만.


다 읽고 나서 둘째에게 넌 이 책을 왜 좋아했었냐고 물었다. 둘째의 대답. 엄마 저 그때 중학생이었어요. 아. 그랬지. 


 한글 번역판 '다이버전트'의 광고 포스터에 오자가 있다.  용기의 돈트리스는 Dontless  가 아니고 Daunt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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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0-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헝거게임을 안 읽어봐서 헝거게임의 위용을 잘은 모르지만,
안 읽어본 사람들도 책이름은 알고 있어서, 이곳에서도 헝거게임 마케팅은 성행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둘째 생각에 둘째 책을 읽으셨다는 문장이 맘에 콕 박히네요.
저도 둘째가 훌쩍 자라 보고 싶을 때 둘째가 좋아하던 책을 읽어 보고 싶어요^^

psyche 2018-10-29 00:04   좋아요 0 | URL
앗 헝거게임을 안 읽으셨다니 그런 종류를 안좋아하시는군요! 뒤로 갈수록 힘이 좀 빠지지만 1편 헝거게임은 최고인데!
엄마는 지생각에 자기가 좋아했던 책 읽고 그러는데 그 마음을 자식은 알렁가 모르겠네요 ㅠㅠ

Gothgirl 2018-10-2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헝거게임도 안좋아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속습니다.. ㅡ.,ㅡ 다이버전트도 보고.. 메이즈러너도 보고.. 계속 이런 책을 집어드는 자신에게 짜증짜증 내면서 봤어요.. 이유는 아마 그러다 가물에 콩나듯 취향작이 하나쯤은 얻어걸리기 때문인듯 해요 그래도 그거 하나 얻어걸리자고 희생하는 제 오글거림과 정신피폐가 너무 심합니다 ㅠㅠ

psyche 2018-10-29 00:0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구나. 저는 헝거게임을 무지 좋아해서 또 속아요 ㅎㅎ 가물에 콩나듯 취향적이 얻어걸린다는 말이 백배 공감. 그거 때문에 너무 심해지는 오글거림과 정신피폐에는 백만배 공감이요!!!! 괴로워하면서 다시는 안본다면서 또 봐요.ㅜㅜ
 

남편이 세일이라며 사들고 온 사무엘 아담스 옥토버페스트를 보니 어제 본 레삭매냐님의 글이 생각나서 사진 한장 찍어봤다.
전에 전에 알라딘 굿즈였던 히치하이커의 오프너와 서재니까 읽던 책도 같이 놓고 찍었다.
실제로는 맥주마시면서 책을 읽은 게 아리고 팬심 뿜뿜으로 랩몬이 나왔다는 문제적 남자 2015년꺼 보고 있는 중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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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0-0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비루에 비해 새미가 좀 비싼 것
같더라구요 :>

역시는 맥주는 쌉싸름한 IPA가 최고
인 것 같습니다.

psyche 2018-10-07 02:4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여기서는 버드나 밀러보다는 비싸지만 싼편에 속해요. 로칼 맥주들이 좀 비싸요. 제가 한국 맥주값을 잘 몰라 비교가 잘 안되네요.
IPA는 브루어리마다 맛차이가 많아서 어떤 건 좋아하고 어떤 건 별로고 그렇더라구요. 제 입맛에. 저는 맛이 검증된게 아니면 페일 에일을 선택해요.
 














장르에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읽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로맨스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교과서 아래 혹은 서랍에서 살짝 꺼내 읽었던 책들은 모두 하이틴 로맨스. 아 뭐야 말이 안되잖아. 똑같은 패턴 너무 유치해! 하고 툴툴거리면서도 인기 있던 작품들은 다 읽었다. 난 왜 그러는지 몰라. 내가 싫어할 거 뻔히 알면서, 읽고 나서 성질 낼 꺼 뻔한데 읽고 또 읽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취향은 바뀌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다 보지는 않고 패스도 한다) 그래도 많은 경우 읽고 궁시렁궁시렁 훈수를 둔다. 어른용 하이틴 로맨스라고 불리는 로설에도 진출 막 화내면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상당량 읽었다. 나는 YA(Young Adult) 소설은 즐겨 읽지만 YA 로맨스는 싫어하는데 그러면서도 유명한 작품들은 또 거의 다 읽었다. Twilight, The Mortal Instruments 시리즈(섀도우 헌터스), Eleanor and Park, Everything Everything까지. 나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딸들이 제발 읽지 말라고 말리는데도 끝까지 다 읽고는 화낸다. 아니 싫어하는 장르면 안 읽으면 되지 왜 굳이 읽고 그것도 끝까지 다 읽으면서 화내는 거지? 참 이상한 사람일세. 물론 YA 로맨스 (얼만큼 러브 스토리가 나와야 로맨스라도 이름 붙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를 다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약간의 닭살과 유치함이 있었지만 그 걸 기꺼이 참아줄 만큼 좋았던 The Fault in Our Stars(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도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런 책을 찾아 헤매고 있는 걸까? 아니 나는 그냥 내 취향이 아닌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스스로를 괴롭힌 후 그 작품을 씹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고약한 성격일 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암튼

한국계 작가의 작품은 챙겨 읽으려는 편이지만 이 책은 내가 읽고 나서 화낼 것이 분명하므로 그냥 패스 했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네. 요즘 Crazy Rich Asians, Searching 같이 동양인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나오고 흥행도 잘 되어 고무적인데 나도 힘을 좀 보태봐? 먼저 도서관을 검색해보니 최근에 영화가 나와 그런지 대기번호 140번. 그래서 혹시 하고 오디오북을 검색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출 가능이다. 영화 보기 전에 읽단 책부터 보자고. 바로 다운 받아 듣기 시작했다.


다 들은 후의 감상은? 역시 로맨스는 내 것이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읽고 나서 막 화내면서 툴툴거렸을텐데 오디오 북으로 들었더니 마음이 관대해졌다. 시간을 따로 내서 읽은 게 아니라 운전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짜투리 시간에 들은 거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책을 읽어주는 나레이터가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 읽어주던지 로코를 직접 보고 있는 듯 피식거리면서도 귀가 즐거웠다. 하지만 관대한 마음은 여기까지인 거 같아 다음 책은 안 읽으려고. 영화도 당연히 안 보려고 했는데 책을 읽었다는 내 말을 들은 둘째가 유치하지만 재미있어요라고 한다. 영화 보고 또 화내면서 지적질 할 거 뻔한데 그러면서도 앉아서 고민하고 있다. 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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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이 책을 3권까지 다 읽은 친구는 자매애가 잘 그려져 있어서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아서 두 번 봤어요! 자매들의 이야기와 로맨스, 아빠와 딸의 관계도 좋았고, 무엇보다 라라진이라는 캐릭터가 좋았어요. 영화도 보시길 추천합니다!! ㅎㅎ

psyche 2018-10-06 17:04   좋아요 0 | URL
저는 감성이 메말랐나 달달한 거를 보면 트집잡을 거리만 생기더라구요.ㅜㅜ
이 책을 시작한 이유중의 하나가 세자매이야기라서도 있거든요. 저도 세자매라.. 근데 자매이야기에 로맨스가 조금이 아니라 로맨스에 자매이야기가 조금이더라구요. 뒤는 모르지만 1편은요. 영화는 아직도 고민중이에요. ㅎㅎ
 















이 책을 읽고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전미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트럼프가 대법관으로 지명한 Brett Kavanaugh가 고등학교 때 술 마시고 성폭행을 시도 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후 추가 폭로가 나오고 있음) 지난 목요일에 성폭행 시도를 폭로한 Dr. Ford와 Kavanaugh 의 청문회가 법사위에서 있었다. 법사위에는 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인준이 되면 상원의원으로 넘어가 표결을 하게 된다. 상원의원의 경우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51명이고 만약 공화당에서 1명의 이탈자가 있어 동수가 되는 경우는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가 되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통과되어 상원으로 간다면 Kavanaugh의 인준은 거의 확실시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어떻게 결정나는 지가 중요하다.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Jeff Flake의원은 청문회 후 Kavanaugh의 인준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발표하였다.Flake의원이 투표장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두 명의 여성이 따라와 그를 세웠다.



성폭행 피해자였던 두 명의 여성은 당신은 지금 미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너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네가 당한 일을 말하더라도 무시 당할 것이니  조용히 있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하며 당신은 누군가를 성폭행 한 사람을 대법관 자리에 앉히고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여성들이 얼마나 용감한지. 그리고 이렇게 격앙된 상태에서도 어쩜 저렇게 논리적으로 할말을 똑바로 잘하는지 들으면서 울컥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나를 똑바로 보세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당혹스러운 모습의 플레이크 의원은 투표장에 가서 찬성에 표를 던져 11:10으로 인준을 통과 시켰다. 하지만 그는 상원으로 가기 전에 FBI 의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결국 트럼프는 1주일간 FBI 조사를 지시하게 되었다. 사실 1주일동안 FBI가 얼마나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더군다나 30년도 넘은 사건이다) 증거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딘가! 이 모든 것이 오래 전 일이었지만 그런 사람이 대법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낸 포드 박사와 상원의원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를 내어 준 두 명의 여성 덕분이다. 피해자들이 드러내고 목소리를 낼 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Missoula의 결론이 떠올라 살짝 벅차기도 했다. (갑자기 UN에서 RM이 이야기한 #Speak Yourself 가 생각나네. 기승전BTS 라고, 나이 값도 못한다고 구박해도 어쩔 수 없다. 언젠가 BTS에 대한 나의 무한한 애정에 대해서도 한번 쓸 날이 오겠지)


과연 FBI 조사가 Kavanaugh의 인준이 무산될 정도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이후 여기저기서 그가 청문회에서 대답한 것과는 달리 술에 문제가 있으며, 취한 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두고 봐야지.


내가 좋아하는 맷 데이먼이 SNL에서 청문회에서의 Kavanaugh 모습을 흉내내었다. 청문회를 직접 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아니 실제로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하지? 하면서 4시간짜리 청문회를 직접 보았다. 세상에! 과장이 좀 있을 뿐 진짜 저렇게 했네? 나는 Kavanaugh가 심한 보수로 여성의 낙태도 반대, 이민도 반대하는 사람이라 그 사람이 종신직인 대법관이 된다는 게 싫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청문회를 보다 보니 이 사람은 인성 자체가 대법관이 되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는 사람이 민주당과 클린턴을 들먹이지를 않나, 오만하기가 이를 데가 없고 무엇보다 자기 통제가 안되는 사람인 것이다. 법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감정에 빠지지 않고 냉철하고 공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Kavanagh는 정반대로 자기 자신의 감정도 컨트롤 못해서 울먹였다가 소리지르기도 하고 심지어 비열하기까지 했다. 이 사람이 정말 대법관이 된다면 어찌 되려나 정말 걱정이다.


이건 맷 데이먼이 SNL 에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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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0-0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화당 지지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대법관 후보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를 봤습니다. 인지부조화의 전형
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중인격적인 캐버노의 면면이 연일 폭로
되고 있는 대법관 인준을 강행하는 공화당
의 모습에 어이가 없네요.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성향의 정당이 하나
있어 낯설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psyche 2018-10-04 02:21   좋아요 0 | URL
청문회 보면서 엄청 화나더라구요. 공화당 의원들의 모습이. 저들은 최소한의 양심이나 도덕도 없나 싶고, 저걸 보고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머리속이 어떤걸까 화나기고 하구요.
한국에서 많이 본 일들인데 미국도 똑같더군요. 아니 더하다고 해야하나... 참으로 한숨만 나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