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과 담장 사이
넝쿨과 넝쿨 사이
그의 어깨와 그녀의 어깨 사이

뭐라 부를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지는 비

고개를 뒤로 꺾고 보는 날
첨탑 옆에는 무엇이 떠다니는지
전깃줄은 어디로 달려가는지

발가락이 젖어 알게 되는 날
아스팔트 길 어디가 꺼져 있는지
진흙 땅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그동안 잠자코 있었지
창문 밑엔 버려진 자동차
양철 지붕 위엔 미루나무

안 가본 데로
비의 손가락을 따라다니는 날

물웅덩이만 잠시 기억할 뿐
사라지는 세계



.............................


보슬비

내려오는 중일까 올라가는 중일까

땅에서 하늘까지
투명한 날실처럼
실뱀들이 꼿꼿이 서서

올라가는 중일까 내려오는 중일까


詩 이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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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4-0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치마 입고 가는 저 소녀 이뻐요~~
플레져님, 비는 내려오는 거에요? 올라가는 거에요? '_'

물만두 2006-04-0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하면 그냥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파란우산 노란우산 찢어진우산~~~~

플레져 2006-04-0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븐 몽님... 언넝 나가서 사진 찍어보세요. 정답은 밖에!!! ㅎㅎ
만순님이면서 만두님인 하트님...헥헥... 파란 우산 아니고 빨간 우산 아녀요? ^^

세실 2006-04-0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림이 참 예쁩니다. 어디서 저런 예쁜 그림을~~~~
흐..실뱀이라....

Mephistopheles 2006-04-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좀 많이 와야 할텐데 말이죠...가뜩이나 심난한 농민분들.....
단비라도 많이 내려야 할텐데 말이죠...

플레져 2006-04-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세실님...그러고보니 저 그림은 모 포털 사이트에서 훔쳐온...ㅋㅋㅋ

플레져 2006-04-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메피스토님의 넓고 넓은 맘씨에 감동했습니다...
저는 그저 제 생각만....... ㅠㅠ

stella.K 2006-04-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와요. 기쁘죠?^^

플레져 2006-04-0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스텔라님 오늘 집에 있나보오? ^^
 





 

대학로 민들레 영토 본관 앞, 오늘 오후.
바람아 불어라, 나는 그래도 봄 옷 입고 나갈테다!
물어본 사람 없어도 나는 화사하다고 자부하는 옷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어제보다 바람은 더 차가웠고, 머리가 흩날릴만큼 셌다.

봄 속에 파묻혀 있는 겨울의 꼬리가 밟혔지만 어림없다.
겨울을 오늘 날짜로 보내버렸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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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3-3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가버려!!! 하고 싶지만 바람이 너무 매서워요. ^^;;

물만두 2006-03-3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무늬가 유행이랍니다. 꽃무늬 옷을 입고 나가보세요^^

플레져 2006-03-3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바람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거니깐 조금만 기다리세요.
살랑살랑 봄바람, 불어오실 겁니다 ^^

만두님, 꽃무늬 입으면 제가 묻혀버리잖아요........... 캬캬~ =3=3

mong 2006-03-3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보니까 플레져님이 구박한다고 겨울이가 울면서 가더라구요 ㅎㅎ
플레져님은 뭘 입으셔도 화사하시니까
모든옷이 봄옷 아닌가요? =3=3=3

플레져 2006-03-3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갸가 그렇게 가던가요?
몇달만 지나면 또 올 거면서 뭐~
몽님의 사랑스러운 재치에 배시시...ㅎㅎ

실비 2006-03-3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꽃들이 너무 이뻐요.. 정말 봄옷 입고 싶은데 너무 추워요.ㅠ

날개 2006-03-3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춥다더니.. 별로 안춥고,
오늘은 포근하다더니 춥더라구요..
그치만, 햇볕이 따스한게.. 아무래도 플레져님이 겨울을 보내버려서 그런가 봅니다..^^

hnine 2006-03-3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이 미련이 많은가보네요.
경쾌하고 깔끔한 글 ^ ^

Mephistopheles 2006-03-3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다 감기 걸리시면 우짜실려고요...??

플레져 2006-03-3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날씨가 곧 풀릴거에요.
아픈 거 빨리 나으시고, 이쁜옷도 많이 입으세요 ^^

날개님, 그러게나 말여요! 일기예보, 버러럭!!
제가 분당의 겨울도 조금 전에 보내버렸으니 괜찮을거에요 ^^

hnine님, 안녕하세요^^
봄처럼 사뿐히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피스토님, 저는 튼튼해서 감기 안걸려요 ^^

2006-03-31 0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31 0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3-3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대학로 갔어요. 근데 술만 마셨다는.... 술에 취하면 꽃이 안보인다고 부리님이 말씀하셨지요...

stella.K 2006-03-3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플레져님 올렸다던 꽃사진 이거였구려.
그대에게선 아직도 꽃향기가 나겠구려.^^

플레져 2006-03-3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밤에도 꽃은 잘 안보여요 ^^
스텔라님, 내 이름 자체에서 꽃향기 난다우~ ㅎㅎ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았다.
  벌써 여러번 이 영화를 보았는데
  남편은 또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터트렸다. 
  형이 아우를 돌려보내고 아우는 형을 힐끔힐끔 돌아보며 헤어지는 장면.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형의 유골을 보며 아우가 하는 대사는
  내 맘도 아프게 한다. 
 

 

 선셋대로. 
 지금 출고작업중이니 이번주 안에는 이 영화를 볼 수 있겠다.
 학교 시청각실에서 홀로 이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을 가스등과 헷갈려 한 나머지 
 지난번에 가스등을 주문했다. 
 가스등에 나오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보고도
 나는 곧 그 기괴한 별장의 여주인이 나올거라 기대했었다.
 어쩌다가 선셋대로와 가스등을 헷갈리게 된걸까? 
 다시 볼 생각을 하니 몹시 기대된다. 

 
 이와이 슈운지의 4월 이야기.
 성대 어느 골목에 영화 카페 neo (gio ?) 가 있었다. 
 동네 친구이자 초중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어느날 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꼬드겼다.
 이대앞에서 종횡무진 쇼핑을 마치고 
 영화를 보러갔다. 
 4월의 벚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그래도 나는,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람이 가는 학교까지는 못 따라가겠다. 

 제 3의 사나이.
 애타게 품절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영화였다.
 그러나 너무나 쉽게 다른 서점에서 발견하여 장바구니에 넣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구입하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도 준다.
 어쩌다 두 권을 커플로 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언밸런스 커플이다. 
 번역이 매우 나쁜 오만과 편견 (** 출판사) 을 읽다가 던져버렸다. 
 문장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책을 잡고 윤색해보시길.... 
  중학교때 읽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사뭇 다르리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오만과 편견 절찬리 상영중이다.
 권상우의 청춘만화를 보고싶은데, 남편이 그러면 안 놀겠단다...ㅎㅎㅎ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
 오후에 서점에 들렀다.
 사람 구경을 실컷 한 터라, 사색기행을 마친 터라 
 책이 고팠다.
 가방에 들어있는 책 말고, 다른 책.

 

 

* 서점에서 산 책은 두 권 더 있다.
한 권은 하성란의 옆집 여자,
한 권은 지인이 쓴 소설이 있는 무슨무슨 옴니버스 소설집.

** 조만간 오만과 편견을 보러가야겠다.
머리 질끈 묶고 스타벅스 커피 빈 병에 맥심 커피 타갖고 실실...

*** 오늘 남편은 몹시 늦게 올 예정이다.
인 콜드 블러드의 말미를 읽고 있는데, 이젠 덜 무섭다. 오늘밤 독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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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2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3의 사나이...아직도 그 테마가 들리는 듯 합니다..^^
비엔나 하수구 추적씬...흑백이지만 구성도 좋고 뛰어난 영화가 아니였나
생각되네요..^^

물만두 2006-03-2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그 마지막 신을 좀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mong 2006-03-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저책 저도 있어요~(괜히 반가워서~~)
제3의 사나이 이번주말에 다시 볼까봐요 ^^

플레져 2006-03-2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영화도 섭렵하셨었구나~ 조사할 게 정말 많은 분 ^^

만두님, 현재 시점의 부분이 너무 약했어요. 아쉬움...

몽님, 우린 원래 만나기만 해도 반갑잖아요? (닭살? ㅎㅎ)
보시고 리뷰 올리세요. 검사할거에요! ^^;;

Laika 2006-03-3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데라토 칸타빌레" - 다시 읽으면 감회가 남다를거 같아요. 과연 제가 다시 읽게될런지...

2006-03-30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3-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 콜드 블러드 다 읽으셨겠네요!

icaru 2006-03-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나는,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람이 가는 학교까지는 못 따라가겠다. --> 저두요~
플레져 님 부군 님... 그 장면에서 또...눈물을 보이셨군요~


2006-03-30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3-3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처음 읽는 제게는 설렘 그자체여요.
다시 읽은 후에 우리 토론할까요? 오붓하게? ^^

속삭님, 조만간...^^:;

따개비님, 어젯밤에 다른 책 읽느라 다 못읽었어요. 에고~

이카루님, 우리 악수! ^^
기억하는군요, 울남편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장면...ㅎㅎ

속삭님, 졸려요? 잠 깼죠? 페이퍼 하나 올린 거 보이 깨신 것 같아요 ^^
 

1. 김애란 -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날때, 내게 (노량진)

2. 김연수 - 쉽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농담 (가회동, 종로 일대)

3. 윤대녕 - January 9, 1993 미아리 통신 (미아리에서 길음역)

4. 조경란 - 나는 봉천동에 산다 (봉천동)

5. 양귀자 - 원미동 사람들 (부천 원미동)

6. 박완서 - 그 남자네 집 (성북동)

7. 이창동 - 녹천에는 똥이 많다 (녹천)

8. 이외수 - 장외인간 (춘천)

9.   박상우 - 독산동 천사의 시

10. 이순원 - 수색 그, 물빛 무늬(수색) /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압구정동) 

11. 유하 -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압구정동)

12. 김승옥 - 무진기행 (무진)

13. 황석영 - 삼포가는 길 (삼포)

14. 이문구 - 우리동네 연작

15. 심상대 - 묵호를 아는가 (묵호)

16. 공지영 - 봉순이 언니 (아현동 일대)

17. 한 강 - 여수의 사랑 (여수)



또, 무엇이 있을까요?
많은 것 같은데 갑자기 생각하려니 퍼뜩 안 떠오르네요...힝...
아시는 분, 알려주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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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3-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리봉동에 대해 공선옥이 쓴 소설.
제목이 생각 안 나유.;;

플레져 2006-03-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읽은 것 같아요. 공선옥의 피어라 수선화, 를 얼마전에 샀는데 오래된 책 느낌이 나요. 언제 한번 빌려드릴게요 ^^

물만두 2006-03-29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었지 않나요?

플레져 2006-03-2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맞다! 원미동!!! 만두님, 땡스~

blowup 2006-03-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그 남자네 집(성북동 주변)

blowup 2006-03-29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창동-녹천에는 똥이 많다(녹천)

플레져 2006-03-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이창동! 이창동의 춤 인가 하는 소설에도 대천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고마워요, 나무님. 생각나는대로 계속 적어주세요 ^^

stella.K 2006-03-2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언제 또 이런걸...저는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읽는데...도움이 못되겠구려~ㅜ.ㅜ

플레져 2006-03-2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지금부터 신경써주세요 ^^

울보 2006-03-2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545956

울보 2006-03-2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외수의 장외인간을 읽으면 춘천시 봉의산 그동네 춘천이란 동네를 알수있답니다,

플레져 2006-03-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감삽니다 ^^
속삭이신 반가운님, 얼마전에 님 서재에 가보니 황량해서 서성이다 왔어요.
편안하시지요? 올려주신 목록들 감사해요 ^^

하루(春) 2006-03-29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귀자님의 소설은 원미동 사람들,인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제보 하나 하자면, 공지영 장편소설 중에 '봉순이 언니'는 기억에 아현동쪽이었던 것 같은데... 책을 좀 더 뒤져봐야 겠네요. ^^

하루(春) 2006-03-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현동 맞네요. 굴레방다리. 나오는 걸 보니...

Kitty 2006-03-30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멋진 페이퍼~ 추천 들어갑니다아아아-

잉크냄새 2006-03-3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신양 <킬리만자로> - 주문진 ... 영화입니다.^^

닉네임을뭐라하지 2006-03-3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 <곰팡이꽃> - 아마 봉천동일겁니다 ... (아니면 어쩌죠 -_-a)

플레져 2006-03-3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원미동 사람들이 책 제목맞아요,
원미동 시인은 그 안에 수록된 소설 중 한 편이구요.
아마 제가 그 소설을 유독 좋아해서 그 제목으로 올려버렸나봐요 ^^
봉순이 언니, 감삽니다.

키티님, 추천 감사해요 ^^

잉크냄새님, 네... 그럼 패쑤...^^

연랑님, 안녕하세요.
곰팡이꽃은 공간 보다는 쓰레기 라는 소재가 더 중점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동네 탐색으로는 넣기가 조금 그렇네요.
틀리면 어떻습니까~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거인이 산에서 내려와
기둥만한 장화를 벗었다
그 속에
어린 토끼들이 웅크리고 잠들어 있다

그들을 깨우기 위해
수천 개 조그만 초록 종들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한다

먼지 앉은 덧문이 열리고
모두 귀를 기울인다
항아리에 담긴 찬물도
담장 아래 흰 흙도

살아 있는 것들은 분주히 줄을 선다
그 사이로
천천히
자전거를 밟고 가는 소년

구석에서 거인은 몸을 숨기고
무서운 눈을 감아준다
잠시뿐이다
축제는 곧 끝날 테니

詩 이성미

................................................





체감 온도 영하 10도 라느니, 꽃샘 추위라느니 화요일은 수요일을 무섭게 예고했다.
갑자기 드라이크리닝 한 겨울 옷들을 꺼낼 수도 없어서
따스한 조끼를 껴입고 스카프로 목을 감싸고 연분홍색 바바리를 걸쳤다.  

마음이 이미 그 말에 무장되 있던 탓일까.
별로 춥지 않아서 실망했다.
가을 날, 봄날처럼 따스한 하루를 인디언 섬머라고 하는데
봄에 겨울 같은 날은 겨우 꽃샘 추위라는 낡은 유행어로만 일관하고 있으니
뭔가 새로운 유행어가 필요하다.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처럼 세시간 동안 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무릎에 펼쳐있는 책을 들여다보다 결국 사람이 주는 생기가 좋아 책을 덮고 말았다.
어떤 책 보다 사람이 주는 다양한 언어들, 느낌들이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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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3-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예보에서 겨울옷을 다시 꺼내라기에 무지 쫄았었는데..
오늘 생각보다 따뜻했지요? ^^
저 그림 보니까 진짜 봄 같아요.....!

mong 2006-03-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그렇고 플레져님 글도 그렇고
완연한 봄이에요 그렇죠?

Mephistopheles 2006-03-2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대로 가다간 봄하고 가을이 없어질 듯 합니다..^^
저도 오늘 두꺼운 옷 다시 꺼냈습니다..투덜투덜...체키럽!!

플레져 2006-03-2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너무 따뜻해요! 너무 따뜻해서... 일기 예보에 대한 불신만 커졌어요 ㅎㅎ

몽님, 네. 끄덕끄덕. 완연한 봄에 개나리색 우드스톡군이 빛납니다.

메피스토님, 봄과 가을이 길어야 사는 맛이 나는데...
여름엔 맥을 못 추는 터라... 아, 그래서 내가 요새 살맛이 좀 났었나? ㅎㅎㅎ

세실 2006-03-2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쩜 이리도 봄에 대해 잘 표현해 놓았는지.....참 멋진 시입니다.
인디언 섬버도 예쁩니다. 꽃샘추위 말고 플라워윈터라고 하면 좋을까요?
생각보다 한 낮에는 포근했습니다.

Laika 2006-03-2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풀렸어요...어젯밤엔 무지하게 추웠는데요.

플레져 2006-03-29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플라워 윈터라고 하니깐 크리스마스 같아요~ ^^
포근한 한낮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라이카님, 그러게요. 어제 추웠어요. 오늘의 추위는 뭐 간지럽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