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자, 다시 찾은 진실
스티브 비덜프 지음, 박미낭 옮김 / 푸른길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 시간 서구, 특히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의 지구에 대한 약탈은 상상을 초월한다. 역사적으로 그들이 자행한 자원 소비와 환경 파괴의 비율을 살펴봤을 때 지금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들의 에너지 소비문제와 환경 문제를 자기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다루려 하는 것은 정말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미국 같은 나라들이 석유 에너지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 같은 나라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문제 아닌가. ‘남자, 다시 찾은 진실’이란 책을 보면 왜곡된 페미니즘의 한 예로 여성들이 지난 날 남성들처럼 폭력적이고 거친, 말하자면 과격한 페미니즘을 들고 있는데 나는 그게 좀 이상했다. 아무리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거기에 기인한 특정한 감정적인 부분에서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참된 여성해방과 양성평등을 위해 여자들에게 폭력성이나 기존에 남자들이 점유해왔던 남성성의 특징들을 거두어야 한다는 요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여자들이 남자들 위에 군림하고 지난 날 여성들이 당했던 것처럼 남자들에게 가학적으로 대하는 여성들의 입장이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다 포기할 생각도 없으면서 다소 과격한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하면서 상처받은 남자들에 대한 회복 운운하는 것이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남자들이 진정한 남성성을 잃어버린 한 이유로 산업사회의 폐해를 들고 있는데 그 해법으로 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루고 있다. 어린 소년에게는 주변에 제대로 된 남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역할 모델, 멘토가 필요하다는 것, 청소년기에는 부모와 주변 어른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는 것, 청년기에는 폭발할 것 같은 열정과 패기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인 괴로움과 사회적인 고정관념 때문에 억압받은 정신적 고통을 속시원히 털어놓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버는 데 있어서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선택하라는 것, 가족을 돌보고 세상을 더 낫게 하기 위해 살아가는 데 목표를 두라는 것 등이다. 전통적인 집단이나 사회구조에서는 구성원 전체가 한 소년, 소녀가 진정한 남성과 여성으로, 온전한 성인이 되는 데 힘을 쏟는 시스템이었지만 산업화와 세계대전 이후로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고 한다. 결국 지금의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서는 무너지고 왜곡된 남성성과 여성성은 회복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남자가 진정한 남성성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참된 인간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거나 우월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남자와 여자로 만들어진 이유는 서로 보완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런데 주로 역사에서 가해자의 역할을 도맡아 왔던 남자들이 내면의 상처 운운하며 아픔을 얘기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자업자득이랄 수도 있는 남자들의 오늘날의 중압감과 고전, 여성들의 역습(?)은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니 남자들이여, 우는 소리 하지 마라! 지금까지 해온 짓이 있으니 좀 당해도 된다, 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