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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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욕망이 자기파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 결국 인류의 문명은 궤멸된 수준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최신 과학기술의 세례를 받은 고양이와 쥐는 서로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종간 소통이 자유롭고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그 시대의 지도자, 즉 여왕이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쥐 티무르는 고통스러운 과거의 삶의 원인을 제공한 인간에 대한 증오로 인류를 전멸시키고 지구라는 행성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 인간 없는 세상의 통치자가 되려 한다.

전편에서 쥐들의 공격으로부터 천신만고 끝에 벗어나 새로운 대륙에서 삶을 도모하며 희망호라는 배에 올라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다다른 일행은 오히려 더 큰 적군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혼란과 공포에 빠진다. 전작에서는 유럽, 프랑스가 무대가 되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 뉴욕이라는 21세기 인류 문명의 상징적인 장소가 배경이 되었다. 이 책의 제1막 5번째 챕터에서 전편의 대강의 줄거리를 요약해주고 있어 읽는 데 무리가 없다.




『행성』 1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립 구도는 바스테트 일행이 미국 대륙에서 새롭게 만난 아메리카의 쥐떼 군단과 그 수장인 알 카포네, 그리고 바스테트 일행을 좇아 대군을 이끌고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입성한 프랑스 쥐떼 군단과 그 수장인 티무르라는 두 집단의 만남이다. 두 집단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각각 오늘날의 유럽과 미국의 특성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 쥐떼들의 왕, 티무르. 아메리카 쥐떼들의 왕 알 카포네, 이 둘은 대결할까? 아니면 연합하여 인간들을 전멸시키는 데 힘을 합칠까?

고양이 바스테트의 목표는 종간 소통, 그리고 쥐들의 세계정복을 저지하는 것이다. 바스테트는 이집트 여신의 이름이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세상 모든 존재가 자신을 여왕으로 떠받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 자신만만하고 이기적이고 뻔뻔하면서도 모험심 강한 고양이다. 하지만 모험의 과정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인간과 동물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가운데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평적인 파리와 수직적인 뉴욕을 비교하는 듯한 뉘앙스도 눈길을 끈다. 나아가 고층빌딩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인류 문명 자체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는 심각한 재앙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이념에 따라 각자의 부족 문화, 부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고집스런 모습도 볼 수 있다.

쥐에 정복된 세상에서 인간들은 대규모로 페스트에 감염되어 죽어간다. 욕망에 이끌린 자기파괴적인 내전 후 쥐떼에 점령당한 지구, 아니 인류 문명. 행성 1권에서의 전환점은 인터넷의 복구다. 복구된 인터넷을 통해 쿠바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미국 부대 제5 기갑 여단과 연락이 이뤄지고, 미국 임시 혹은 과도정부의 수장인 힐러리 클린턴은 건재한 병력으로 뉴욕 시를 쥐떼로부터 해방하라는 작전 명령을 내린다. 복수의 시간은 성공할 것인가? 문명은 재건될 것인가?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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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
사지 하루오 지음, 홍성민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공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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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개신교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존 칼빈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기독교 강요』 첫 장에서 ‘신을 바로 아는 것이 곧 인간을 바로 아는 것’ 혹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면 신을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문장을 남긴 바 있다. 기초적인 교양과학을 다루는 책을 두고서 뜬금없이 왜 기독교 신학자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마치 존 칼빈이 말한 것처럼, 『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의 저자 사지 하루오 박사는 우주를 이해하면 우주뿐만 아니라 곧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임을 책 전반에 걸쳐 친절하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우주와 천체물리학에 대해 아주 매력적인 입문서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빅뱅에서 인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책의 특성상 세부적인 부분을 다룰 수 없을지라도 이 책만큼 우주의 탄생과 곧이어 생성된 원소들의 파노라마, 결합과 분열을 통해 태양이 만들어지고 행성이 만들어지고, 지구와 생명체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흥미롭고 시적이고 친절하게 이해시키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느낄 정도니까 말이다.




우주의 탄생, 빅뱅의 순간을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변화한 순간’이라고 설명하면서, 변화를 느끼는 것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인간의 특성과 연결하여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는 발상과 표현이 감탄스러웠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밤이 어두운 것은 우주가 유한하다는 증거’라는 설명과, ‘전파는 우주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라는 비유, 아주 작은 빛의 흔들림에서 우주 탄생의 실마리를 보는 것처럼, 인생도 그러니까 산다는 것도 하나의 흔들림 같은 것으로 연결해서 설명하는 것 등은 이 책이 과학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시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겸비한 매우 멋진 책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느 곳이나 중심이 될 수 있는 우주의 성질, 그것은 보는 관찰자의 위치, 관점, 대상의 상황에 따라 같은 것이 다양한 모습,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사람은 하나이지만 다양한 면모를 가지게 되는인간적 특성이 우주적 유래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블랙홀은 직접 관측이 어려운 천체다. 주변의 상태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도 어떤 사람을 파악할 때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면, 주변 사람들의 평판이나 인간관계 등을 통해 알게 되는 원리와 비슷한 것 같다.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 시각정보와 청각정보를 비교해 다룬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인간이 말하는 식스센스, 즉 오감을 넘어서는 초자연적 감각이라는 개념도 면밀히 따져보면 초자연적이거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충분히 과학적 관점에서 구별하고 입증가능한 현상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그 6번째 감각이라는 것이 먼 옛날 인류들은 잘 활용하고 있었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퇴화한 능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바로 그것이 종교인들이 말하는 영적 세계의 실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점까지 생각의 꼬리가 점점 길어진다.

이 책은 단순히 교양과학 입문서의 면모를 넘어 인간과 우주를 아울러 바라보는 다채롭고 깊고 넓은 시각을 갖게 해주는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설명 방식이 초보자, 입문자들에게 너무나도 적당하게 표현되어 있어 과학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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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존 콜라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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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좋다는 것은 확실히 장점이다. 좋은 목소리는 그 목소리를 가진 사람의 인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외모가 평범해도 목소리가 좋으면 전반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 반대로 외모가 출중해도 그에 비례해 목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면 매력은 반감된다. 목소리와 외모가 어울리지 않아 당황스러운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사람이 유명한 축구선수였던 데이비드 베컴이 아닐까 싶다. 한편 어떤 얼굴을 보면 거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예상하게 되는데, 전혀 다른 느낌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처음에는 당황스럽다가도 점점 더 큰 매력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그런 사례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보이스』에서 제목과 부제를 아우르는 ‘목소리’(voice)라는 단어를 봤을 때 금방 떠올랐던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목소리와 생김새의 관계에 관한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훨씬 깊이 있는 시선과 관점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다룬다. 나아가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자 인류 최고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언어’와 비교하여 그 중요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언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의미로서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소통 수단으로서의 언어의 역사가 10,000년도 채 되지 않지만, 목소리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진화론적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이 지금의 인간의 모습을 하기 이전부터 생존을 위한 결정적 무기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에 대한 관심이 놀라울 정도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가 책 서두에 밝히고 있듯이, ‘목소리’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한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를 8개의 개별 항목(베이비 토크, 기원, 감정, 언어, 섹스와 젠더, 사회에서의 목소리, 리더십과 설득의 목소리, 백조의 노래)으로 정리하여 그 기원과 역사, 의미를 밝히는 저자의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내용도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개별 주제를 통해 목소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수놓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해 과는 과정은 이 책이 주는 최대의 즐거움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매우 중요한 정보 하나를 알려준다. 그것은 성대의 상태가 단지 목소리의 이상만이 아니라 호흡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손상된 성대를 사용해 소리를 무리해서 내게 되면 폐에 들어가는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채워져 과도한 호흡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목 상태가 약간 이상해도 말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목소리가 바뀌면, 그 목소리로 인해 삶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영향받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단순히 생각해서 목소리가 나쁘게 변하여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이 초래할 어려움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알려주는 목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하는 말에서 찾을 수 있는 운율적 요소, 즉 음악적인 성격이다. 말에는 운율이 있고 운율은 감정을 나타내며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목소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감정 표현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말이라도 운율의 차이, 다시 말해 표현 방식이나 어감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감정적인 차이가 발성 기관이 다르게 움직이는 신체적 차이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목소리는 언어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언어를 목소리보다 더 고차원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징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믿음 위에서, 목소리가 언어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저평가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퍼뜨린 장본인은 대표적인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다. 촘스키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지성인이다. 하지만 촘스키의 아성은 이미 그의 분야에서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타고난 것이라는 그의 이론은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및 알고리즘 기술의 발전을 통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능력이라는 쪽으로 무게추가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목소리가 의미를 지닌 의사소통 수단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짚어본 다음 본격적으로 사회학적, 정치적, 인문학적 관점으로 목소리의 기능과 효용을 따지는 부분은 바로 우리 시대의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어 더 집중하게 한다. 특히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연설로 평가되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처칠의 영국 하원 연설, 루즈벨트의 노변담화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중에게 행하는 기술로서의 목소리의 특징은 키케로의 연설 기술을 다룬 저서까지 거슬러올라가 폭넓은 지식의 향연을 맛보게 하고, 인간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행동을 하게 하는 목소리의 힘을 실감나게 한다.

목소리의 사회적·정치적 기능을 다루는 부분에서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의 사례가 보여준 풍성한 언어적 배경과, 그가 정치 활동을 하면서 대선 주자로 거듭나는 과정이나 임기 중에 대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런 특성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능력이었다. 반대로 어쩌면 축복받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바마라는 사람의 이런 조건들이, 트럼프처럼 자격이 충분하지 않지만 대중 선동에 능한 사람으로 하여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 모든 종에서 목소리는 집단 내 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수단을 하는데, 사회성이 없는 파충류가 목소리를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런 목소리의 특성에 힘을 실어주어 흥미로웠다.

이것과 연결되어 주목되는 내용은 목소리와 민주주의와 독재의 관계를 조명한 부분이다. 목소리가 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일종의 메신저 기능을 하는데, 이것이 악용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히틀러의 대중연설이다. 히틀러의 목소리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징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고 그의 의도대로 집단 최면에 빠져 선동될 수 있는지 밝히는 과정은, 진화인류학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면서 생존력을 키운 인류가 같은 방식으로 얼마든지 파멸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린다.

일반적으로 정리된 언어와, 정제되지 않은 언어인 욕설 같은 나쁜 말이 나오는 경로가 뇌의 서로 다른 부분에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생각없이 말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실제로 생각없이 본능에만 충실한 말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성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거쳐 나오는 언어와 감정적 언어는 같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삶이 목소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아왔고, 받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사람의 말 한 마디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독립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목소리 자체는 큰 힘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뇌 과학과 인류학, 사회학, 정치 등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인간의 삶을 이루는 요소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삶과 세계의 연결고리로서의 목소리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지적 즐거움을 얻게 해줄 것이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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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해력 - 나도 쓱 읽고 싹 이해하면 바랄 게 없겠네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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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책읽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특히 책읽기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다시 말해 ‘문해력'의 문제다. 문해력이 좋은 사람은 당연히 글쓰기에서도 강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고,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글을 이해하는 능력도 좋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글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곧 문해력이 좋다는 것이다. 때문에 글쓰기와 책읽기는 따로 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신간 『어른의 문해력』은 넓게 보아 문해력과 글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역시 문해력을 “글을 읽고 이해(해석)하는 힘, 더불어 이해한 내용을 내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그러니까 글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읽기의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 자신의 필터를 거쳐 어떤 형태로든 재생산되는 경험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으로도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스마트폰의 글은 ‘보는 것’으로, 책의 글은 ‘읽는 것’으로 구분한다. 이 둘의 차이는 스스로의 의지가 개입하는 비중과 접하는 관점의 폭이다.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같은 짧은 동영상 콘텐츠로도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 유용성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문해력은 대인관계나 업무 등의 질과도 연결된다. 문해력은 일종의 상황판단능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문맥을 파악하는 과정도 중요한데, 이것이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리하는 능력과 다를 것이 없다.

문해력의 정도는 독자가 어떤 정보나 지식을 접하고서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중력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에게 필요한 것, 유익한 것을 가려낼 줄 아는 능력의 바탕에 이해하는 힘의 기초인 문해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난 후 독후감이 아닌, 책 읽기 전의 준비운동 개념의 ‘독전감’을 제안한 부분이 흥미롭다. 제목이나 부제, 표지 그림, 저자 소개, 목차의 장 제목을 보면서 책 내용을 미리 짐작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책을 더 적극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호기심이 기억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덧붙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많이 읽기는 했으나 깊이 읽지 못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서평을 써왔지만 한계를 느낀다. 그 이유를 이 책은 나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내 삶에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독서로 발전해야 한다. 아마 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기존의 독서와 초보적 서평 활동에 한계를 느끼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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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원서 깊이 읽기 - 원서에서 보석을 캐는 최적의 독법
함종선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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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만을 습득하기 위해 읽지는 않는다. 내용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닫고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해보기도 하고, 행간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거나 책 내용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영어 원서의 경우도 결국 그런 읽기가 가능해야 한다.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고 축약하거나 영어 어휘 공부만이 목적이 된다면 깊이 있는 영어 문해력을 기르기는 힘들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 학습 목적의 원서 읽기로는 얻을 수 없는 인문학적 가치를 충분히 사고하고 음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선별의 열두 편의 작품으로 원서 읽기의 즐거움과 수준을 한층 높이고자 한다. 먼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간단한 배경정보를 알려준 뒤 작품의 줄거리 및 본문 뒤에 숨은 속뜻이나 맥락을 짚어본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은 인생의 즐거움이나 기쁨, 행복을 상징한다. 반면 인간의 쾌락 추구 및 탐욕을 의미할 수 있다. 대상 독자가 어린이인만큼, 무절제한 욕심으로 초콜릿을 독차지하려 하지 말고 나누어 먹으라는 교훈으로 끝맺는다. 저자는 여기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이 작품이 영국 사회의 구체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초콜릿은 앞서 말했듯 행복과 탐욕이라는 일반적인 이중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빈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작품 속에서 두 가족을 통해 표현된다고 한다. 여기에 흑인 노예 논쟁까지 일으킨 작품이라고 하니 더 흥미가 생긴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최고의 영미 소설로 꼽히기도 했던 ‘앵무새 죽이기’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다뤘을지 살펴보자. 우선 이 작품은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쯤 되면 중고등학교 수업 교재나 수록 작품으로 더욱 많이 읽히는 작품인 것은 당연할 것이다. 용기와 공감 등 미국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193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것이 미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발돋움하게 한 것이다. 이 작품은 구체적으로 당시 미국의 사법 제도의 인종차별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미국 사회의 퍼진 타 인종에 대한 편견과 증오심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이 작품을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도록 한 것 같다.

마지막 열두 번째 작품인 특이하게도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문’을 소개한다.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쉬’(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로 많이 알려진 연설문으로, 많이 회자된 바 있다. 그의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이 연설문에 대해 “기교적 미니멀리즘”이라 규정했다고 한다. 잡스는 이 연설문을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했는데, 이것은 그의 인생의 세 시기를 요약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에게 익숙해질 정도로 많이 알려진 그의 삶과 업적, 죽음이긴 하지만, 이 연설문을 통해 조금은 더 내밀한 잡스의 철학과 신념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유명한 작품들의 요약집처럼 읽혀질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저자의 해설이나 숨은 의미를 찾는 해석의 방식을 흉내내어 다른 영어원서를 읽을 때 적용해보는 것이 첫째이며, 둘째로는 꼭 저자처럼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요약해보고 뒤집어보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꾸준히 연습해보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 지도해줄 사람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여러 권을 인스턴트 식품 섭취하듯 대강 파악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이라도 제대로 푹 빠져 풍성하고 깊이 있게 읽는 찐한 독서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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