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도착했습니다~ ^^
East Coast Park 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었구요,
갑자기 비가 내려서 투어 일정을 취소했어요. 그래도 재미나요! ㅎㅎ







전망 좋은 방에 안착하였답니다. 여기는 38층!



호텔 건너편에 있는 St. Andrew's Cathedral.
신혼여행때 들렀던 곳인데, 이름을 이제야 입력했음 ㅎㅎ

잘 쉬었다 갈게요!
기다려주세요~~~~

 

* 댓글 남겨주신 님들 나중에 인사드릴게요.
느리고, 가끔 끊기기도 하는 전용선이 무지 불편, 답답! 이번엔 잘 올라가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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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4-1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가신 겁니까? 즐여행하세요.

ceylontea 2006-04-1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착하셨군요.. 야자수와 시원한 바다.. 와.. 저도 가고 싶어요..
음.. 며칠만 있으면 전 제주도로~~!! ^^

로드무비 2006-04-1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우와!^^

싸이런스 2006-04-1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부럽네요! 잼나게 놀다 오셔요!!

물만두 2006-04-1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미나게 놀다 오세요^^

승주나무 2006-04-1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부럽다. 마음껏 놀다가 오세요. 여기는 한국입니다.

울보 2006-04-1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제주도도 아니고,,신나게 노세요,,,후후
여행은 즐겁고 재미있게,,

진주 2006-04-1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맘껏 즐기시고 뒷이야기 여기에 풀어주세요~~~

하늘바람 2006-04-1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부러워요 제 몫까지 쉬다 오셔요

chika 2006-04-1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가셨군요? 무지 부러워요~!! ^^

날개 2006-04-1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세상에나~ 너무 부럽잖아요...ㅡ.ㅜ

날개 2006-04-1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탕화면으로 사진을 쓰려고 했는데.... 사진사이즈를 너무 줄여놔서 깔았더니 흐릿해요..ㅠ.ㅠ
나중에 배경화면용 좀 만들어 줘요!

이리스 2006-04-1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우오, 싱가폴이다~~ 즐겁고 신나는 여행되시길! *^^*
선물 사오셔도 뭐라고 하지 않을게요. -_-;;

히피드림~ 2006-04-1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어쩜 이리 잘 찍으시는지,,,
전 싱가폴에 바다가 있을거라곤 생각못했답니다.(-_-)
ㅎㅎ즐겁게 보내시다 오세요.

미미달 2006-04-1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싱가폴에 가셨네요?
저희 영어쌤이 여행한 나라 중 싱가폴이 가장 기억에 남고 살고 싶은 나라라고
말해주셨던 기억이 나는군요. ^ㅡ^ 잘 놀다 오세요 ~ !!!

mong 2006-04-1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가폴에 계신 플레져 통신원님, 현지 물은 어떤가요? 히히

플레져 2006-04-1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어제 왔어요. 감삽니다~

실론티님, 제주도! 여행이란 정말 좋은거지요.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아도 일단 오기만 하면!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로드무비님, 어흑. 감개무량! ^^

싸이런스님, 넵! 지금 아무 생각도 안나요. 넘 즐거워요. ㅎㅎ

만두님, 네네! 제가 없더라도 넘 서운해 마셔요! ㅋ

승주나무님, 별 일 없지요? 여기도요! ㅎㅎ

울보님, 즐겁게 잘 놀고 가서 뵐게요~ 서재에서 ^^;;

진주님, 뒷이야기, 기대하세요. 흐흐...

하늘바람님, 님의 몫까지 놀려면 어깨가 무겁지만,,, 열심히 잘 놀겠습니다.

치카님, 님은 늘 좋은 곳에 계셔서 제가 엄청 부러워한다는 거 아시죠? ^^

날개님, 서울에 가서 바탕화면으로 올릴게요.
인터넷이 잘되다 안되다 해요.

낡은구두님, 네. 뭐라 하지마세요....@.@

펑크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커다란 강도 많더라구요.
싱가폴에 있는 다리만 둘러봐도 절반은 구경하는 셈일거에요.

따우님,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앗. 지금 싱가폴 방송에서 대장금해요...

미미달님, 덥지만 않다면, 금상첨화지요.
적도 부근에 있어서 스콜이 자주 내려요. 아~ 더워요~

고국에 계신 몽님! 물 사정이 그럭저럭 합니다.
본인이 있는한 현지 물은 좋을듯........ =3=3


야클 2006-04-1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부러워요. ^^ 근데 거기는 스페인과 달리 한글이 잘 되는군요. ㅋㅋ

플레져 2006-04-1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야근 중이세요? ㅎㅎ
노트북 갖고 왔구요, 여긴 호텔 룸이어요 ^^

세실 2006-04-1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넘 멋집니다. 흐....저두 싱가폴 가구 싶어요.

2006-04-18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4-1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싱가폴...신혼여행때 1박해봤던 나라인데...^^

조선인 2006-04-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니스커트가 없어요. 무효!!!

비연 2006-04-1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웅~ 멋집니다^^ 저도 가고 시포요~!

아영엄마 2006-04-1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싱가폴에 가셨군요. 잘 쉬시다 오시길!~(아웅, 저도 호텔에서 함 자보고 싶어요. 신혼여행 때도 여관 방에서 잤다는..@_@)

플레져 2006-04-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네! 꼭 다녀오세요! ^^

메피스토님, 저두 신혼여행때 하룻밤 묵고 하루 놀았는데... 몰디브로 다녀오셨나요?

조선인님, ㅋㅋ 안보시는 게 나아요!

비연님, 저두 그 날을 기다릴게요!

아영엄마님, 잘 쉬고 건강하게 돌아갈게요! ^^

panda78 2006-04-2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스트코스트 파크에선 게를 드셨을려나요? ^^
전 정말 싱가폴에서 살고 싶어요.
즐겁게 지내다 오셔요-

플레져 2006-04-22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넵! 게 요리와 기탕등등의 코스요리를 먹었어요.
저도 싱가폴에서 살고 싶어요...아~

플로라 2006-05-17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저도 묵었던 곳인듯해요. 스위소텔 스탬포드..제 방에서 본 것과 비슷한 전망 그리고 세인트 앤드류 성당...^^

플레져 2006-05-1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로라님, 맞습니다. 저도 스탠포드 스위소텔 38층에 묵었어요 ㅎㅎ
숙소에서 성당이 조금 비껴 보였고, 호텔에 있는 테니스장이 아주 잘 보였던
방이에요 ^^
 

흑백다방

 

그 다방은 이전에도 다방이었고
지금도 다방이다.
정겨운 이름 다방,
티켓다방 말고 아직도 다방이라니.
오래 산 것이 자랑이 아니듯
다방이 오래되었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오래된 것으로 치면
그 다방이 있는 건물이 더 오래되었다.
그 다방은 일본식 이층건물 일층에 있다.
그래도 자랑할 만한 것은
다방 양옆으로 지금은 인쇄소와 갈비집이 있는데
그 인쇄소와 갈비집이
우리가 오래된 사진을 꺼내볼 때
양옆으로 선 사람이 사진마다 다르듯
여러 번 주인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다방에서 만난 내 친구 중에는
둘이나 벌써 저 세상에 가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도 커피를 끓여 마시고
자판기에서도 커피를 빼 마신다.
그런 동안에도 여전히 그 다방은 커피를 끓여 내오고
오래된 음반으로 고전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나 그 다방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 없었는지
얼마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매일 아침
삐꺽거리는 관절의 목제 계단을 올라가
이층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던 화가 주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피아노를 치는 둘째딸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늙은 화가 주인이 떠난 뒤로 머리 위에서
무겁게 발 끄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목제 건물의 관절마다 박힌 못이 녹슬어
스러지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리는 듯했고
그때마다 그 다방은 치통을 앓듯, 관절염을 앓듯 신음 소리를 내었다.
엑스레이를 찍으면 골다공증을 앓고 있을
정겨운 이름 흑백다방

詩  김승강 - 시집 <흑백다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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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2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4-12 0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1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림다방 이야기죠?
김승강 시인이라, 처음 보는 이름이네요.

싸이런스 2006-04-1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할게 남아 있다는것 그나마 작은 위안이어요.

플레져 2006-04-1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얼마전에 신문에서 이 시집을 보았는데요, 이 시뿐만 아니라 다른 시들도 참 좋아요. 조금씩 읽고 있는데, 꼭 리뷰 쓸거에요. 학림다방인지는 잘 모르겠삼...

싸이런스님, 끄덕끄덕...
추억도 힘이니까요.

2006-04-12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탈 많은 나날, 청춘.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던 모퉁이, 청춘.
청춘에 관한 시 세 편이 오늘 일용할 양식이다.


....................



청춘

바바리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나타나야 할 그는 오지 않았다
타르 같은 애정을 내게 주던
여자는 지칠 줄 몰랐다

식물보다 식물을 닮은 단어를 더 사랑했고
요리법과 안전 지침은
아무리 들어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대롱거리는 단추처럼
          달려있다가
          꾼 돈이 생각나
          졸면서 매달려 있다가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별들이 거기 있었다

詩 이성미 시집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

청춘 1


소금 그릇에서 나왔으나 짠맛을 알지 못했다
절여진 생선도 조려놓은 과일도 아니었다
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서성거렸다, 꽃이 지는 시간을
빗방울과 빗방울 사이를
가랑비에 젖은 자들은 옷을 벗어두고 떠났다
사이만을 돌아다녔으므로
나는 젖지 않았다 서성거리며
언제나 가뭄이었다
물속에서 젖지 않고
불속에서도 타오르지 않는 자
짙은 어둠에 잠겨 누우면
온몸은 하나의 커다란 귓바퀴가 되었다

쓰다 버린 종이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소리를
밤새 들었다

 

청춘2

맞아 죽고 싶습니다
푸른 사과 더미에
깔려 죽고 싶습니다

붉은 사과들이 한두 개씩
떨어집니다
가을날의 중심으로

누군가 너무 일찍 나무를 흔들어놓은 것입니다


詩 진은영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


청춘


지나간 날들 지나칠 정도로 모두 어디 가고
나뭇잎 흩어지는 저녁에 만났던 그대 역시 흩어졌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남겨진 하나의 얼굴
그것은 희미한 미움, 삶의 근원을 묻는 철천지원수의 고통

이해할 수 있을까, 꽃이 피면 어두워지는 마음
아련한 봄날 자살이 들끓고 11월 촛불 아래서의 짧은 행복
어머니는 나의 도망을 저주하며 빈방이 있는 집을 지었으나
내 청춘은 휘발유로 이루어진 항구였다

닻을 내린 정신, 그것은 한국이란 말처럼 욕되었다
기댈 수 있는 여자의 몸, 그것은 지겨움과 회한의 상징이었다
학교, 그것은 상상력의 종말을 뜻했다

도착할 곳 여의치 않던 시절 비는 나의 강의실이었고
바람은 가장 멀리서 오던 그대 머리칼, 진눈깨비는 머나먼 단절
그리고 이제 남에게 남겨진 하나의 미래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추억, 너에겐 없는 설원

바람에 흩어졌다 밞에 뭉치는 고립, 그것이 나의 인류였다
폭풍과 미풍이 교차하던 계곡, 당신이 쉬기에는 너무나 빠른 변덕
오후 4시면 죽고 싶고 오후 4시면 살고 싶던 감각,
그것이 나의 지구였다
나는 기후를 먹고 배불렀고 그대는 비바람을 질투하며 흩어졌다

눈 내리는 산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 꽃피면 현기증나는 연애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마음엔 푸른 우울이 숨쉬고
20세기가 끝나도 희망은 희망이고 절망은 절망이다
인간은 인간이고 식물은 식물이다

내가 마신 적막의 술이 달빛에 젖고 햇살은 찢어졌다
매연과 피로, 대양의 자본, 그리고 망각의 선신들
그토록 오랜 날들을 파도와 파탄 속을 헤맸으나
남은 건 비의 유적, 비의 막사, 비의 수용소, 비의 감옥, 비의 호텔......
청춘의 탄식이 오만 개의 세월을 남겼노라


詩 박용하 - 시집 "영혼의 북쪽" 중에서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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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4-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서
배종옥의 독백이 떠오르네요 “젊어서 힘들겠다.”
아...그 한마디에 쓰러졌어요

플레져 2006-04-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 한마디 잊어버릴뻔 했어요.
그표정도 생생히 떠올라요. 정말 힘들어보인다, 니들...하는 표정...

icaru 2006-04-0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 4시면 죽고 싶고 오후 4시면 살고 싶던 감각,
연구해보고픈 행...이네요~

물만두 2006-04-0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할 수 있을까, 꽃이 피면 어두워지는 마음

조선인 2006-04-0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 노래가 더 생각납니다. 저는.

잉크냄새 2006-04-06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을 돌려다옹!!!! 젊음을 다옹~~~
저도 이카루님처럼 저 행이 콱 박히더군요.

플레져 2006-04-0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박용하의 시가 조금만 더 짧았으면 하는 바람...

만두님, 꽃이피면 어두워지는 마음, 이라는 싯구에 저도 밑줄!

조선인님, 산울림의 청춘이요? 구슬퍼서 어릴땐 참 싫었는데...ㅎ

잉크냄새님, 주소를 말씀해주시면 보내드립니다, 청춘 ^^
두분 찌찌뽕 하세요~

새벽별님, 진은영의 시, 저도 올인이어요.

2006-04-07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4-0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노래에 포옥 빠졌더랬어요. 웃기지도 않은 거죠.

플레져 2006-04-0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 노래가 나이 막론하고 심금을 울리니까 이해가 됩니다 ^^
 

다들 나 같은 줄 알았다. 각종 감정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절로 책을 찾는 줄 알았다.
인간은 이렇게 자기 중심적이라니까. 흥~!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카포티, 라는 이름에서는 그의 작품들
  <크리스마스의 추억>   <티파니에서 아침을> 같은
  ㅋ의 경쾌함이, ㅌ의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책 소개를 읽고 서평단 신청을 한 거였으나
  이 책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번호묶어 분류해놓은 심리학 서적보다 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참 오래도 부여잡고 있지. 
  밑줄 긋고 연기하듯 그 심리를 이해해보기도 하면서
  더디 읽고 있으나 읽을 때 마다 설렌다.
  불륜에 설레는 게 아니라 
  보바리 부인의 감정 추이는
  아름다운 묘사로 빛이 난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삶의 고독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혹시 어떤 흰 돛단배가 나타나지 않는지 찾고 있었다.
그 우연이, 그녀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어떤 기슭으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삼층 갑판의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가득한 행복을 적재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공선옥, 피어라 수선화. 
  정미경, 공선옥, 한꺼풀 날선 칼들을 버리고
  온유하고 보드라운 나이로 들어선 작가들.
  아직은 선뜩한 칼자루로 글을 쓰는 공선옥의 몇 년전 출간된 소설집.
  집에 도착한 책도 낡아있다.
  오래된 책 냄새가 나고 누렇게 변색됐다. 
  그녀의 날선 칼들이 언젠가는 사그라들거라는 걸
  예고하고 있는 것 마냥 예쁘게 낡아있다. 

 

  웬디수녀의 유럽미술 산책. 
  책을 읽을 땐 항상 내 목소리가 내 안에서 맴맴돈다.
  나는 웬디 수녀님처럼 정중하게 말하기도 하고
  동화를 읽을땐 아이가 되기도 한다.
  수녀님의 음성이 오래 남는다.
  다시 들춰보고 있는데, 그림이 다시 보인다.
 




  미래생활 사전. 
  리뷰 써야지 할 때마다 내 눈에 첫번째로 밟히는 책. 
  용어 사전이어서 책갈피를 끼워놓을 필요도 없고
  가끔씩 이렇게 꺼내서 펼쳐 읽던지 
  무슨 용어가 있나 싶어 그 종류와 관련해 찾아 봐도 된다. 
  암호처럼 시작되고 있는 미래,  
  잘 외워지지 않는 게 조금은 흠이지만
  신기술, 신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할 듯.

 


 이성미,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너무' 인지, '아주' 인지 가끔 헷갈린다.
 어차피 부사는 부사인데  그 느낌은 다르다. 
 너무에서는 지나침, 후회가 서려있다.
 아주는 강조의 뜻이며 역시 감정의 오버가 담겨있다. 
 요새 곁에 두고 자주 읽고 느끼는 시집.
 한 편 옮겨 적을까 싶었는데
 나만 읽고 나만 새겨두고 나만 기억하고 말기로 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소개할 날 있겠지.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다시 읽기로 결심하고 책꽂이에서 꺼내놓았다.
  불과 몇 년전에 읽은건데도 모모의 우산,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바보같은 내 머릿속.

 

 

 

책을 동시에 읽을 수 없다는 게 인간의 몸이 가진 한계다.
한 권을 다 섭렵하고 그 다음 책을 섭렵한다. 
중학교때 읽은 책들은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역시,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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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차례인 건가요? 아님 동시에 읽는 건가요? 암튼 다양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4-0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시에 여러권 읽는 건 만화책 말고는 포기 했습니다..
뒤죽박죽이 되버려서 심각한 책 3권이 1권의 코메디로 변신을 하더라구요.흥!~

Volkswagen 2006-04-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도 말씀드려듯이 '오만과 편견'을 더 좋아하지만 사실 '마담 보바리'가 훨씬 더 강렬한 것 같아요. '고리오 영감'보다도 더요. 앞으로 문학작품을 읽어보면 바뀔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제가 읽은 고전으로선 플로베르가 가장 빛이 난다고 봐요.
(고전을 읽기는 많이 읽은거냐 폭스~=.=)

플레져 2006-04-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동시에는 읽지 못하구요, 하루 걸러 저 책들을 조금씩 야금야금 보고 있어요.

메피스토님, 그런 기묘한 일이 메피스토님께는 일어나는군요! ㅎㅎ

폭스님, 폭스님의 고전 문학 읽기를 저도 따라하고 싶어요. (고전을 많이 읽고 있다는 거 알아요! ^^)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어보려고 사두었는데 아니 왜 저 책들이 먼저 눈앞을 가로막는 것인지 ^^:;
플로베르의 빛나는 문장들 때문에, 묘사 때문에 책장이 더디 넘어가요...흑.

2006-04-05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4-0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플레져님이 부러워요.. 어헝헝.. ㅠ.ㅜ

mong 2006-04-06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세권 정도는 번갈아 읽어 봤지만~
플레져님은 욕심쟁이 =3=3=3

2006-04-06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6-04-0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 정말이지..."아 사랑이라는게 이런거구나"하고 가슴을 탁 치던 소설이었죠. 원래 제목이 '여생'이라던데 왜 저렇게 바뀐거지??

플레져 2006-04-0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저는 낡은구두님이 부러워요...ㅠ.-

몽님, 욕심쟁이 사표 낼게요! ㅎㅎ

속삭님, 인 콜드 블러드 강추에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책부터 사봐야 합니다...ㅎㅎ
공선옥의 소설이 많이 달라졌어요.
조만간 새소설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땐 달라진 모습을 보실거에요.
피어라 수선화처럼 힘들지 않을테고.
책 선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저의 열혈 독서 일기가 시작된듯 ^^
커다란 서재 선물 받으시면 연락주세요. 가면 갖고 갈게요! ㅎㅎ

강쥐님, 다시 한번 그 가슴을 탁 치고 싶어서 집어들었어요 ^^

icaru 2006-04-0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바리...더디 읽지만 읽을 때마다 설렌다니... 거참 진국여요~
글고보면... 좋은 책과 읽는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달까~ (너무 당연한 말씀일까나요?)

2006-04-06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4-06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아껴먹는 캔디처럼 아껴 읽어요.
(조금은 핑계임...ㅋ)

반딧불,, 2006-04-2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바리 읽으려고 몇페이지 들췄다가 다시...ㅠㅠ
늘 그렇습니다.

플레져 2006-04-2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흑흑... 저랑 다시 시도해요!
 

배종옥의 뜨거운 심장을 아세요?

세월이 갈수록 현명해져가는 드라마 <굿바이 솔로>의 그 여자… 무당이기보단 고뇌하는 인간적 배우의 마흔 셋이 아름답다

▣ 백은하 <씨네21> 기자

한낮의 재즈바. 너무 인공적이어서 조잡해 보이기까지 하는 에메랄드빛 칵테일을 앞에 놓고 한 여자가 책을 읽고 있다. 밑줄을 치고 중얼중얼 혼잣말도 곁들여가며. 그러나 그녀가 골똘히 읽고 있는 책은 폴 오스터도, 코엘료도, 헤세도, 이해인도 아니다. 바로 홈쇼핑 가이드북이다.


△ 한없이 가벼운 여자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낯선 백반집 할머니에게 눈물을 보이는 <굿바이 솔로>의 종잡을 수 없는 오영숙 역할을 배종옥은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낸다.

한국방송 미니시리즈 <굿바이 솔로>에서의 배종옥, 아니 오영숙은 늘 이런 식이다. 세상사 고통을 다 짊어진 어두운 눈빛을 하다가도, 이렇듯 엉뚱하게 사람의 힘을 쑥 빼버린다. 화려한 옷차림에 진한 화장을 한 채, 허름한 백반집 할머니와 볼을 비비고, 남편에겐 주눅들어 찍소리도 못하다가, 외간 남자가 녹차를 시키면 여기는 커피가 맛있다고 자기 맘대로 주문해버리는 막무가내인 여자다. “뭐 저런 년이 다 있어?” 쳐다보면 “신경끄셔!” 대답이 날아올 것처럼 까칠하다가도, 상처 입은 자들에겐 어머니 같은 품을 열어 끌어안아버리는 다정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어쩌면 어쩌면 미친 여자다.

장황한 배우론은 없다, 그냥 물같다…

그러나 배종옥이란 배우를 실제로 만나면 좀 당황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성격 있는’ 여자 대신 도통 속내를 알 길 없는 여자가 눈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배우는 장황하게 배우론을 늘어놓지도, 넘쳐나는 끼나 감수성으로 함께 있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거나 울리지도 않는다. 거만하지도 겸손하지도 폐쇄적이지도 다정하지도 않다. 색도, 향도, 맛도 없다. 그냥 물 같다. 그러나 이런 물 같은 천성이 이 배우가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배종옥’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이름을 빛내는 법을 알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기엔 <거짓말>의 성우가, <바보 같은 사랑>의 옥희가, <질투는 나의 힘>의 성연이, <굿바이 솔로>의 ’오 여사’가 있을 뿐이다.

물론 배종옥 하면 여전히 <도시인>이나 <목욕탕집 남자들> 등의 드라마에서 나왔던 똑부러지는 커리어우먼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동그랗고 귀여운 눈을 크게 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사를 숨도 쉬지 않고 늘어놓던 그녀는 ‘대사발’ 좋은 작가들의 애장목록 1호였다. 그러나 그 빈틈없이 견고했던 한 여자가 사랑 앞에 와장창 무너져서 “사랑이 또 온다고 말해줘, 또 온다고~” 하며 울먹이던 <거짓말>의 그 순간에, 우리는 알아버렸다. 이 얄미운 모범생 같은 여자에게 심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뽀글뽀글 파마를 하고 봉제공장 미싱 보조로 등장해 세상 사람 다 말리는 ‘바보 같은 사랑’에 빠져버렸을 때 우리는 알아버렸다. 이 손해볼 짓 안 할 것 같던 깍쟁이에게 순정이 있다는 사실을.

한동안 잘 배워서 똑똑하고 쿨한 여성을 연기하던 그녀는, 이제 세월이 갈수록 잘 늙어서 현명해져가는 뜨거운 여자를 연기한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진짜 쿨한 게 뭐냐면, 진짜 쿨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쿨한 거야”라는 노희경 작가의 대사가 배종옥의 입을 통해 나오면 우리의 오랜 오해는 그렇게 눈 녹듯 녹아버린다.


△ <거짓말>의 성우는 빈틈없이 견고하다가 사랑 앞에 무너져버리는 여자였다. 성우를 통해 모범생 같은 배종옥에게도 심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64년생, 올해로 마흔셋에 이른 배종옥은 더 이상 ‘푸른 해바라기’같이 해사한 소녀도, ‘걸어서 하늘까지’ 뛰어갈 듯 파닥거리던 ‘날치’ 같은 청춘도 아니다. “나이가 들면 누나처럼 명쾌해지냐?”고 묻는 어린 것에게, “지금 이 순간, 이 인생이 두 번 다시 안 온다는 걸 알게 되지”라고 담담히 말하는 늙은 것이 되어버렸다. 지난 10년간 배종옥과 함께 작업해온 노희경 작가는 배종옥에 대해 “타고난 재주도 끼도 전혀 없는 사람이다. 코가 예쁜 걸 제외하면. (웃음) 배종옥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게 없는 사람이 노력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또 “개인적으로 끼로 연기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게 넘쳐버리면 배우가 무당 같아져버린다. 나는 무당보다는 그저 고뇌하는 인간인 배우가 좋다. 배종옥은 그 나이에 대학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한다. 촬영장에도 가장 먼저 온다. 자기 신이 많다 적다 한마디 하는 적이 없다. 그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나를 순간순간 고민하고, 한순간도 대충 살지 않는 여자다. 끼가 넘쳐나는 배우는 옆사람을 주눅들게 하지만, 노력하는 배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그 나이쯤 되면 그동안 쌓아논 것으로, 이름값으로 대충 먹고살지만 배종옥은 끊임없이 벌어나가고 있는 배우란 생각이 든다. 나잇값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 나잇값을 하는 배우다. 그녀가 늙어가는 걸 보는 재미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저런 동료를 가진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0년 작업한 노희경 작가 “힘을 주는 동료"

한때 나이가 들어가는 건 더 강해지고, 더 독해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유약했던 청춘을 부끄러워하고, 우유부단했던 젊음을 버려야만 쟁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더욱 동글동글해지는 배종옥의 얼굴은 각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렇게 배종옥이란 배우의 존재는, 모든 늙어가는 것들에게 내려진 희망의 증거다.

................

98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문예회관 대극장 (아르코 예술극장)  지하 연습실에서 배종옥은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외국에서 초청한 공연팀들의 공연을 준비하던 나는 검은 9부 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걸쳐입은 배종옥이 지날때 마다 그녀가 한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녀는 마치 하나의 소실점같았다. 하나의 선과 선이 만나 입체감을 주는 소실점 같은 그녀는 생각과는 달리 왜소했다. 맨얼굴의 배종옥은 연습에 치중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가 물묻은 손을 흩뿌리고 가면 그 한방울 물기가 착지하는 지점까지 쫓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 투가 참 좋았다. 그즈음 막 뜨기 시작한 배우 송강호는 연극 무대에서 내려온 후 두터운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푹 숙인채로 지나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겸손이 그의 겸허가 스타 의식으로 오인되는 순간이었다. 송강호가 뜨기 전 그가 출연한 연극 '비언소' 에서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내 생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보를 터뜨린 연극은 비언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그가 다시 돌아와 연극 무대에 서게 된다면 나는 그만큼 또 웃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 나이 탓도 있었을 거다. 내나이 푸르고 푸르러 말똥구리만 굴러도 웃음이 나던 무렵이 문득 그립다. 송강호가 지나가던 그 길을 배종옥은 무표정하게 지나갔다. 배종옥은 지하 연습실로 내려가 다시 연습에 몰두했고 나는 몰래 들여다봐야지 하면서도 일에 치여 내려가지 못했다. 얼마전 '러브 토크'에서 배종옥은 연기 뿐만 아니라 멋스러운 의상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그녀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그녀가 즐겨 입는 옷은 참 멋스럽다. 작은 키를 애써 가리려 하지 않기 때문인지 자신감이 코디하고 있으며 그녀가 입는 옷들은 늘씬한 마네킹이 입으면 딱 좋을 늘씬한 옷들이었다. 굿바이 솔로에서 배종옥이 윤소이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한다. 배종옥은 헐렁한 하얀 남방 셔츠에 짙은 색 청바지를 입고 예쁜 소파에 고개를 치켜들고 몸을 세워누웠다. 그 옷이 참, 예뻐보였다. 한때 우리 언니들이 즐겨입었던 80년대 패션, 헐렁한 흰 남방에 청바지가 배종옥에게서 촌스럽지 않게 살아났다. 배우의 얼굴은 무난해야 참 좋다.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은 배우라는 이름 보다 연예인 이라는 이름에 가깝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배종옥이 친구의 집에 놀러가 설거지를 자처한다. 친구의 싱크대에는 기름끼 있는 수세미 따로, 그 외 식기를 닦는 수세미가 따로 있었다. 배종옥이 실수로 기름끼를 닦는 수세미로 그릇을 닦으려 하니까 친구가 웃으며 가로막는다. 그 장면에서 배종옥의 아스라한 표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굿바이 솔로'의 배종옥이 어떻게 '꽃보다 아름다워', '러브 토크'와 다른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했는데 그녀는 배신을 모르는지 충실하게 회를 거듭할수록 오영숙이 되어가고 있다. 수요일 목요일마다 작은 시네마 테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나는 배종옥을 바라본다. 노희경은 방송국 작가실에 쳐박혀 줄담배를 피우며 글을 쓴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럴까. 몇해전에 주워들은 얘기이니 지금도 그럴지 안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좋은 게 아니라 그녀가 연기하는 역할에 매료되었을거다. 고독하고 담백한 연기(smoking) 같은 연기(ac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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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4-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종옥도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네요. 다른 영화들보다도 long long ago 시절의 드라마 <왕륭일가>에 나왔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mong 2006-04-0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래도록 마음속에 꾸준히 마음에 남아 있는 배우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좋아할 것 같은 여자....

플레져 2006-04-04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왕륭일가...아...정말 오래된 드라마네요. 기억해내고 보니 먼지처럼 딸려나오는 추억들이 또...있네요 ㅎㅎ

몽님, 몽님의 두 줄에 저도 한표 ^^

두 분! 시간 되시면 좀 전에 올린 마이 리뷰 : 맘에 드는 오렌지색 립글로스 도 좀 보셔요! ㅋㅋ (모처럼 쓴 화장품 리뷰에 반응이 없어 댓글에서 숨어 홍보하고 있는 플레져씨~ ^^)

산사춘 2006-04-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희경-배종옥, 인정옥-윤여정 세뚜만 보면 가슴이 뛰어요.

Mephistopheles 2006-04-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종옥씨의 요즘 모습을 보면....물이 완전히 올랐다..라는 말이 있는 듯 싶어요..^^

플레져 2006-04-04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노희경, 인정옥씨는 참 행복할거에요. 자신의 드라마를 빛내주는 배우들이 있어서 ^^

메피스토님, 그녀는 연기하면 항상 물이 올라요...^^

깍두기 2006-04-0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무당보다는 그저 고뇌하는 인간인 배우가 좋다. 배종옥은 그 나이에 대학에 가서 계속 공부를 한다. 촬영장에도 가장 먼저 온다. 자기 신이 많다 적다 한마디 하는 적이 없다. 그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나를 순간순간 고민하고, 한순간도 대충 살지 않는 여자다. 끼가 넘쳐나는 배우는 옆사람을 주눅들게 하지만, 노력하는 배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그 나이쯤 되면 그동안 쌓아논 것으로, 이름값으로 대충 먹고살지만 배종옥은 끊임없이 벌어나가고 있는 배우란 생각이 든다. 나잇값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 나잇값을 하는 배우다. 그녀가 늙어가는 걸 보는 재미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종옥.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을 가진 사람.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나 모르게 노희경작가의 드라마를 방송하다니, 내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산 게 확실해ㅠ.ㅠ
플레져님 고마워요. 오늘 당장 인터넷으로 지난 방송분부터 봐야지.

플레져 2006-04-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KBS2 수목 드라마여요. 방송한지 한달쯤 되었으니 인터넷으로 보셔도 벅차지 않을거에요. 속세와 인연, 잠깐 늦추고 살아도 괜찮지요 모 ^^;;

stella.K 2006-04-0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미글은 당신 글이엇수? 한참 넋을 잃고 읽었다는...^^
노력하는 배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이말이 왠지 나에게 힘을 주네요. 퍼가요.^^

미미달 2006-04-0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투는 나의 힘> 영화는 진짜 별로였는데,
이 영화에서의 배종옥이 맡았던 캐릭터가 그녀와 참 잘 어울렸고,
또 그만큼 잘 연기했었다고 생각해요.

잉크냄새 2006-04-0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그런 화장품을 사용할수가 없어요. 쉐이브 스킨이나 로션이라면 모를까. 아시면서.^^

이리스 2006-04-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은하씨 기사네요. ^^;;

2006-04-05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4-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네, 제가 쓴거에요.
님에게 힘이 되는 말 드시고 힘 내세요! 홧팅!

미미달님, 그 영화를 주의깊게 잘 못보았어요. 박해일 보느라고...ㅎㅎ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에요.

잉크냄새님, 네... 제가 결례를...ㅎㅎ

낡은구두님, 백은하 기자와 친분이? ^^

로드무비 2006-04-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영화 페이퍼에도 커튼보다는 블라인드 배경이
어울리는 배우라고 제가 썼었죠?
이번 드라마 속의 인물도 그녀와 참 잘 어울리더군요.

연극 <비언소> 보고 송강호 때문에 으을매나 웃었는지.
연극 마치고 '멜로디'인가? 김민기 씨가 대낮에도 맥주 마신다는
카페에서 맥주 한잔 했답니다. 책장수님이랑. 히히~
전 또 연출자 박광정이 그렇게 좋더군요.

심혈을 기울여 쓰신 페이퍼 같은데요?

플레져 2006-04-0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네, 기억나요! (실은 조금 기억남...ㅋ)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갈수록 오영숙化 되더라구요.
님도 비언소를 보셨구나~ 그럼 우린 그때도 스쳤을지 모르겠네요 ^^
멜로디라... 안가본 데 같은데, 쫌 아쉽네요.
대학로에 웬만한 곳은 누볐는데 말이죵 ㅎㅎ

심혈을 쪼매 기울였어요~ 캬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