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윤리적 성취라 한다면 단연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세상은 인간이 없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지구의 자연환경이라는 관점에서는 인간이 없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지경이다. 인간의 삶이 생물 다양성이라는 지구의 생명 시스템에 의존하여 진화하고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간이 그 시스템을 오염시키고 파괴하여 지구의 자정 기능을 돋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 때, 이번에 출간된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는 꽤나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인간 역시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물 다양성은 비단 지구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한 사람의 존재도 그런 무궁무진한 생명체의 삶의 터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프랙탈 구조처럼, 인간이 하나의 소우주로 묘사되는 것처럼, 지구와 인간은 상호조화를 이루는 것은 단순히 개념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자연적, 인위적 재앙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고 고쳐나가려는 습성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보여주고 있고, 인간이 느끼고 있다. 인간과 생태계 어느 하나 우위를 논할 수 없는 가치체계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보호한다는 개념이 좀 더 보편적으로 인식되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