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라는 감옥 -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야마모토 케이 지음, 최주연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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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숙지해야 할 한 가지 개념이 있다. 바로 ‘정념’이다. 정념의 사전적 의미는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표준국어대사전)이다. 여기에 철학적인 의미를 더하면 정념은 어떤 것으로 인해 평소와는 다르게 격한 감정에 휩싸인 상태를 말한다. 감정의 급격한 변화라고 해서 다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흄의 인성론에 따르면 정념에는 ‘욕구, 혐오, 비판, 두려움, 절망’ 외에 ‘기쁨, 희망, 안도’ 같이 긍정적인 것도 있다.

질투의 근원은 무엇인가? 이 책은 내용 전반에 걸쳐 ‘비교’라는 인간의 의식 행위를 거론한다. 이것은 뿌리 깊은 감정이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한곳에 정착하기 시작할 때부터 생겨난 것으로 본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 중심이었다가 비교적 안정된 체제를 이룬 후, 인류는 사회적∙문화적 사유를 하기 시작했고, 비교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비교라는 행위는 개체 간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는 ‘너와 내가 이렇게 다르구나, 차이가 있구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어떤 형태의 정념이 발동하게 된 것인데, 그것이 바로 질투인 것이다. 남보다 내가 못하다고 느낄 때의 굴욕감, 내가 손해 보더라도 상대의 이익이 박탈되는 것을 바라는 마음, 심지어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도 주변 여건에 따라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의 본성이다.

‘질투’를 다루는 이 책의 초반부를 읽다가 얼마 전 한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세네카의 『화에 대하여』가 생각났다. ‘질투’나 ‘화’ 역시 모두 정념에 속한다. 세네카는 ‘화’가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며, 이것을 온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질투에 관해 다루는 방식도 비슷하다. 질투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와, 각 시대의 사상가들이 어떻게 질투를 정의하고 분석했는지를 소개하면서, 대체로 질투는 화보다도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책 후반부에 들어서 인간의 본성 및 민주주의와 연관시킨 논의를 통해, 질투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와 기준을 두는 방법으로 질투를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결론짓는다.

제도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질적인 조건은 점점 더 풍요로워지는 데 반해, 인간의 정신은 그에 비례하여 성숙해지지 못한다는 것이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때 질투는 극복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연구되기도 했으나, 모든 유∙무형의 도구가 그렇듯이 이 정념의 양면적인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치들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이, 질투라는 감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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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wood Verbs : 동작과 행동의 영어 - 영화에서 포착한 동사의 쓰임
에드워드 포비 지음, 강주헌 옮김 / 길벗이지톡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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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장르나 제목, 작가, 내용에서부터 책 디자인이나 출판사, 가독성, 방송에서의 소개 또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여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이 책에 주목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번역자가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 강주헌 선생이다. 책을 좀 읽어본 독자들, 특히 인문 분야의 번역서들을 많이 접한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서로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등이 있고, 꾸준한 사랑을 받는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 등이 있다. 최근에는 『문자의 역사』라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울 만한 책을 번역했다.


『Hollywood Verbs : 동작과 행동의 영어』의 경우 외국어사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구성이나 단어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어느 정도 고유의 특징을 갖췄다는 점을 제외하면, 영어 단어와 표현을 공부한다는 목적에 도움을 준다는 다른 사전들의 목적 및 기능과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에서 십수 년째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에드워드 포비라는 분이다. 원어민으로서 한국인들을 오래 가르친 경험과 노력이 이 책에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나 영화, 영어 소설 같은 매체를 이용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그 언어의 문화에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익숙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원어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동작과 행동 중심의 단어들의 뜻과 영화 장면에서의 쓰임, 그리고 일반적인 예문들과 필요할 경우 세부적인 설명을 곁들여 독자 및 영어 학습자들로 하여금 해당 단어의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학습이 아닌 영어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한 교양 쌓기의 목적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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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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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우주를 향해 띄운 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난 시점에 와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에 대해서조차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땅 속도, 깊은 바다 속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런데 모르는 것이 이토록 많은데도, 인간은 지구를 인간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드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위험한 도박과 다름이 없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데 말이다.


저자는 “무지에 따른 재앙”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무지가 단순히 무지라는 상태로 순진무구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어떤 행동으로 이끌어 재앙을 일으킬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에서는 특히 전쟁과 비즈니스, 정치의 영역에서 통제하는 사람의 무지와 정보가 불충분한 일반인들의 무지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일으켜 재앙을 일으키는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거보다 현재에, 그리고 현재보다 미래에 더 지식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시대를 무지의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학문과 기술, 저장 매체의 발달로 집단의 차원에서는 이전 어느 시대보다 많은 지식을 축적했지만, 그것을 개인 차원에서 활용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것, 다시 말해 집단의 지식과 개인의 지식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개인의 무지 문제를 넘어 집단의 무지라는 주제에서 흥미로운 견해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성과 인종, 계급의 차원에서 지식과 무지라는 개념이 어떻게 통제와 의도적 차별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인종 문제에 있어서는 아프리카 노예를 비인간화하는 과정에서 그들도 인간임을 일부러 모른 척한다든지, 남성이 자신이 권위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성의 존재를 격하하거나 무지한 상태가 미덕인 것처럼 왜곡한 사례 등이 눈에 띈다.

이 책의 주된 주장 중 하나는, 새로운 지식이 새로운 무지를 낳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록 매체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나타나면 이전 지식 중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을 줄여서 그 자리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채우는 식으로 지식을 다뤘다. 대표적인 예가 백과사전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실속 있는 지식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 앎이 없는 상태, 모른다는 것,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 등 무지와 지식의 개념도 다양하게 분화되어 이 책의 후반부에는 아예 무지에 관한 용어 사전을 3페이지에 걸쳐 정리해두었다. 단순히 몰라서 모르는 게 아니라 이런 무지의 상태도 상황에 따라 자기의 이익을 위해 수단화하는 인간의 놀라운(?) 능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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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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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한 사조인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창시자인 키티움 출신의 제논을 비롯하여 키케로, 세네카, 에픽테토스 등이 있다. 그런데 요즘 출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로마의 황제이기도 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다. 그가 남긴 『명상록』에 대한 설명이나 재해석을 콘셉트로 한 신간들이 꾸준히 보이기 때문이다. 니체와 쇼펜하우어와 함께 대중을 위한 실용적인 철학 안내서 유행의 주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꽤 유명하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 씨다. 저자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투병 기간 중 『명상록』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이후로 저자가 꾸준히 연구해온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에 대한 정리이자 견해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가 약 200년 동안 누리던 평화와 번영의 마지막 시기에 통치했던 인물이다.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로 향하던 로마 제국의 현실 가운데서, 내부와 외부의 악재에 현명하게 대처하며 오늘날 철인황제 또는 현제(賢帝)로 알려져 있으면서 동시에 스토아학파의 주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된다.


그의 기록들이 특별한 이유는 주로 전쟁 중에 쓰인 것들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쓴 글들이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 가운데서도 내면의 풍경을 관찰하고 성찰을 꾸준히 하면서 그의 철학은 살아 있는 지혜로서의 의미가 더해졌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저자의 속마음을 날것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특히 그의 철학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간의 존재 이유, 방식에 대한 정의인데, 이것은 스토아 철학 전반의 맥락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평정심, 지혜, 용기, 절제 등의 미덕을 강조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을 추구하는데, 이것이 온갖 음모와 술수가 횡행했던 궁중에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터에서도 여전히 그 의미와 가치가 고수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스토아 철학에 대한 독자로 하여금 특별한 관심을 갖게 한다.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본질적으로 인간은 서로 협력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반복하면서,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선과 악으로, 희망과 비극으로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주적 선을 이루는 것이라는 초월적인 관점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의견으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인간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은 요즘 숏폼 영상들에서 볼 수 있는 처세술 관련 내용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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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심리학 수업 - 유쾌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심리학 필수 지식 드디어 시리즈 1
폴 클라인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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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심리학 입문 서적들은 이미 수없이 나와 있다. 그리고 몇몇 특정 철학자들이 유행처럼 소재가 되어, 여러 저자와 출판사들에 의해 소환되고 있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 것 같다. 이 책의 원서는 2012년에 나왔다. 이 분야의 고전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다. 꽤 오랜 시간을 거쳐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나온 것인데, 심리학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라면 이 책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해 보인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의 구성이 아주 체계적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내면을 이해하는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심리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이어서 카를 융이 소개된다. 이 둘은 정신분석과 자아,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심리학의 대표적 개념으로 정착시킨 사람들이다. 이 둘을 시작으로 심리학은 어엿한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서 저자는 관계를 이해하는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관련 학자들과 이론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조건반사 실험, 다시 말해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유명한 이반 파블로프다. 이 실험이 중요하게 보였던 이유는 무조건반사와 조건반사의 개념을 통해 시대를 거슬러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중이 특정 이해집단의 여론몰이에 어떤 식으로 선동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주제는 세상을 이해하는 심리학이다. 여기서는 심리학 역사에서 널리 알려진 실험이나 주요 개념들을 인물과 연구 중심으로 소개한다.


책의 전반적인 구성은 개인에서 시작해 대인관계, 사회적 심리 현상이라는 흐름으로 확장되면서 심리학이 인간 개인의 단위에서 사회적 현상과 본질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 전반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입문을 도우는 책들의 성격이 그렇듯이 이 책은 몇몇 생소한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약간 애를 먹는 것 말고는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기에 큰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 적절한 사진과 도표 자료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추천사를 쓴 심리학자 김경일 님의 코멘트는 약간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어쨌든 꼭 필요한 심리학 기초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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