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지능
이지윤.하상원 지음 / 너와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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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법칙 중에 하나가 바로 성실하게 일만 하는 것으로는 자기 집을 가질 수 없고, 최소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것들을 마음 편하게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노동소득만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업을 하든지, 투자나 로또 등으로 대박이 나서 노동 능력 이상의 돈이 생기든지, 아니면 대출을 해서 남은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노동소득과 저축 이외의 수단이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재테크, 그중에서도 투자는 이제 모르면 바보고, 하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는다. 설사 투자를 해서 쪽박을 차더라도 안 하는 게 이상한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경제적 풍요를 바란다면 가장 정석은 사업일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역시 사람을 피말리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고차원의 수익 창출 수단인 것 같다. 결국 가장 보편적이고 접근 가능한 재테크 방법은 투자로 귀결된다.



이번에 출간된 『투자지능』에서도 역시 같은 맥락의 명제를 독자에게 던진다.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생존 스킬”이란 표현으로 투자의 의미를 밝히고 구체적으로 습득해야 할 능력으로 ‘투자지능’을 말한다. 그런데 투자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란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것 혹은 행위로 정의되어 있다. 시간이나 정성은 알겠는데, ‘자본’은 대체 뭘까? 그것은 “장사나 사업 따위의 기본이 되는 돈”을 의미한다. 결국 투자란 지극정성으로 돈을 다루어 그 돈으로 돈을 불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돈의 흐름과 그 원리를 이용해 돈을 더 거두어들이는 것이 투자라는 것이다.

이 책은 먼저 대국민 투자지능 테스트라는 것을 시켜서 독자의 투자지능을 검사하게 한다. 이미 시행된 검사 결과를 통계로 내 분석해본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소 100억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체로 열에 여덟은 재테크를 하며 역시 가장 접근성이 높은 주식이 투자 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테스트에서는 금리의 등락 여부가 채권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과 대답이 가장 눈에 띈다. 나도 헷갈려서 맞추지 못했는데, 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향후 경제의 거시적 흐름을 미리 조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데, 첫째는 투자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고, 둘째로는 비이성적 투자 행위에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에서 비교적 건전한 축에 속하는 것은 안정적인 삶의 유지가 될 텐데,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쾌락과 탐욕을 추구하다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심해지면 투자 행위를 이론과 경험에 근거하지 않고 막연한 감과 비상식적 지표를 맹종하거나 유행에 휩쓸리듯 무리한 투자를 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거나 건강까지 해치는가 하면, 심지어 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이 강조하는 투자지능이란, 단순히 돈과 그 돈을 통해 충족하려는 욕망에 휩쓸려서는 결코 획득할 수 없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보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간과 세상을 분석하고 통찰하여 실천하는 합리적인 경제 활동이 투자라는 것이다. 돈의 액수가 가장 객관적인 평가 지표이긴 하겠지만, 투자 역시 인간의 의식과 활동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자기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 돈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굴릴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훈련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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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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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소설의 또 하나의 돌파구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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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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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세 번째 작품집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최근 드라마로 방영된 같은 제목의 원작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소설과 드라마는 비슷한 소재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전체적으로 우중충하지만 유머나 희망적인 색깔을 가늘게 유지하면서 결론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막을 내리고 있는데, 소설은 시종일관 어두운 톤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특히 주인공이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손님으로 찾아오는 수백 명의 사람들의 특징이나 그 특징을 통해 어떤 사실들을 추리하고 검증하는 것을 취미처럼 하는 행위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 및 과거 이력과 연결되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거기가 본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생각지도 못했던 살인사건이 묘사되는데, 그것이 얼마나 괴기스러우면서도 끔찍한지, 생각할수록 몸서리치게 하여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짧은 내용의 작품들이지만 반전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구조가 촘촘하게 잘 짜여 있어 읽는 재미는 일품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죽은 고양이가 살아 남은 고양이의 이후 삶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묘사가 되는데, 굉장히 인간적이고 선한 의도만 가득할 줄 알았던 작품의 줄거리가 돌연 인간의 비인간성 혹은 이중성을 부각시키는 결론으로 전개되는 흐름이 살아있음에 대한 먹먹함과 급격한 내용상 반전의 충격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감상을 동시에 일으키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작품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복잡하게 전개되던 사건이 돌연 신의 등장으로 한방에 해결되어버리는 문학적 장치를 의미하는데, 이 개념을 한국의 무속 신화와 연결시켜 요즘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네이버웹툰 ‘미래의 골동품가게’와 같은 느낌을 주어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소설의 끝부분에서는 여기에 사람의 인연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절묘한 장면을 연출하여 감탄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가장 주목되었던 작품은 「러닝패밀리」다.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까지 끌어들여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한다. 게임으로 상징되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연결점으로 ‘검은 구멍’이 등장한다. 사회적 약자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인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열악한 환경의 집 안방에 생긴 구멍에 빠져 실종되는 사건들은 일종의 판타지다. 가상세계인 게임에서의 활동 결과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의 흐름은, 메타버스처럼 또 하나의 실존 공간을 받아들여야만 할지도 모르는 인류의 앞날을 약간은 어둡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집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한국소설의 또 다른 돌파구를 보여준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의 장르소설도 어느 정도 역사가 쌓이면서 일종의 진부함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작가의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 솜씨에서 느껴지는 상상력의 폭과 깊이, 현 시대의 표면과 이면을 하나의 메시지에 담아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독특한 이야기를 통해 자기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드러내고 싶은 수많은 예비 작가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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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이기봉.이태호 지음 / 덕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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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간선 위에 중첩된 형태로 쌓이는 것도 역사가 이뤄지는 한 형태임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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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이기봉.이태호 지음 / 덕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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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그 길위에 있는 사람의 내면과 그 실속을 보여준다. 너무나 분주한 삶이거나 생각 없이 본능이나 이기심만으로 사는 사람에게 길은 아무런 즐거움도, 감동도, 교훈도 주지 않는다. 자신만을 중심에 두는 마음에겐 길도 자기의 마음을 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배움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생명의 신비가 깃든 꽃 한 송이나 풀 한 포기가 그저 잡초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나 아닌 것에 대한 배려심을 지닌 사람에게 모든 외부의 존재는 감탄의 대상이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겸손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속 깊은 평범한 사람의 눈에도 길은 세상 만물의 이치와 진리를 가르쳐주는 스승이 될진대, 퇴계 이황 선생 같은 역사적 위인에게 있어 오랜 여정을 채워주었던 길은 어떤 풍경과 의미로 다가왔을까? 당사자에게 그것을 물어볼 수는 없지만, 그 길을 따라가보면서 적어도 그 심정이나 기분을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남양주 미음나루, 운길산, 양평 한여울, 원주, 충주 가흥창, 단양, 소백산, 영주, 안동 도산서원에 이르는 육백 리 길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 측정법으로 환산하면 240Km나 되는 코스다. 퇴계 선생 본인에게는 그런 인식이 있었을 리 없었겠지만, 후대의 우리들에게 선생이 지나온 길은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가 된다. 이 길은 약 10일 간의 여정으로, 저자들은 그 시간의 흐름에 맞춰 퇴계길을 재구성한다.

이 책은 길을 지나오면서 그 길에 담긴 역사적 사실과 현대사의 이야기를 고루 배치하여, 역사가 단선적이 아니라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흐름은 인식하기에 따라 단절되고 따로 독립된 사건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그 느낌은 책에 삽입된 사진과 그림 자료에서도 느껴진다. 사진이 현재의 느낌을 담아낸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그린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의 그림은 현재를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들이 가는 길엔 역사의 다양한 흐름이 물결친다. 순교자의 유적은 직접적이고 강렬한 흔적으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목원에서 흘러나오는 녹음의 짙은 향내와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의 아름다움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도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당당히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접근에 있어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특히 길 위에서 펼쳐지는 관찰과 사유, 기록은 과거와 현재가 단순히 이어지거나 혹은 인과관계나 선후관계뿐만 아니라 하나의 시간선 위에서 중첩된 형태로 켜켜이 쌓이는 것도 역사가 이루어지는 한 형태임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에 지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우리가 있고, 미래에 만날 나와 우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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