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설계자들 - 몰입의 고수들이 전하는 방해받지 않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태도
제이미 크라이너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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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우리의 마음과 시간을 빼앗는 것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미난 것들, 흥미로운 것들이 덩달아 많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으로 인하여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양’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주로 다루는 시기는 고대 후기부터 중세 초기에 해당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엄청 옛날에 해당되는 그 시기에 사람들에게 무슨 오락거리가 그리 많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런 옛날에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빚어진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들로 인해 정신을 많이 빼앗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집중력이라는 것이 어느 특정 시대만의 화두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원서 제목에 사용된 표현인 ‘종잡을 수 없는 마음’,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집중력 그 자체보다, 우리로 하여금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이 과거에도 역시 겪고 있는 문제였으며, 우리보다 먼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는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 책의 원서 제목과 번역서 제목의 취지와는 별도로, 중세 수도원에 대한 지금까지 잘 접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례나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원’, ‘수도사’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함, 고립감, 통제된 환경, 고통 등의 이미지를 넘어, 당시 일반 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수도원 고유의 독특한 특징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수도사들에게는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나아가 합일의 경지에 이르고자 한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산만함으로 이끄는 내면과 외부의 방해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고민과 아이디어의 역사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인데, 이것이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다양하게 해석되어 가는지, 개인의 차원에서 또 수도원이라는 집단의 차원에서 순수한 전통이 형성되거나 반대로 왜곡되어 변질된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결론적으로 수도사들의 개별적인 악전고투, 수도원의 전통적인 집단적 노력이 현대인들에게 산만함을 극복하고 집중력을 기르기 위한 모범답안을 주지는 못한다. 모든 방법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가장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던 종교집단의 수백 년에 걸친 고민의 흔적이, ‘도둑맞은 집중력’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훈련 또는 연습 방법에 대한 힌트를 줄 것이라는 점은 신뢰할 만하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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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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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인간의 가장 특징은 생존해오는 과정에서 사회성와 언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운동 능력으로 따지자면 동물보다 모자란 점이 많은 인간이 이렇게 비활동적 영역에서 키운 역량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적-집단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최고의 능력은 바로 정보와 지식을 처리하는 방법, 즉 보존과 전달에서 빛을 발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겠지만 그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이야기라는 형태로 지식을 재가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생존의 차원을 넘어 인간에게 존재의 의미 같은 철학적 문제 탐구나 즐거움 같은 오락적 차원에까지 충족감을 주게 되었다.

이야기라는 소통 방식은 훗날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책이 초반에 제공하는 ‘연대표로 보는 문학의 역사’에 따르면, 문학의 기원은 기원전 20세기경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기원은 아닐 것이다. 현대 인류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서 기원의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문학이 ‘허구 속에 진실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포인트다. 정보나 지식, 그리고 진실 같은 추상적 가치까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또는 생각하기에 용이하도록 도구화한 것이 바로 문학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달한 것이 또한 인간의 상상력 아니겠는가.

이 책은 신화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전자책까지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문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대략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원제에 ‘A Little'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전세계 모든 문학의 원천이나 흐름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주로 영어권을 다루고 있으며, 책 말미에 이르러 다른 지역의 문학을 조금 언급하는 정도이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제국주의 및 자본주의와 문학 융성의 관계를 밝힌 부분(강성한 국가가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영미문학에 대한 자료가 방대하고, 거기에 따라 관련 연구와 저술이 더 많이 수밖에 없는 등의 내용), 그리고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문학인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그 장르 또는 서술 형식에 있어 후배들에게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얇은 편은 아니지만 각 챕터마다 분량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원저자의 유머 넘치는 문장과 내용 전개가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이런 특징을 잘 살린 번역가의 역량도 탁월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색깔로 동양문학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교양서가 한 권 나와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미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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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인 현대지성 클래식 52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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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를 경험한 인간에서 볼 수 있는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적응하든가 아니면 저항하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반항인』은 역사에서 두드러지는 저항의 흔적, 다시 말해 ‘반항’이라는 형식을 통해 존재의 고통을 극복하거나 수용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 주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인간으로 하여금 저항감을 갖게 하는 주요 요인은 기독교로 보인다.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축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다. 이것들이 융화 또는 결합하면서 기독교적 사상은 유럽 대륙에서 대세가 된다. 특히 중세를 거치면서 기독교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삶의 방식, 나아가 문화를 형성하게 되면서 나타난 사회 현상과 역사적 사건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로마카톨릭 또는 개신교 문화가 중세와 근대에 걸쳐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을 했다면 사람들은 소위 ‘신정체제’에 큰 반기를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종교와 정치 영역에서 힘을 가진 이들은 진정한 기독교 정신 또는 가치관에 별 관심이 없었다. 권력과 이익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다툼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지식인이나 억압받는 민중에게 신에 대한 의심, 신 존재에 대한 부정의 감각이 일어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르네상스라는 인문 부흥 운동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반항의 대상이 주로 신이거나 신을 배경으로 삼은 사상 또는 세력들로 나타난다. 사실상 신 자체를 겨냥했다기보다는 그 권위를 덧입은 부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거나 고통스럽게 할 때 신의 존재나 권위를 부정하고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거대한 흐름이 인본주의적 가치관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인본주의적 파라다이스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 번의 세계대전이 또 입증해 주었다. 신도, 인간도 부조리한 세계의 본질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야만의 시대에는 부조리의 현상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해도, 이성의 시대라고 자부하던 시절에마저 벌어지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혼란과 고통을 넘어 외부에 대한 반항, 폭력적인 성향으로 탈바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한다. 이상과 자부심, 현실의 모순이 점점 병든 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증오하며 세상을 더욱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색채로 물들인다. 그리고 그런 가치관이나 처세를 정당화한다.

알베르 카뮈의 『반항인』은 주제나 전반적인 흐름은 익숙하다고 할 수 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책이었다. 익히 알려진 소설 『이방인』의 경우 독자가 다양한 감상이나 평을 내놓을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장르의 글이기 때문에 비교적 접근성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의 경우 근현대 유럽의 역사와 철학적 배경에 대해 대강의 지식이라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난해하다고 느껴질 확률이 높다. 병든 문명에 대한 카뮈의 해법(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중용, 균형 등)은 사실 너무 일반적이고 이상적이기에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연대하여 힘을 발휘할 수 있기까지 그 여정에 대한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성공 사례도 없고, 지금은 오히려 야만의 시대로 퇴보하고 있기까지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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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
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 지음, 박영숙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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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오히려 죽음이라는 현상 그 자체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죽음을 우울하거나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도록 훈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사적 흐름도 엿볼 수 있다.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죽음은 꽤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것에 흥망성쇠가 있듯이, 사람의 생명도 다른 모든 자연물들과 같이 삶과 죽음의 순환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의 특성과 자연의 본성에 순응하는 것이 결코 미덕이 아님을 주장한다. 꽤 오래전부터 죽음의 필연성에 의문을 품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연구해온 사람들의 자취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과학과 경제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운다. 이 책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죽음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둘째,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 셋째, 죽음을 극복하면 현재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죽음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는데, 자연 상태에서 불멸의 상태를 보여주는 생명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생식세포라는 것이 있다. 인간에게도 있는 이 생식세포는 원리상 죽지 않는다. 체세포는 한계가 있는 세포 분열의 횟수가 다하면 사멸한다. 생식세포가 있는데도 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체 시스템 자체가 노쇠하고 붕괴되면 그 틀 안에 있는 생식세포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암세포다.

죽음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노화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앞서 언급했던 생식세포와 같은 재생력이 인간 차원에서 조건만 갖춰지면 계속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노화를 늦추고, 노화를 되돌리며, 나아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적-관리적 개념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노화과학의 현주소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큰 포인트는 다음에 있는 것 같다. 바로 사회경제적 이유다. 인간이 굳이 늙지 않는다거나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현재 인류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치명적 위험 - 예를 들어 경제위기나 환경, 기후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위험의 원인을 인간의 노화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노화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말해 인간이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런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는 것으로 그 효과를 지지한다.

인류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 개념을 가지고 유지해온 지는 몇 세기도 되지 않았다. 이런 세계관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있다. 단일화된 경제 시스템의 약점이 지금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데 이 해결책을 죽음의 극복, 즉 ‘죽음의 죽음’이라는 신산업 개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이 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기본 태도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히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죽음 역시 경제와 그에 기반한 사회, 사회적 인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그 의미나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멸의 삶,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인류의 숙원 같은 문구는 그저 치장에 불과하다. 어쩌면 죽음의 죽음은 인간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무형의 생명체가 스스로를 위해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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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쇼크, 다가올 미래 - 초대형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모 가댓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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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대중에게 널리 이용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 나아가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기대와 경각심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시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열기가 한풀 꺾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이 최신 기술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잘 활용할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별 관심을 두지 않거나, 아니면 놀라거나 신기해하기만 하다가 그 기술이 주도하는 세속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며 점점 더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

모 가댓의 『AI 쇼크, 다가올 미래』는 현시점에서 인류가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어려운 기술 용어를 나열하거나 복잡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사를 시시콜콜 다루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인류에게 위기도 될 수 있고 새로운 번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하면 되도록 인간에게 이롭고 선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미지가 흥미롭다. 우선 저자는 인공지능을 ‘초능력 외계인’과 ‘미성숙한 아이’라는 이중적 존재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근본적으로 다양하고 압도적인 초능력들을 지닌 외계 생명체 같은 존재가 돌봄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형태로 지구에 떨어졌다. 인간은 이 미지의 존재가 인간과 인공지능 양쪽 모두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오지 않도록 양육할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인간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럭비공 같은 존재가 초래할 위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려준다. 한때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기대와 다르게 인간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결과를 보여주어 황급히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의 핵심 변수가 인간이 제공하는 자료에 있음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낳은 자식이고, 자식은 부모를 닮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자식의 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존재의 능력을 상회할 것이며, 인간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탁월함을 취하게 될 거란 사실이다. 이 차이는 인간의 창의성이나 상상력에 근거한 희망이나 장밋빛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보기에는 지금 시점이, 다시 말해 아직 어린아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바른길을 따라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이 취하는 흥미로운 또 하나의 확장적 관점은, 존재의 보편성이라는 측면인데, 과거 인간이 인권을 확대하고, 권리의 측면을 여성과 동물과 생태계에까지 확장한 것처럼, 기계에게도 그 보편성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문제의식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번영이나 위기의 관점을 넘어 더 큰 틀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더 큰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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