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던 것은, 이 책의 원서 제목과 번역서 제목의 취지와는 별도로, 중세 수도원에 대한 지금까지 잘 접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례나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원’, ‘수도사’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함, 고립감, 통제된 환경, 고통 등의 이미지를 넘어, 당시 일반 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수도원 고유의 독특한 특징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수도사들에게는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나아가 합일의 경지에 이르고자 한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산만함으로 이끄는 내면과 외부의 방해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고민과 아이디어의 역사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인데, 이것이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다양하게 해석되어 가는지, 개인의 차원에서 또 수도원이라는 집단의 차원에서 순수한 전통이 형성되거나 반대로 왜곡되어 변질된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