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30일, 홍대에 위치한 꾸리에북스 출판사에서 진행된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인터뷰의 2부입니다.
* 아마미야 카린과 함께한 1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왼쪽부터 : 우석훈 교수, 다큐멘터리 감독 스치야 유카타, 아마미야 카린)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지나고 MBC 촬영을 위해 아마미야 카린 씨를 보내드려야 했지만 어쩐지 허전한 마음에 '한가한' 우석훈 씨를 붙잡았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밝히자면 실은 우석훈 선생님은 무척이나 바빴지만, 이 날만은 '상대적으로' 조금 시간이 남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날의 만남을 전해 들은 모 출판사 부장님께서는 "원고나 좀 빨리 주지"라고 말씀하시기도… 힘내세요!)  

원래 인터뷰를 진행하던 아래 사무실은 MBC에 양보하고 '프랑스 영화에 나오는 옥탑방' 같은 꾸리에북스 옥탑방에서, 한국 사회와 젊음과 빌어먹을 삶(이크!)과…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우석훈 선생님과 준비되지 않은 방담을 나누었습니다.


알라딘 : 아마미야 카린 씨가 일본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라는 표현을 <성난 서울>에 해주셨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롤 모델이 있을까요?  

우석훈 : 아마미야 카린은 작년 여름에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든 생각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거. 카린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그게 카린의 힘이에요. 복잡하지 않고, 독립적이죠. 하지만 한국은 복잡해요. 얽혀 있으니까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거에요. 여기 눈치도 봐야 하고, 저기 눈치도 봐야 하고… 만약 우리사회 20대 문화예술인들이 개인적인 이야기 외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한국에서도 나오겠죠.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는 말이 있잖아요(웃음). 일본의 경제위기가 만든 영웅이 아마미야 카린이죠. 운동하는 사람들도 아이콘이 필요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제가 다양한 일본 매체들하고 인터뷰를 하는데 그쪽 사람들이 하나 같이 아마미야 카린을 거물로 대우하는 거였어요. NHK나 아사히 같은 데서! 아마미야 카린은 우파들도 인정해요. 일종의 '키 퍼슨key person'인 거죠. 그런 힘은 사회적 발언의 영향력에서 나오는 거죠. 한국에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애기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비정규직 운동은 아직 크지 않았어요. 더 커지면 누군가 마이크를 들고 나서겠죠. 제가 주목하는 것은 아마미야 카린이 인디밴드 출신이라는 거에요. 문화 분야에서 그런 인물이 나왔다는 게 중요한 거죠. 80년대와 지금이 다른 점이, 학술은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한국에서도 예술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죠.  

알라딘 : 그렇지만 <88만원 세대>는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어느덧 출간 2년이 되어 가는데요,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자기평가를 한다면?   

우석훈 :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 운동이 당사자만으로는 안 되는 거거든요. 지지하는 그룹이 분명히 필요하고, 저는 그런 역할을 했던 거죠. 벌써 2년이 흘렀지만, 사실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사자 운동이란 말이 더이상 어색하지 않지요. 일본의 당사자 운동은 지금 '양산박'(* <수호지> 108 두령들의 본거지)이랑 비슷해요. 소개되지 않은 이들이 무척이나 많아요. 영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한 거죠.   

알라딘 : 한국에서 살아가는 젊은이의 하나로서, 계속해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현실이 있고, 당위가 있습니다. 현실은 싫지만 그렇지만 그 당위가, 이상이… 가능할까? 가능할까? 그런 생각. 모두들 불안하고, 일단 저부터도 불안해 죽겠으니까요.  

우석훈 :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불안을 먹고 살아요. 결국엔 다 불행해지는 시스템이죠. 그러니까 그걸 깨고 나가는 게 중요해요.

알라딘 :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5대 0. 왠지 익숙한 스코어인데요. (웃음)  

우석훈 : 흐름이 바뀌는 징후라고 봐야겠지요. 밀물과 썰물이 바뀔까 말까 하는 그런 미묘한 순간. 그때는 순간적으로 물의 흐름이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잖아요. 지금 반MB 정서가 만연해 있어요. 하지만 그런 정서가 어디로 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죠. 이명박도 민주당도 싫은데, 투표율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알라딘 : 어느덧 촛불 1주년이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우석훈 : 지금은 비록 잠잠해 보이지만, 실은 심화되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그때 거리로 나섰던 사람들이 어디 가거나, 이민 가고 이런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이 아직 다 여기 있습니다. 여전히 분노하고. 그래서 에너지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봐요. 문제는 어떻게 더 세게 막는 힘을 뚫고 나갈 것이냐겠죠. 그 에너지들을 모으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알라딘 : '우파'는 물론 일부 '좌파' 진영에서 내리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 한마디 하신다면?  

우석훈 : 그건 결국 자기 말 안들으니까 그런 거죠. (웃음) 촛불 들고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이라도 '무슨무슨당'에 가입해라, '무슨무슨단체'에 가입해라 한다고 가입하진 않거든요. 왜냐하면 생각이 다른데. 이 부분은 공유해도, 이 부분은 공유할 수 없을 수도 있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지로 프레카리아트 운동 하는 사람들과 기존 좌파 간에 갈등이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변환이 있을 거에요. '이즘ism' 체인지라고 표현할 만한. 정치가 아니라, 사회의 흐름 자체가 바뀌는 거죠. 이념으로 공고히 무장된 단체가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임시거점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알라딘 : 얼마 전 "사회과학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고 단언하셨던 기사를 봤습니다. (웃음) 사회과학 분야 담당자로서 묻겠습니다. 옵니까? 오나요?  

우석훈 : 네, 제 생각엔 그래요. 분명히 옵니다. 작년에는 장하준 교수와 폴 크루그먼의 책들이 널리 읽혔는데… 그렇게 시작되는 거죠. 실제로 외국은 사회과학 분야의 담론들이 굉장히 활발해요. 책도 많이 나오고, 또 많이 읽히고. 과거 70년대 등을 보아도 그렇죠. 문제는 중간중간 우리 이야기가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저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르네상스는 원래 많은 창조성, 수많은 담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를 가리키는 거잖아요. 저마다의 목소리가, 저마다의 담론이 필요하고, 그걸 하나로 모을 이유는 굳이 없다고 봐요. 역사적으로 공황 땐 그런 게 있죠. 활발한 담론들. 그런 게 없으면 정말 망하는 거니까. (웃음)  

금융위기는 길게 봐야 5년에서 10년, 그 사이에요. 그걸 좀 더 줄이고, 늘이는 것은 물론 그 후에 전환 될 사회에 대해서 '분석서'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번 전환에서도 과거처럼 외서, 외국의 이론들을 통해서 한국을 디자인 할 거냐는 거죠. 그건 말도 안되는 거에요.  

알라딘 :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저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 혹은 '20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우석훈 : 글쎄요. 직장인이라면, 서로 생각들을 비교적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동료들끼리 정치적 논의 그룹을 만들 수도 있겠죠. 금융위기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얘기하고, 토론하고, 공유하고… 비록 작은 행동이지만, 그런 것들이 결국 균일화된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 같아요.  

20대에 대해 얘기하자면… 제가 볼 때 20대의 문제는 기획력이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 이런 것에 대한 감각. 결국엔 경험이 없다는 거죠. 한 번도 일탈 행위를 해본 적도 없고, 그냥 순응하며 시스템에 맞춰 자라왔으니까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선 아마추어 정신도 사라졌어요. 돈은 안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서툴러도 내가 즐거운 일을 한다… 이런 것들이. 진짜로 사랑하는 무언가를 빼앗겼다고 해야할까요? 대신 남은 건 연애인데… 연애도 결국 일종의 계약관계잖아요?  

문학이나 음악 같은, 진짜 사랑해야 할 대상을 잃어버리고 그 자리를 돈으로 채운 게 지금의 한국사회에요. 돈은 영혼을 빨아 들이죠. 한국은 굉장한 상징사회에요. 돈이라는 심벌을 통해서만 상상할 수 있으니까. "1억이 생긴다면?"이란 질문에는 수많은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정작 악기를 앞에 두고 상상해 보라면, 무얼 할 수 있겠어요.  

60년대 사람들은 나뭇잎을 놓고 상상했죠. 생각해보세요. 그때 그 어려웠던 시절에, 문학소녀들이 나뭇잎을 보고, 새를 보고, 구름을 보고 상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대작가가 탄생하고 어떻게 지금의 문화가 가능했겠어요? 그때 이미 돈으로만 상상했다면, 지금 한국에 '문화'란 없겠지요. 상상력을 회복해야해요.  

알라딘 : 상상력 회복… 좋은 말씀입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책 추천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임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우석훈 : 일단, 영화.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 쉽잖아요.  

알라딘 : 영화요? 하지만 점점 더 헐리우드 영화 외에는 볼 기회가 차단되는 현실인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책 추천을…)

우석훈 : 헐리우드 영화라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그 물량에 빠져서 열심히 보다가, 또 많이 보고 나면 다른 영화를 찾아 보고, 그렇게 되잖아요. 사실 요즘엔 예전처럼 친구들끼리 모여서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이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지요. 굳이 날 잡아서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러가진 않잖아요? 요즘엔 DVD도 있고, 컴퓨터도 있으니… 그래도 친구들이랑 가끔 집에라도 모여서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아무래도 인터넷의 발달이 영향이 있겠죠?  

우석훈 : 네, 뭐, 영향이 있죠. 온라인에서 아무리 많은 블로그 이웃들이 있고 해도… 사실 우리한테 절실하게 필요한 건 '접속'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이에요. 얼마나 외로우면 자살 커뮤니티에 가입을 하고 그러겠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고 위로할 수 있는 공동체가 절실하다고 느껴요.  

알라딘 : 공동체가 중요하다… 생태경제학 4부작을 계획 중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곳에서 공동체의 문제가 비중있게 다루어지겠네요?  

우석훈 : 네, 결국 생태 논의와 공동체는 뗄 수 없는 문제니까요. 지금처럼 고립된 개인은 소비 말고는 갈 데가 없어요. 마음을 줄 곳도 없고. 그러니까 자꾸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데… 자신의 존재를 소비로 찾으려 한다면, 결코 답이 있을 수 없겠죠.  

알라딘 : 드디어 MD 다운 질문을 하게 되었네요! 생태경제학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우석훈 : 제가 지금 마무리 중이니 곧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한 두 달 정도?  

알라딘 :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다시, 비슷한 논의에서 먹거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데, 요즘 '돼지독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석훈 : 사실 몇 해 전부터 역병이 돌거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지금 같은 대량사육체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질병들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국가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문젠데… 사실 현재 MB정부는 보건맹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건에 대한 개념이… 그래서 또 한 번 정치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이건 뭐, 몇 명쯤 죽어도 상관 없지 않냐는 식이라… (웃음) 보건·생태 감수성이 지독할 정도로 없는 거죠.  

보건·생태감수성이 가장 높은 건 30, 40대 여성 그리고 10대에요. 그런데 50대 60대 할아버지들이 통치하다보니(웃음), 감수성이 다른 거죠. 소통이 안되는 거예요. 이건 기존에 있었던 좌와 우, 성장과 분배 같은 대립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대립이죠. 꼭 돼지독감이 아니라도,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거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그럴 때 초기 조치가 중요해요. 시스템적으로.  

(이때, MBC 측에서 우석훈 선생을 찾았다. 쳇, 공중파면 다냐!) 

알라딘 :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방황하는 20대 청년들에게 한마디!  

우석훈 : 한 두 번 실패해도 안 죽어요. 사회를 끌고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상,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상, 부모님들이 말해주는 상과 실제 한국의 상은 다르죠. 일본은 굉장히 촘촘한 사회에요. 하지만 한국은 아직 얼기설기, 약간 엉성한 사회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그만큼 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고,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틈이 있어요.  

하다가 실패해도 안죽습니다. 진짜 굶어죽는 일은, 한 100번쯤 실패하면 일어날까? 쫄지 말고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알라딘 : 뜨끔!! 


그리고 길을 나선 4월 30일의 오후. 햇살이 쏟아지던 홍대 앞은 참 눈이 부셨고 난 그늘 속을 걸어 회사로 돌아왔다.

 

 책소개 :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과 일본 ‘프레카리아트 운동의 잔다르크’ 아마미야 카린이 분노한 서울의 한복판에서 만났다. 이들은 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 단연 1위, 20대의 절반이 무직인 한국의 20대에게 미래는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희망과 연대의 사회학을 모색한다.

시급 3천원으로는 살 수 없다! 초콜릿으로 사고파는 연애 자본주의 타도하자! 절박한 삶의 구호를 외치는 독특한 여성이 일본에 나타났다. 그녀의 이름은 아마미야 카린. 어렸을 때부터 왕따와 자살미수를 경험하고, 우파에서 좌파로 전향한 아마미야 카린은 자신의 고단한 삶의 뒤에는 사회의 병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아마미야 카린의 목표는 “위협받지 않고 일하며 살 수 있는 사회”이다. 무직과 가난은 ‘자기 책임’이며 정신과 도덕,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정신적 우익들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다닌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애국’은 없다. 조국을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더욱 전가시키는 국가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국가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고, 귀 기울이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찾아간다. 그녀의 주특기는 사운드데모이고 노이즈액션이다. 카린의 복장이 요란하고 그녀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것은, 가난한 사람들은 비가시적인 존재이고 그들의 목소리는 강요된 침묵이기 때문이다.

카린은 생존이 걸린 빈곤 앞에서 좌와 우가 없다고 명쾌히 정리한다. 어떤 이들에게 아마미야 카린의 행동은 천방지축이고 좌충우돌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녀의 새로운 화두는 연대(連帶)이고, 빈곤과 차별이 있는 사회라면 어디든 “아마미야 카린이 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06-1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지난뒤에 읽었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

활자유랑자 2009-06-16 23:32   좋아요 0 | URL
왠지 뜨끔!! 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네요. :)
 

당신의 삶을 바꾸는 글쓰기, 아직 늦지 않았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글쓰기 공작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많은 글쓰기 책들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시장의 법칙. 업무를 위한 '실용적 글쓰기'에서 블로깅 등 취미를 위한 글쓰기, 시나리오 작법, 소설작법, 시작법 등 보다 '전문적인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꽤나 다양한 책들 사이에서 우리는 필요나 취향, 추천에 의해 '나만의 글쓰기 책' 목록을 추린다. 오늘 소개할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당신의 리스트를 갱신할 가장 따뜻한 신간이다.   

물론 저마다 다른 이유와 필요, 욕망이 있다. '파워 블로거가 되고 싶은데', '부장님이 기안 좀 똑바로 쓰라고 하는데', '시인이 되면 여자가 생길 것 같은데', '부커상을 받고 싶은데', '쏙이 답답해서 못살겠는데'…  하지만 그런 '저마다'들을 통칭 '사람'이라고 부르듯, 결국 그 모두는 '글쓰기'라는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는 법.  

하여 소설가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기교가 아니다. 김훈의 문장, 체홉의 묘사, 챈들러의 직유, 줄리언 반스의 수다… 물론 멋지고 부러운 것들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손 끝의 비즈니스가 아니고, 쓰는 이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누군가의 삶을 살 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글을 써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 공작소의 '공훈(工訓)' 혹은 '작훈(作訓)'이다. 

글쓰기 혹은 나를 바라보기

피아노 학원에 처음 간 사람이 베토벤을 치려고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미술학원에 등록하자마자 고흐가 되려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상식이 글쓰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이만교는 말한다. 많은 이들이 첫 습작부터 레이먼드 카버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글자'를 처음 배운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해온 일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막연한 자신감 혹은 자신에 대한 기대는 대부분 독이다. "나는 재능이 없어"라는 레토릭의 근원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자. 정말로 '재능이 있는' 사람이 혹은 '천재'가 그런 말을 하는 일은 없다. ('입치료'라는 친숙한 별명으로 불리는 이치로는 언젠가 "사람들이 나에게 천재라고 하는 것을 들으면 화가 난다. 그들은 내 노력을 알기나 알까?"라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천재가 아닌 사람들이 천재를 정의하는 이상한 상황. 그것은 결국 글을 쓰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라고 책은 말한다. (물론, 신고할 것이 없냐는 세관원의 질문에 "내 천재성뿐"이라고 대답했던 오스카 와일드는 예외다)

그렇지만 나는 글을 잘쓰고 싶다! 집안을 살리기 위해 상금 1억원이 필요하다! 글쓰기 비법 A to Z 를 내놔라! 라고 소리치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이만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일단 써라, 그대신 솔직하게. 1억원을 타려는 욕망에 당신은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전혀 아니고, 글쓰기를 추동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그건 왠지 올바른 작가의 모습이 아닌 것 같으니 뭔가 다른,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서 1억원을 타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그건 틀렸다는 것이다.

당신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 보는 것. 그래서 그냥 "1억원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당신의 욕망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것을 토대로 글을 써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글쓰기라고 글쓰기 공작소는 가르친다. 도박빚에 찌들었던 도스토옙스키가 돈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그토록 처절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고, 그렇기에 글쓰기는 삶과 뗄 수 없다. 세상에 쉬운 삶이 어디 있던가? 

글 안쓰면 개고생이다!?

삶의 층위에서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책에는 그래서 폐부를 찌르는 구석들이 많다.  

"나를 종종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앗, 뜨끔! 이래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 결과 작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쓰면 된다. 조금 끄적이고는 '나는 왜 이럴까', '재능이 없어', '악마에게 팔 영혼이 있었으면' 하며 자괴감에 빠져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럴때 바로 이 책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책 답게 보도자료에도 좋은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아래 부분.

짜증이 난다. 우울하고 괜시리 화가 치민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뭘까. 술? 수다? 노래방?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바로 그런 순간에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낱낱이 파헤치고, 고민을 끝까지 밀고나가야만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고민과 갈등을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맞부딪치는 것. 그래서 자신의 삶 또한 치열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바꾸고 삶을 바꾸는 진짜 글쓰기다

"짜증이 난다. 우울하고 괜시리 화가 치민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지? 당신의 고개가 끄덕이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이 책과 함께 글쓰기를 시작할 순간이다.

책속에서

“이렇듯 실질적 정직은 글쓰기의 기본정신이다. 실질적 정직 없이는 글감 자체가 생겨나지 않는다. 반대로 실질적 정직을 유지한다면 삶의 모든 것이 글감으로 변한다.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적 목소리가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끝없이 자기 마음속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잠을 깬 순간 밤새 꾼 꿈을 차근차근 되새김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낮 동안의 머리와 마음속에 떠오른 크고 작은 미망과 생각과 행위 하나하나까지도, 다가오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느낌과 상상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 36쪽
구입하기

이 책을 함께 추천합니다
창의적인 글쓰기의...
로버트 그레이엄 외 지음, 윤재원 옮김 / 베이직북스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글쓰기 공작소>출간 기념 이벤트
이만교와 함께하는 글쓰기 워크숍에 초대합니다!

기간 : 2009년 5월 11일 월요일 ~ 2009년 5월 24일 일요일
이벤트 자세히 보기

댓글(6) 먼댓글(1)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글쓰기는 어렵다?! 글 못 쓰는 블로그 운영자의 고민
    from 그린비출판사 2009-05-12 18:53 
    글쓰기는 어렵다?! 글 못 쓰는 블로그 운영자의 고민―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지난번에 “나는 왜 책을 못 읽을까?”(바로가기)에 대해서 포스팅했었죠. 오늘은 “나는 왜 글을 못 쓸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아.. 제가 좀 못 하는 게 많군요. 흠;)# 글쓰기의 어려움 "나에게 글쓰기란?" 이벤트 댓글보러 가기 얼마 전, 그린비 홈페이지에서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미니북 증정 이벤트로 “나에게 글쓰기란?”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Leipiel 2009-05-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항상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알리딘 인문MD님도 글을 재미있게 잘 쓰시는 것 것아요.

활자유랑자 2009-05-15 13: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롱이 2009-05-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쓰기 공작소 읽으면서 리뷰를 쓰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차 올랐습니다. 여기 더 멋진 리뷰가 있네요~~ㅎㅎ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활자유랑자 2009-05-20 17:27   좋아요 0 | URL
이번 주에 인터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혹시 이만교 씨에게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고맙습니다. :)

미달이아빠 2009-12-0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서 볼 순 없지만 빌려서 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ㅎ

활자유랑자 2009-12-13 04:25   좋아요 0 | URL
강력추천!
 

모두들 애써 외면하고 있는 진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아마 이런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는 존재하지만 우리 것은 아니고 아마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시침을 떼고 모른척, 오늘도 토익책을 읽고 적금을 붓는다. 그쪽이 마음 편한 것이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를 통해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짱돌을 들어라!"고 말했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가난뱅이의 역습>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만국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인터넷 신조어)이여 궐기하라!"  

이 책은 가난을 불평하지도, 그렇다고 인내하지도 않는다. 단지 죽도록 일만하고, 그 결과로 더욱더 피폐하고 가난해지며 부자들의 배만 불리는 경쟁사회의 쳇바퀴에서 빠져 나올 것을 권할 뿐. 당연하게도,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난이다. 대신 그 가난은, 다른 누구의 배를 불리지도 또 다른 누구의 밥을 빼앗지도 않는 그런 가난이다.  

'대안 가난' 혹은 '공정 가난'이라고 해야할까?  

다시 말해 그것은 "평생 시시껄렁한 일을 해야 하는 노예"의 가난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공짜로 살아갈 수 있는" 가난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임승차'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이의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는 일이니. 도무지 가난뱅이들끼리 싸워서 어쩌겠다는 건가? 

<습지 생태 보고서> 최규석의 삽화와 어우러진 텍스트는 꽤나 발랄하게 씌어졌지만 웃으며 넘기다 보면 이 책이 철저한 실용서 임을 깨닫기란 어렵지 않다. 이 농담 같은 책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농담도 그런 농담이 없다.  

책 한 권 값도 사실 만만치 않은 우리 가난뱅이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옮기는 것은 책의 서문 격인 '첫머리'와 '첫머리(속편)'이다. '가난뱅이 선언' 쯤으로 들리는 이 두 편의 첫머리를 보고 있자면, 책의 내용과 저자의 영리함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듯. 백문이 불여일견!

* 첫머리

미안, 쫌 심했나? 큭, '공짜로 살아가는 기술'이라고라? 말이 그렇지, 흠 그리 만만하진 않단 말이야…. 하지만 그보다 훨씬 끝내주는 작전을 알려줄 테니까 안심하라구!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참 재미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어!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그러면 안 돼, 저 사람처럼 살아라…. 아이고, 시끄러!  

요즘 '격차 사회'란 말이 유행하면서 모두들 '더 나은 생활'이라는 압박에 시달리는데 말이지, 이거이거 정신 나간 세파에 꼭 뛰어들어야 하겠어? 그렇게는 못하겠단 말씀이야! 누굴 바보로 아나! 대충대충 월급쟁이가 되어 30년 대출상환으로 집을 사면 도망도 못 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잖아. 빠릿빠릿하지 못한 남자하고 결혼해서 따분한 가정주부로 살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아이 목을 졸라 죽인 여자도 나타나고 말이야. 회사에 충성을 바쳐 아르바이트직에서 정규직으로 착착 승진해서 출세하려고 했는데, 사실은 혹사만 당하고 찬밥 신세가 되니까 우을증에 걸려 죽어버리잖아. 아니, 이런 김밥 옆구리 터지는 얘기가 어디 있어?  

어이, 이렇게 될 바에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멋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아? 지금 실업자 지원이나 프리터 대책 같은 걸 봐도 결국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라' 하는 얘기밖에 안 돼.  

근데 요즘 같은 세상에 '제대로'라는 게 뭐지? 말도 안 되는 저임금에 일만 죽도록 하다가 피로 좀 풀려고 거리에 나가면 이거 사라, 저거 사라, 귀가 따갑다구. 신상품에 발이 채여 괜히 사고 싶은 마음만 들잖아. 월급이 쬐금 많은 놈이라도 어쩌다 보면 돼먹지 못한 비싼 전자레인지 같은 걸 사는 데 보너스도 다 써버리고 무일푼이 된다구. 그런 꼴 당하기 싫어서 어디 가서 좀 쉬려고 둘러보면, 공원 벤치엔 요상한 팔걸이를 만들어서 낮잠도 잘 수 없고, 기차역 대합실이었던 자리에는 어느새 스타벅스가 들어앉아 있으니…. 쳇, 재수 없어…. 돈이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집에 들어가잖아? 텔레비전을 켜보라구. 사채 광고가 왕왕 돈 빌려준다고 난리를 떤다구. 예쁜 아가씨가 돈 빌려주는 줄 알고 입을 헤 벌리고 돈 빌리러 가보라구. 사람은 코빼기도 안 뵈고 기계만 떡하니 버티고 있다구. 그 다음엔? 필요 이상으로 험상궃은 아저씨들이 빚 받으러 찾아오신다구…. (이쿠! 그런 얘기까지 할 건 없잖아!) 여하튼 돈은 안빌리더라도 말이지, 매일 죽어라 일해서 PDP 사고, 세탁건조기 사고, 돈 모아서 도요타 자동차 사고(물론 대출 받아서!), 불경기로 찌부러진 치바나 사이다마 근처 땅에 30년 상환 조건으로 내 집 사고, 마지막으로 퇴직금을 탈탈 털어서 자기가 들어갈 무덤을 산단 말이지…. 결국 죽을 때 가져갈 땡전 한 푼 없이 써버리는 것, 그게 바로 제대로 된 '격차 사회'고 '더 나은 생활'이란 말이야….  

…흥, 이거 뭐야! 시시해, 답답해!! 

말하자면… 정사원으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집도 사고해서 이제는 '우등반'(* 우등반 : 일본어로는 '가치구미', 즉 승자들의 집단을 말한다. 상대어는 '마케구미', 즉 패자들의 집단으로 '격차사회'의 양극화를 나타내는 유행어)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자네! 우쭐거릴 일이 아닐세! 안된 얘기지만, 자네도 이미 각 잡힌 가난뱅이란 말씀이야. 진짜 '우등반'이란 말이지, 잠깐 일을 쉬거나 몇 년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돈이 굴러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놈들이라구. 이런 놈들은 무지무지 노력하고 무지무지 재수가 좋아야 해. 그러니까 보통 사람한테는 무리지. 게다가 아무것도 안 하는데 돈이 들어온다는 말은 누군가 대신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니까, 시대를 잘 타고났기에 망정이지 옛날 같으면 가난뱅이들이 멍석말이를 해서 먼지 나도록 흠씬 두들겨 패주었을 것이라는 말씀.  

그런데 우리가 손가락 까딱 안 하고 빈둥빈둥 놀면 어떻게 되지? 백발백중 눈 깜짝할 새 돈이 떨어져서 찍소리도 못하게 될 거란 말이야.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가 같은 우리 인생은 자타 공인 가난뱅이란 말씀. 아니 현재 일본 사회의 90퍼센트 이상은 가난뱅이 계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걸! 모범수냐 문제아냐 그런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은 강제노동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거야. 흐음, 이거 그렇다면 탈출해야 하는 거 아냐?  

이기는 사람도 없는 경쟁사회에 휘둘리기는 죽기보다 싫으니 말이야!  

그런데 마음대로 살 거라고 선언이라도 해보라지. 좀 더 노력해보라는 둥, 세상을 위해서 일하라는 둥 설교하려는 놈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라구. '사회를 위해 고생이 되더라도 노력한다 -> 세상이 나아진다 -> 떡고물을 얻어먹는다'는 건 부자들이 듣기 좋으라고 내뱉는 말이지. 이렇게 하면 우수한 노예가 될 뿐이야…. 거짓부렁! 뻥이야! 그만두는 게 좋다구.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나중에는 새 발의 피 같은 돈 부스러기나 얻어 쓸 수 있을 뿐이니까.  

그에 비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 좀 곤란한 일에 부딪힌다 -> 몸부림친다 -> 어떻게든 된다(무슨 수든 쓴다)'는 생각을 해봐. 이게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방식 아냐? 이거야말로 얼마나 인간답고 즐거우냔 말이야. 

조오타. 이렇게 된 바에야 멋대로 살아볼까! 야호! 시시한 놈들이 지껄이는 말은 듣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보자. 우리 가난뱅이가 이 세상을 한바탕 걸지게 뒤집어보자! 좋아 좋아! 정했어! 축제란 말이다! 시끌벅적 한판이닷! 

* 첫머리(속편) 

근데 잠깐만 기다려! 당신들, 덤비지 말구 내 말 좀 들어봐!! 

세상은 의외로 빡빡하다구. 기죽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근처 공원에서 매일 낮잠이나 자보라지! 그런 과격한 행동을 개시하면 먼저 근처 골목대장들이 알아보고 "저 사람, 회사도 안가나 봐!" 하고 밀고를 해서 동네에 금방 소문이 쫘악 퍼져.  

더구나 갑자기 아무 일도 안 하고 낮잠만 자고 있으면 조만간 돈이 떨어질 게 뻔하잖아. 학생이라면 학교에서 쫓겨날 테고, 방세가 밀리면 집주인한테 방 빼라는 소리를 듣겠지. 배가 고파 빵을 훔치다가 걸리거나, 공갈 좀 해보려다 실패해서 중학생한테 린치를 당할 수도 있어. 이웃의 판잣집에 가서 사기 반 공갈 반으로 "댁에 흰개미가 득실거려서 집이 무너질지도 몰라요! 200만 엔만 들이시면 제가 고쳐드릴게요"하고 말했다가 거짓말이 들통 나면 노친네한테 멱살을 잡힐 수도 있어(옛날 노친네들은 의외로 힘이 세거든). 할 수 없이 벤치에서 풀이 죽어 자다가 굶어죽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멋대로 산다는 게 그리 녹록지 않다, 이거야.  

그럼 어떻게 하라구?! 

첫째 돈을 물 쓰듯이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인간의 본연적인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야. 그럼 어떻게 하느냐. 고고한 척하며 가난을 자랑거리로 내세워봤자 궁색하기 짝이 없거든. 그것보단 여차해서 큰 일이 나도 잘 넘길 수 있는 생활 기술을 익혀두자는 말이지. 또 거리 전체, 지역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밝고 씩씩하게 살아간다면 서로 도울수도 있고 훨씬 살기가 편해지지 않을까? 게다가 자기 힘으로 일도 하고 놀이도 해나간다면 스트레스도 낭비도 훨씬 줄어들 거야. 그렇게 못살게 하는 방해물이 나타나면 꼼짝 못 하게 물리치는 기술도 습득해두면 범에 날개를 다는 격이지.   

야! 야! 야! 매일 얼근하게 취해서 노세노세 하는 베트남 식당 주인을 보라구! 오후에 일을 마치고 거리를 배회하면서 춘화를 보여주겠다고 하면 벌떼처럼 모여들던 에도시대 상인들은 어떻구! 밝고 씩씩하게 살아도 세상은 돌아가기 마련이야! 위대한 조상들의 뒤를 잇자구! 

이 책은 격차 사회의 승자 반인 '우등반'을 향하느라 평생 시시껄렁한 일을 해야 하는 노예가 되는 기술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공짜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몸에 익히는 데 도움을 줄 거야. 다시 말하면 이 책은 우리 가난뱅이 계급의 서바이벌 기술 실용서인 셈이지! 자, 어때? 침 넘어가지 않아? 

축제를 벌이자! 시끌벅적 한마당이닷!


댓글(0) 먼댓글(2)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놀아봐야 놀 줄 알지 - 마쓰모토 하지메, &lt;가난뱅이의 역습&gt;, 이루, 2009
    from Fly, Hendrix, Fly 2009-04-21 19:26 
    가난뱅이의 역습 -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이루 세상에 처음부터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없다. 기타를 잘 쳐보려면 기타를 일단 잡아야 하고, 춤을 잘 춰보려면 최소한 TV에 나오는 댄서들의 안무를 따라는 해봐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 참 많은 사람들이 해보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넌 경험이 없어서 안 돼.”라고 말하는 경우다. 요새 취업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요구하..
  2. 가난뱅이의 역습
    from 으악! 2009-09-13 22:52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직접 해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했던 작전들을 소개해준다. 책에 나와있는 오프라인 작전들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 작전들은 평화적이면서 재미도 있어보이고 사람들 사이의 정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따라해보고 싶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느냐, 이거다. (p.201)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생각만 하는 것이..
 
 
 

정민 교수의 새 책 제목이 <아버지의 편지>라니, 무언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편지'를 받아 본 기억은 없지만, 그 말은 내게 한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아버지는 가끔 그렇게 형광펜으로 줄을 그은 신문기사를 편지봉투에 넣어 보내오곤 했다. 언젠가는 편지봉투를 뜯어보니 조선일보 기사가 나왔다. 그때까지 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거나 조선일보에 글을 실은 적이 없었다. 펼쳐보니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유미리에 관한 기사였다. 아버지는 유미리라는 이름에, 그리고 '방황과 절망이 빚어낸 문학성'이라는 홍사중씨의 칼럼 제목에 각각 붉은 형광펜 칠을 해놓았다.

동봉한 편지에 아버지는 "나는 너를 믿는다. 네 소신껏 희망을 갖고 밀고 나가거라. 어차피 人生이란 그런것이 아니겠냐"라고 써놓은 뒤, '아니겠냐'의 '겠'과 '냐' 사이에 'V자'를 그려놓고 '느'를 부기했다.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나는 '아니겠냐'라고 쓴 뒤에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중간에 '느'자를 삽입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이가 생긴 뒤에야 나는 그게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알게 됐다.

- 김연수, '뉴욕 제과점' 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p.74)

그리고, 바로 그 작가와 얼마전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잠시 틈을 타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저희 과 행사에 오셔서 뵌 적이 있는데, 작년에도 또 오셨다면서요?"

"아… 정민 선생님이 전화를 주셔 가지고요. 시간 있냐, 하시는데 아마 그 몇해 전에 제가 갔었다는 걸 모르셨던 모양이에요. ("아, 그때는 안식년이셨을 거에요") 네… 그래서 뭐 못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웃음)"

그렇다. <아버지의 편지> - 김연수 작가 - 정민 교수로 이어지는 이 '크리'의 동시성(synchronicity)! 그것이 이 좋은 금요일에 꼼짝없이 이런 페이퍼를 쓰게 만든 것. 아 이 가혹한 운명이란…


어쨌거나 정민 교수에게는 그런 면이 있는 모양이다. 거절하기 힘든 면이. 그에 더해, 여느 대학 강단에서 보기 드물게 조는 학생들의 꿀밤을 때리기도 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학생들(?)을 준엄하게 꾸짖기도 하는, 그런 모습이. 그러니까 '아버지 같은'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그래서 내게, 대학 내내 요리조리 빠지며 그 분의 수업을 듣지 않도록 만들었던 모습이.

하지만 자식은 언젠가 자라 또 다른 자식의 아버지가 되고, 제자는 어느새 자라 스승의 책을 판다. "그게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는 온전히 알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그의 책을 눈앞에 놓고 있는 오늘, 그 마음만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것만 같고(그래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부질 없는 말을 자꾸만 늘어놓게 되었다는 이야기. ('왜 이 페이퍼는 개인적일 수 밖에 없나'에 대한 길고 지루한 변명!)

너무 늦었지만 각설하고 들어가면,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편집장의 선택'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선인들의 생동하는 삶과 사유를 오롯이 담은 글을 우리에게 소개해 온 정민 교수가 이번엔 옛 아버지들의 편지를 소개한다. 오늘날 부모들이 자식의 대학입시에 목을 매듯 자식의 과거 급제를 위한 노심초사에서부터, 직접 담근 고추장을 보내니 사랑채에 두고 밥 먹을 때마다 함께 먹으라 이르는 자상함에 이르기까지. 이황, 유성룡, 박지원 등 우리에겐 그저 역사 속 인물로만 남아 있는 인물들의 자식 사랑이 우리의 부모와 다르지 않아 더욱 애틋하기만 하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편지의 주인공들은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총 10명의 인물들. 눈익은 인물도, 조금 눈설은 인물도 있지만 시시콜콜하고 노심초사하며 사려깊기도 한 편지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모두 낯익은 아버지의 모습이라는 것.

아버지의 모습이야 사실 설명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장 즐거웠던 편지 한 토막을 옮기는 것으로 부족한 설명을 대신하려 한다. 역시나 연암 박지원의 '고추장 편지'. 사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편지이고, 책 속에는 연구자가 아니라면 모를, 그렇지만 멋진 다른 편지들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아쉬움이 커서.



직접 담금 고추장 한 단지를 보낸다 - 안의에서 종의에게 보낸 편지


'아동기년(我東紀秊)' 2권을 지었다. 실로 소략한 점이 많으니 탄식할 만하다. 비록 그렇긴 해도 상고하여 살피기는 좋으니, 모름지기 뇌아(차남 종채)에게 주어 때때로 자세히 살피게 하는 것이 좋겠다. 어려서 총명할 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박씨가훈(朴氏家訓)' 1권은 올라갔더냐? 선조의 휘자(諱字)는 푸른색 종이로 가리면 어떻겠느냐? 이 책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서는 안 된다.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소학감주(小學紺珠)'는 간신히 베낀 것인데 잃어버렸다니, 어찌 애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네가 서책에 대해 성의 없기가 이와 같으므로 늘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나는 문서를 살피는 여가에도 오히려 한가한 일에까지 미쳐 때때로 책을 저술하고 혹 법첩을 임서하며 붓 글씨 연습을 한다. 너희가 1년 내내 무슨 일을 일삼고 있는 게냐?

내가 4년 간 '강목'을 열심히 읽어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읽었어도, 늙고 보니 책만 덮으면 문득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작은 책자 하나를 만들어 초록했지만 전혀 긴요하지 않은 책이 되고 말았다. 나는 비록 손발이 근질거려 한 것이라 스스로 그만둘 수는 없지만, 너희가 심심하게 날을 지내며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는 생각을 하니 어찌 매우 애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젊을 적에 이와 같다면 장차 늙어서는 어찌 지내려는 게냐? 허허!

고추장을 작은 단지로 하나 보낸다. 사랑에 놓아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손수 담근 것인데, 아직 잘 익지는 않았다.

말린 고기 세 접
곶감 두 접
볶은 고기 한 상자
고추장 한 단지.

(본문 200~201페이지, 편지 전문)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아버지의 마음, 그러니까 "'아니겠냐'의 '겠'과 '냐' 사이에 'V자'를 그려놓고 '느'를 부기"하는 마음 같은 것이 애틋하고 또 절절하게 다가와 자꾸 자꾸 곱씹게 된다. 그리하여, 대학 4년 내내 그 분의 수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는 스스로의 치기를 조금 뼈아프게 반성하기도 하는 것이다. 모든 반성처럼, 이 또한 너무 늦은 것이 되어 버렸지만. 사실 이 늦은 반성조차 꽤나 부족한 것이겠지만.

"내게 보낸 편지에서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아버지는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겠냐'와 '아니겠느냐'가 어떻게 다른지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세월이 흘러서 나도 내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편지를 쓸 때쯤이면 그 차이를 알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나도 왜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는지, 왜 세상의 모든 불빛은 결국 풀풀풀 반짝이면서 멀어지는지, 왜 모든 것은 기억 속에서만 영원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던 어떤 작가처럼, 나 역시 깨닫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고 스스로 위로 하는 수밖에.



* 그런데, 정민 선생님의 좀 '어려운 면',  그러니까 내가 위에서 '아버지 같은'이라고 표현했던 그 면이, 실상 손아래 사람한테만 보이는 모습은 아닌 모양이다. 정민 선생님의 스승인 이승훈 선생님은 언젠가 (그러니까 정민 교수가 안식년이었던 그 해) 학생들과 함께 갔던 학술 답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진다.

"아이고, 민이가 안오니까 이렇게 편하네"

** 그렇지만 그 사제지간은 또한 애틋하기도 한 모양이어서 지난 2004년에 출간된 이승훈 선생님의 시집 <비누>의 말미에, 정민 교수가 아래와 같은 멋진 글을 남기기도 하는 것이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 아버지는 말하셨지 "○○○ ○○○" 라는 이상한 제목에 들어갈 아버지의 말씀은, 이 책을 읽으실 독자 분들의 몫으로 남기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페이퍼가 되어 버렸네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탱이 2008-11-0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이라 더 재밌네요 ㅋ

활자유랑자 2008-12-01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탱이 님 / 이만치 시간이 돌아 다시 보니 역시나 부끄럽네요 ; 고맙습니다. :)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의 유쾌한 과학 저술가 하리하라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그가 우리를 초대하는 곳은 바로 '과학 고전 카페'.

"과학도 따분한데, 과학 고전이라니 이 뭥미?" 라고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의 편안한 글쓰기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 내밀지 못했던 과학 고전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뒷표지에 쓰인 말대로 "현대 과학의 빛나는 명저들을 탐색하는 일은 광막한 우주를 건너갈 징검다리를 만나는 일과 같"고, 그런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해 이 보다 더 좋은 가이드는 없을 정도로.

   
  햄버거를 먹는 일보다 고급 음식점에서의 식사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듯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은 과학책 한 권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에는 정크 푸드에는 부족한 신선한 재료와 만드는 이의 정성이 담겨 있듯, 좋은 과학책에는 신선한 사상과 작가의 심혈이 들어 있어, 오래오래 곱씹을 수 있는 생각거리들을 던져주거든요.  
   

- 저자의 말 중에서

자, 그렇다면 <하리하라의 과학 고전 카페>에서 자신있게 내놓는 메뉴판, 같이 살펴볼까요?


* 1권에서 다루고 있는 책들

1. "과학은 움직이는 것이다" -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핵심 개념 프리뷰: 절대적인 과학이란 없다
과학혁명이란 무엇인가 / 과학은 점진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 전통적 과학관 vs 사회구성주의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2천 년의 혁명, 과학 패러다임의 전환
혁명 이전을 지배하는 '정상과학'  과학의 '혁명적' 순간들 / 패러다임은 전환된다 / 과학혁명은 반복된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쿤의 주장을 비판하라
'지적 사기', 소칼의 도발
더 읽어봅시다: <토머스 쿤과 과학 전쟁>, <토머스 쿤>


2. 사이비 과학과 과학적 사기를 밝혀내다 - 마틴 가드너의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
 
핵심 개념 프리뷰: 사이비 과학이란 무엇인가?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마법의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적 설계론, 창조론을 공격하다 / 대체의학은 사이비인가? / UFO와 외계인을 믿는가? / 초능력은 검증될 수 있을까?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반증이 가능해야 과학이다!
자연철학 vs 과학 / 과학에서 이론이란 무엇인가? / 뉴턴과 아인슈타인 이론은 어떻게 탄생했나? / 반증인가 예외인가? / 과학은 열린 지식 체계다
더 읽어봅시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3. 과학의 뒷골목, 불완전한 과학 - 해리 콜린스, 트레버 핀치의 <골렘>
 

핵심 개념 프리뷰: 어수룩한 거인, 골렘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과학이라는 골렘, 진리를 가리우다
화학적 기억에 대한 논란 / 우주는 에테르로 채워져 있다? / 골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대중, 과학 지식 습득에 능동적인 주체
대중의 과학 이해: PUST 모델
더 읽어봅시다: <과학전쟁>


4. 인류 역사를 뒤바꾼 과학적 원동력 - 제레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

핵심 개념 프리뷰: 승자의 역사에 반대하다
역사는 객관적인가? / 환경이 진보의 차이를 가져온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역사를 지배하는 힘- 총·균·쇠
피사로는 어떻게 잉카를 멸망시켰나 / 총, 살상력으로 대륙을 점령하다 / 균, 총보다 더 무서운 / 쇠, 대제국을 건설하다 / "오직 유라시아만이 모든 걸 지녔다" / 왜 하필 유라시아 대륙인가? / 인간의 의지와 환경결정론의 대결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역사는 예측 가능하다?
뷰캐넌의 '임계상태 이론' / 하워드 블룸의 '루시퍼 원리'
더 읽어봅시다: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5. 열역학 법칙으로 바라본 인류의 미래 -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핵심 개념 프리뷰: "지구는 쇠퇴하고 있다"
열역학의 네 가지 법칙 / 인류 역사를 설명하는 힘, 엔트로피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역사는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른다"
베이컨, 데카르트, 뉴턴- 기계론적 세계관의 완성 / 발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 / 자원의 명백한 한계가 주는 두려움 /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과학 이론을 자의적으로 해석 마라"
더 읽어봅시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래 시나리오>, <진보의 미래>
 

 6. 환경오염이 침묵시킨 세상에 대한 경고 -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핵심 개념 프리뷰: 지구를 교란시키는 화학물질들
환경오염이란 무엇인가? / 독성 물질에는 '눈'이 없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침묵의 봄'은 현실화되고 있다
DDT는 신의 물질? / 독성물질 DDT의 역습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몸 안에 내재된 적, 내분기계 장애 물질
침묵의 봄, 그 이후 / 내분기계 장애 물질, 그 해악성은? / 문제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
더 읽어봅시다: <도둑 맞은 미래>, <환경 호르몬의 반격>

7.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위협적인 진실 -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핵심 개념 프리뷰: "너무나 뜨거운 지구"
문제는 온실가스가 아니라 온실효과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지구 온난화, 대재앙이 닥칠 것인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기온 상승 / 기상이변-해빙과 폭염, 폭풍과 가뭄 / 기온이 올라가는데 빙하기라니? / 하얗게 골격만 남기고 죽어가는 산호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냄비 속의 개구리, 인간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 3가지 / 탄소 순환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 지구 온난화는 왜 급격하게 증가할까?
더 읽어봅시다: <지구 온난화의 비밀>

8. 인간은 '백지'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 - 스티븐 핀커의 <빈 서판>

핵심 개념 프리뷰: 인간 본성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기제
로크의 '빈 서판' / 루소의 '고상한 야만인'과 데카르트의 '기계 속의 유령'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인간은 '백지'가 아니다
왜 핀커를 두려워하는가? /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 / 아동심리학과 연결주의의 비판: 인간은 무한한 존재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영혼보다 육체가 우선한다!
"인간은 생물학적 틀을 벗어날 수 없다" / 인간은 다듬어져온 존재다
더 읽어봅시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 <본성과 양육>

9. 인간이라는 잘못된 척도 -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
 
핵심 개념 프리뷰: 굴드를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적 이론들
단속평형설: 종은 점진적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 환원주의와 생물학적 결정론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형성된다. 그러나 스스로 변하할 수 있다
굴드의 시선 / 지능은 과연 유전되는가? / 지능의 실체화를 위한 움직임들 / IQ 테스트가 만들어낸 비극 / 인간은 유연하게 진화한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이타적 행동조차 이기적이다
굴드의 입장: 유전자의 힘을 과대평가하지 마라 / 도킨스와 윌슨의 입장: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존재, 인간
더 읽어봅시다: <사회생물학>

* 2권에서 다루고 있는 책들

1. 진화론을 옹호하고 지적 설계론을 비판하다 -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

핵심 개념 프리뷰: 인간은 진화한다 vs 지적 설계자가 존재한다
자연선택과 성선택 / "인간처럼 복잡한 존재는 우연히 발생할 수 없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생물을 계획한 의도 따위는 없다
당신은 진화론을 정말 아는가? / '논리적 힘'을 지닌 진화론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성공적인 복제자? 밈
개체 변이가 어떻게 진화로 이어지는가? / 새로운 복제자, 밈
더 읽어봅시다: <이기적 유전자>


2. 섹스에 대한 오해를 파헤치다 -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의 <섹스란 무엇인가>

핵심 개념 프리뷰: 섹스에는 특별한 공식이 있다!
1+1의 값은? / 섹스는 다양하고 종을 뛰어넘는다 / 남성과 여성의 결합, 유성생식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진화는 냉혹하지 않다
진화의 원동력-적자생존인가 공생공존인가 / "박테리아의 소화불량에서 공생이 시작됐다" / 남녀의 교합, 섹스 / 죽음의 키스: 성과 죽음의 관계 / 성의 미래는?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세포의 생生과 소멸
세포의 자살 행위- 아포토시스 / 헤이플릭 한계는 왜 나타나는가? / 죽지 않는 세포
더 읽어봅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휴머니즘의 동물학>

3. "SALE ON ALL BODY PARTS" - 로리 앤드루스, 도로시 넬킨의 <인체 시장>

핵심 개념 프리뷰: 인간의 몸을 향한 시대의 시선
한갓 '대상'으로 전락한 인간 신체 / 인간의 몸, 거래되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인간, 걸어다디는 생산 공장
신체, 탐나는 고가의 자원 / 누가 그들을 착취하는가? / 인체 정보에 대한 특허권, 그 심각한 부작용 / 유전자 검사의 빛과 그림자 / 사람의 몸은 시장에서 격리되어야 한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인체의 상품화와 비극의 탄생
더 읽어봅시다: <질병판매학>


4. 인간의 지성은 어떻게 탄생했나? -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핵심 개념 프리뷰: 에덴의 용, 인간을 탄생시키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지성은 어떻게 탄생했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 / 지성은 인간만의 전유물인가? / 인간의 뇌가 뇌의 미래를 결정한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더 읽어봅시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5. "모든 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핵심 개념 프리뷰: 왜 '부분과 전체'인가?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모든 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물리학에 있어서 '이해'의 문제 / 위대함은 '결단'에 있다 / 불확정성의 원리: 절대적인 것은 없다 / 전체를 바라보는 부분의 삶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양자역학, 원자의 비밀을 밝히다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 / 원자핵은 어떻게 구성되나 / 양자역학의 구성
더 읽어봅시다: <객관성의 칼날>


6.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 브루스 매즐리시의 <네번째 불연속>

핵심 개념 프리뷰: 인간의 특권을 없애다
인간 존재에 상처 입힌 세 사람 / 네번째 불연속이 깨진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인간은 진화하는 실체
첫번째 논제: 인간과 기계의 불연속의 붕괴 / 두번째 논제: 진화하는 인간의 본성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인간의 의식은 진화했다
기억된 현재-1차적 의식 / 언어 없이 인간도 없다-고차원적 의식
더 읽어봅시다: <진화의 역사>


7. 지식의 경계를 허물어라 -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핵심 개념 프리뷰: 통섭-지식을 통일하라
지식의 큰 줄기를 잡다 / 통섭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 계몽사상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인간을 둘러싼 모든 현상은 물리 법칙으로 환원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유전자에서 문화까지 / 탐구되지 못한 실재, 통섭으로 밝히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비버의 꼬리와 이빨은 합쳐질 필요가 있나?
사회적 행동은 생물학적 욕구에서 발로한다 / 도킨스의 밈인가, 윌슨의 모방자인가? / 통섭에 반기를 들다
더 읽어봅시다: <지식의 통섭>,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8.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 떠나다 -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

핵심 개념 프리뷰: 공간과 시공간의 실체
공간은 과연 실존하는 것인가? / 물체는 시공간에서 운동한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우주의 비밀을 밝히려는 이론적 시도들
"우주는 견고한 절대적 실체" / "공간은 시간축을 따라 쉬지 않고 흘러간다" / 양자적 실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아직 해결되지 않은 통일장 이론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만물은 초끈 이론으로 통일된다?
끈의 진동에 따라 입자 모습이 달라진다
더 읽어봅시다: <사이먼 싱의 빅뱅>, <양자나라의 앨리스>

9. 때론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발견한다 -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

핵심 개념 프리뷰: DNA의 유전물질 가능성을 제시하다
핵산을 발견하다 / 순한 R형이 표독스럽게 바뀐 이유는? / 유전물질을 둘러싼 공방전 / 누가 DNA의 구조를 밝혀낼 것인가?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단순한 아이디어가 DNA의 비밀을 밝히다
젊고 미숙했던 두 과학자 / 폴링: 나선 구조의 시초를 밝히다 / X선 사진 한 장이 운명을 바꾸다 / 블록놀이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다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DNA 구조가 왜 중요한가
DNA의 복제 방법 / 사라진 여성 과학자, 프랭클린
더 읽어봅시다: <DNA: 생명의 비밀>

10. 60억 인구가 6단계 만에 모두 연결될 수 있는 비밀은? - 알버트 바라바시의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핵심 개념 프리뷰: 네트워크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들
환원주의 과학을 무너뜨리다
하리하라의 고전 탐험: 네트워크는 진화한다!
모든 사람은 무작위로 연결된다 / 6단계로 이어지는 세상 / 핵심은 커넥터들이다 / 파레토의 20:80 법칙과 멱함수 법칙 / 바라바시가 바라본 네트워크 세상
콘텍스트를 확장하라: 왜 네트워크 과학인가?
"연결 시스템은 고립된 실체보다 견고하다" / 카오스 이론과 나비효과
더 읽어봅시다: <숨겨진 질서: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개인적으로 대부분 읽은 책들이지만, 형편 없는 기억력과 체계있는 읽기를 하지 않은 탓에 그저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책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 읽어 봅시다'에서는 미처 챙겨 읽지 못한 책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지금 링크를 걸기 위해 하나하나 검색해 보면서 절판/품절된 책들이 종종 있음에 가슴 아프기도 했고… 과학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과학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궁금하신 분들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